[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13장

​무네노리："……."
린："무네노리 님…."

무네노리："마루야마 성에서의 수업이 성과가 있었군. 꽤 쓸 만한 칼 솜씨였다."
린："이…이제 말하실 수 있는 거예요?"
무네노리："놈들을 방심시키기 위해 말이 안 나오는 척한 거야. 약 기운이 아직 돌지도 않았어."
린："그럼, 탈출할 수 있겠네요…!"
 
무네노리："아니,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지금 뿐이야…."
무네노리："조금씩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 때는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될 거다."
린："그럴 수가…!"

​무네노리："적어도 지금은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밧줄을 풀어야겠지."

무네노리 님이 요령 있게 몸을 움직여 줄에서 빠져나왔다.

무네노리："너도 풀어 줄 테니, 이리 가까이 와."
 
무네노리 님이 내 몸을 묶은 줄을 풀어 주었다.
 
린："죄송해요…. 제가 한조 님과 이야기할 때 조심했어야 했는데…."
무네노리："네 탓이 아니야…. 널 보낸 건 나니까. …그보다."
 
무네노리 님이 내 팔을 잡았다.
 
무네노리："잘 들어. 어떻게든 혼자서 탈출해야 해."
린："저 혼자서요…?"
무네노리："내가 보초를 유인할 테니, 그 동안 너는 어둠을 틈타서 있는 힘을 다해 달려."
무네노리："나는 이제 곧 몸이 움직이지 않을 테니, 너 혼자라면…."
린："…싫어요!"
무네노리："……."
린："무네노리 님을 두고 혼자서 도망치다니…. 그렇게는 못해요!"
무네노리："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이 상태로는 둘 다 죽어!"
린："바보라도 좋아요! 무네노리 님이 죽는다면 저도 같이 죽겠어요."
 
무네노리 님의 손이 쓱 올라간다…. 설마 때리려고…?!
 
무네노리："말대꾸하지 마."
 
그는 내 볼을 꼬옥 꼬집었다.
 
무네노리："네가 죽으면…. 내가 곤란해져."
 
그리고 그대로 나를 끌어안았다….

 

무네노리："넌…. 정말 부드럽군."
린："……."
무네노리："이렇게 따뜻한 게 이 세상에 있었다니."
린："무네노리 님…."
무네노리："린."
 
무네노리 님이 내 눈을 바라보았다.
 
무네노리："난 네가 좋아. 그러니, 넌 꼭 살아 남아 줬으면 해."
린："……."
무네노리："사랑하는 여자를 죽게 하고 싶지 않다."
 
무네노리 님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다….

​린："…이제서야 본심을 말해 주시는군요…."
무네노리："그래…. 지금까지 차갑게 대해서 미안했다."
 
그가 부드럽게 내 머리를 어루만졌다.
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한 손길…. 그토록 원했던 것을 드디어 갖게 됐는데….

​무네노리："린."
 
무네노리 님이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쌌다.
 
무네노리："…입 맞춰도 돼?"
 
린："이번엔 물어보시네요. 늘 장난으로 덮쳐 놓고…."
무네노리："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
 
린："음, 그게…."＊
 
무네노리："뭐라고?"
린："저, 그러니까…."
무네노리："…됐어. 그냥 눈 감아."
린："……!"

​무네노리 님이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마치 시간이 영원히 멈춰 버릴 듯이, 달콤하고 길게.
그가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린："…역시 명령조로 말씀하시네요."
무네노리："뭐가?"
린："'눈 감아'라고."
무네노리："시끄러워…. 지금까지 형성된 성격이 쉽게 바뀌겠어?"
린："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런 성격이라면, 다들 오해해요."

 

​무네노리："정말이지, 건방진 아가씨로군."
 
무네노리 님이 희미하게 웃으며 나를 보았다.
 
무네노리："…뭐, 나도 그런 건방진 녀석에게 빠져 버렸지만."
 
항상 보고 싶었던 다정한 미소….
이 미소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참을 수 없어.
 
린："둘이서 함께, 여길 빠져 나갈 방법을 생각할게요."
무네노리："그건 무리야…. 말했잖아? 내 몸은 곧 마비될 거라고."
린："그래도, 뭔가 방법이 있을 거예요…!"
무네노리："날 포기하면 돼."
린："……."
무네노리："혼자 살아 남는 것만 생각해. 마지막으로 진심을 말할 수 있어서, 난 이제 여한이 없다."
린："전 절대로 포기 못해요!"
무네노리："…이봐…."
린："이런 상황에서 저 혼자만 살아 남으라니,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요!"
무네노리："알았으니까 소리 지르지 마…."

