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12장

​다음 날.

미츠히데："오오, 무네노리 공! 여기 계셨는가! 실은 자네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네."
무네노리："하실 말씀이라면?"

미츠히데："지금 노부나가 님은 하시바 히데요시 님의 원군으로 갈 생각이시라네."
무네노리："히데요시 님이라면, 모리와의 싸움입니까?"
미츠히데："그렇네. 거기 직접 출진하실 예정이네만…."
미츠히데："얼마 전 닌자의 습격도 있었고 하니, 부디 노부나가 님의 경호를 부탁해도 되겠는가?"
 
무네노리："제가 노부나가 님의 경호를…?"
미츠히데："자네가 몸을 던져 지켜 준 일로 노부나가 님이 몹시 감동하셨다네. 어때, 생각해 보겠는가?"
 
무네노리："물론입니다. 저는 노부나가 님의 명에 따를 뿐입니다."
미츠히데："오, 그런가! 다행이군! 노부나가 님께서도 무척 기뻐하실 걸세!"

미츠히데가 기분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네노리："출발은 언제입니까?"
미츠히데："갑작스럽겠지만, 모레라네. 혼노오지에 갈 일이 있으셔서."
 
혼노오지…?
 
미츠히데："교토에 있는 혼노오지에 들른 후, 히데요시 님의 군과 합류할 예정이라네."
무네노리："예. 잘 알겠습니다."
미츠히데："아 참, 그 미야모토 무사시도 같이 경호를 맡기로 했다네."
 
미야모토 무사시까지….
 
미츠히데："그럼, 잘 부탁함세!"

 

무네노리："드디어 절호의 기회가 왔군. 아즈치 성을 나서면 노부나가를 노릴 틈이 생기겠지."
 
무네노리 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무네노리："노부나가를 치고 나면…. 그 때는 너도 평범한 여자 아이로 돌아갈 수 있겠군."
린："……."
 
그렇게 되면…, 무네노리 님과의 인연도 완전히 끝나는 거다.
 
(무네노리："그런 눈으로 봐도, 난 너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어.")

​하지만, 그 편이 나을지도 몰라….
깨끗하게 과거를 잊고, 절에 사는 평범한 여자 아이로 돌아가는 편이….

 

이틀 후.
여기가 혼노오지….
 
무네노리："아오이,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인기척이 없는 나무 뒤로 향했다.

​무네노리："아즈치 성을 나와서 핫토리 한조에게 서신을 보냈다. 지금쯤 이 쪽으로 향하고 있을 거야."
​무네노리："말을 타고 온다면, 해 질 무렵엔 이 곳에 도착하겠지."
​무네노리："밤중에 절을 빠져나가서 그와 함께 앞으로의 작전을 이야기하러 갈 거다."
린："네, 알겠어요."
무네노리："너도 같이 간다. 그리고…. 그대로 그 쪽에 남아."
 
한조 님이 계신 곳에….
 
린："…네."＊
 
여기서 내가 고집을 피우면, 무네노리 님께 폐를 끼치게 돼….

무네노리："작전대로 노부나가를 해치우고 나면…. 나도 너도, 각자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거다."
무네노리："…야규의 검술 사범과, 칸신지 절의 딸로."
 
그렇게 되면,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
 
(무네노리："너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넓어진 기분이 들어.")
(무네노리："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상에 살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나는 무네노리 님의 눈을 바라보았다.
 
린："무네노리 님….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고 싶어요. 저와 만난 걸, 후회해요?"
무네노리："……."
린："부탁이에요…. 이제 마지막이니까, 진심이라도 말해 주세요."
무네노리："진심을 말하면…. 서로 힘들어질 뿐이야."
린："……."
 
제발 부탁이니, 솔직히 말해 줄 수 없나요?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무네노리："나는 앞으로도, 야규를 짊어진 채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무네노리："…넌 나 같은 건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살아."
 
(무네노리："속마음은 숨기는 거라고 배웠다.")
(무네노리："그게 야규의 법도니까.")
 
린："……."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무네노리："그런 얼굴 하지 마라. 그게 널 위한 거야."
 
(무네노리："나는 너와 있으면 야규의 후계자가 아닌, 평범한 남자로 돌아가 버린다.")

​무네노리 님은 그렇게 야규의 후계자로서의 인생만 살아야 하는 거야…?

 

​린："이제 곧 해가 지겠네…."
 
오늘 밤 사이에 혼노오지를 빠져 나가면, 이제 무네노리 님과는 영영 헤어지는 것이다.
 
고양이："야옹"
린："어머, 새끼 고양이!"
 
