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6장

마루야마 성에 온 지도 벌써 보름 정도가 지났다.
 
무네노리："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사무라이："감사합니다!"
 
린："휴, 피곤해…."
 
수업은 힘들지만, 어떻게든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매일 휘두르기 천 번 연습이 효과가 있긴 있구나.
 
린："왠지 손 힘도 단련된 것 같고…."
무네노리："뭘 그리 혼자 중얼거리고 있어?"

 

​린："아, 무네노리 님…! 수고하셨습니다."
무네노리："저 쪽 나무 그늘에서 얘기 좀 할까."
 
우리는 아무도 없는 나무 그늘 쪽으로 함께 걸었다.
 
무네노리："한조에게 서신을 보냈다. 이가의 수비가 정리되는 대로 이 쪽으로 오라고."
린："이 곳… 마루야마 성으로…?"
​무네노리："노부카츠는 계속 병력을 늘려 가고 있다."
​무네노리："게다가 타키가와 카츠토시는 전술에 능한 남자야."
​무네노리："이가가 공격 당하기 전에 선수를 쳐서 막는 게 좋아."​
린："막는다니, 어떻게요?"
무네노리："그런 건 몰라도 돼."
 
먼저 말을 꺼낸 건 그 쪽이면서…! 정말 울고 싶어지네.
 
무네노리："드디어 한조 님을 만날 수 있다고. 좋지?"
린："네…?"
무네노리："한조 님은 나하고는 달라서 다정하니까."
 
그렇기는 한데….
솔직히 요즘은 통 한조 님 생각이 나질 않았는걸.
오히려 머릿속이 온통 무네노리 님으로 가득 차서….
 
(무네노리："어린앤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겠어.")
(무네노리："바보, 장난인 게 당연하잖아.")
 
그렇게 놀림 당하는데도 무네노리 님이 신경 쓰인다.
나,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이 뚫어지게 내 손을 쳐다보았다. 나는 무심코 손을 뒤로 감추었다.
 
무네노리："왜 감추는 거냐?"
린："그냥, 물집 투성이라…. 부끄러워서…."
무네노리："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증거잖아?"
 
무네노리 님이 내 손을 꼭 쥐었다.
 
무네노리："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린："……."
 
이거, 설마 칭찬해 주는 건가…? 정말 그렇다면 너무 기뻐….

 

하녀："아오이! 경단이 있는데, 같이 먹지 않을래?"
린："네에…! 이따가 먹으러 갈게요!"
하녀："그럼 나중에 우리 방으로 놀러 와!"
무네노리："…경단?"
린："늘 여러 가지 챙겨 주세요. 하녀들이 다들 친절하셔서…."
 
처음에는 이러쿵 저러쿵 말도 많았지만, 함께 일을 거들면서 허물 없는 사이가 되었다.
지금은 다들 막내 취급을 하며 귀여워해 준다.
 
무네노리："하긴 하녀들도 얘기하더군. 네가 어린데도 일도 잘 하고 기특하다고."
린："헤헤…. 정말요? 그냥 빨래나 식사 준비를 도운 것 뿐인데…."
무네노리："뭐하러 굳이 그런 것까지 해? 넌 지금은 내 하녀잖아."
린："왜라고 하셔도…. 다들 바빠서 일손도 부족해 보이고…."
무네노리："흐음…."
 
으…. 또 잔소리 시작하시려나….
 
무네노리："…알고는 있어? 여긴 적의 성이라고."
린："무…물론, 저도 알아요!"
린："하지만, 저 사람들은 단지 고용되어 있는 것 뿐이잖아요?"
린："그러니까 우리의 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네노리："……."
 
…또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아가씨라고 하려나…?
 
무네노리："…듣고 보니 네 말도 맞군."
린："…네?"
무네노리："전쟁이 시작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말려들고 만다."
무네노리："네가 말하는 바로 그 일반 서민들이 고통받게 되는 거지."
린："……."
무네노리："나는 그런 비극을 끝내 버리고 싶다."
무네노리："그래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은 거야."
무네노리："그런 생각으로, 이에야스 님을 모시고 있는 거고."
린："……."
무네노리："…뭐야, 그 멍한 얼굴은."
 
무네노리 님이 이런 생각을 갖고 계셨다니.
항상 야규 가문의 이익만 노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무네노리："…또 내가 너무 말이 많아졌군."
린："무네노리 님…!"
 
