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미야모토 무사시 공략：8장

닌자："적은 백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무네노리："침착해라."
 
무네노리 님이 냉정하게 모두를 둘러 보았다.
 
무네노리："작전대로 나와 무사시가 말을 타고 적군의 대열을 무너뜨린다."
무네노리："그 틈에 너희들은 숲을 지나 성으로 피난하도록."
무네노리："숲 속에서라면 무거운 갑옷을 입은 오다 군이 불리하다."
무네노리："수리검과 활로 공격해서 적을 혼란에 빠뜨려라."
닌자들："예!"

무네노리："두목, 절을 버릴 각오는 되어 있나?"
두목："예, 물론 각오하고 있습니다."
 
(절을… 버린다고…?)
 
무네노리："이 절에는 화약을 심어 놓았다. 오다 군을 유인한 다음, 절과 함께 날려 버릴 것이다."
 
무네노리 님이 세우신 작전이란 그런 거였구나….
 
무네노리："시간이 없다. 곧바로 작전을 개시한다!"
닌자들："예!"

 

무사시 씨가 검을 챙겼다.
 
무네노리："가지, 무사시."
무사시："그래."
린："무사시 씨…!"
 
무사시 씨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무사시："…린."
 
그는 한 손으로 나를 안았다.
 
무사시："……."
린："……."

떨어지고 싶지 않아….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무사시："미안하군…. 이런 때에 격려해 줄 말 한 마디도 떠오르지 않다니."
린："아뇨, 무사시 씨 다워서 좋아요. ……."＊
 
나는 미소 지으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린："하나만 약속해 주세요…. 반드시 살아서 돌아 오시겠다고."
무사시："…그래, 알았다. 약속하지. 나도 두 번 다시 널 만나지 못하는 건 싫으니까."
린："무사시 씨…!"
무사시："반드시, 살아서 돌아 오마."
무네노리："…무사시, 시간이 없다. 서둘러. 토라마루, 공주를 부탁한다."
토라마루："예, 맡겨 주십시오!"
무네노리："꼬마 아가씨. …너도, 죽으면 안 된다."

 

우리들은 겨우 네고로슈 성에 도착했다.
 
토라마루："공주,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린："네, 저는 괜찮아요…. 다른 분들은 어때요?"
토라마루："전원 무사합니다. 야규 님이 말씀하신 대로 적은 숲 속에서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 때, 땅이 울리는 폭발음이 들렸다.

 

닌자："절이 폭발한다!"
 
망원경으로 보던 닌자가 외쳤다.
 
닌자１："오다 군이 절과 함께 날아간 것 같습니다!"
닌자２："야규 님의 작전은 완벽히 성공했습니다!"
닌자들："와아아!"
 
모두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무사시 씨와 무네노리 님은 어떻게 된 거지…?!
 
린："무사시 씨와 무네노리 님은요? 보이나요?!"
닌자３："그게,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습니다…."
 
백 명의 적군이 있는 적진으로 단 두 명이 뛰어 들었다….
 
(무사시："반드시 살아서 돌아 오지.")
(무네노리："꼬마 아가씨. 너도 죽으면 안 된다.")
 
제발 두 사람이 무사하기를….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진다. …….
 
토라마루："공주님."
린："토라마루 씨…."
토라마루："괜찮습니다. 그 두 사람은 강하니…. 반드시 살아서 돌아 올 겁니다."
 
닌자１："무네노리 님과 무사시 님이 돌아 오셨다!"
린："……!!"

 

두 사람 모두 피투성이…!?
 
무네노리："걱정하지 마, 대부분 적의 피다.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무사시："……."
무네노리："둘이서 오십 명 이상의 적을 베었으니."
무네노리："불시의 공격에 놀란 적의 진영은 무너졌다."
무사시："……."
무네노리："말했지? 전략은 내게 맡기라고."
 
(정말 다행이다….)
 
토라마루："고, 공주님?!"
 
두 사람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나는 의식을 잃었다…. 

 

무사시："정신이 들었나?"
 
정신을 차려 보니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무사시："너, 갑자기 쓰러졌어. 피를 봐서 놀란 건가?"
린："그게 아니라…. 두 분이 무사하신 걸 보니까 안심이 돼서…."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무사시："이런…. 울지 마라."
린："흑…. 흑…."
린："미, 미안해요…. 무사시 씨 상처도 치료 못해 드리고…."
무사시："신경 쓰지 마라. 이 정도의 상처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무사시 씨가 팔을 흔들어 보였다.
 
무사시："아얏…. 역시 아무 것도 아닌 건 아니군."
린："그게 당연하죠…."
 
무사시 씨는 양반 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아 팔짱을 꼈다.
 
무사시："그건 그렇고 야규…. 그 녀석 정말 강하더군."
린："……."
무사시："굉장했다고. 적을 베어 쓰러뜨리는 게…."
무사시："그 녀석의 검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뛰더군."
 
가슴이 뛰다니,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적들과 싸워 왔으면서….
 
린："후훗…."
 
긴장이 풀리자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린："정말 무사시 씨 답네요…!"
무사시："……."
 
