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14장

수많은 아케치 군의 병사가 전멸한 가운데….

​무네노리："미츠히데!"
 
무네노리 님이 미츠히데를 향해 검을 겨눈다.
 
미츠히데："이, 이럴 수가…."
무네노리："단념해라. 네 편은 이제 아무도 없다."
미츠히데："젠장…. 내 천하 통일의 꿈이…!"
무네노리："…너에게 천하는 너무 커!"
미츠히데："으아악…!"
 
미츠히데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며칠 후.

​쿠마："린! 여기 있었네?"
린："네! 튀김을 할까 해서, 산나물을 좀 캐 왔어요."
 
쿠마："또 한조 님한테 "공주는 식사 준비 같은 것은 안 해도 됩니다" 라고 잔소리 듣는다, 너."
린："맞아요…. 한조 님은 언제나 그렇게 말씀하세요. 하지만 전 이제 더 이상 닌자 공주도 아닌데…."
 
무네노리 님은 무사시 씨, 한조 님과 힘을 합쳐 아케치 군과 싸워서 결국 승리를 거두었으며,
결국 미츠히데의 목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살아 남은 미츠히데의 신하가 모든 것을 실토하여 미츠히데가 역모를 꾸몄다는 사실이 세상에 밝혀졌다.

​쿠마："정말 다행이야, 싸움이 끝나서!"
린："맞아요. 이제 겨우 이가에도 평화가 찾아왔네요."
 
우리는 닌자의 미래를 지키고, 무네노리 님도 맡은 바 임무를 훌륭히 해내셨다.
이런 날이 오다니, 꿈만 같아….
 
쿠마："그러고 보니, 그 무사시라는 남자는 어떻게 된 거야?"
린："무네노리 님의 검을 직접 보고, 충격을 받은 모양이에요."
린："자기 말고도 이렇게 실력 있는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린："그래서 더 수행을 쌓고 싶어졌나 봐요."
린："서로 실력을 더 쌓아서, 더 강해져서 겨루자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해요."
쿠마："흠…. 남자들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왜 그렇게 계속 강해지고 싶어하는 거지?"
린："아마도 그게…. 남자라는 거겠죠?"
쿠마："내가 수행하는 건, 한조 님께 힘이 되고 싶어서인데."
린："후훗…. 쿠마 님, 정말 한조 님을 좋아하시네요!"
쿠마："그, 그렇게 말하면 부끄럽잖아! …이제 가자!"

 

​그 날 밤.
오늘 밤은 다 함께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 같이 평화롭게 먹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무네노리："한조, 나는 내일 고향으로 돌아가겠네."
무네노리："지금까지 신세 많았어…. 여기 있는 모두에게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무네노리 님이 깊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사스케："오…! 잘난 척만 하는 줄 알았더니, 고개도 숙일 줄 알잖아?"
한조："이봐, 사스케!"
무네노리："저 꼬마 아가씨에게 단단히 교육 받아서 말이야."
사스케："교육?"
무네노리："잘난 척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혼났거든."
사스케："잠깐, 그건….
설마 당신, 린이랑 갈 때까지 간 사이라는 소리야…?"
한조："사스케! 갈 때까지 갔다니, 그런 저속한 표현은 그만 두지 못 해!"
사이조："게다가 그걸 지금까지 몰랐던 건 너 뿐이야."
사스케："뭐어라고?!"
 
(부, 부끄러워…. 역시 다들 알고 있었구나….)

​무네노리："고향에는 린도 데리고 갈 생각이네. 거기서 혼례를 올릴까 하고."
 
(혼례….)
 
린："…네에에엣?!"
무네노리："뭐야, 싫으냐?"
린："시, 싫은 건 아니지만…."
 
(그런 일은, 미리 말씀이라도 해 주셔야죠…!)
 
고에몬："야규의 검술 사범과 닌자의 공주…. 특이한 조합이군요."
무네노리："……."
고에몬："야규 님, 린이를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뺏으러 갈 겁니다."
무네노리："그래, 명심하지."
 
무네노리 님이 모두의 얼굴을 둘러 보았다.
 
무네노리："미츠히데가 말했다. 닌자는 돈으로 쉽게 배신한다고.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무네노리："하지만, 당신들을 만나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
무네노리："이번에 모두의 공적을 이에야스 님께 보고하겠네."
무네노리："그 분께서는 틀림 없이 닌자를 높이 평가하실 걸세."
무네노리："그 분은 머지 않아 천하를 통일하고, 막부를 세우실 걸세."
무네노리："그 초석을 쌓는 데, 닌자의 힘을 빌리고자 하시겠지."
한조："야규 님…."
 
무네노리 님이 한조 님을 응시했다.
 
