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미야모토 무사시 공략：10장

무사시："전쟁이 끝나면…. 내 것이 되어 주겠나? 린."
린："그… 그건, 혼인을 하자는 건가요?"
무사시："응…? 뭐, 그렇게 되는 거겠지만 그 전에…."
린："그 전에…?"
무사시："음…. 남자와 여자니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
린："여러 가지…?"

그, 그건 입맞춤이라든가 잠자리를 같이 하는…?
 
린："저…, 그런 건 아무 것도 몰라서…."
린："그러니까…. 처음부터 가르쳐 주시겠어요?"
무사시："……."
린："이런 말 하는 것도 부끄럽지만…."
무사시："…귀엽군."

무사시 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사시："그대는…. 왜 그렇게 귀여운 거지?"
 
지금 나를 '너'가 아니라 '그대'라고 불렀어….
 
린："고… 고마워요…."＊
 
나도 모르게 고맙다는 말부터 나왔다.
 
무사시："나야말로 고맙다…."
린："……."
 
나는 그를 계속 바라보았다.
 
무사시："…왜 그러지?"
린："……."
무사시："말해 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무사시 씨가 안아 주셨으면 좋겠어…. 그리고 괜찮다고 위로 받고 싶다.
하지만…. 그런 말, 부끄러워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린："……."
 
역시…. 아무 말도 못 하겠어….

 

  
무사시："린…."
린："네…?"
 
무사시 씨가 갑자기 나를 끌어당겨 안았다.
 
린："어떻게 알았어요…?"
 
무사시："어쩐지 네 얼굴을 보니 알 것 같았다…."
무사시："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은 어떻게든 알 수 있는 거로군."
 
그는 그대로 다정하게 내 이마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무사시："이 다음은…. 전쟁이 끝난 뒤에."
린："…처음부터… 가르쳐 주실 거예요?"
무사시："그래…. 가르쳐 주마."
 
그가 사랑이 넘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무사시 씨가 좋다. 이 사람과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어….
 
린："무사시 씨…, 꼭 함께 살아 남기로 해요."

 

깊은 밤.
바람이 강하다…. 구름이 거센 기운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에몬："저기가 오다 군의 야영지인가."
 
저기 어딘가에 오다 노부나가가 있겠구나….

사이조："인질들이 잡혀 있는 곳은 저 오두막이다."
고에몬："보초들이 있는 걸 보니 과연 그렇겠군."
고에몬："나와 사이조가 보초를 처리하고 인질을 구출하겠다."
고에몬："무사시, 너는 린을 지켜라."
무사시："그러지."
 
고에몬 님과 사이조 님은 밤의 어둠을 뚫고 오두막을 향해서 접근해 갔다.

사무라이１："……!"
사무라이２："…?!"

두 사람은 적의 등 뒤로 접근해서 소리도 없이 보초들을 모두 쓰러뜨렸다.

무사시："역시 이시카와 고에몬과 키리가쿠레 사이조로군."

 

부하："노부나가 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시끄럽다!"
 
이 목소리는, 설마 노부나가…?!
 
무사시："이 근처 오두막에 노부나가가 있는 것 같군."

부하："네고로 성에 미츠히데 님께서 잡혀 계십니다. 지금 공격을 한다면 미츠히데 님이…!"
노부나가："닌자에게 잡힌 어리숙한 놈 따위, 내가 알 바 아니다!"
부하："하지만…!"
 
노부나가："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총포대까지 준비했다고 생각하나!"
노부나가："놈들을 성에 가둔 채 총 공격을 할 것이다!"
부하："그렇다면 미츠히데 님의 목숨이…!"
노부나가："그딴 녀석의 목숨 따위, 닌자들에게 줘 버리면 그만이지!"
부하："저희들이 닌자와 교섭을 하겠습니다. 그 때까지만 제발, 공격을 참아 주십시오…!"
 
미츠히데의 부하들은 필사적으로 노부나가를 설득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저렇게 심한 말을….

사다아키："노부나가 님, 부탁드립니다…!"
노부나가："사다아키, 뭐라고 했지?"
사다아키："제 목숨을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제발 저희들의 부탁을 들어 주십시오!"
노부나가："이 놈, 끝내 내 명을 거역하겠다 이건가?"
사다아키："…으악…!"
부하："사, 사다아키 님!"
 
─털썩!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와 달려가는 소리….
설마 노부나가가 미츠히데의 부하를…?!
 
부하："사다아키 님…!"
사다아키："으…. 어, 어떻게든 미츠히데 님을 구해야만…."
사다아키："미츠히데 님께 전해 다오…. 사다아키는 미츠히데 님의 밑에서 행복했었…다고…."
 
노부나가："네 놈들, 잘 봐 뒀겠지! 나에게 반항한다면 이렇게 될 것이다! 하하하…!"
 
노부나가의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가 부하를 베어 버린 게 분명하다….
용서할 수 없어…. 대체 얼마나 극악무도한 남자인 거지…?!

그 때였다.

무사시："고에몬과 사이조가 오두막에서 나왔군."
 