 

​린："아, 그렇지!"
 
혹시 잘만 하면 살아 나갈 수 있을지도…!
 
린："아우우~!"
무네노리："제 정신이야?"
린："워워우, 워우우, 컹! 컹!"
무네노리："어이, 너 진짜…."
린："안 미쳤어요. 생각하고 하는 거라구요! 아우울!"
 
─쾅!

우지끈!
 
거칠게 본당의 문이 부서지고….

 

무사시："역시, 너였냐?"
무네노리："넌…?!"
린："무사시 씨, 와 주셨네요!"
 
무사시："그래, 아는 늑대가 어디 멀리서 울부짖길래 보러 왔지."
무네노리："아는 늑대?"
 
무사시："그건 그렇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건 노부나가의 시체잖아?"
무네노리："노부나가를 죽인 건 아케치 미츠히데다."
 
무네노리 님이 상황을 빠르게 설명했다.

​무사시："그랬군…. 당신을 노부나가가 의심한 건 알고 있었어."
​무사시："검술 시합에서 내게 입에 독침을 품으라고 했었지."
 
역시, 노부나가는 무네노리 님을 죽일 생각으로….
 
무사시："하지만 난 명령을 무시하고 당신과 승부를 내려 했어."
​무사시："정정당당하게 검으로 겨뤄 보고 싶었다."
 
무사시가 똑바로 무네노리 님을 보았다.
 
무사시："여길 빠져 나가게 되면, 나와 맞붙어 줄 텐가?"
무네노리："……."
무사시："야규 무네노리. 나는 당신과 겨뤄 보고 싶다."
무네노리："…그래, 알았다."
 
무사시 씨가 재빨리 검을 들었다.
 
무사시："좋아, 그럼 내가 너희들을 도망치게 해 주지."
​무사시："부하들을 모조리 청소하는 사이에 산으로 도망쳐라."
무네노리："…그러고 보니 감시하는 놈들은 어떻게 하고 여기까지 들어왔지?"
무사시："불러 세우길래, 한 방에 보내 버렸다."
무네노리："정말 야만적인 녀석이군."
 
무사시 씨가 부서진 본당의 문으로 손을 뻗었다.
 
무사시："그럼, 간다!"

 

​린："헉, 헉…."
 
무네노리 님을 부축하면서, 겨우 겨우 산까지 도망쳐 왔다.
 
무네노리："여기까지 왔으니, 괜찮겠지."
 
우리는 어두운 풀 숲에 몸을 숨겼다.
 
무네노리："이 쯤에서 무사시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린："무사시 씨, 대단한 솜씨였어요…."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연달아서 적을 베어 쓰러뜨리던 모습….
 
무네노리："그런 녀석과 검을 겨루려니, 두려운걸."

린："힘 내세요!"＊
린："무네노리 님이라면, 꼭 이기실 거예요."
무네노리："그래, 고맙다…. 네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무네노리 님이 부드럽게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무네노리："운명의 연인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지?"
린："…멀리 떨어져 있어도, 반드시 맺어진다는…?"
무네노리："나도 그 이야기를 믿고 싶어졌어…. 네 그 꿈꾸는 소녀 감성이 나한테도 옮은 것 같아."
 
무네노리 님이 내 목에 입을 맞추었다.

린："아…."
무네노리："왜 피해?"
린："저기…."
 
너무 세게 가슴이 뛰어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무네노리："내가 피하면 다가오고, 내가 쫓아가면 도망가고…. 꼭 고양이 같군."
 
무네노리 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네노리："고양이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린："사랑해요, 무네노리 님."
 
벅찬 가슴으로 무네노리 님의 목에 매달렸다.
 
무네노리："그래, 알고 있어."
 
그가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무네노리："너의 모든 것…. 기억 속에 새겨 두고 싶다."
무네노리："…이제 함께 있을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린："시간이 없다니…? 이제부터 쭉 함께 있을 거잖아요?"
린："언제나 곁에 있어 주실 거죠…?"
무네노리："……."
 
왜 갑자기 아무런 대답이 없는 걸까…?
 
