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3장

​(무네노리："포도, 맛있었어…. 고맙다.")
 
어젯밤, 처음으로 무네노리 님의 자상함을 알게 된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무네노리："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빨리 걸어."
린："……."
무네노리："빨리 안 걸으면 계곡 밑으로 확 밀어 버린다."
 
역시, 자상하다고 생각한 건 착각일지도….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린："…왜요?"
무네노리："…오늘로 사흘째인가."
 
한조 님을 만나지 못한 채 벌써 사흘이 지나고 있다.
 
무네노리："어쩌면 한조는 닌견(忍犬)을 데려올지도 모르겠군."
린："닌견…?"
 
무네노리："그래. 매를 이용해서 이가에 서신을 보내, 닌견들을 불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던 무네노리 님이 내 기모노에 손을 뻗었다.
 
─찌지직!
 
린："꺅! 뭐, 뭐 하는 거예요?!"
무네노리："기모노를 잘게 찢어서 나무에 묶는 거다."
무네노리："그렇게 하면 닌견이 냄새를 맡고 우릴 발견하겠지."
 
(어, 어떻게 이런 짓을…!)
 
린："……."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무네노리："뭐야, 그리 비싼 기모노도 아닌 것 같은데."
린："……."
무네노리："새 기모노 쯤 얼마든지 사 줄 수 있다고."

 

​─퍽!

나도 모르게 무네노리 님을 힘껏 밀쳤다.
 
무네노리："너, 뭐 하는 거야?"
 
린："이 기모노는…, 할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주신 선물이란 말이에요!"
무네노리："……."
 
린："언제나 마을 사람들이 입던 옷만 물려 입어서…. 그래서 가엾다시면서…."
린："할아버지가 일부러 읍내까지 가셔서 손수 골라 주신 건데…!"
 
분한 나머지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린："…사람에게는 마음이라는 게 있다구요!"
무네노리："……."
린："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남의 것이라고 함부로 도구 취급하지 마세요!"
 
무네노리 님이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렸다.

용서할 수 없어…. 기모노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마음을 짓밟힌 거나 마찬가지야.
역시 이 사람은 좋아할 수가 없어…!

 

​무네노리："……."
 
그는 아까부터 아무 말이 없다.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
나는 힐끗 무네노리 님의 안색을 살폈다.＊
 
무네노리："뭐지?"
 
……! 눈이 딱 마주쳤다!
 
린："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무네노리："쉿…!"
 
무네노리 님이 한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린："우, 웁…."
무네노리："발자국 소리가 난다."
 
(발 소리…?)​

​무네노리 님이 몸을 굽히고 땅에 귀를 기울였다.
 
무네노리："아주 희미한 발 소리다…. 닌자일지도 모르겠군."
린："그렇다면, 한조 님이…?!"
무네노리："아니, 이건 여러 명의 것이다."
린："꺅…?!"
 
무네노리 님이 갑자기 나를 들어 올렸다…!
 
무네노리："저 나무 위에 숨지."
 
우리는 나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푸른 장속의 닌자들…?)
 
닌자１："어떠냐? 닌자 공주는 있는가?!"
닌자２："아니오, 보이지 않습니다!"
닌자１："이 계집…. 어디로 숨은 거야?!"
 
무네노리："하치스카 가의 두령이 직접 닌자 사냥 행차라니…."
 
저 기분 나쁘게 생긴 남자가 우두머리…?
 
무네노리："저 자와는 면식이 있다. 일전에 노부나가 가신의 검술 사범으로 있을 때 만났지."
무네노리："여기서 내 얼굴을 드러내면 곤란해. 이에야스 님께 폐가 된다."
 
오다와 도쿠가와는 동맹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
 
무네노리："널 데리고 저들과 대치하는 건 너무 위험해. 잠시만 여기 숨어서 상태를 살피자."

 

​…….

​무네노리："무리들이 다 지나간 것 같군…."
 
무네노리 님은 나뭇가지에 앉은 채로 나를 보았다.
 
무네노리："기모노…, 미안하게 됐다."
린："네…?"
의외다…. 무네노리 님이 사과를 하다니….
 
린："…이제 괜찮아요. 저야말로 밀쳐서 죄송해요."
무네노리："아…. 그러고 보니 여자에게 그렇게 있는 힘껏 밀쳐진 건 처음이었다."
린："……."

​무네노리："너, 의외로 무식하게 힘이 세더라?"

​그는 한 손으로 툭 하고 내 머리를 두드렸다.