고에몬 님과 사이조 님이 인질들을 데리고 이 쪽으로 달려 오고 있었다.
 
고에몬："모두 소리를 죽여라. 어둠을 틈타서 산까지 달려가야 한다!"

 

사이조："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안심이다."
 
주민："린 님!"
소년："무사시 형!"
린："다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오리쿠："무사시 님…!"
 
오리쿠 씨도 오다 군에게 잡혀 있었구나….
 
오리쿠："무서웠어요…!"
 
오리쿠 씨는 무사시 씨의 품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무사시："어, 그래…. 이제 걱정 마라."
 
사이조："흠. 저 녀석, 야수 같은 풍채로 꽤 하는데?"
린："…무사시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이조："응? 왜 네가 발끈하는 거냐?"
린："그, 그건…."

 

 
고에몬："이상하군."
린："뭐, 뭐가요…?"
고에몬："아무리 그래도 너무 간단해."
 
고에몬 님…?
 
고에몬："거기, 너!"
 
고에몬 님이 예리한 눈으로 오리쿠 씨를 노려보았다.
 
오리쿠："네…?"
고에몬："네 몸에서 냄새가 풍기는군. …쿠노이치의 냄새가!"
 
고에몬 님은 그렇게 말하며 오리쿠 씨를 향해 수리검을 던졌다…!
 
린："……?!"

─챙!
고에몬 님이 던진 수리검을 오리쿠 씨가 소태도를 꺼내 튕겨 냈다.
 
린："오…오리쿠 씨…?!"
오리쿠："다들 나와라! 닌자들이 나타났다!"
 
오리쿠 씨는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날렵하게 나무 위로 뛰어 올랐다.
 
무사시："저, 저 여자…!"
고에몬："역시 내 예감이 맞았어. 저 녀석은 하치스카의 쿠노이치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가까워졌다.

사이조："이런…. 오다 군이 오고 있다!"
고에몬："모두 달려! 성까지 후퇴한다!"
 
마을 사람들이 서둘러 산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무사시："너는 풀 숲에 숨어라!"
 
무사시 씨는 나를 번쩍 안아 들고 풀 숲 안으로 몸을 숨겼다.
 
고에몬："사이조, 무사시! 여기는 우리가 막는다!"
무사시："알았다!"
사이조："음!"
사무라이："다들 닌자들을 뒤쫓아! 잡아라!"
 
순식간에 수많은 사무라이들이 세 사람을 에워쌌다.

 

고에몬："화염룡연무!"

고에몬 님이 뿜은 화염이 사무라이들을 덮쳤다.
사이조 님은 쇄겸으로 사무라이들을 공격했다.
 
무사시："우럇!"
사무라이１："으윽!"
사무라이２："크악!"
 
무사시 씨도 검으로 적들을 베어 나갔다.
모두 아직까지는 선전하고 있지만, 이렇게 적의 수가 많아서는…!
 
사이조："제길, 끝이 없군!"
어떡해…. 이대로라면 잡히고 말아…!

─탕, 탕!
 
사무라이３："으악!"
 
그 때, 총성이 울리며 사무라이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적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사무라이４："으…. 일단 후퇴해라! 철수한다!"

 

린："무… 무네노리 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대나무 총을 든 무네노리 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사시："당신…. 성에 있는 게 아니었나?"
무네노리："너희들이 걱정돼서 상황을 보러 왔지."
무사시："걱정이라…. 천하의 야규 무네노리 답지 않은 말이군."
 
무네노리 님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무네노리："아마도 이 꼬마 아가씨의 참견 병이 옮은 거겠지."

 

무네노리："…그런가…. 저 여자가 하치스카의 쿠노이치였다고. 감쪽 같이 속았군."
고에몬："무리도 아니죠. 닌자의 기색은 닌자만이 눈치 챌 수 있는 법이니까요."
 
(오리쿠 씨…. 무사시 씨에게 접근한 것도 목적이 있어서였을까? 대체 무슨 목적으로….)

린："…야영지에서 노부나가와 미츠히데의 부하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나는 아까 들은 내용을 설명했다.
 
무네노리："역시 노부나가는 총공격을 할 셈인가."
무네노리："녀석들은 닌자들과는 다르게 어둠에 약하다. 그러니 해가 뜨면 공격해 올 것이다."
 
무사시："오다의 총포대 규모는 어느 정도지?"
무네노리："오다 측 인간에게 묻는 게 확실하겠지."
 
무네노리는 미츠히데 쪽을 쳐다보았다.
 
미츠히데："나는 아무 것도 말할 생각이 없다!"
무네노리："……."
미츠히데："주군을 배신할 바에야 차라리 죽겠다!"
린："미츠히데 님…!"
 
나는 미츠히데의 옷깃을 붙잡았다.

 

린："…그런 짓을 했다가는 사다아키 씨를 볼 면목이 없어지고 말아요!"
미츠히데："네가 어떻게 사다아키를…. 면목이라니, 무슨 뜻이지?"
린："방금 전 오다 군의 야영지에서 들었어요."
 
나는 아까 있었던 일을 미츠히데에게 전했다.
 
