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4장

​무네노리："오다와 도쿠가와는 동맹을 맺은 상태지. 하지만 그건 표면상일 뿐…."
​무네노리："당신도 그걸 알고 야규에게 서신을 보냈던 것 아닌가?"
한조："예…. 이시카와 고에몬이 도쿠가와의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무네노리："이시카와 고에몬이라…. 명석하고 인술이 뛰어나다는 닌자로군."
​무네노리："역시 이가에는 우수한 닌자가 많아."
한조："이가 뿐만 아니라 코우가, 후우마…. 전국에 우수한 닌자는 많습니다."
무네노리："그들이 결속하여 노부나가를 치겠다는 거군."
​무네노리："그 정점에 서는 것이 핫토리 한조…. 바로 당신인가."

​한조："예. 하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천하의 노부나가에게 접근하기도 어렵습니다."
​한조："그래서 야규 님께 협력을 부탁드리는 겁니다."
무네노리："이에야스 님은 예전부터 노부나가의 방식을 좋게 보고 있지 않았다."
무네노리："언젠가 오다를 쓰러뜨리고 천하 통일을 꾀하려 하고 계시지."
무네노리："나는 천하를 쥘 만한 그릇은 이에야스 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네노리："…노부나가가 천하를 손에 넣은들 전란의 세상은 끝나지 않을 터."
한조："이에야스 님이라면 태평성대의 세상을 만드실 수 있다는…?"
무네노리："그렇지."

​전쟁 없이,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
이에야스 님이라면 그걸 실현할 수 있을까…?

​무네노리："하지만, 현재 사실 상 상전인 노부나가에게 덤벼든다는 건 자살 행위…."
무네노리："그래서 카게 야규에게 밀명이 내려진 거다."
한조："표면 상으로는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카게 야규의 힘으로 노부나가를 노린다…?"
무네노리："그렇다. 하지만… 오다의 힘은 막강해."
무네노리："아무리 카게 야규라고 해도 간단히 노부나가를 벨 수는 없다. 그래서 당신들과 손을 잡고자 한 것이지."
한조："…그 때문에 제 실력을 시험해 본 것이었군요."
무네노리："닌자를 이끌 인물의 실력을 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무네노리 님이 똑바로 한조 님을 응시했다.
 
무네노리："당신, 내 의도를 이미 알고 있었군."
한조："그렇습니다…. 야규 님의 검에는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요."
 
(한조："야규 님의 진의를 듣고 싶습니다.")
(무네노리："그건 이 검에게 묻도록.")
 
두 사람 다, 서로의 진의를 간파하고 있었던 거였어….
 
무네노리："검술, 인술 뿐만 아니라 통찰력과 판단력…. 당신은 두령으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것 같군."
한조："그렇다면…. 송구하지만 저희들을 도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무네노리："말해 두지만, 나는 닌자의 미래 같은 건 관심 없다."
무네노리："야규는 어디까지나 도쿠가와 가를 모시는 입장이고, 카게 야규도 닌자와는 선을 긋는 집단이다."
 
무네노리 님은, 표면 상으로는 사무라이니까….
 
무네노리："하지만, '타도 노부나가'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서는 협력해야겠지."
무네노리："그게 서로에게 있어서도 이익일 테니까."
 
이익….
 
무네노리："기억해 두게. 야규는 어디까지나 이익을 위해서 닌자와 손을 잡는다는 것을."

 

밤이 되고, 우리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했다.
쿠마 님이 마치 진짜 곰처럼, 맨 손으로 민물고기를 잡아 주었다.

​쿠마："한조 님! 생선 맛은 좀 어떠신지요?"
한조："음, 맛있군. 생선을 잡아 줘서 고맙다, 쿠마."
쿠마："그런 과분한 말씀은…."
 
쿠마 님의 볼이 붉어졌다. 혹시 한조 님을 좋아하시는 걸까…?
 
한조："쿠마를 부르길 잘 했어. 덕분에 공주도 찾을 수 있었으니…."
쿠마："무슨 그런 말씀을…!"
 
후훗! 하긴, 이런 자상한 행수라면 좋아할 만도 하지.
무네노리 님이 살짝 귓가에 속삭여 왔다.
 
무네노리："너, 어딜 그리 넋 놓고 있는 거냐?"
린："네?"
​무네노리："아까부터 핫토리 한조를 넋 놓고 보고 있잖아."
린："넋을 놓고 보다뇨…!?"
무네노리："뭐, 나랑은 상관 없지만."
 
상관도 없다면서,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야…?
 
무네노리："한조 님."
 
무네노리 님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무네노리："이 쿠노이치, 정말 믿을 수 있소?"
쿠마："뭐라고…?!"
 
쿠마 님이 정색을 하며 일어섰다.
 
