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미야모토 무사시 공략：12장

​​​한조："공주!"
린："한조 님!"
한조："다행입니다. 무사하셔서…."
 
한조 님께서 거의 우실 듯이 나를 바라보셨다.
칸신지를 떠났을 때 시모야마 카이에게 공격당하시고, 그 뒤로 많은 일이 있었지….
 
고에몬："우리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린 공주 덕분입니다."
 
고에몬 님이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고에몬："린이 폭우를 예상치 못했더라면, 성에서 탈출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한조："그렇군…. 역시 당신은 타고난 닌자의 공주이십니다."
 
한조 님이 내 손을 꽉 잡았다….

한조："무사시, 너도 공주를 지켜 주었다. 고맙군."
무사시："……."
한조："정말 고맙다. 이제부터 공주의 경호는 우리가 맡을 테니…."
무사시："아니. 나는 이 녀석의 곁에 남겠다."
한조："…경비를 계속 하겠다는 말인가?"
무사시："돈은 필요 없다. 내 의지로 그녀를 지키고 싶다."
한조："……."
 
(무사시 씨는 진심으로 나를 지켜 주시려는 거구나….)
 
린："한조 님은 반대신가요…?"＊
한조："…이 자는 닌자가 아닙니다."
린："하지만, 무사시 씨는 누구보다도 닌자들을 위한 마음으로 싸워 주고 계세요."
한조："……."
린："저도 무사시 씨가 있어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예요."
한조："…알겠습니다. 무사시…. 앞으로도 공주를 잘 부탁하네."
무사시："알겠다."
린："다행이다…. 한조 님, 감사합니다!"
무사시："거절했다면 한 방 때려서라도 납득시키려고 했는데."
린："때리다니…. 그런 야만스러운 짓은 하면 안 되죠!"
무사시："나는 원래 야만적이야. 산에서 자랐으니까."
린："그런 건 상관 없잖아요!"
한조："…두 사람, 사이가 좋군요."
 
한조 님이 복잡한 표정으로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셨다.
 
무네노리："다른 닌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소?"
한조："사루토비 사스케와 후우마 코타로가 지금 오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소.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연락이 올 거요."
한조："언젠가 노부나가와는 직접 마주할 때가 오겠지. 그 때까지나마 잠시 피로를 푸시지요."

 

​그 날 밤은 은신처에서 연회가 열렸다.
 
토라마루："무사시 님! 좀 더 드시지요!"
무사시："…아니, 나는 더 이상은 못 마셔."
토라마루："그런 말씀 마시고! 무사시 님이 계셔서 우리들이 이길 수 있었잖습니까!"
 
(다들 엄청나게 마셔대고 있어…. 닌자들은 술에도 강한 건가?)

​린："술, 여기 둘게요!"
한조："공주, 그런 일은 다른 이에게 맡기시고…."
린："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은 손이 부족하니까요."
무네노리："저 꼬마 아가씨는 일벌레로군."
한조："…야규 님, 외람되지만 공주님을 그런 식으로 부르시는 건…."
린："정말이에요! 도대체가 꼬마 아가씨라니, 실례잖아요!"
무네노리："……."
린："그러면서 아저씨라고 부르면 발끈하고!"
무네노리："…뭐라고?"
 
무네노리 님이 나를 노려보았다.
 
린："무네노리 님이 째려보셔도 무섭지 않거든요!"
무네노리："…후, 정말이지 말 많은 아가씨로군."
 
무네노리 님이 담배를 입에 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네노리："항상 이런 식으로 내 정신을 흐트러뜨리지."
한조："……."
무네노리："왜 그러시오? 한조 님."
한조："아니…. 야규 님의 인상이 많이 달라지셔서."
무네노리："야규 무네노리라면 비정하고 냉혹한 책사로 유명하지요."
한조："……."
무네노리："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겠군."
 
무네노리 님은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주시했다….
 
쿠마："린! 미안하지만, 여기 좀 도와 줄래?"
 
밖에서 쿠마 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린："네, 알겠습니다!"

