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5장

​며칠 뒤.
 
무네노리："닌자는 도약이 특기다. 녀석들은 몸을 날리며 칼을 겨누고 머리 위에서 공격해 올 터!"
사무라이："예!"
 
나는 노부카츠의 병사들 틈에 섞여 검술 수업을 받았다.

무네노리："정수리부터 베이고 싶지 않거든, 자세를 낮추는 역베기를 기억해라!"
사무라이："예!"
무네노리："그럼, 시작!"
 
─휙! 휙!

사무라이들이 일제히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으…. 목검이 무거워서 제대로 휘두를 수가 없어….
 
무네노리："아오이!"
린："네…에!"
무네노리："하체에 힘을 더 실어야지!"
 
아얏! 그렇게 세게 엉덩이를 때릴 것까지는…!
 
린："이, 이렇게요?"
 
겨우 겨우 목검을 비틀거리며 휘둘러 본다.
 
무네노리："아니, 전혀 안 되겠어."
린："……."
무네노리："오늘부터 매일 천 번씩 연습하도록."
린："처, 천 번…?!"
무네노리："내 명령에 따를 수 없다는 건가?"
린："그런 건 아니지만…."
무네노리："그러면 잠자코 시키는 대로 해!"
 
왜 이렇게 가학적으로 가르치는 거야…?

 

​무네노리："내 말 듣고 있나?"
 
무네노리 님이 갑자기 내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무네노리："여기서는 아가씨 응석이 통하지 않아."
린："……."
 
나도 처음부터 대충 할 생각은 없었다고…! 엄살 피우지 않고 전심을 다하고 있는데….

 

​그 후로, 나는 틈틈이 검술 연습을 했다.
 
린："아야야…."

목검을 너무 휘둘렀더니 손바닥에 물집이 생겼다.
 
린："후우….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무사１："역시 무네노리 님의 수업은 대단해!"
 
그 때, 젊은 무사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 왔다.
 
무사２："과연 천하의 야규 후계자야. 검술무쌍이라 불릴 만도 해!"
무사３："검술 사범만 하는 게 아니라, 전략과 전술에 능하다는 소문도 있다고."
무사３："이에야스 님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뭐든지 의논한다는군!"
 
다들 무네노리 님을 존경하고 있구나.
그 정도 지위와 실력의 소유자이니, 가학적이고 건방진 태도도 당연한 것이려나….
하지만 한조 님도 지위와 실력이 있는데, 자상하고 겸손하시잖아? 역시 두 사람은 너무 달라….
 
잠시 후, 이번에는 하녀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 왔다.
 
하녀１："있잖아, 저 아오이라는 애. 무네노리 님이랑 어떤 사이일까?"
 
어라…? 내 얘기를 하고 있네.
 
하녀２："근본도 모르는 하녀 주제에, 엄청 귀여움 받고 있잖아!"
하녀２："별로 예쁘지도 않으면서!"
하녀３："맞아. 아무리 봐도 평범한 시골뜨기 계집애인데!"
 
너무해….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하녀１："그게, 밤 시중 시키려고 데려 온 것 뿐이라며?"
하녀２："그래도 부럽다! 나도 무네노리 님 밤 시중 들고 싶어라!"
 
역시 무네노리 님은 대단하시구나.
잘 생기고 인기도 많고, 집안도 좋고 검술도 머리도 전부 뛰어나.
나랑은 전혀 안 어울리는 사람….
 
린："어머?"
 
무네노리 님과 어울릴 것도 아니면서, 내가 어째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밤에도 나는 마당에 나와 검술 연습에 열중했다.
 
린："좋아…. 이걸로 900번…."
 
물집이 터져서 피가 배어 나온다. 그래도 아직 백 번이나 남았어….

─슉! 슉!

 

​무네노리："좀 더 중심을 똑바로 해서 잡도록."
린："무네노리 님…!"
무네노리："점심 때보다는 좀 나아졌는데?"
린："정말요? 다행이다…!"
무네노리："좀 나아진 정도로 기뻐할 것 없어."
 
하아…. 또 시작이야.
 
린："저 같은 낙제생 가르치는 거, 답답하지 않으세요?"
무네노리："물론, 엄청 답답해."
 
그러면 그렇지….

​린："…무네노리 님은 완벽하시니까요."
무네노리："그래, 완벽해. 그게 뭐?"
 