쿠마："대체 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 겁니까?!"
무네노리："네가 정말 배신하지 않을 인간인지 확인해 두는 거다."
쿠마："뭐? 내가 한조 님을 배신한다고?!"
한조："진정해, 쿠마!"
 
한조 님이 쿠마 님의 팔을 잡으셨다.
 
무네노리："윗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에 의문을 가졌을 뿐이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쿠마 님은 한조 님을 위해서 저렇게 열심히 책임을 다하고 있는데….
 
한조："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핫토리 가에 충성을 맹세한 몸입니다."
한조："쿠마는 제가 누구보다도 신용할 수 있는 쿠노이치입니다."
무네노리："그런가. 그럼,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본론…?

 

​무네노리："노부나가의 아들, 노부카츠가 이가를 칠 준비를 하고 있네."
 
이가를 친다고…?!
 
한조："그…그게 정말입니까?"
무네노리："이가의 근처에 있는 마루야마 성에 대량의 병사를 모으고 있으니,"
무네노리："당신들은 곧 이가로 돌아가서 수비를 강화하는 게 좋아."
무네노리："노부나가는 결코 닌자를 만만하게 보고 있지 않아."
무네노리："아무리 당신들의 인술이 우수하다고 해도, 그 많은 대군에게는 당해 낼 수 없을 터."
한조："……."
​무네노리："맞붙어 싸우기보다는 수비를 강화하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하네."

​이가 공격의 정보조차, 무네노리 님이 없었다면 알 수 없었을 일이었다니….
 
무네노리："나는 내일 마루야마 성으로 향할 생각이다."
한조："마루야마 성에…?"
무네노리："노부나가로부터 병사의 검술 사범을 요청 받았다."
무네노리："나는 오다 측의 정보를 입수하고 당신들에게 보고하지."
한조："알겠습니다. 즉시 이가로 돌아가서 수비를 강화하겠습니다. 공주도 그럼 저희와 함께…."
무네노리："아니, 공주는 내가 데리고 간다."
린："네에…?!"
한조："야규 님, 그건…!"
무네노리："냉정하게 생각해 보라고. 노부나가의 적인 핫토리와, 아군으로 보이는 야규…."
무네노리："공주가 어느 쪽과 동행하는 게 안전할지."
한조："…알겠습니다."
 
한조 님이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셨다….
 
한조："공주는 괜찮으시겠습니까?"
린："……."
 
나는 불만스러운 얼굴을 했다.＊
 
무네노리："뭐야, 그 얼굴은? 불만 있으면 확실히 말해."
린："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하아…. 결국 또 무네노리 님과 함께 움직이게 되어 버리다니.
 
한조："그럼, 내일을 위해서 자 둡시다."
쿠마："한조 님! 이 쪽에 동굴이 두 개 있습니다."
무네노리："그럼 난 이 쪽에서 자겠네."
 
무네노리 님이 한 쪽 동굴을 향해 걷다가 휙 내 쪽을 돌아 보았다.
 
무네노리："공주, 당신은 어디서 잘 거지?"
린："네? …글쎄요…."
한조："공주, 송구하지만 제가 공주 곁에서 경호를…."
쿠마："……!"
 
우앗…! 쿠마 님의 이마에 핏줄이 섰어…!
 
린："저기…, 저는 무네노리 님 쪽에서 잘게요! 내일 있을 일에 대해서 이야기도 좀 하고…."
한조："…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쿠마："한조 님! 한조 님은 저 쿠마가 경호하겠습니다!"
한조："…아니…. 내 몸은 내가 지킨다."
린："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무네노리 님 곁에서 자는 것도 이제 익숙해진 듯 싶다….

​무네노리："저 쿠노이치, 아무래도 핫토리 한조에게 홀딱 반한 모양이군."
린："역시, 무네노리 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무네노리："그런 거야, 얼굴만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크큭…."
 
무네노리 님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으셨다….
 
무네노리："아까도 널 물어뜯을 듯한 얼굴이었잖아?"
린："하하…. 맞아요! 저도 강에서 잡은 생선 꼴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무네노리："그래도 아쉽겠군. 한조 님과 같이 못 자서."
린："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무네노리："아무튼 내일 얘긴데, 마루야마 성에서는 널 내 하녀로 소개할 생각이다."
린："하, 하녀…."
 
왠지 무네노리 님…. 엄청나게 부려먹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무네노리："마음껏 부려먹어 주지."
 
그러면 그렇지…!
 
무네노리："본명은 밝히지 않는 게 좋아. 넌… 그래, 아오이(蒼)라고 부르지."
린："아오이…."
무네노리："왜. 마음에 안 드나?"
린："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무네노리："…어차피 내가 하는 건 죄다 불만이잖아."
린："네…?"
무네노리："넌 한조 같은 자상한 남자 쪽이 좋잖아?"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시는 거야…?)
 
말문이 막혔다.＊
 
린："……."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무네노리："…쓸 데 없는 걸 물어봐서 미안하게 됐군."
​무네노리："등 쪽에 더 가까이 붙어라."
린："…네?"
무네노리："으스스한 게 춥다."
린："네에…."