​따뜻한 손과 부드러운 미소…. 갈 수록 무네노리 님이란 사람을 모르겠어….
이 사람, 대체 어떤 사람인 거지…?
 
무네노리："사람에게는 마음이라는 게 있다. 함부로 취급하지 말라는 말…."
린："죄송해요, 주제 넘는 말을…."
무네노리："아니, 나란 인간을 딱 맞춰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린："……."
 
무네노리："내 주위에는 쓴 소리를 해 주는 사람이 없어…."
무네노리："모두들 겁 먹고 아무도 충고 같은 것을 하지 못하지."
린："…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만한 사람이 한 명도 없나요?"
무네노리："속마음은, 숨기는 것이라고 배웠다."
 
속마음은 숨기는 것이라고….
 
무네노리："그게 야규의 법도니까 말이다."
무네노리："어릴 때부터 야규의 후계자로 크면서 감정을 죽이는 훈련을 해 왔지."
린："……."
무네노리："그래서 목검으로 기절할 지경이 되도록 맞아도, 앓는 소리 한 번 내 본 적이 없다."
​린："그래서…, 힘들지 않았나요?"＊
무네노리："그게 당연한 거라고 배우며 자랐으니까."
린："힘들다는 감정마저 참아 왔던 거군요."
무네노리："……."
린："감정을 억누르지 않았다면, 이렇게 살아남을 수도 없었겠죠…."
"……?!"
 
무네노리 님이 나를 말없이 끌어안았다….
 
무네노리："…담배 냄새 나?"
린："아, 아뇨…. 그런데 갑자기 왜…."
 
단단한 품에 안기게 되니 마치 심장이 터져 버릴 것처럼 두근거린다….

​무네노리："모르겠다…. 내가 왜 이런지."
 
뭘까…? 두근거리지만, 날 지켜 주는 것 같아서 안심이 돼.
무네노리 님이 적인지 아군인지도 모르는데….
 
무네노리："핫토리 한조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겠지?"
린："네, 아마도…."
 
둘 다 명문 집안의 후계자들이지만, 전혀 느낌이 다르다.
 
무네노리："빨리 만나 보고 싶군…. 핫토리 한조라는 남자를."

 

​─으르르
 
린："……?!"
무네노리："설마 곰인가?"
린："고, 곰…?!"
 
─부스럭 부스럭
 
곰："크아앙!"
 
정말로 풀숲을 헤치고 곰이 나타났다!
 
─쿵! 쿵!
 
린："꺄악!"

거대한 곰이 우리가 올라가 있는 나무에 몸을 들이받았다.

​무네노리："넌 여기서 기다려…!"
 
─휙

무네노리 님이 나무에서 뛰어내려 검을 뽑았다.
 
곰："크아앙!"

곰이 무네노리 님을 덮쳤다…!
무네노리 님이 검을 휘두르는 순간─
 
린："뭐지…?"

곰이 휙 하고 공중회전하며 뒤로 물러섰다.
 
곰："뭐냐, 너는?!"

​에?! 고…곰이 말을…?!​
무네노리 님이 곰을 붙잡아 가죽을 칼로 찢어냈다.

 

???："……."

안에서 나온 것은 덩치 큰 여자…!
 
???："그 검의 속도….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여자가 한 손으로 표창을 들고 겨누었다.
 
무네노리："네 녀석, 닌자인가."
???："그렇다! 내가 널 상대해 주지!"
한조："멈춰라, 쿠마!"
 
한조 님…?!

 

​한조："…야규 무네노리 님이시죠?"
무네노리："그 쪽은 핫토리 한조 님이신가?"
 
두 사람이 날카롭게 시선을 교환했다.

​한조："여기 쿠노이치는 '쿠마'라고, 닌견 못지 않게 냄새를 잘 맡는 재주가 있습니다."
​한조："그녀가 공주의 냄새로 여기까지 추적해 왔습니다."
무네노리："당신네 소중한 공주님은 그 나무 위에."
 
린："…한조 님!"
한조："공주!"
 
드디어, 드디어 한조 님과 만났어…!
 
한조："공주! 받을 테니까, 뛰어 내리십시오!"
린："네!"
 
나는 눈을 꼭 감고 나무 위에서 과감하게 뛰어 내렸다.
한조 님이 양 팔을 벌려, 정확히 받아 주셨다….

​한조："죄송합니다. 그 때 공주를 지켜 드리지 못해서 이런 일이…."
린："아니에요! 사과하지 마세요. 저는 이렇게 무사한걸요."
한조："…걱정이 돼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린："한조 님…."
 