무네노리："야규와 닌자…. 함께 힘을 합해서 태평성국을 실현시켜 보세."
한조："야규 님은 전에, 이에야스 님이라면 싸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한조："저 또한 그 말을 믿고 있습니다."
한조："부디 태평성국을 이루는 일에 힘을 보탤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한조："공주."
린："한조 님…."
 
나는 한조 님께 꾸벅 인사를 드렸다.

​린："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한조："고마운 것은 저입니다. 공주가 있어 주었기에 닌자의 미래를 지킬 수가 있었습니다."
린："……."
한조："왜 그러십니까?"
 
한조 님의 다정한 미소.
늘 저 미소로 나를 지켜 봐 주고, 격려해 주셨어….
 
린："모두들과…. 한조 님과 헤어지려니, 슬퍼서요…."
한조："…이건 영원한 이별이 아닙니다."
한조："야규 님 말씀대로, 앞으로도 서로 협력해야 할 일이 많이 있을 테니까요."
한조："단지…. 말을 타고 놀러 가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한조："싸움이 끝나면, 말을 타고 멀리 놀러 갑시다.")
(한조："제가 자란 고향을 공주께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한조："잊지 마십시오…. 공주는 혼자가 아닙니다. 떨어져 있어도 제 마음은 항상 함께 할 겁니다.")
 
한조："공주를 데리고 둘이 나가면, 야규 님이 싫어하실 테고."
린："꼭 그렇지만은…."
한조："꼭 그럴 겁니다. 야규 님은 겉으로는 냉정하시지만, 공주에게 푹 빠져 계시니까."
린："……."
한조："저 분은 변했습니다. 표정도 말투도 다정하게…. 그건 분명 공주의 영향이겠죠."
한조："공주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계십니다."
한조："그 힘으로, 야규 님을 잘 내조해 주십시오."
린："한조 님…."
한조："저는 앞으로도, 어디에 있든 공주의 행복을 빌겠습니다."

 

​한조 님의 말씀이 마음에 사무친다….
이제부터는 최선을 다해 무네노리 님을 뒷바라지해야겠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평화로운 세상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린："아, 맞다…! 한조 님께 빌렸던 비전서를 돌려 드려야지."
 
나는 반류슈카이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아, 여기 계셨네…!)
 
린："한조 님…."
한조："휴우…."
 
(…한조 님이 혼자서 한숨을?)

한조："하는 수 없지…. 공주는 처음부터 야규 님 외에는 안중에도 없었으니…."
 
(잘 안 들리는데…. 뭐라고 혼잣말을 하시는 걸까?)

 

​쿠마："한조 님."
한조："아, 쿠마인가."
쿠마："한조 님…. 힘이 없어 보이시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한조："아니, 난 이렇게 힘이 넘치는걸…."
쿠마："아뇨, 쿠마는 알아요. 늘 한조 님 곁에 있어 왔으니까…."
한조："……."
쿠마："저…. 저 같은 게 옆에 있어도 민폐만 될 뿐, 딱히 기쁘지도 않으시겠지만…."
쿠마："전혀 상대해 주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쿠마："전 이렇게 못생기고 매력도 없어서…."
한조："…바보…."
 
한조 님이 다정하게 쿠마 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조："쿠마는 귀여워. 넌 있는 그대로도 충분해."
쿠마："한조 님…."
한조："앞으로도 내 곁에 있어 줄 거지?"
쿠마："…네!"

 

​다음 날.
우리는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이가를 떠났다.

​무네노리："고향에 돌아가자마자 널 곧바로 아버님께 소개할 생각이다."
린："저…. 아마도 반대하시겠죠? 전 그냥 보잘것 없이 작은 절에서 자란 아이고…."
무네노리："그래…. 분명 쉽게 허락하진 않으시겠지."
 
역시 그렇구나….
나, 정말로 무네노리 님의 아내가 될 수 있을까…?

 

​(대단하다…! 무네노리 님은 이렇게 큰 성에 사시는구나….)

​???："신 도련님!"
 
(신… 도련님…?)
 
그러고 보니, 무네노리 님의 아명(兒名)이 신자에몬(新左衛門) 이라고 했던가….
 
???："어서 오십시오!"
무네노리："그래, 다녀왔다. 린, 이 쪽은 유모. 마츠(松)라고 해."
린："처음 뵙겠습니다. 린이라고 합니다."
마츠："어머! 서신에 적힌 대로, 귀여우신 분이네요!"
무네노리："마츠, 그녀를 방으로 안내해 줘."
마츠："네, 알겠습니다!"

 

​린："저, 마츠 씨…. 야규 세키슈사이 님은 어떤 분이시죠?"
 
야규 세키슈사이(柳生石舟齊) 님. 무네노리 님의 아버님으로, 검성(劍聖)이라 불리는 분이시다.
그 존명은 이미 일본 전체에 알려져 있을 정도다….
 