나는 새끼 고양이를 안고, 볼을 비볐다.
 
고양이："야옹~"
린："그래, 그래. 착하지…."
 
그렇게 잘난 척만 하더니, 고양이는 질색하던 무네노리 님.
그런 그가 나는 너무 좋았다.
 
린："하지만, 이젠 잊어야 해…."

 

​무사시："……."
 
미야모토 무사시…?
나는 고양이를 안은 채로 얼른 자세를 고쳤다.
 
무사시："너, 야규 무네노리의 하녀 맞지?"
린："……."
무사시："뭘 그렇게 경계하고 있나? 내가 그 고양이 빼앗아서 잡아 먹기라도 할 것 같아?"
린："자, 잡아 먹는다구요?"
무사시："걱정 마. 내가 무슨 늑대도 아니고, 고양이는 안 먹어."
린："……."
 
나는 빤히 무사시 씨를 올려다 보았다.

​무사시："…뭐지?"
린："무사시 씨는 훨씬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어요."
무사시："무서운 사람?"
린："네. 지옥에서 온 괴물 같은…."
무사시："표현이 좀 지나친 거 아니야?"
 
무사시 씨가 손을 뻗어, 새끼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가르릉…. 가릉"
린："…고양이 좋아하세요?"
무사시："좋아하지. 늑대도 좋아해. 어릴 때는 늑대가 친구였지."
린："네?"
무사시："난 산에서 자랐거든. 그 땐 늑대랑 이야기도 했던 것 같아."
린："아우우! 컹 컹! 하고?"
무사시："…너, 흉내 잘 내는데?"
 
그가 감탄한 듯 나를 보았다.

 

​린："저도 산에서 자랐거든요."
무사시："보통 사람들이라면, 진짜 늑대 소리와 구분 못 하겠는걸."
린："무사시 씨는 구별하실 수 있겠어요?"
무사시："나야 녀석들과 오래 부대끼고 지냈으니까."
린："풉… 아하하!"
 
왠지 무사시 씨는 재미있어….
 
무사시："너, 특이한 여자애구나."
린："무사시 씨야말로 너무 재미있으세요."
무사시："그래?"
고양이："가르릉…. 가르릉"

​고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커다란 손…. 이 사람도 어릴 때부터 항상 검을 잡았겠구나.
 
린："저…. 무사시 씨는 어떻게 그렇게 실력이 좋으시죠?"
무사시："검을 좋아하니까."
 
정말 간단한 대답….
 
무사시："어릴 때부터 검을 좋아했어. 늘 검술을 겨룰 상대를 찾았지."
무사시："그리고 그건 지금도 같아. 나는 늘 찾고 있어. 검을 겨룰 만한 실력 있는 자를."

 

오리쿠："어머, 아오이!"
 
아, 이 사람…. 오리쿠 씨라고 했지.
 
​오리쿠："마침 잘 됐구나! 차를 끓였는데, 방에 좀 가져다 줄래?"
 
린："아, 네. 알겠습니다!"
 
오리쿠："고마워! 절에 계신 모두에게 차를 내 드려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해서…. 그럼 부탁해!"

 

​린："무네노리 님, 차 가지고 왔어요."
무네노리："그래, 고맙군."
 
무네노리 님과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것도, 이걸로 마지막이겠지.
무네노리 님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무네노리："…넌 마시지 마!"
 
갑자기 내 잔을 빼앗았다.
 
무네노리："이 차는 누가 끓인 거지?!"
린："아, 아까…. 오리쿠 씨라는 하녀가…!"
 
갑자기 미닫이 문이 열렸다.

 

오리쿠 씨…?!
오리쿠 씨가 사무라이들을 거느린 채….
 
오리쿠："오호호! 천하의 야규 무네노리가, 방심한 것 같군!"
오리쿠："그 계집에게 홀리기라도 한 거냐?"
무네노리："네 놈은 하치스카 가의…?!"
 
그럼, 이 사무라이들은 하치스카 가의 닌자들…?!
 
무네노리："욱…!"
 
─털썩
 
오리쿠："차에다 마취제를 섞었지. 이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거다!"
오리쿠："얘들아, 두 녀석을 밧줄로 묶어라!"
 
닌자들：""예!!""
 
(무네노리 님…!)

​나는 순간적으로 무네노리 님의 검을 들고, 칼집에서 빼 내는 것도 잊은 채 닌자의 팔을 내리쳤다.
 
닌자："윽!"
린："그 사람에게서 손 떼!"
닌자："이 계집이…!"
오리쿠："가만 있지 못 해!"
 