나는 무네노리 님의 등에 바짝 붙었다.
 
무네노리："이러면 감기는 안 걸리겠지."
 
나를 난로 대신 이용하는 거야…?
그래도, 이렇게 이용되는 건 나쁘지 않을지도….

…어? 나,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한조："야규 님, 공주.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린："네, 한조 님도 쿠마 님도 조심하세요!"
한조："야규 님…. 부디 공주를 잘 부탁합니다."
무네노리："그래. 당신들의 소중한 공주님은 내가 잘 모시지."
 
한조："공주, 이것을…."
 
한조 님이 두루마리를 건네 주셨다.
 
린："반류슈카이…?"
한조："이가 인술(忍術)의 비전서입니다. 이 책이 공주의 목숨을 구할지도 모릅니다."
린："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다 노부카츠가 있다는 마루야마 성으로 향했다.

 

​린："와, 성이 정말 훌륭하네요…!"
무네노리："정말이지 아무 걱정 없는 아가씨로군."
린："……."
 
그치만…. 이런 훌륭한 성을 보는 건 처음이라 놀랐는걸….

​무네노리："지금부터 타키가와 카츠토시(滝川勝俊)라는 자에게 인사하러 갈 거다."
​무네노리："타키가와는 노부카츠의 가신으로, 싸움에서 실질적인 지휘를 맡고 있지."
린："노부카츠가 지휘하는 게 아닌가요?"
무네노리："노부카츠는 경박하고 생각 없는 남자다."
​무네노리："타키가와 같은 명석한 자가 옆에 없으면, 전쟁 같은 건 못 할 위인이지."
린："그렇군요…."
 
무장의 곁에는 무네노리 님 같은 우수한 참모가 필요한 법이구나….

 

​무네노리："야규 무네노리, 지금 도착했습니다."
타키가와："오오, 무네노리 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사람이 타키가와 카츠토시…. 확실히 명석해 보인다.
 
타키가와："무네노리 님이 와 주시니 든든합니다! 무엇보다도 천하의 야규 후계자이시고…."
타키가와："검술무쌍(剣術無雙)이라 불리는 분이시니까요."
 
검술무쌍이라…. 검으로 견줄 사람이 없다는 말이구나.
역시 무네노리 님은 대단한 분이시네….

타키가와："내일부터의 검술 사범 잘 부탁드립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닌자와의 싸움은 처음인지라…."
무네노리："알겠습니다. 이 무네노리,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지요."
 
무네노리 님의 위엄이 넘치는 모습…. 다시 봤어.
 
무네노리："이 아이는 아오이라고, 제 수발을 들어 줄 겁니다."
타키가와："그렇습니까. 그럼 그 아이는 하녀 숙소로 안내하지요."
무네노리："아니오, 실례지만 이 아이는 저와 한 방을."
타키가와："한 방…?"
 
(어머!)
 
무네노리 님이 내 손을 꼭 잡았다…!
 
타키가와："하하, 그러십니까! 무네노리 님은 그 쪽으로도 왕성하시군요."
 
와, 왕성…?!
그 말은, 내가 무네노리 님을 밤에 시중 드는 역할로?
 
타키가와："그럼, 방으로 안내해 드리지요."

 

​사무라이："무네노리 님께서는 저 쪽 별채에 머무르시기 바랍니다."
 
일부러 훌륭한 별채까지 준비해 두었네….

무네노리："알았다. 여기서부턴 안내는 필요 없다."
 
사무라이가 가볍게 목례하고 자리를 떴다.

​무네노리："손이 참 작군…."
 
그는 또 한 번 내 손을 꼭 잡았다.
 
린："그야 무네노리 님 손에 비하면…."
 
그야 어릴 적부터 검을 잡은 손이니까….
그런데, 왜 계속 내 손을 잡고 있는 거야…?
 
무네노리："우린 정분이 든 사이로 보는 게 유리해."
무네노리："그래야 늘 함께 있어도 의심하지 않겠지."
린："아, 네에…."
 
무네노리 님이 내 손을 자기 얼굴로 가져갔다.
뭐, 뭐야…? 설마, 내 손등에 입맞추기라도 하려고…?

​무네노리："이 손으로는 제대로 검도 못 잡겠군."
린："검?!"
무네노리："넌 내 시중 드는 일 뿐만 아니라 검술 수련도 하게 될 거야."
린："네?!"
무네노리："유사시에는 어느 정도 싸울 줄 아는 게 좋으니까."
린："그, 그건 그렇네요…."
무네노리："여자 제자는 안 받는 나지만, 너니까 특별히 받아 주는 거라고. 알겠어?"
 
손을 잡은 채로 그의 얼굴이 가까워져 왔다….
 
무네노리："내 수업은 엄격하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