마츠："영주님께서는 훌륭하신 분이시죠! 부하들로부터 모두 존경받고 칭송받고 계십니다."
마츠："단, 신 도련님께만은 엄격하게 대하신답니다."
마츠："도련님은 야규를 이를 분으로, 특별한 교육을 받으셨으니까요."
마츠："영주님께서 늘 말씀하세요. 다른 형제들이 아무리 해도, 신 도련님께는 이기지 못한다고."
 
(…무네노리 님은 어렸을 때부터 특출했구나….)

 

​세키슈사이："무네노리, 임무 수고 많았다."
무네노리："예."
 
이 분이 세키슈사이 님….

세키슈사이："서신은 읽었다. 네가 아내로 맞고 싶다던 그 아이더냐?"
무네노리："아버님, 제 마음은 이미 정했습니다. 부디 이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세키슈사이："그건 안 돼."
무네노리："……."
 
세키슈사이："전부터 말하지 않았느냐. 넌 야규 가문에 도움이 되는 상대를 아내로 맞이해야 한다고."
무네노리："…아버님. 저는 가문을 버릴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무네노리 님…?!)

​무네노리："저는 다섯째 아들입니다."
​무네노리："절대로 허락해 주지 않으신다면, 차라리 형님들에게 후계자의 자리를 내놓고…."
세키슈사이："너와 다른 형제들은 격이 달라!"
무네노리："……."
세키슈사이："어릴 적부터 말해 왔지 않느냐. 난 널 아들로 생각하고 키운 게 아니야."
세키슈사이："오직 야규의 후계자로 키웠지…. 가족이나 인척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해 왔다."
 
(무네노리："피가 섞였어도 서로 외면하는 관계도 있으니까….")

무네노리 님은 가족들 사이에서도 야규의 후계자로만 여겨져 왔던 거구나….
 
무네노리："아버님."

무네노리 님이 똑바로 세키슈사이 님을 노려보았다.
 
무네노리："이 일에 대해서만큼은, 저는 아버님께 지시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무네노리："…역시, 쉽게 허락해 주시지는 않는군."
린："무네노리 님, 아무리 그래도 가문을 버리는 건…."
린："그렇게 되면, 무네노리 님의 꿈인 태평성대를 이룰 수 없게 되잖아요?"
무네노리："이에야스 님은 사려 깊으신 분이다. 가문의 이름을 버린다 해도, 내 실력을 인정하신다면 받아 주시겠지."
​무네노리："단지, 지금의 지위는 잃게 되겠군. 도쿠가와의 사범이 아닌, 일개 무사로…."

린："……."
무네노리："난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다."
 
무네노리："이야기를 들어 봤으니 알겠지? 저런 분이 내 아버지야."
무네노리："나를 아들이 아닌 야규 가(家)의 후계자로밖에 봐 주지 않아."
무네노리："…그렇게 자라 온 탓에 내가 이렇게 비뚤어졌는지도 모르지…."
 
린："무네노리 님."
 
나는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린："전 이렇게 비뚤어진 무네노리 님을 좋아하는걸요."
무네노리："……."
린："이렇게 자라 줘서 고마워요."
린："나는 있는 그대로의 무네노리 님이 좋으니까."
 
무네노리 님이 힘껏 나를 껴안았다.
 
무네노리："…날 울리려고 하는 소리야?"
린："지금 울어요?"
무네노리："바보…. 내가 울 리 없잖아."
 
그래도…. 무네노리 님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메였다….

 

​무네노리："린. 나는 지위나 명예를 버릴지언정, 오직 널 택하겠다."
린："정말로, 저만 있으면 되나요?"
무네노리："어쩔 수 없잖아? 너 말고 다른 여자에게는 관심이 안 가는걸."
 
무네노리 님이 다정하게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무네노리："마루야마 성에서의 싸움이 끝나고, 너와 헤어졌었지."
 
(무네노리："나에겐 가문을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어. 절에서 자란 너와는 다르다고.")
(무네노리："미안하지만…. 더 이상 내게 다가오지 말아 다오.")

​무네노리："…떨어져 있는 동안 매일 밤 네 얼굴이 떠올랐다."
린："……."
무네노리："아무리 떨쳐 버리려 해도 떨칠 수가 없었어…. 네가 그리워 미칠 것만 같았지."
 
나도 늘 무네노리 님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무네노리 님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구나….
 
린："무네노리 님이 절 멀리하시길래, 너무 슬퍼서…. 몇 번이나 포기할까 했어요."
린："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좋아하는 마음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어요."
무네노리："…고맙다. 포기하지 않아 줘서."
 
나를 안은 그의 팔에 힘이 실렸다.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무네노리："덕분에 지금, 좋아하는 여자를 안을 수 있게 되었고 말이야."
 
그가 내 눈을 바라보았다.
 
무네노리："이번에는 내가 포기하지 않을 차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놓지 않겠어."
무네노리："가진 것 없는 평범한 남자가 되어도, 곁에 있어 줄 거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