오리쿠가 내 팔을 잡고 비틀어 올렸다.
 
린："앗…!"
오리쿠："잠자코 있어! 얼른 두 사람을 묶어서 끌고 와!"

 

 
​오리쿠："잘 들어! 목소리 높이면 죽는다…. 어차피 지금 무네노리는 말도 제대로 못 하겠지만."
무네노리："……."
린："우릴 대체 어디로?!"
오리쿠："입 닥치고 걷기나 해!"

 

​여기는 노부나가가 머무르는 본당…?!
 
린："이…이건 대체…?!"
 
노부나가가 가슴에서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다…!

​미츠히데："수고했다, 오리쿠."
 
미츠히데가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있다….
설마, 미츠히데가 노부나가에게 역모를…?!
 
미츠히데："너희들은 물러가 있거라."
오리쿠："네!"
린："당신은 처음부터…. 노부나가를 죽일 생각으로?"
미츠히데："그래, 그 말대로다. …닌자 공주."
 
린："……!!"
 
미츠히데："후하핫! 감쪽같이 계략에 말려들었구나!"
 
평상 시의 상냥한 미소와는 다른 얼굴….

​미츠히데："저승 가는 선물로 알려 주지. 나는 언젠가 천하를 손에 쥐기 위해, 계속 기회를 노려 왔다."
​미츠히데："하지만 노부나가에게 반란을 일으킨 사실이 알려지면 그를 따르는 다른 무장들에게 당하고 만다."
​미츠히데："하시바 히데요시들이 일제히 복수하러 올 테니까."
 
린："그래서, 무네노리 님께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미츠히데："하핫, 꽤 눈치가 빠르군!"
​미츠히데："나도 노부나가와 마찬가지로 야규… 즉 도쿠가와 세력을 의심했었지."
​미츠히데："그리고는 검술 시합 날…, 오리쿠가 너와 핫토리 한조의 이야기를 엿듣게 한 것이다."
 
그 대화를 오리쿠 씨가 엿들었다고…?!
 
미츠히데："그렇게 너희들의 진의를 알아 낸 거지."
​미츠히데："도쿠가와가 야규를 이용해 닌자와 손을 잡고, 노부나가를 치려 한다는 것을."
린："그래서, 반대로 우리를 이용하려고…?"
미츠히데："그렇다. 도쿠가와가 야규 무네노리를 써서 역모를 일으켰다고."
​미츠히데："그 음모의 범인인 무네노리를 죽이고, 내 공을 쌓는 거지."
​미츠히데："주군의 복수를 한 가신으로서, 내게 천하가 굴러 들어오게 만들 것이다."
린："하치스카 가는 노부나가의 부하가 아니었던 건가?"
미츠히데："오리쿠들은 이미 노부나가를 배신하고 내 쪽으로 돌아섰다."
​미츠히데："…닌자들은 돈만 쥐어 주면 간단히 돌아서니 말이야."

 

미츠히데가 무네노리 님의 턱을 치켜들었다.

​무네노리："……."
미츠히데："네가 뛰어난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만…. 내 계략도 꽤 쓸 만하지 않나?"
무네노리："크윽…."
미츠히데："하하핫! 약기운이 퍼져서 이제 말도 안 나오는 건가?"
 
미츠히데："밤이 깊어지면…. 모두가 잠들고 고요해진 틈을 타, 절에 불을 낼 것이다."
미츠히데："그리고 네 놈을 역모의 범인으로 만드는 거야."
무네노리："……."
 
​미츠히데："넌 나에게 베이고, 이에야스는 역모의 주모자로서 쫓기게 되는 거지…."
미츠히데："괜찮은 이야기 아닌가?"
​무네노리："큭…. 고, 공주는…."
미츠히데："뭐? 닌자의 공주가 어쨌다고?"
무네노리："공주의…. 목숨만은…."
미츠히데："크하하! 야규 무네노리도 별 수 없는 남자였군!"
미츠히데："죽을 상황이 되면, 사랑하는 여자의 목숨을 구걸하게 되는 건가!"
무네노리："……."
미츠히데："야규나 도쿠가와의 운명보다도, 사랑하는 여자가 소중하다 이건가! 하하핫!"
 
무네노리 님…!
 
미츠히데："걱정할 것 없다. …공주도 너와 함께 저 세상으로 보내 주지."
 
미츠히데가 본당의 문에 손을 뻗었다.
 
미츠히데："밤이 깊을 때까지, 열심히 사랑이나 나눠 보도록."
무네노리："……."
 
무겁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본당 문이 닫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