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10장

​─첨벙
 
나는 등을 떠밀려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하긴, 욕조 안이라면 이야기 소리는 새어 나가지 않을 것 같아….

​무네노리："더, 이 쪽으로 가까이 붙어."
 
……! 무네노리 님이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무네노리："이건 임무니까, 부끄러워할 것 없어."
린："…이 상황에서, 부끄러워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어요…."
무네노리："말대꾸하지 말라고 했지. 여전히 건방진 녀석이군."
 
무네노리 님은 여전히 잘난 척이시구요….
 
무네노리："알았나? 지금부터 잘 들어."
 
무네노리 님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무네노리："노부나가는 역시 우릴 의심하고 있어."
린："네? 하지만 그런 눈치는 없었는데…."
무네노리："거구의 남자들에게 호위 받고 있었잖아? 그게 바로 증거야. 인간 방패로 데려온 거지."
린："방패…?"
무네노리："그 정도의 거인이면 검을 휘둘러도 살을 뚫지 못해."
무네노리："내 검술을 경계하고 일부러 그 놈들을 고용한 거다."
린："그런 거였나요…?"
무네노리："그 뿐만이 아니야."
 
무네노리 님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무네노리："노부나가는 우리를 성에서 살려서 돌려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린："……?!"
무네노리："노부나가는 기분 전환도 할 겸, 검술 대회를 보고 싶다고 했지."
무네노리："그 시합에서 아마도 나를 암살할 생각일 거다."
린："─?!"
 
무네노리："노부나가는 날 의심하고 있지만, 증거가 없어."
무네노리："아무리 노부나가라고 해도, 증거도 없이 도쿠가와의 가신인 날 죽이지는 못 해…."
무네노리："다른 무장들의 눈도 있으니까."
무네노리："하지만 시합 중에 죽게 된다면, 아무도 노부나가를 탓할 수 없지."
린："하지만…, 무네노리 님이 검으로 질 리가 없잖아요?"
무네노리："나도 검에는 자신이 있어. 하지만 노부나가도 그냥 평범한 시합만 생각하고 있진 않겠지."
무네노리："예를 들면 상대의 입에 독침을 넣어 내게 내뿜도록 한다거나."
무네노리："그 순간 나를 벤다면, 내가 검으로 진 것처럼 보이겠지."
린："그런 비겁한…!"
무네노리："이건 그냥 시합이 아니라, 목숨을 건 싸움이야. 비겁하고 말고를 따질 게 없어."
린："……."
 
무네노리："물론, 보통 놈들이 혼자서 나를 이길 수는 없지."
무네노리："나에게 빈 틈을 만들어 줄 만한, 솜씨 좋은 자객을 준비할 거다."
 
솜씨 좋은 자객….
 
무네노리："그보다 넌 네 자신을 생각해. 노부나가는 나를 죽이고 나면, 네게 일의 전말을 캐낼 생각이니까."
무네노리："내가 있는 한 네게 쉽게 손을 대지는 못 할 거다."
무네노리："나를 죽이고 너에게서 진상을 캐낸 뒤, …널 죽이려 하겠지."
린："……."
무네노리："내 죽음을 한탄하고 자살한 것처럼 꾸밀 게 뻔해."
무네노리："노부나가가 우리를 함께 부른 목적은 그거야. 수상한 자는 미리 싹을 잘라 버리려는 거지."
 
노부나가가 그런 음모를 계획하고 있었다니….

 

무네노리："뭐,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 줄 생각은 없지만."

​린："……."
무네노리："이봐, 왜 그래?"
린："……."
무네노리："뭐야?"
 
머리가 어지럽고, 눈 앞이 캄캄해진다….
 
무네노리："…정말이지…."
 
무네노리 님이 나를 안아 들어 올렸다.
 
무네노리："여전히 성가시게 하는 꼬마 아가씨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새 나는 이불 안에 누워 있었다.

​무네노리："괜찮나?"
 
오랜만에 보는 무네노리 님의 다정한 얼굴….
 
무네노리："갑자기 쓰러져서 걱정했잖아. …아오이."
 
아…, 그렇지. 나는 지금 린이 아닌 아오이다….
 
무네노리："이제 안 어지러워?"
린："잠깐…?!"
 
무네노리 님이 이불 속으로 들어온다…!
 
무네노리："조용히 해. 감시를 속이기 위해서니까."
무네노리："서로 속삭여도 의심 받지 않는 건, 욕실이나 잠자리 정도니까 말이야."
 