무사시 씨는 내 얼굴을 계속 바라보다가….

 

린："……?!"
지금, 내 이마에 입을 맞춘 거야?
 
무사시："역시 너는 웃는 얼굴이 제일 좋아."
린："무, 무슨…?!"
무사시："아, 미안…. 무심결에."
 
(까, 깜짝이야….)
(게다가 아무 변명도 없이 '무심결에' 라니….)
 
무사시："항상 그렇게 웃게 해 주고 싶은데…. 오히려 늘 울리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무사시 씨가 나의 앞머리를 다정하게 쓸어 넘겼다.
그의 표정이 왠지 쓸쓸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나는 무사시 씨의 팔을 어루만졌다.
 
린："무사시 씨야말로 이리 좀 누워서 쉬세요."
무사시："그래."
 
무사시 씨가 내 옆자리로 들어와 누웠다.
몸에 감싼 붕대가 아파 보인다….
 
린："…뭐 필요한 건 없으세요?"
무사시："……."
린："……?!"
 
무사시 씨가 손을 뻗어, 나를 끌어당겼다…!
 
무사시："네 옆에서 자고 싶어."
린："다, 다쳤잖아요.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자면 아프다구요."
무사시："아파도 좋아. 떨어져 있는 게 더 아프다고."
무사시："…나, 지금 이상한 말을 했군."

 

무사시 씨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무사시："목욕하고 머리 좀 식히고 오마."
린："아, 안 돼요! 그 몸으로 뭘 하겠다는 거예요!"
 
나는 서둘러 무사시 씨의 다리를 붙잡았다.
 
린："말 좀 듣고, 그만 주무세요!"
무사시："아이 취급하지 마.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은데."
린："옆에서 자고 싶다고 말했으면서…."
무사시："…시끄러워."
 
그는 토라진 표정을 했다.
…덩치는 산만하면서, 귀여워….

린："자, 빨리 이불 속으로 들어가요!"
무사시："……."

나는 이불 속에서 무사시 씨의 등을 껴안았다.
 
린："…아프지 않아요?"
무사시："전혀 안 아파…. 따뜻하군."
 
내 몸도 마음도 따뜻하다…. 이런 시간이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사시："…오다 군은 또 다시 공격해 오겠지."
린："네…."
 
그래, 맞아. 확실히 현실을 직시해야만 해…. 아직 전쟁 중이잖아.
무사시 씨가 이 쪽으로 뒤돌아 누우면서 살짝 내 이마를 만졌다.
 
무사시："걱정 마…. 너는 내가 지킬 거다."

 

며칠 뒤….
 
린："성의 수리도 거의 끝나 가네요!"
무네노리："음. 남은 건 성 벽을 보강하는 것 뿐이군."
 
몇 명만 남기고, 마을 사람들도 거의 모두 이전의 생활로 되돌아 갔다.
하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네고로슈와 마을 사람들 사이에 신뢰감이 생긴 것이다.

그 때, 습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린："아…, 이 바람은…."
무네노리："왜 그러지?"
 
린："…아마도 폭풍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무네노리："폭풍? 전혀 그럴 기미가 없는데."
 
린："저, 날씨는 꽤 잘 맞춰요."
무네노리："음…."
 
전혀 믿지 않는 듯한 얼굴이네….

무네노리："뭐지, 저 연은?"
 
갑자기 거대한 연이 하늘을 날아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연에는─

 

린："저, 저건…. 고에몬 님?!"
 
어째서 고에몬 님이 연을 타고 여기까지…?!
 
무네노리："저건 이가의 이시카와 고에몬인가?"
 
고에몬 님이 땅을 향해서 밧줄을 던졌다.
 
주민１："어어!"
주민２："뭐, 뭐지?!"
 
벽을 고치던 마을 사람 중 한 명의 몸에 밧줄이 감겼다.

린："뭐, 뭐 하시는 거예요?!"
고에몬："어서 저 녀석의 몸을 조사해 봐!"
 
무네노리 님이 재빨리 다가가 마을 사람을 수색했다.
 
린："화약…?!"
 
그 사람의 품 안에서 화약이 발견되었다…!
고에몬 님이 땅으로 뛰어 내렸다.
 
고에몬："저 자는 마을 사람으로 변장한 하치스카의 닌자입니다."
무네노리："하치스카…. 닌자들을 배신하고 노부나가에게 붙은 놈들인가?"
 
마을에 하치스카 닌자가 숨어 들어 왔다니…?!

 

고에몬："중요한 이야기라 직접 왔다. 사이조의 정보를 전달하려고."
린："사이조 님…?"
무네노리："변장의 달인이라 불리는 코우가의 키리가쿠레 사이조인가."
고에몬："예, 사이조는 지금 무사로 변장하여 노부나가 근처에 접근해 있죠."
무네노리："그렇군…. 그렇다면 오다의 정보를 확실히 알 수 있겠군."
고에몬："사이조로부터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고에몬："노부나가가 직접 네고로슈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네고로슈를 공격할 준비…?!
 