그립던 한조 님의 얼굴…. 긴장했던 마음이 단숨에 풀어지고 만다.

 

무네노리："감동적인 재회 중에 미안하지만."
한조："야규 님….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린："무네노리 님께서 벼랑에서 떨어진 저를 구해 주셨어요."
한조："그랬습니까…. 야규 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조 님은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무네노리 님을 쳐다보았다.
 
한조："그럼 이제…. 야규 님의 진의를 듣고 싶습니다."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은 한조 님을 다시 주시하며….
 
무네노리："그건, 이 검으로 답하도록 하지."
린："……?!"
 
무네노리 님이 한조 님을 향해 갑자기 칼을 뽑아 들었다!
어떻게 된 거지? 무네노리 님은 역시 우리의 적이었던 거야…?!

​쿠마："너, 이 자식…!"
한조："쿠마, 넌 빠져 있거라."
 
무네노리 님이 휘두른 칼을 한조 님이 맞받아쳤다.
 
무네노리："……."
한조："……."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무네노리 님이 바로 옆으로 검을 휘둘렀다.
 
한조："핫…!"
 
한조 님이 공중으로 뛰어 올라, 공격을 피했다.
 
─휙!

한조 님의 소태도(小太刀)가 위에서 공중을 가른다…!
 
무네노리："……."
한조："……."
 
곧이어 숨 쉴 틈도 없을 정도로 격한 공방이 펼쳐졌다.
분명 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 이대로라면 영원히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아…!

 

두목："…이거 놀랍군."
 
하치스카 가의 두령과 닌자들…?!
 
두목："이게 누구신가. 야규 무네노리 님과, 그리고 그 상대는 핫토리 한조…."
두목："어째서 두 사람이 이런 산 속에서 진검 승부를?"
무네노리："닌자가 노부나가 님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너도 알고 있을 테지."
두목："혹시, 이에야스 님의 밀령을 받고…?"
무네노리："그렇다. 오다의 적은 도쿠가와의 적이기도 하니까."
 
…역시 무네노리 님은 한조 님께 접근해서 암살하려고…?
 
두목："무네노리 님, 여기는 하치스카 가에게 맡기심이."
무네노리："……."
두목："우리도 노부나가 님께 닌자 퇴치의 명을 받은지라…."
무네노리："그런가. 노부나가 님이 직접 내린 명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그 공은 너희들에게 양보하지."
두목："마음 써 주시니 송구스럽습니다요."
한조："……."
 
어째서 한조 님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거지…?
 
─쉬익!
 
린："……?!"​

​그 때, 무네노리 님이 하치스카 두목의 팔을 베었다…!

두목："크아악!"
 
동시에 한조 님이 쿠마 님에게 소리치셨다!
 
한조："쿠마, 부하들을 해치워라!"
쿠마："분부대로!"
 
쿠마 님의 수리검이 하치스카 닌자들에게 명중했다.
 
닌자들："으아악!"
두목："네, 네 놈이…. 야규, 제 정신이냐?!"
한조："독 안개다! 눈을 감아!"
 
하치스카 두목의 입에서 독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무네노리："……."
 
닌자의 독은 적은 양으로도 실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대로는 섣불리 접근할 수 없다….
무네노리 님은 눈을 감고, 조용히 검을 겨누었다.
 
두목："후하하! 아무리 천재 검객 야규라고 해도 꼼짝달싹을 못하는군!"
 
하치스카 두목이 외치면서 무네노리 님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휘익!

두목："크아아악!"

​무네노리 님이 눈을 감은 채로 하치스카 두목의 몸을 두 동강 내 버렸다…!
 
닌자들："두, 두목님!"
쿠마："이야압!"
닌자들："으아악!"
 
한조 님과 쿠마 님이 차례대로 나머지 부하들을 쓰러뜨렸다.
굉장하다…. 이게 바로 이가 닌자와 야규의 실력…!
단 세 명이서 하치스카 집단 모두를 쓰러뜨리다니….
 
한조："쿠마, 이 자들의 뒷처리를 맡기마."
쿠마："예!"
한조："…야규 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데 출중하시군요."
무네노리："핫토리 님도 과연 대단한 솜씨였네. 그 쪽의 쿠노이치도 뛰어난 실력이었고."
 
한조 님과 무네노리 님이 다시 한 번 조용히 시선을 교환했다.
 
한조："……."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의 진의는 대체…?
 
무네노리："그대들과 함께 힘을 합친다면, 도쿠가와의 비원…. '노부나가 타도'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노부나가 타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