미츠히데："그럴 수가! 노부나가 님이 사다아키를…."

린："사다아키 씨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어요."
린："어떻게든 미츠히데 님을 구해야만 한다고, 미츠히데 님 밑에서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미츠히데："사다아키…."
 
미츠히데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미츠히데："사다아키는 열 다섯 살 때부터 내 밑에서 자랐다. 내게는 친아들이나 마찬가지인데…."
린："……."
 
잠시 후, 미츠히데는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미츠히데："노부나가 님은 이백 명의 총포대를 두고 있다."
무네모리："이백이라…."
미츠히데："무슨 수를 써도 너희들이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얌전히 항복하는 것이."
무사시："항복하고 얌전히 죽으라는 건가?"
미츠히데："…물론 너희들은 분명히 죽임을 당하게 되겠지…."
미츠히데："하지만 여자와 아이들의 목숨은 구할 수 있을지도…."
무네노리："적이 당신이었다면 말이지."
무네노리："하지만 상대는 노부나가다. 망설임 없이 모두 죽일 것이다."
미츠히데："……."
 
밖은 아직도 강풍이 불고 있었다…. 검은 구름이 산을 뒤덮었다.
 
린："이래서는 날이 밝을 때 쯤에는 폭우가 쏟아지겠어…."
린："저기…, 큰 비라면 화승총도 쓸 수 없겠지요?"
 
내 목소리에 모두가 일제히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무네노리："그래…. 폭우 속에서는 화승총 따위 무용지물이지. 하지만…."
린："저 하늘을 좀 보세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요."
린："분명 날이 밝으면 큰 비가 쏟아질 거예요."
 
방 안이 조용해졌다.

 

무네노리："그런가. 아직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고에몬："우리들은 눈 앞의 전쟁에만 정신을 쏟느라 하늘을 살필 여유도 없었군요."
무사시："…잘 했다, 린!"
 
무사시 씨의 큰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린："아니, 전 단지 비가 올 것 같다고 했을 뿐인데…."
 
무네노리："폭우가 내리기만 한다면 우리에게도 승산은 있다."
무네노리："화승총을 쓸 수 없다면 적의 전력이 크게 감소하니까."
린："그렇군요…! 포기하면 안 되겠네요!"
무사시："린의 말대로다…. 이제 천운(天運)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군."

 

밖에는 강풍이 불고 있지만, 성 안은 죽은 듯이 조용하다.
 
무사시："조용하군. 날이 밝으면 큰 싸움이 일어날 텐데…."
린："그런 말도 있잖아요…. '폭풍전야'!"

무사시 씨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무사시："처음에 닌자가 노부나가와 싸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무사시："하지만…. 네가 있다면 닌자들이 이길지도 모르겠군."
 
린："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무사시："네 밝은 성격이나 긍정적인 태도가 우리들을 구원해 주고 있으니까."
린："……."
 
무사시："너는 태양처럼 모두를 밝게 비춰 주고 있어."
 
무사시 씨는 그렇게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무사시："…싫다면, 날 때려라."
린："네…?"
린："……!"
 
그가 갑자기 입술을 겹쳐 왔다. 달콤한 감촉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녹아 버릴 것만 같다….
잠시 후 무사시 씨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무사시："…때리지 않는군."
린："…당연하잖아요…."
 
나는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린："사랑하는 사람이 입 맞춰 주는 것을, 싫어할 리 없잖아요…?"
무사시："……."
린："저…저는, 무사시 씨에게라면…. 무슨 일을 당해도 좋아요."
무사시："…너, 의외로 대담하구나."
린："그게 무슨 말이에요! 용기 내서 겨우 말했건만…."
무사시："그래, 알고 있어…."
 
그가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뜻한 큰 손…. 이렇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무사시："하지만, 넌 소중하니까. 아끼고 싶다."
린："무사시 씨…."
 
애정이 담긴 그의 말에 눈물이 나왔다.
 
무사시："…왜 우는 거지?"
린："행복해서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건 줄은 몰랐어요."
 
그의 다정함과 함께, 가슴이 벅차 오늘 정도로 큰 행복이 느껴진다.

무사시："린…. 널 정말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나 같은 녀석으로 괜찮은 건가?"
무사시："나는 일개 낭인일 뿐, 공주의 몸인 너와는 어울리지 않아…."
무사시："……!"
 
나는 재빨리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린："그런 말씀 마세요."
무사시："……."
린："지금은 그냥 평범한 여자로 봐 주세요. 무사시 씨를 사랑하고 있는 여자로…."
 
(적어도 아침이 올 때까지는…. 지금 이 순간만은 전쟁에 대한 것은 모두 잊고 싶어.)
(한 여자로서, 사랑하는 남자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무사시："…네게 부탁할 게 있어."
 
그가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무사시："…나를 두고 아무 데도 가면 안 돼…. …이제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아."
린："무사시 씨…."
무사시："나는 이제 널 위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서로를 지키려는 듯 꼭 끌어 안았다.
 
린："이제 곧 날이 밝겠네요…."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다.
그 때, 문 바깥에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토라마루："공주님, 무사시 님! 오다 군이 보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