린："무사시 씨와의 시합에서 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린："칼에 베여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무네노리："아니, 그런 게 아니야."
린："그렇다면 어째서…?"

 

​한조："공주!"
쿠마："린!"
 
린："한조 님, 쿠마 님! …어떻게 여기에?"
한조："쿠마가 냄새로 두 사람을 찾아 냈습니다."
 
쿠마 님의 후각은 역시 대단하구나…!
 
한조："야규 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한조："밤이 깊어도 오지 않으시길래 혼노오지로 가 봤더니…. 절은 불타고, 병사들은 모두 죽어 있었습니다."
무네노리："그 병사들은 미야모토 무사시가 베었네."
 
무네노리 님이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

​한조："그런 일이…. 아케치 미츠히데가 그런 계략을 꾸미다니…."
 
한조 님이 품에서 약 봉투를 꺼냈다.
 
한조："일단 이 것부터 드십시오. 만약을 위해 해독제를 준비해 왔습니다."
무네노리："미안하네. 고맙군."
 
무네노리 님이 해독제를 전부 마셨다.
 
한조："야규 님, 미츠히데는 지금 어디에…."

 

무사시："미츠히데는 혼노오지에서 도망쳤다."
한조："미야모토 무사시…?!"
무사시："소동을 눈치 채고, 신하들을 데리고 절을 떠난 것 같다."
 
무네노리："미츠히데는 나를 처리하지 못했어."
무네노리："하지만 내가 절에서 사라진 건 확실하니…놈은 그걸로 내게 노부나가 살해죄를 뒤집어 씌울 작정이겠지."
한조："그렇다면 야규 님과 이에야스 님이 역모죄로 추궁을 당하게 되는 겁니까?"
무네노리："그리고 미츠히데는 감쪽같이 천하를 손에 거머쥐게 되어 버리겠지…. 그 전에 막아야 해."

무네노리："미츠히데를 찾아내서, 이 손으로 베겠다."
린："……?!"

무사시："알고 있나? 미츠히데 뿐만 아니라 아케치 군 전부를 적으로 돌리게 된다는 걸."
무네노리："알고 있다. …하지만, 미츠히데의 계략에 말려 든 건 나다. 내 손으로 끝을 봐야 해."
무네노리："무사시…. 그 때까지 승부는 기다려 줄 수 있겠나?"
무사시："알았다. 그렇다면, 내친 김에 나도 돕지! 함께 아케치 군과 싸워 주마."
무네노리："왜지? 어째서 그렇게까지…."
무사시："왜라니. 승부를 가리기 전에 당신이 죽으면 곤란하잖아."

 

​나는 무사시 씨의 팔을 꼭 붙잡았다.
 
린："무사시 씨는 역시 좋은 사람이에요!"
무사시："뭐…?"
린："정말, 첫인상과는 너무 다르시네요!"
무사시："…별로 좋은 사람인 건 아니야. 아케치 군과 싸우면 검술 수련도 되고…."
린："어머, 부끄러워하시기는!"
 
나는 세게 무사시 씨의 어깨를 내리쳤다.
 
무사시："아얏…! 어이, 이 여자는 늘 이런 식인가?"
무네노리："그래…. 늘 그런 식이다."
 
무네노리 님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조："그렇다면, 외람되지만 저희도 돕겠습니다."
린："한조 님…."
한조："적은 아케치 군 뿐만이 아니라, 하치스카 가도 있을 터."
한조："닌자와의 싸움은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무네노리："노부나가가 죽었으니, 이미 당신들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았는가?"
무네노리："이제 와서 미츠히데와 싸운다 해도 당신들에게 이익은 없어. 그런데…."
한조："저희들은 지금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의리를 위해 싸우려는 겁니다."
 
이익이 아니라, 의리를 위해서….

​한조："잊으셨습니까? 야규 님 덕분에 이가 침공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한조："또, 결과적으로 노부나가를 해치울 수도 있었습니다."
​한조："이번에는 저희가 보답할 차례입니다."
 
무네노리 님은 아무 말 없이, 무사시 씨와 한조 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무네노리："…정말 고맙군."
 
그리고는 내 쪽을 돌아보았다.
 
무네노리："너는 은신처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린："무네노리 님…. 약속해 주세요. 꼭 살아 돌아 오시겠다고…."
​무네노리："그래, 약속하지…. 내게는 함께 싸워 줄 친구들이 있으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