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야규 무네노리 공략：2장

아침.
왠지 몸이 따뜻한데….
 
린："?!"
 
눈을 뜨자 눈 앞에 무네노리 님의 가슴이 있다.

(까, 깜짝이야….)
 
아직 자고 있나 보네. 밤새 나를 안고 있었던 걸까? 덕분에 나도 따뜻하게 잘 잤지만….

​린："…마음은 그렇게 차갑더니, 몸은 따뜻하네."
무네노리："뭐라고?"
 
무네노리 님이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린："……?!"
 
그대로 무네노리 님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무네노리："뭐야, 거부 안 해?"
린："무, 무슨 말씀이신지…?!"
 
무네노리："큭…. 손목까지 빨개졌군."
 
무네노리 님이 곧바로 내 손목을 놓았다.

​무네노리："정말이지 너는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 아가씨로군."
린："……."
 
너무하잖아. 이런 식으로 놀리는 건…. 나는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는데….
무네노리 님이 일어나자, 나는 얼른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무네노리："꾸물대지 말고 출발하지."

 

​린："헉, 헉…."
무네노리："뭐야, 벌써 숨이 찬 거야?"
 
당연하잖아, 아침부터 산길을 계속 걸었는데….

​무네노리："무릎은 이제 괜찮나?"
린："아, 네…. 붓기도 다 빠진 것 같아요."
무네노리："야규 대대로 전해지는 비전의 약이니까."
 
맞아…. 이러니 저러니 해도, 무네노리 님이 치료해 주신걸.
 
린："…힘내서 열심히 걸을게요!"
무네노리："그래, 힘 내라. 우물쭈물하면 산에 버리고 간다."
 
…역시, 한조 님과는 너무 달라….

 

무네노리："잠깐."

갑자기 무네노리 님이 멈추었다.
그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다짜고짜 나를 땅에 넘어뜨렸다?!
 
린："무, 무슨 짓을…?!"
무네노리："조용히 하고 있어."

무네노리 님의 손이 내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린："싫어…!"
 
수도승１："너희들,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어제 우리를 공격했던 수도승 집단…!
 
무네노리："뭐 하긴, 한참 재미 보는 중인데."
 
​무네노리 님은 태연하게 내 위에 올라 탄 채로….
​뒤를 돌아보며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을 뽑았다!

​수도승２："으아악!"
수도승３："네, 네 이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수도승들을 베어 나간다…!
 
수도승４："아악!"
수도승５："크윽!"
 
차례차례 수도승들이 쓰러져 갔다.

 

무네노리："……."

대단해…. 눈 깜짝할 사이에 모조리 쓰러뜨렸어….

​무네노리："꼼짝 마라!"
 
무네노리 님이 숲에서 수도승 한 명을 끌어냈다.
 
수도승５："……!"

아직 소년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
 
수도승５："모,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무네노리："너, 하치스카 가의 닌자 맞지?"
닌자："……."
무네노리："닌자 주제에 꼴 사납게 목숨 구걸이라니."
닌자："…되… 되고 싶어서 닌자가 된 게 아닙니다!"
 
소년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 흘렀다….
 
닌자："니, 닌자의 집안에 태어나서…. 임무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라고 배웠기에…."
무네노리："그렇다면, 그 숙명을 받아들여라."
 
무네노리 님이 검을 치켜들었다…!
 
린："안 돼…!"
닌자："살려 주세요! 아직 죽고 싶지…!"
 
─휘익!
 
린："안 돼─!!"

 

무네노리 님이 강에서 피를 씻어 내고 있다.
 
린："……."
 
공포에 아직도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닌자："살려 주세요! 아직 죽고 싶지…!")
 
아까 목숨을 애원하던 소년의 표정….
그러나 무네노리 님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소년을 베어 버렸다.

 

무네노리："노부나가는 내 얼굴을 알고 있다."
무네노리："노부나가의 청으로 가신들의 검술 사범을 했었으니까."
린："……."
 