껴안은 채 귀에 대고 속삭여 오는 목소리….
연기라는 건 알고 있지만, 가슴이 뛰는 걸 억누를 수가 없다.
 
린："저, 혹시…. 제 몸, 보셨나요?"＊
 
무네노리："여기까지 옮겨 온 게 난데, 당연하지."
무네노리："걱정 마. 네 몸 같은 거 봐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무네노리："그래도 성에 있는 동안은 애인 행세를 계속해야 하니."
 
임무니까 어쩔 수 없다고…. 그건 알지만 너무 괴로워.
나는 여전히 무네노리 님을 좋아하고, 무네노리 님은 나를 밀어내려고만 하시는데….

 

​무네노리："애인답게,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척 좀 해."
린："네, 알았어요…."
 
그래…. 나만 잠자코 입 다물고 있으면 의심 받겠지.
 
무네노리："그래, 운명이 뭐라던가?"
린："…네?"
무네노리："이가에서. 사루토비 사스케가 말했잖아? 운명이 어쩌니 저쩌니."
 
(사스케："예를 들면, 떨어져 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맺어지는… 뭐 그런 거잖아?")
 
무네노리："사스케도 너와 마찬가지로 꿈 꾸는 철부지 어린애군."
린："무네노리 님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도 사실은 믿고 싶어요."
린："운명이란 건 반드시 있다는 걸…."
 
무네노리 님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린："…이래서 꼬마 아가씨는 곤란하다느니, 뭐 그런 생각 하죠?"
무네노리："…잘 알고 있군."
린："……."
무네노리："너랑 사스케는…. 애들끼리니까 잘 어울려. 마침 그 녀석도 너에게 푹 빠져 있고."
린："…무네노리 님은 제 마음 아시잖아요?"
 
왠지 모를 슬픔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린："그걸 알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무네노리："…난 원래 이런 인간이니까."
린："무네노리 님, 정말 미워요…!"
무네노리："그래….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게 나로서도 편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따뜻한 팔에 안겨 있는데도 그가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정말로 싫어지게 되면 마음이라도 편할텐데….
어떻게 해야 그를 향한 내 마음을 버릴 수 있을까?

 

​다음 날.

​미츠히데："무네노리 공! 어젯밤은 편히 주무셨는가?"
무네노리："예. 덕분에 피로가 싹 풀렸습니다."
미츠히데："오오, 그거 다행이로군!"
 
미츠히네："그래, 재촉해서 미안하다만…."
미츠히네："노부나가 님께서 검술 시합을 빨리 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네."
 
검술 시합….
 
미츠히데："자네의 솜씨를 보고 싶으시다면서, 용사들을 대기시켰다네!"
미츠히데："아무리 용사라고는 해도, 자네 정도라면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이기겠지만."
미츠히데："누가 뭐래도 검술무쌍이라 불리는 남자 아닌가!"
​무네노리："…예,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미츠히데："나도 자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겠네!"
 
역시… 노부나가는 무네노리 님의 암살을 계획하고 있는 걸까….
 
미츠히데："그래서 말인데,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내일 당장 시합을 시작할 수 있겠는가?"
 
내일 당장…?!

 

​다음 날.
 
아즈치 성 마당에서 검술 시합이 시작되었다.
막강해 보이는 검객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다….

​무네노리："그런 얼굴 하지 마."
 
무네노리 님이 내 귀에 속삭였다.
 
무네노리："그렇게 긴장한 표정이면 의심 받는다."
 
그래도…. 혹시 무네노리 님이 죽기라도 하면….
 
무네노리："걱정 마라. 난 반드시 살아 남을 테니까."
 
린："네…. 무네노리 님. 믿고 있을게요…!"＊
무네노리："그래, 착한 아이군."

​무네노리 님이 살짝 내 머리를 어루만졌다.
마루야마 성에 있을 때처럼, 다정하게….

​미츠히데："이 시합은, 승자 진출전으로 진행된다!"
​미츠히데："마지막까지 이겨서 남은 자가 야규 무네노리 님과 대결한다!"
 
관중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 온다.
 
관중１："노부나가 님이 전국에서 용사를 모으셨다지?"
관중２："하지만 무네노리 님은 검술무쌍이라 불리는 분이잖아! 아무리 실력 좋은 검사라도 못 당하겠지."

 

​한조："……."
 
검사들 중에 한조 님의 모습이…?!
 