본인 스스로 완벽하다고 단정하다니. 그래서 그렇게 늘 사람을 깔보는 건가…?
 
무네노리："뭐야?"
린："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하녀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어요."
린："입을 모아 말하던걸요? 무네노리 님의 밤 시중을 들고 싶다고."
무네노리："바보, 그런 건 큰 소리로 말하지 마!"
린："읍…!"
 
무네노리 님이 한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무네노리："정말이지…. 이렇게 앞 뒤 안 가리는 여자는 처음 보는군."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네노리："머리도 헝클어져서 엉망이고."
린："그, 그건 휘두르는 연습을 했으니까…!"
무네노리："어머니나 언니한테, 여자로서의 예의범절 같은 건 안 배웠나?"
린："그게…. 제겐 어머니나 언니가 없었으니까요."
무네노리："그렇군…. 네겐 가족이 없었지. …가족이 없어서 외롭나?"
린："……."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린："그래도…. 제 곁에는 할아버지와 가족 같은 동자승들이 있었으니까요."
무네노리："…피가 섞였어도 외면하는 관계에 비하면 나은 거지."
 
무네노리 님 가족은 어떤 느낌일까…?
 
(무네노리："속마음은 숨기는 거라고 배워 왔다.")
(무네노리："야규의 후계자로서 감정을 죽이는 훈련을 하며 자랐지.")
 
가족들에게까지 속마음을 감추어 왔던 걸까…?

 

​나는 조심스레 무네노리 님의 기모노 소매를 잡았다.
 
무네노리："…무슨 짓이냐?"
린："그게…."
 
뭐냐고 물어봐도…. 그냥 멋대로 손이 간 것 뿐인데….
 
─부스럭
 
고양이："야옹!"
린："어머, 고양이네!"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이 덥썩 나에게 매달렸다.
 
린："뭐, 뭐죠…?!"
무네노리："부, 불시에 공격하다니… 놀랐잖아!"
린："공격이라뇨…. 고양이일 뿐인데요? 얘, 이리 오렴!"
무네노리："그…그만 둬!"
 
무네노리 님의 손에 땀이 흥건하다…?
 
린："혹시…, 고양이 무서워하세요?"
무네노리："무서운 건 아니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까…."
고양이："야─옹!"
무네노리："으악…!"
 
…역시, 무서워하는 거 맞잖아.
 
고양이："야옹, 야옹"
린："미안해. 놀아 주고 싶은데, 이 오라버니는 네가 무서운가 봐."
무네노리："누가 오라버니야! 그리고 무서운 게 아니라…!"
고양이："야오옹…."
 
고양이가 사뿐사뿐 숲 쪽으로 사라졌다.

 

​린："…왜 고양이를 무서워하세요?"
무네노리："…어릴 때, 도장에서 하인들에게 고양이 귀신 이야기를 자주 들었거든."
린："고양이 귀신…?"
무네노리："그러던 어느 날, 벌로 곳간에 갇혔을 때 어둠 속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린："풉…."
무네노리："…웃지 마."
린："아하하…!"
무네노리："웃지 말라니까…!"
린："못 참겠어요…. 너무 웃겨요…! 아하하…!"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이 토라진 얼굴을 하신다.
…왠지 신선한 느낌.

​린："그럼, 평소에 고양이를 보면 어떻게 하시는데요?"
무네노리："…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식은땀이 흘러."
무네노리："우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린："푸훗…."
무네노리："…너, 지금 비웃었지?"
 
아…. 지금, 나를 친근감 있게 '너'라고 불렀다.
아주 조금은, 무네노리 님과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린："후후…. 무네노리 님 약점을 알게 됐네요!"
무네노리："명심해.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가만 두지 않겠어."
린："가만 안 두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무네노리："자는 사이에 덮쳐서, 시집도 못 가게 만들어 주지."
린："무, 무슨 그런 말을…!"
무네노리："걱정되지? 그냥 둬도 시집 가기 힘들 텐데."
 
(으….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린："야옹!"
무네노리："하, 하지 마…!"
린："야옹, 야아옹!"
무네노리："제발 그만 둬!"
 
나는 무네노리 님을 꼭 껴안고, 어린 아이 달래듯이 등을 두드려 주었다.
 
린："그래 그래, 안 무서워! 착하지~"
무네노리："…이건 굴욕이다…."
 