무네노리："거기서 하치스카를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닌자를 살려 줬다는 이야기가 노부나가의 귀에 들어가게 돼."
무네노리："그렇게 되면 이에야스 님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알다시피 도쿠가와는 오다와 동맹 관계에 있으니까."
 
린："…그럼, 저는 왜 살려 주신 거죠?"
무네노리："……."
린："당신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무네노리 님이 내게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무네노리："다친 데는?"

​린："…무네노리 님은 다치신 데 없어요?"＊
 
무네노리："그래. 난 아무렇지도 않아."
무네노리："…아까는 난폭하게 굴어서 미안했다."
린："……."
 
나에게는 이런 식으로 사과하고, 적은 사정없이 베어 버리다니….
무네노리 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어.
이 사람, 정말 우리 편인 거야? 아니면 적…?
 
무네노리："……."
 
확실한 것은…. 만약 적이 된다면 나 역시 서슴지 않고 죽일 수 있다는 것.

 

​하루 종일 산길을 걸어서 기운이 남아나질 않는다….
 
무네노리："한조는 아직 우리를 찾지 못하고 있군."
무네노리："이렇게 넓은 산을 기약 없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어쩔 수 없나."
린："…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나요?"
무네노리："한 곳에 있으면 위험해. 그만큼 적에게 발견되기 쉽지."
 
무네노리 님이 풀숲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웠다.

​무네노리："…뭐야?"
린："담배…. 엄청 피우시네요."
무네노리："입이 심심해."
린："입이 심심…?"
무네노리："단촐한 식사에도 싫증났고."
무네노리："말린 고구마에 말린 생선…. 그런 것들만 먹으니까 지긋지긋하군."
 
그래도 지금은 여행 중이고, 난 그런 것으로도 감지덕지인데….
 
린："늘 맛있는 음식만 드셨나 봐요."
무네노리："그렇지. 야규의 저택에서는 뭐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도미에 돼지고기, 배, 복숭아, 비파, 포도…."
린："…혹시 과일 좋아하세요?"
무네노리："왜, 좋아하면 안 되나?"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무네노리 님이 과일을 즐기신다니, 의외다.
 
무네노리："뭐야."
린："아뇨, 의외다 싶어서요…."＊
무네노리："흥."
 
그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린："…저기,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무네노리："너무 멀리 가지 마라."
린："너무 멀리 가지 말라니…."

 

​나는 수풀 사이에서 볼 일을 보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린："휴…."
 
칸신지를 나왔을 때 이미 각오는 하고 있었다. 닌자들의 공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한조 님과 헤어지고, 무네노리 님과 함께 움직이게 될 줄이야….
 
린："적인지 같은 편인지도 아직 모르는 사람하고…."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거지? 불안한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다….
 
린："안 돼…!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앞을 향해 걸었다.
 
린："아, 포도가 있네…!"
 
나무에 탐스러운 포도가 열려 있다.
무네노리 님께 따다 드리면 좋아하실까? 신세 진 것도 있고, 보답을 좀 하고 싶은데….
나는 나무에 기어 올라가서 포도를 따기 위해 손을 뻗었다.
 
린："조, 조금만 더 뻗으면…."
 
─우두둑!
(으앗, 가지가 부러졌어!)
 
린："꺄악!"
 
─털썩

린："…앗…!"

(제방 밑으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린："어…얼른 돌아가야 하는데, 무네노리 님께 혼나겠다…."

 

​무네노리："어이!"
린："무네노리 님…?!"
 
무네노리："너무 늦길래 보러 왔더니만…. 멀리 가지 말라고 했잖아!"
린："죄송해요…."
무네노리："꼬마 아가씨가 빈둥거리는 것까지 상대해 줄 여유가 없단 말이다!"
 
그렇게 다짜고짜 고함치지 않아도….
 