 

​린："쿠마 님, 남은 설거지는 제가 할 테니 좀 즐기고 오세요."
쿠마："하지만, 이 연회의 주인공은 너잖아?"
린："모처럼의 연회인데 저는 술을 못 마시거든요…. 그러니까 쿠마 님이 저 대신 마셔 주세요!"
쿠마："그…, 그럴까? 그럼…."
린："쿠마 님도 술 잘 드세요?"
쿠마："응, 다섯 되는 거뜬하지."
린："다, 다섯 되?!"
쿠마："술 내기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이가의 독한 술에 단련되어 있으니까."
 
(이가의 술은 독하구나…. 쿠마 님, 정말 강하고 멋진 여자네.)

​쿠마："린."
 
쿠마 님이 내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린："왜, 왜요?"
쿠마："너, 아까 한조 님의 손 잡았지?"
린："그, 그건…. 제가 잡은 게 아니라 한조 님이…."
쿠마："네가 좋은 아이라는 건 알겠는데…. 한조 님께 손을 댔다가는 날려 버릴 줄 알아!"
 
(무, 무서워…. 겨우 살아 남았는데, 쿠마 님 손에 맞으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
 
린："무, 물론이죠…."
쿠마："그치? 뭐, 너한테는 이미 그 짐승남 애인이 있으니까!"

 

​린："…무사시 씨가 그렇게 짐승남 분위기인가…."
 
밖에 나와 바람을 쐬며 걷고 있는데, 복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창문으로 살짝 들여다 볼까….)

 

한조："괜찮나? 무사시."
무사시："아니, 괜찮지 않아…. 쓰러질 것 같다."
 
무사시 씨가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가 닌자 모두에게 술을 한 잔 씩 다 받았으니….
 
무사시："…원래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한조："하하, 그런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술 마시는 수행을 해 왔지만."
무사시："수행?"
 
한조："핫토리 가의 차기 당주는 술 마시고 실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니까."
무사시："흠…. 책임이 큰 자리는 그렇군."
한조："…솔직히 자유로운 자네가 부러울 정도야."
 
한조 님이 작게 중얼거리셨다….​

한조："자네는 스스로의 의지로 인생의 길이나…. 사랑하는 여자를 선택할 수 있으니."
무사시："……."
한조："핫토리 가의 후계자로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나도 어지간히 취한 모양이군."
한조："…연회로 돌아가도록 하지."
무사시："한조."
 
무사시 씨가 한조 님을 불러 세웠다.
 
무사시："린은 내게 맡겨라."
한조："……."
무사시："반드시 녀석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 나는 지위도 명예도 없지만…. 절대로 그 녀석을 울리지는 않겠어."
무사시："죽을 때까지 그녀를 모든 걸 걸고 사랑할 생각이다."
한조："그래…. 부탁하지."

 

​무사시："뭐야…. 안 보인다 싶었더니만 여기 있었나."
린："무사시 씨, 눈이 빨개지셨네요."
무사시："응…. 좀 취했다."
 
무사시 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사시："…속이 좀 안 좋군."
린："세상에, 많이 드셨네요…."
 
무사시："…아까 한조가 네 손을 잡았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린："……."
 
(무사시 씨는 역시 솔직하고 귀여운 사람이야. 속이는 것 없이 언제나 순수한 마음….)

​무사시："널…. 혼자서만 독차지하고 싶어…."
린："이미…. 독차지하셨잖아요?"＊
 
나는 그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마음은 아이처럼 순수한데, 몸은 크고 듬직하다….
이렇게 함께 있으니 점점 무사시 씨가 좋아지기만 한다.
 
린："제 몸도 마음도, 전부 무사시 씨만의 것이에요."
무사시："……."
 
그가 부드럽게 내게 입맞춤했다.
 
무사시："이런…. 참을 수가 없어졌어."
린："……!"

 

​그의 힘에, 그대로 뒤에 있던 나무까지 강제로 밀려났다.
그는 내 손목을 움켜 잡은 채로 몇 번이나 입술을 겹쳐 왔다….
 
린："읏…! 무사시 씨, 너무 취하셨어요…!"
무사시："그래…하지만, 취하지 않았어도 이랬을 거야."
린："……!"
 