무네노리 님, 귀여운 면도 있네.
친근한 모습을 본 것 같아서 기뻐….

 

​린："후우, 어렵다…."
 
나는 이불을 덮고 엎드린 채, 한조 님이 주신 비전서를 펼쳤다.
 
무네노리："하루도 빠짐 없이, 밤마다 열심히도 읽는군."
린："조금이라도 인술에 대해 알고 싶어서…. 하지만 금방 잠이 와 버려요."
린："이 이불이 너무 푹신푹신해서 기분이 좋아서인지…."
무네노리："? 그냥 평범한 이불이잖아?"
린："그야, 부유한 무네노리 님이 보기엔 평범하겠지만…. 저는 늘 얇고 거친 이불을 덮고 잤거든요."
무네노리："그렇게 절이 가난했나?"
린："가난했다기보다는, 보통 서민들은 다 그렇거든요!"
린："이불 위에서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호사라구요."
무네노리："그랬구나…! 그래서 네가 그렇게 튼튼했던 거로군?"
 
"그랬구나…!" 라니, 지금 설마 진심으로 감동 받은 거야?
무네노리 님이야말로 세상 물정 너무 모르시는 거 아닌가요? 라고 받아치면 한 대 맞으려나….

린："그래도 닌자는 대단하네요. 밧줄 위에서도 잘 수 있다면서요?"
무네노리："나도 밧줄 위에서 돌려베기 정도는 할 수 있어. 그건 평형 감각의 문제니까."
린："와아, 대단하세요! 저 같은 건 평생을 가도 못 할 거예요."
무네노리："그야 그렇겠지. 넌 좀 우둔한 것 같고."
 
우둔…. 지금 내가 어리석고 둔하다는 얘기야?

 

​린："…이 두루마리에 쓰여 있어요."
​린："닌자는 동물 울음 소리 흉내를 내면서,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거라고."
​린："동물 울음 소리라면 나도 낼 줄 아는데…. 야옹!"
 
무네노리："아, 진짜! 하지 마!"
린："호호호!"
무네노리："후, 정말이지…. 너만큼은 몰랐어야 했는데."
 
무네노리 님이 톡 하고 내 머리를 두드렸다.
 
결국 한 대 얻어 맞았지만….
그래도 지금 손길에는 왠지 다정함이 느껴졌어.

​린："그래도 전 기분 좋아요. 완벽한 무네노리 님께도 그런 인간적인 면이 있다는 게…."
무네노리："인간적이라니…. 고양이를 싫어하는 게?"
린："네."
무네노리："…그 녀석들, 이 쪽이 피하면 따라오잖아? 그런 것도 마음에 안 들어."
린："뭐, 고양이들은 원래 그러니까요!"
무네노리："휴우…."
무네노리："…너와 있으면, 이상해진다."
린："저기, 제게는 린이라는 이름이 있다구요."
무네노리："뭐야, 이름을 불러 주길 바라는 거냐?"
린："이름이 있는데도 불러 주지 않는 건, 실례잖아요."＊
무네노리："사사건건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지 말라고."
린："……."
무네노리："뭐야, 또 토라졌나?"
린："…토라지지 않았어요!"
무네노리："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꼭 고양이 같군."
 
(그건 즉…, 내가 싫다는 뜻…?)

 

린："…이제 잘래요!"
무네노리："정말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꼬마 아가씨야."
린："꼬마 아가씨라고 부르지 좀 마세요. 저 그렇게 어린애 아니거든요?"
무네노리："호오…. 그래?"
린："……!"

​무네노리 님이 내 몸 위로 올라왔다…!
무네노리："진짜 애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까…."

입술을 귀에 대고 속삭여 온다….
그에게 강제로 손목을 잡혔다…!
그의 입술이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왔다.
 
린："싫어…!"
 
무네노리："…바보. 장난인 게 당연하잖아."
린："……?"
무네노리："그렇게 뻣뻣하게 구는 걸 보니, 역시 어린애로군."

​(어째서 이런 식으로 놀리는 거지?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무네노리："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 그만 잠이나 자도록."
린："……."
 
(무네노리："진짜 어린앤지 아닌지, 확인해 볼까….")
 
그가 속삭여 온 귓가가 뜨겁다. 손목을 잡혔던 느낌도 아직 남아 있다.
화나면서도 왜 한편은 가슴이 뛰는 거지…?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