무네노리："칫…! 다시는 걱정 시키지 말라고!"
린："…거…, 걱정 같은 거 하지도 않았으면서!"
무네노리："……."

​린："제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해지니까 그런 것 뿐이잖아요!"
​린："걱정한 게 아니라, 이용 가치가 사라지니까…!"
무네노리："…성가신 여자로구만."
린："어, 어차피 전 재잘재잘 시끄럽고 성가신 여자니까요!"
무네노리："…거기다 성깔하고는."
 
무네노리 님이 난폭하게 내 팔을 붙잡았다.
 
린："놔요!"
무네노리："그만 좀 해!"
린："……."
무네노리："내가 이렇게 땀 범벅이 됐다고!"
 
(아…. 정말이네.)

무네노리 님의 기모노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무네노리："걱정 안 했으면 이렇게 찾지도 않았어!"
린："……."
무네노리："대체 왜 제방 밑에 있는 거야?"
린："…그게, 포도를 따려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무네노리："포도?"
 
무네노리 님은 내가 가리키는 쪽을 올려다 보았다.
 
무네노리："이걸 따겠다고 나무에 올라간 거냐?"
린："…무네노리 님이 과일을 좋아하신다고 해서…."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무네노리："…나 원 참.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계집애로군."

 

  
무네노리 님은 나를 번쩍 안아서 들어 올려 주었다.
 
무네노리："자, 이제 닿나?"
린："…네…에…!"
 
세상에….
무네노리 님도 이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할 때가 다 있다니.
 
왠지 지금까지 몰랐던 다른 면을 본 것 같아….

 

그 이후, 무네노리 님은 씻겠다고 말씀하신 뒤 강으로 갔다.

무네노리："……."
 
허리에 달랑 천 한 장 두르고 드러누워 있다….
 
린："…옷 안 입으세요…?"
무네노리："지금 빨아서 말리는 중이다. 일일이 간섭하지 마."
 
그치만,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곤란한걸….

​나는 곁눈질로 무네노리 님을 흘끔 엿보았다.
탄탄한 근육…. 어릴 때부터 검술을 배우면서 단련된 거겠지.
 
린："저기…, 몇 살 때부터 검술을 시작하셨나요?"
무네노리："글쎄, 철 들기 전부터일까."
린："그랬군요…. 연습은 혹독했겠죠?"
무네노리："그럼. 온 몸을 목검으로 맞고 멍 투성이가 되어도 이길 때까지 계속 덤벼야 했지."
 
야규 가문에 태어나 산다는 건 그런 거구나….
 
린："무네노리 님은 장남이세요?"
무네노리："아니. 위로 형님이 네 분 계신다만."
 
​그럼 다섯 째 아들이구나. 그런데도 후계자로 선택 받을 정도면 특별하게 우수한 거겠지…?

 

​무네노리："꼬마 아가씨도 먹을래? 포도."
​무네노리："킥…. 뭘 그렇게 얼어 있는 거야?"
린："어, 얼어 있지 않아요!"
무네노리："남자 몸, 본 적 없나?"
린："……."
무네노리："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 아가씨로군."
린："그러니까 그 꼬마 아가씨라고 부르는 건 좀…!"
무네노리："내가 좀 가르쳐 줄까?"
린："에…?"
 
갑자기 그가 강제로 위에서 덮쳐 왔다…!
 
린："그만…!"
무네노리："풋…. 장난이야. 난 애들한테는 관심 없어."
 
너무해…. 이런 건, 장난이라기엔 너무 심하잖아!

​무네노리："그만 토라지고 포도나 먹는 게 어때?"
 
변함 없이 거만한 말투. 내 마음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겠지.
명문 집안의 후계자에, 머리도 좋고…. 검술도 특출하고. 확실히 거만해질 법도 하지만….
그 때, 무네노리 님이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무네노리："포도, 맛있었어. …고맙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