네고로슈 두목："뭐라고…!"
무네노리："노부나가의 표적이 이가에서 네고로슈로 바뀐 건가."
고에몬："일전에 네고로슈 절을 공격했다가 실패한 것이 그를 화나게 한 것 같습니다."
무네노리："백 명 이상의 병사를 한 번에 잃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것도 무사시 씨와 무네노리 님, 단 두 명에게….
 
고에몬："두목,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 마을을 포기하는 것이."
 
마을을 포기한다고…?!
 
고에몬："아무리 생각해도 적의 수가 너무 많소. 노부나가는 막대한 병력을 데리고 공격해 올 것이오."
고에몬："밤의 어둠을 틈타 마을을 빠져 나가시오."
고에몬："이가, 코우가, 후우마…. 모든 닌자들과 힘을 합쳐 오다 군과 싸워야 합니다."
네고로슈 두목："…마을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고에몬："……."
네고로슈 두목："식량을 서로 나누고 성을 함께 수리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겨우 마음이 통했습니다."
네고로슈 두목："그런 마을 사람들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원로님….

 

무사시："나도 여기 남아 싸우겠다."
고에몬："…너, 린의 호위역으로 온 게 아니었나?"
린："고에몬 님, 저도 이 마을에 남아서 오다 군에 맞서겠어요."
고에몬："정말이지…. 다들 대체 무슨 생각들인 거야?"
 
고에몬 님이 우리를 훑어보았다.
 
고에몬："…알겠다. 나도 함께 하지."
린："네? 정말이세요?!"
고에몬："어쩔 수가 없잖아?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으니."
무네노리："……."

정말이다…. 무네노리 님도 아무 말이 없으시고….
이전의 무네노리 님이라면 벌써 마을 사람들을 버렸을 텐데….

고에몬："하지만 이대로 싸울 수는 없어. 대나무를 이용해서 간단한 총이라도 만들어 두어야 해."
무네노리："그렇군. 오다 군과 싸워 이기려면 총이 필요하겠군."
고에몬："대나무 총은 위력이 약하겠지만…."
고에몬："…하지만 사방팔방에서 노리고 쏜다면 충분히 싸울 수 있다."
무네노리："총을 성 벽 곳곳에 설치하자는 건가?"
고에몬："예, 그렇습니다."
 
무네노리 님이 고에몬 님을 주시했다.
 
무네노리："닌자들 중에 이렇게 머리가 비상한 남자가 있을 줄이야."
고에몬："세상은 넓습니다, 야규 님."
무네노리："음…. 그건 그런 것 같군."

 

무사시："괜찮겠어? 정말 이 마을에 남아도."
 
린："그걸 왜 저한테 물으세요? 무사시 씨가 먼저 남겠다고 하셨잖아요."
무사시："그야 그렇지만…."
 
린："문제 없을 거예요!"＊
 
무사시："…문제 있어."
린："네?"
무사시："나는 네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게 싫다."
린："……."
무사시："네가 걱정이 돼서 참을 수가 없다고."

무사시 씨가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무사시："널 다치게 하는 놈이 있다면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무사시："스스로를 알 수가 없으니…. 이런 기분은 처음이군."
린："무사시 씨…."
 
그가 내쉬는 숨이 내 얼굴에 닿았다.
가슴이 저려 온다…. 이대로 내게 입을 맞춰 준다면 좋겠는데….
 
???："…그럼 자세한 전략은 나중에."
 
갑자기 말소리가 들려, 우리들은 서둘러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고에몬 님이 복도 반대편에서 걸어 오고 있었다.

 

린："고, 고에몬 님…! 무네노리 님과 이야기하셨나요?"
고에몬："음. …저 사람이 야규의 후계자인가?"
고에몬："꽤 인상이 다르군. 냉철하고 비정한 인물이라고 들었는데."
린："…무네노리 님은 이 마을에 오신 뒤로 변하신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차가운 사람이었는데….
 
고에몬："마을에 와서 변한 것이 아니라, 누구 때문에 변한 것 아닌가?"
린："…네?"
고에몬："그리고 너와 무사시는 언제부터 그런 사이가 된 거지?"
린："네에…?!"
무사시："……."
 
고에몬："역시 그랬군, 내 감이 맞았어. 두 사람이 어쩐지 그런 분위기인 것 같아서."
린："……!"
고에몬："내 직감은 여전히 정확하지?"
무사시："……."
 
무사시 씨가 휙 등을 돌려 가 버리셨다….

 

고에몬："저 녀석, 무뚝뚝한 주제에 손은 빠르군."
린："소… 손 같은 거 댄 적 없어요…!"
고에몬："아직 잠자리는 함께 하지 않은 건가?"
린："자, 잠자리라니…. 아무 일도 없었어요!"
고에몬："헤에…."
 
고에몬 님이 능글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셨다….
 
고에몬："넌 저런 짐승남이 취향인가 보군."
린："네…?"
고에몬："무사시도 너에게 빠진 것 같고…."
린："무, 무슨 근거로 그런…!?"
 
고에몬 님이 내 어깨를 당겨 귓가에 속삭이셨다.

고에몬："너도 알잖아…? 내 직감은 정확하다는 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