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7장

​며칠 후….
나는 무네노리 님을 따라 산으로 향했다.

​린："날씨 정말 좋네요!"
무네노리："왜 그렇게 들떠 있어?"
린："오랜만에 외출하니까 너무 기분 좋아요!"
무네노리："우리는 소풍 온 게 아니야. 산 위에서 성의 구조를 탐지해 두려고 온 거라고."
 
무네노리 님은 수업하시는 틈틈이 전쟁을 대비해 두고 계신 모양이다.
구체적으로 뭘 준비하는지는 말해 주지 않지만….
 
무네노리："……."
 
그는 가만히 성을 주시했다.
 
무네노리："…좋아. 성의 구조는 머리에 넣었다."
린："네? 벌써요?"
무네노리："난 한 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아."
 
…역시 나와는 머리 자체가 다르구나.

 

린："어머, 버섯이네! 이 버섯, 먹을 수 있는 거예요!"
무네노리："그래?"
린："여기 이 산나물은 조림하면 정말 맛있어요!"
무네노리："너…. 먹는 거 엄청 좋아하는구나."
 
또 질렸다는 듯 바라보고 있어….
 
무네노리："…라기보다는, 가난하게 자라서 그런가."
린："그렇게 바로 사람을 가난뱅이 취급하는 거, 안 좋은 버릇이라구요!"
무네노리："뭐? 지금 나한테 설교하는 거냐?"
린："네, 좀 해야겠어요!"

무네노리 님은 나를 노려보다가…. 문득 미소 지었다.
 
무네노리："정말이지…. 너하고 있으면 내가 자꾸 이상해진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그는 한 손으로 톡 내 머리를 두드렸다.
 
무네노리："그럼 이따가 버섯이랑 산나물을 좀 따서 돌아갈까?"
 
…너무 다정한 미소….
 
(무네노리："어차피 싸움이 끝나면 남이겠지만.")
 
그렇게 딱 잘라 말했었지만….
성에서 보름을 지내는 동안,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 때, 무네노리 님이 재빨리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삿갓을 쓴 승려가 산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다…?

​승려："……."
승려는 우리를 향해 정중히 합장했고….

무네노리 님이 승려의 어깨를 붙잡았다!

승려："…역시, 야규 무네노리 님이시군요. 제 변장을 눈치 채시다니."
 
변장…?
 
무네노리："너에게서는 닌자 냄새가 나거든…. 키리가쿠레 사이조."
사이조："여, 오랜만이다. 꼬마."
린："사이조 님…?!"
사이조："여전히 맹한 얼굴을 하고 있구만."
 
사이조 님도 여전히 입이 거치시고 말이죠….

 

​사이조："내일, 한조 님 일행이 도착합니다." 
린："네? 한조 님 일행도…?!" 
사이조："그래. 난 성 주위를 살펴보기 위해 한 발 앞서 들어왔지." 
무네노리："노부카츠의 군은 이제 출진 직전이다. 내일 밤에라도 작전을 결행하는 게 좋겠어." 
  
내일 밤…?!

무네노리："이미 성을 함락시킬 준비는 끝났다."
 
무네노리 님이 성을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무네노리："내가 성 지붕에 불화살을 쏠 테니…. 그걸 작전 개시 신호로 하지."
무네노리："서쪽의 성벽에 화약을 장치해 두었다. 그 곳을 돌파해서 성으로 들어가도록."
사이조："알겠습니다."
무네노리："성 안은 혼란스러워지고 병사들은 서쪽으로 모일 것이다."
무네노리："그 때, 허술해진 동쪽을 통과해서 무기고에 잠입하도록."
무네노리："화약이 가득한 무기고에 불을 붙여 폭발시키면, 마루야마 성을 함락시킬 수 있다."
무네노리："적은 인원 수로 노부카츠 군을 이기려면 이 방법 뿐이다."
사이조："……."
 
사이조 님이 놀란 듯 무네노리 님을 바라보았다.
 
사이조："…한조 님이 야규 님께 지원을 부탁하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무네노리："……."
사이조："이 정도 지혜를 지닌 지도자는 처음 보는군요."
무네노리："키리가쿠레 사이조가 그런 입에 발린 소리도 할 줄 아는군."
사이조："아니오, 사탕발림이 아닙니다. 야규 님만 있다면 도쿠가와의 천하 통일도 꿈은 아니겠죠."