그가 내 귀와 목에도 난폭하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린："자, 잠깐만…! 기다려요…."
무사시："더는 못 기다려…."
린："네…?!"
 
(이래서야 정말 야수 같잖아….)

 

​무네노리："뭐야, 또 너희들인가."
린："!!"

또 무네노리 님이 나타났다….
 
무네노리："애정 표현은 둘만 있는 곳에서 하는 게 어때?"
무사시："…야규."
무네노리："뭐지?"
 
무사시 씨가 무네노리 님을 향해 성큼 성큼 다가갔다.
 
─털썩!
 
그러더니 갑자기 무네노리 님의 품 안에 쓰러졌다.
 
무네노리："야…! 무거워…!"
린："무, 무사시 씨?!"
무네노리："…의식을 잃었군."
 
한조 님께 '쓰러질 것 같다'고 한 건 정말이었구나….
 
무네노리："나 원 참…. 이 내가 왜 남자 따위를 안아야 하는 거야…."
린："죄, 죄송해요…."
 
무네노리 님이 다시 나를 노려보았다.
 
무네노리："…너, 정말 이런 녀석이 좋은 거냐?"

 

​무사시 씨는 큰 소리로 코를 골며 푹 잠들어 있었다….
 
무네노리："젠장, 왜 내가 이렇게 큰 사내 놈을 옮겨다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린："죄송해요…."
무네노리："이 녀석, 원래 술에 약한가 보군."
린："네…, 그런 것 같아요."
무네노리："정말이지 태평한 녀석…. 이대로 아침까지 곯아 떨어지겠는데."
린："자게 해 주세요. 이렇게 여유 있게 쉬는 것도 지금 뿐이니까요."
무네노리："그래, 그건 그렇지. …아직 노부나가와의 결착이 남아 있으니."
 
노부나가와의 전투…. 분명 지금까지보다 더 위험한 작전이 되겠지….

무네노리："…너, 내가 준 피리 아직 가지고 있나?"
린："아, 네! 항상 가지고 있어요."
 
나는 오비 속에서 피리를 꺼내 보였다.
 
무네노리："거기에는 어떤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린："장치…?"
 
무네노리 님이 피리의 일부를 분리하자,
피리 속에서 두 개의 작은 종이 주머니가 나왔다.
 
무네노리："이건 독약, 그리고 이건 해독제다."
린："……!"
무네노리："적이 독을 먹였을 때, 죽이지 않으면 안 될 때, 자결해야 할 때…." 

(자결….)

무네노리："…그런 때를 위해서 넣어 둔 것이다. 둘 다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
린："…알겠어요. 기억해 둘게요."
 
무네노리 님이 내 눈을 바라보았다.
 
무네노리："너…. 의외로 담담하군.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두렵지 않은 건가?"
린："두려워요, 하지만…."
 
나도 무네노리 님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린："전 지금까지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아이였어요. 하지만 전쟁을 겪게 되면서 비로소 알 수 있었어요."
린："…행복이란 건 싸워서 쟁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무네노리："……."
 
무네노리 님은 내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린："…왜, 왜 이러세요?"
무네노리："그가 말했던가, '이 여자는 내 것이다'라고. 너에게 손을 댄 자는 가만 놔 두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린："……?!"
 
무네노리 님이 나를 갑자기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린："무, 무슨…!"
무네노리："쉿…. 사랑하는 남자가 깨고 만다고."
린："……!"

무네노리 님이 강제로 입술을 겹쳐 왔다.
 
린："싫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의 몸을 뿌리쳤다.

​무네노리："뭐야…, 난폭한 여자군."
린："어째서… 이런 짓을…!?"
무네노리："…그저…. 변덕일 뿐이다."

 

​며칠 뒤….

그 일 이후로 무네노리 님과는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았다.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 얼른 피해 다녔다. 무네노리 님이 그 날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한조："공주!"
린："한조 님…."
한조："사스케와 코타로에게서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한조："노부나가는 이후 교토로 이동할 예정이라 하더군요."
린："교토에…?"
한조："서신의 내용에 따르면 노부나가 군은 혼노오지에 진영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혼노오지(本能寺)에…?
 
한조："공주…. 우리도 교토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