린："무네노리 님…."
무네노리："…역시 핫토리 한조. 움직임이 빠르군."
무네노리："시합의 정보를 입수하고 검사 한 명과 바꾸어 왔어."
 
무네노리："성에 잠입하려 해도 엄중한 경비로 빈 틈이 없으니."
무네노리："검술 시합에 출전할 검사 신분이라면, 당당하게 성 안으로 들어올 수 있지."
무네노리："널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군."
 
한조 님은 위험을 무릅쓰고 혼자 몸으로 성으로 들어오셨다…. 하지만 이제부터 어쩌실 작정이지…?

​무네노리："그에게도 뭔가 생각이 있겠지."
사무라이："좋아, 전원 시합 준비는 갖춰졌다. 그럼 제１경기, 시작!"
 
한조 님은 검사들을 간단히 쓰러뜨리고 준결승전까지 진출하셨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의 남자….

 

​???："……."
 
저 낭인처럼 보이는 남자도,
순식간에 적을 쓰러뜨리고 가뿐히 순위권에 진입했다.
 
사무라이："어이, 너!"
 
시합을 끝낸 남자에게 사무라이가 말을 걸었다.
 
???："……."
사무라이："자네 무서운 솜씨인데! 다들 한 칼에 베어 버리는군. 이름이 뭔가?"
???："…내 이름은 미야모토 무사시."
 
미야모토 무사시…?

​무네노리："미야모토 무사시인가….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린："그래요?"
무네노리："그래. 이도류로 일찌기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남자라는 소문이다."
무네노리："단칼에 시합이 끝나 버리니 지금으로서는 진짜 실력을 알 수 없지만…. 세상에 이런 검호가 있었다니."

무네노리 님이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정말로 실력이 대단한가 보다….

무네노리："틀림 없다…. 저 자가 노부나가가 부른 자객이야."
린："?!"
노부나가："이제, 준결승이로군! 지금까지 참으로 볼 만한 시합이었다!"
무네노리："드디어 핫토리 한조와 미야모토 무사시의 대결인가."
 
무사시는 노부나가가 고용한 대단한 실력의 자객. 만약 한조 님이 무사시에게 진다면….
 
무네노리："아무리 핫토리 한조라고 해도, 미야모토의 힘은 압도적이다."
무네노리："게다가 이 시합은 검술 시합이다. 섣불리 인술을 쓸 수도 없어."
 
한조 님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사무라이："그럼, 시작!"

 

​한조："……."
무사시："……."
 
두 사람이 한 발 한 발 간격을 좁혀 나간다….
 
무사시："하압!"
 
한조 님이 무사시 쪽으로 접근하는 순간, 무사시가 태도(太刀)로 내리쳤다.
 
한조："……!"

한조 님이 재빨리 몸을 돌리며 무사시의 칼을 피했다.
 
무네노리："역시 핫토리 한조다. 이 공격을 피하지 못해서, 다들 두 동강이 난 거라고."

​무사시가 상단을 겨누며, 한 손으로 태도를 거두었다.
 
무네노리："저 남자…. 저 정도 크기의 검을 한 손으로, 그것도 자유자재로 다루다니."
 
무사시가 다시 칼을 휘두르는 순간, 한조 님이 재빨리 소태도로 찔러 들어왔다!
 
무사시："……!"
사무라이："와아아!"
 
격렬한 전투에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무사시："우럇!"
 
무사시가 단도로 한조 님의 칼을 막는다! 두 사람이 서로 칼날을 맞부딪기 시작했다.

​무네노리："…이런!"

무네노리 님이 무의식 중에 일어섰다.
 
무사시："하압!"

무사시가 태도로 한조 님의 검을 밀어냄과 동시에, 단도로 공격했다.
 
한조："윽…!"
 
한조 님의 가슴에 피가 고였다!
 
린："한…!"
무네노리："소리 낮춰!"
 
무네노리 님이 재빨리 내 입을 막았다.
 
​한조："……."
 
천천히 한조 님의 몸이 땅에 쓰러지고….
 
사무라이："무사시라는 자의 승리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미츠히데："무사시, 잘 했네! 결승에 대비해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무사시："예."
미츠히데："너희들은 패자의 시체를 끌어내라!"
한조："……."
 
한조 님은 땅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다….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한조 님을 내려다 본다.
 
(한조："공주…. 당신을 다치게 하는 자가 있다면, 제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셨던 한조 님이 죽다니…. 거짓말이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