 

​드디어 내일 밤, 전쟁이 시작된다….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은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고 계신데….

​무네노리："튀김은 정말 오랜만에 먹었군. 버섯이나 산나물도 아주 맛있었고."
린："…괜찮으시겠어요? 싸움 전 날 산에서 버섯이랑 산나물이나 캐고 다녀서…."
무네노리："괜찮아. 배고프면 싸움도 못 한다잖아?"
 
담배를 피우면서 무네노리 님이 중얼거렸다.
 
무네노리："넌 산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겠더군. 네게는 넓은 저택이나 고급 기모노는 필요 없겠지."
린："애초에 그런 것들과는 인연이 없기도 하구요."
무네노리："너와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 왔군."
 
전혀 다른 삶….

​무네노리："너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넓어진 듯한 기분이 든다."
​무네노리："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아 왔는지 알게 됐어."
 
무네노리 님이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다니….

 

무네노리："큭…."
린："왜…요?"
무네노리："오늘은 벼랑에서 안 굴렀네."
린："그러고 보니…. 포도를 따려다가 벼랑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죠."
 
맞아…. 그 때도 무네노리 님하고 싸웠었어.
 
(무네노리："내가 이렇게 땀으로 범벅이 됐다고!")
(무네노리："걱정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찾아 다니지도 않았어!")
 
무네노리："그립군…. 너와 산을 여행하던 때가."
 
정말이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인데, 아주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무네노리："뭐, 그 땐 나름대로 재미있었지."
린："벼랑에서 떨어졌던 게요?"
무네노리："응…. 이 덤벙대는 아가씨는 내가 돌봐 줘야겠다고 생각했지."
 
(무네노리："넌 닌자 공주이니, 야규에게 있어서도 이용 가치가 있을 테니까.")
(무네노리："나도 좋아서 너와 지내는 게 아니야.")
(무네노리："지금 네가 죽기라도 하면 우리 쪽도 불리해져.")
 
처음에 만났을 때는 무척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 때와는 달리, 무네노리 님을 보는 내 눈도 달라졌고….
무네노리 님이 날 보는 눈도 달라진 것 같다.

​무네노리："…왜 그러지?"
 
린："모두가 걱정이 돼서요…."＊
 
린："혹시 전쟁 중에 위험한 일을 당하기라도 하면…."
무네노리："그보다도 너 자신을 먼저 생각하라고."
린："…하긴, 저도 죽을지도 모르는 거군요."
 
그렇게 생각하자, 무서워서 몸이 떨려 온다….
무네노리 님이 떨리는 내 어깨를 꼭 잡았다.
 
무네노리："걱정 마라…. 넌 내가 지킬 테니까."

 

다음 날 아침.
 
사무라이："무네노리 님!"
 
훈련이 끝나고, 젊은 병사들이 달려왔다.

​무네노리："뭐지?"
사무라이１："며칠 전에는 감사했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도 많이 들려 주시고…."
무네노리："그래, 읍내에 술 마시러 갔던 밤 얘긴가?"
사무라이２："게다가 저희가 마신 술값도 대신 계산해 주시고…."
무네노리："그 정도는 당연한 일이다. 인사 받을 만한 게 아니야."
사무라이３："그래도…. 저희는 노부카츠 님하고는 제대로 대면해 본 적도 없으니까요."
사무라이３："그 분은 성으로 기생을 불러 혼자만 즐기신답니다."
무네노리："이 놈들! 자신이 모시는 분을 그리 말하지 말거라."
사무라이３："예…! 죄송합니다!"

​하지만 나도 노부카츠 얼굴은 본 적이 없다.
자신의 병사들 훈련장조차 한 번도 보러 오질 않았으니….

사무라이１："어쨌든, 감사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사무라이２："무네노리 님 덕분에, 검술에도 자신이 붙었습니다!"
사무라이３："어떠한 적이라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네노리："……."
 
오늘 밤, 그는 자신이 가르친 병사들과 싸워야 한다….

사무라이１："고향에 돌아가면 자랑할 겁니다!"
사무라이２："내가 바로 그 유명한 야규 무네노리 님께 검을 배웠다고!"
 
이렇게 순수하게 따르는 젊은이들을 배신해야만 한다니….

 

​무네노리："지금은 전란의 시기다. 내일 당장 나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이야."
​무네노리："…스스로의 힘으로 살아 남아라."
사무라이들：""예!""
 