나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무네노리："…뭐, 뭐야?"
린："죄송해요…!"＊
무네노리："뭐가?"

​린："지금까지 무네노리 님은 냉혹하고 이기적이고, 무자비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무네노리："……."
린："그런데 사실은 아니었어요…! 모두에게 칭송 받는 이유가 있었네요."
무네노리："…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린："병사들도 무네노리 님을 존경하고…. 하녀들에게까지 인기가 많으시잖아요?"
무네노리："바보 같으니. 그건 야규라는 가문의 이름에 끌리는 것 뿐이다."
린："에이, 쑥스러워하기는!"
 
나는 퍽 하고 무네노리 님의 어깨를 내리쳤다.
 
무네노리："쑥스럽긴 누가 쑥스럽다고 그래?!"
린："정말요?"
무네노리："후우…. 정말이지, 너하고 있으면 내가 자꾸 이상해지는군."
 
무네노리 님이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무네노리："그만 가자."
린："네…!"

 

린："어머, 무네노리 님 벌써 주무시려구요?"
무네노리："그래. 오늘 밤에는 젊은 병사들과 읍내로 나가기로 해서, 그 때까지 좀 쉬어 두려고."
린："읍내요…?"​
무네노리："녀석들이 술 마시러 가자고 자꾸 보채서."
 
하긴 다들 무네노리 님을 스승으로 모시며 잘 따르고 있으니….

​린："아, 그렇지. 하녀들한테서 귤을 받아 왔어요!"
무네노리："귤?"
린："네, 경단을 받으러 갔더니, 이것도 가져가라고…."
무네노리："먹는 것 하나는 잘도 챙겨 오는군. 정말 든든한 여자야."
무네노리："넌 어딜 가서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
 
…이거, 칭찬 맞나?

​린："서민들은 귤 같은 건 입에 대기도 힘들거든요!"
무네노리："…그러냐?"
린："그래요! 무네노리 님도 드실 거죠?"
무네노리："껍질 까서 먹여 준다면."
 
…먹여 달라니….

​나는 귤 껍질을 벗기면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린："…완전히 어리광쟁이 도련님이라니까…."
무네노리："뭐라고?!"
린："뭐, 그래도 그게 매력이려나? 하녀들은 죄다 무네노리 님한테 빠져 있거든요."
린："어떻게 마음에 들었느냐면서 질문 공세가 끊이질 않는다니까요."
무네노리："흐음…."
 
흐음이라니, 전혀 관심 없는 표정….
 
린："하녀들한테 인기 많다는데, 좋지 않아요?"
무네노리："좋을 게 뭐 있어. 그렇다고 오다의 하녀를 어찌해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린："…그건, 어찌해 보고는 싶다는 말이에요?"
무네노리："아니. 그럴 거면 차라리 돈으로 사는 게 뒷탈 없고 좋지."
 
뒷탈이라니….
 
린："…돈으로 마음에도 없는 여자랑 자는 게 좋아요?"
무네노리："그래."
린："난…. 이해할 수가 없어요."
린："그런 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만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요?"
무네노리："꿈 많은 소녀로군."
 
또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본다….
 
무네노리："정말이지, 이래서 철부지 아가씨는…."
린："그래요, 저 애예요. 어른이면 다예요?!"
무네노리："…왜 화는 내고 그래?"
린："별로 화 안 났는데요!"
무네노리："화 냈잖아?"

 

​무네노리："…마음대로 해라."
 
무네노리 님은 조용히 방을 나가 버렸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난 날 이런 이야기를 했던가.
 
(린："혼례를 올릴 상대를 직접 고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세요?")
(무네노리："안 해. 내겐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무네노리："게다가 여자는 시끄럽고 성가신 존재일 뿐이야.")
 
아무리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도 없는 여자와 잘 수 있는 거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스껍다.
설마, 내가 무네노리 님을…?

 

​마당에 나와서 휘두르기 연습 중인데, 하녀 한 명이 말을 걸어 왔다.
 
하녀："아오이! 너 무네노리 님하고 방에서 다퉜니?"
린："어머, 들렸나요…?"
하녀："내용까지는 못 들었지만…. 그래도 야규의 후계자와 말다툼까지 하고, 용감한데?"
 
확실히 무네노리 님도 이런 건방진 여자가 어디 있냐고 생각하셨겠지.
 
