ℒa ℱleur qui ℭhante

나는 무료나눔하면서도 내가 배송비 다 낸다. 일반택배로 보내다가 반값택배로 전환할망정 착불은 쓰지 않는다. 사실 금전적인 손익을 따지자면 이렇게까지 할 바에야 차라리 그냥 내다 버리는 게 낫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누군가에게 나눔하는 것이 즐겁다. 나는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는 주의라, 그래서 나눔을 계속하고 있다. 이 즐거움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나눔을 그만 하겠지. 내가 나눔을 그만 하겠다고 선언하게 된다면, 그건 내 삶이 병들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삶에 즐거움이 없다면 분명 그것은 병든 삶일 테니까. 한때 착불 얌체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택배 기사들의 사연이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내야 하는 푼돈 몇천 원을 내지 않고 버텨, 고스란히 택배 기사들의 급여에서 까인..

유니세프 후원 굿즈는 종종 선물처럼 오기도 하고 별도의 캠페인 리워드로 도착하기도 하는데, 해마다 달력은 꼬박꼬박 보내주는데 뭔가 후원 카드? 후원증?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후원한 사람한테 해마다 달력이랑 같이 보내주는 거다. 운전면허증처럼 이 사람이 몇 년 몇 월부터 후원을 했으며, 이 증(?)은 몇 년도 발행인지 표시된 후원증 카드.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좀 사그라들었지만 나는 길거리에서 가끔 유엔난민기구/유니세프 후원자 모집하시는 분들을 마주치는데, 그 때마다 붙잡히면 저 이미 후원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번거롭고 해서 도망치듯 그냥 지나가게 된다. 몇 푼 안 되는 후원이지만 나도 나름 후원자인데! 후원하고 있다고 말하면 사람에 따라서 언제부터 후원하셨냐고 일일이 물어보시고 꼬치꼬치 캐묻는 분들..

대학교 졸업 후 내가 구한 첫 직장은 아르바이트였다. 그 곳은 한 마디로 생지옥이었는데, '정직원이 되려면 나한테 잘 보이라'며 성추행을 일삼다가 내가 거부하자 앙갚음하는 남자 사수와, 나에게 고백하고 거절 당한 후 나에게 사사건건 꼬장을 부리는 동갑내기 남자 팀원, 그리고 나와 어떻게 잘 해 보려고 수작을 부렸다가 이 또한 거절 당하자 나를 향한 남자 사수의 성추행을 옹호하기 시작한 남자 상사가 한데 어우러진 아수라장이었다. 그 와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팀장이 내게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에 가장 크게 주목하고는 눈을 빛내며 "그 팀장 차는 있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엄마를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긴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엄마가 내게 했던 그 말이 잊혀지지 않고 있다. 엄마는 이제 기억도 못하겠지..

직장 생활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여행도 제대로 가 본 적 없이 꿋꿋이 경력을 쌓아 왔고, 그래서 직장 다니는 친구들 중에서 나보다 연봉 높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것을 모든 커리어를 포기하고 지금 직장으로 들어왔는데, 연봉 1000만을 훨씬 넘게 깎고 와서 이제는 나보다 연봉 낮은 친구가 없을 정도로 박봉이지만 일도 아직 재미있고 사무실 사람들도 아직 다들 너무 좋아서 행복하게 다니는 중.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이제는 아무리 좋아도 '아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다) 일도 일이지만 정말 사람이 중요한데, 지금은 다들 나에게 너무 잘 해 주시는데, 아직 완전히 안심이 안 된다. 그래서 이 좋은 조건이 최대한 바뀌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불안해. 조금은 무서워. 그..

천성이 악한 사람은 아닌데 심보가 못돼먹은 사람. 사람이 방어기제가 극단적이면 그렇게 된다. 남에게 먼저 상처 줄 마음은 없지만, '혹시라도' 내가 상처받을 바에야 '확실하게' 선수를 치겠다는 심보. 평소 본인이 저지르는 기행들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조롱당하거나 자신이 피해입힌 사람들에게 보복당해 역으로 상처받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생존본능에 의거해서 방어기제가 극대화되어 있다. 나는 일단 타인에게 친절하고 감정 컨트롤이 잘 되는 편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나에게 엄청난 호감을 갖기 쉬운데 나는 그들에게 들볶이고 고생하다가 결국은 뒷통수를 맞는다. 항상 원치도 않는 호감을 사서 들볶이다가 적반하장으로 얻어맞는 인생. 난 항상 그래 온 듯. 그래도 친절과 배려를 버릴 수가 없다. 사람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