병사들은 공손히 목례를 한 후 자리를 떠났다.
 
무네노리："……."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지만….

 

​이게 곧 해가 진다…. 석양이 지면 작전이 결행된다.

무네노리："슬슬 불화살을 준비하도록 하지."
린："네, 알겠어요…."

​하녀："아오이!"
 
복도 저 쪽에서 하녀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하녀１："어머, 무네노리 님도 계셨네요?"
무네노리："뭐야, 있으면 곤란한가?"
하녀２："그럴 리가요!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하녀들이 무네노리 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들떠했다.

​하녀３："깨경단을 좀 만들었는데, 아오이도 나누어 주고 싶어서요."
무네노리："…고맙네, 늘 신경 써 줘서."

​하녀３："저희들이야말로 고맙죠. 아오이한테 도움을 많이 받고 있거든요!"

​전쟁이 시작되면, 하녀들도 말려들게 되겠지. 이 사람들은 단순히 고용되어 있을 뿐인데….
 
하녀１："어쨌든 일손이 부족하니까요!"
하녀２："이런 말 하는 것도 그렇지만, 타키가와 님은 사람 다루는 게 험하셔서…."
하녀３："오늘 밤에도 밤새 무기고를 정리하라고 하셨답니다."
린："무기고를…?!"
하녀３："왜, 왜 그러니…?"
 
(무네노리："무기고에 불을 붙여 폭발시키면, 마루야마 성은 함락시킬 수 있다.")
 
하필이면…. 오늘 밤 하녀들이 무기고에…!
 
무네노리："…아오이. 나는 먼저 방으로 간다."
하녀１："무네노리 님, 인상이 바뀌셨네."
린："네에…?"
하녀２："처음에는 너무 차가워서 말도 못 붙일 것 같았는데, 꽤 다정한 얼굴로 변하셨어."
하녀３："아오이, 네 착한 심성이 옮았나 봐! 아오이가 착하고 다정하니 말이야."
린："……."
 
하녀들이 살포시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하녀："자, 깨경단 가지고 가렴!"

 

​그 날 밤.
 
무네노리："너는 이 나무 위에 숨어 있어라."
린："……."
 
무네노리 님의 손에는 작전 개시를 알릴 화살이 들려 있다….

​린："무네노리 님…."
무네노리："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나도 알아."
린："……."
무네노리："하지만, 지금 이 작전을 성공시키지 않으면 노부나가를 칠 수가 없어."
 
무네노리 님도 힘드실 거야….
그래도 노부나가를 치기 위해서는 마루야마 성을 공격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닌자들의 미래 또한 지킬 수 없으니….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이 말 없이 활을 들었다.
하지만, 오직 그런 것을 위해….
우리들을 지키겠다고 죄 없는 다른 사람들을 죽게 만들어도 되는 걸까…?

​린："무네노리 님, 역시 그런 건…!"
무네노리："에잇… 젠장…!"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무네노리 님은 활시위를 내리고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무기고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타키가와："무네노리 님, 어쩐 일이십니까?"
무네노리："……."
 
무기고 안에는 많은 하녀들이 일하고 있었다….
 
무네노리："이제 곧, 이 성에서 전쟁이 시작된다! 지금 당장 여기서 도망쳐!"
타키가와："그게 무슨…?"
하녀１："저, 전쟁이라뇨?"
하녀２："그 말은…?"
무네노리："아무 말 말고 얼른 피해! 성을 나가 산으로 달아나라!"
하녀３："아, 알겠습니다!"
 
하녀들이 허둥대며 무기고를 빠져나갔다.

​타키가와："무네노리 님,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네노리："조금 전, 야규 가신으로부터 전령이 왔습니다. 닌자가 마루야마 성을 노리고 있다고."
타키가와："닌자들이…?!"
무네노리："당장 병사를 배치하고 노부카츠 님을 지키십시오."
타키가와："아…, 알겠습니다…!"

 

​무네노리："…내 스스로 내 계획을 망쳐 버렸군."
린："무네노리 님…!"
 
나는 무네노리 님의 손을 잡았다.
 
린："죄송해요…. 제가 무네노리 님을 망설이게 했어요."
무네노리："아니, 누구의 탓도 아니다. 이건 내 의지로 한 일이야."
린："……."
무네노리："린."
 
무네노리 님이 내 어깨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무네노리："이 전쟁에서는, 반드시 이기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