하녀："오늘 밤 일로 다툰 거니?"
린："오늘 밤 일이라뇨?"
하녀："그 왜, 있잖아. 젊은이들하고 읍내에 나가신다던데…."
린："아아, 술 마시러 간다는 거요?"
하녀："…너, 정말 순진하구나?"
 
뭐지, 이 동정하는 듯한 눈빛은…?
 
하녀："읍내에 간다는 건, 술 마시고 나서 여자를 사러 간다는 거야."
린："여자를 사러…?!"
하녀："젊은 애들이 신이 났던데. 무네노리 님을 읍내 제일 가는 가게로 안내하겠다고."
린："……."
하녀："잠자리 기술이 능숙한 미녀들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며 들떠 있던데."
 
잠자리 기술이…. 능숙한….
 
하녀："잠깐, 너 안색이 안 좋아. 괜찮니?"
린："우욱…. 토할 것 같아요…."
하녀："어머, 나 쓸데 없는 소리를 한 거 아니겠지?"
 
잠자리가 능숙한 요부들과 어울려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이렇게까지 거북스럽다니….
나, 정말로 무네노리 님을….

 

​린："…잠이 안 오네…."
 
벌써 한밤중인데….
눈을 감으면 이런 저런 망상이 떠올라 버리고 만다.
 
린："경험이 없어서 구체적으로는 상상이 안 되지만…."
 
그래도 이불 속에서…. 이렇고 저런 짓을….
 
린："으아앗…!"
 
안 되겠어! 뭐라도 해서 잡념을 털어 버려야지.
나는 천을 꺼내, 한 땀 한 땀 정신을 집중해서 바느질을 하기 시작했다.

 

​무네노리："뭐야, 아직 안 자고 있었나?"
린："…오셨어요?"
무네노리："늦게까지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다."

무네노리 님이 다다미에 누워 담배를 태우셨다.
 
린："…술 많이 드셨어요?"

나는 등을 돌린 채, 바느질을 계속하며 무네노리 님에게 물었다.
 
무네노리："그래, 마셨지."
린："취하셨어요?"
무네노리："이 정도 술로 취하진 않아…. 그보다 이런 밤중에 웬 바느질?"
린："……."
무네노리："왜 쳐다도 안 보는 거야?"

​─뚝

천 위에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무네노리："야…, 왜 우는 거야?"
린："안 울어요…!"＊
 
무네노리："딱 봐도 울고 있잖아."
린："안 운다구요!"
무네노리："후우…. 정말이지. 뭐야, 도대체?"
린："…성가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무네노리："그래, 성가셔. 정말 성가신 여자야."
린："……."
무네노리："그래도 뭐, 심심하지는 않으니 된 건가."
린："……?"
 
무네노리 님이 소매 안에서 뭔가를 꺼내셨다.
 
무네노리："자. 선물."
린："사탕…?"
 
나 주려고 일부러 사 오신 건가…?
 
무네노리："먹어."
린："…일일이 명령하실 것 없잖아요!"
무네노리："정말 고집 한 번 세군."
 
사실은 기쁜 주제에…. 나는 왜 솔직해지지 못하는 걸까?
내 자신을 억누를 수가 없어….

나는 말없이 사탕을 입에 넣었다.
살구의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진다.
 
그 때, 무네노리 님이 내 어깨를 잡았다.
 
무네노리："무슨 맛이지?"
 
입술이 마치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온다…!
 
린："싫어…!"
무네노리："…바보."
무네노리："항상 속기만 하는군. 당연히 장난이지."
린："그런 불결한 손으로 만지지 말아요!"

 

​무네노리 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무네노리："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린："…여자를 사러 갔잖아요?"
무네노리："갔긴 갔지만. 도저히 기분이 나지 않아서, 녀석들만 놔 두고 혼자 왔지."
린："왜요…?"
 
무네노리："글쎄. 왜일까?"
린："……."
무네노리："네가 그런 눈으로 날 보았기 때문일까."
 
(린："어른이면 다예요?!")
 
그런 눈…. 낮에 싸웠을 때 얘긴가?
 
​린："…저, 무네노리 님…."
무네노리："시끄러워."
린："……."
무네노리："피곤하다. 이제 자겠어."
 
그는 휙 하고 등을 돌려 누웠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무네노리 님이 다른 여자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을 안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나도 내 감정을 모르겠어. 이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걸까…?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