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사루토비 사스케 공략：12장

쿠마："히야~ 교토는 역시 화려하구나!"
 
나와 쿠마 님과 사스케는 함께 교토를 둘러 보았다.

사스케："그런데 참 별 일이네. 그 고지식한 한조 님이 천천히 교토를 둘러 보고 오라며 보내 주시다니."
쿠마："한조 님이 얼마나 다정하신 분인데. 곧 전쟁이 시작될 테니 그 전에 모두에게 기분 전환을 시켜 주시려는 거라고."
사스케："쿠마! 한조 님한테 반한 거지?"
쿠마："그,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고!"
 
쿠마 님이 힘껏 사스케의 등을 내리쳤다.
 
사스케："아야야…. 야! 나는 부상자라고! 좀 더 조심히 다뤄!"
쿠마："흥! 그것보다, 너희들이야말로 그 동안 진전은 있었던 거야?"
린："어… 어떻게 그걸…?!"
쿠마："이래봬도 일류 쿠노이치라고! 두 사람 얼굴을 보면 그 정도는 척이지."
사스케："정말?! 내가 그렇게 티가 났나?"
쿠마："뭐, 한조 님은 그런 면에서는 둔하시니까 눈치 채시진 못하셨겠지만!"
 
(한조 님도 나처럼 둔하신가 보네….)
 
쿠마："뭐, 나는 두 사람을 응원하고 있으니까!"
린："쿠마 님, 정말요…?"
쿠마："응. 닌자의 공주라고는 해도 린이도 여자잖아."
쿠마："이런 때야말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기대고 싶은 건 당연해."
린："고마워요, 쿠마 님…."
 
(역시 쿠마 님은 다정하다. 마치 친언니처럼….)
 
쿠마："그럼 나는 동생들 선물이나 사러 가 볼까!"
사스케："조심해!"

 

린："……."
사스케："왜 그래?"
린："쿠마 님의 동생들이 부러워서. 저렇게 다정한 언니가 있다면…."
린："…아, 미안…!"
 
(나는 참 눈치도 없지…. 사스케는 하나 뿐인 누님을 잃었는데….)
 
사스케："바보, 그 일이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사스케가 내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사스케："그러는 너야말로 형제나 가족이 없지 않아?"
린："응…."

하나 뿐인 가족인 할아버지와도, 사실은 피가 섞이지 않은 사이니까.
이 세상에는 더 이상 나와 피를 나눈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아….
 
사스케："…내가 린이의 가족이 되어 줄게."
린："뭐…?"
사스케："지금까지는 누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수행에 힘썼지만,"
사스케："이제는 또 한 가지 목표가 생겼어. …훌륭한 닌자가 돼서 널 행복하게 해 주는 것."
린："사스케…."
사스케："나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 줄 거야!"
 
그래…. 나에게는 가족은 없지만 사스케가 있는걸.
그와 함께 있으면 어디서라도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아하는 사람과 맺어진다는 것은 이렇게 마음 든든한 일이구나….
 
린："…응, 고마워."
 
나는 사스케의 손을 꼭 잡았다.

 

사스케："이렇게 있으니까, 진짜 부부 같지? 츠바키!"
린："내 이름은 츠바키가 아니고, 린이라고!"＊

사스케："바보, 나도 알아!"
사스케："그새 잊은 거야? 이가로 가는 길에 츠바키랑 신노스케라고 가명을 지었었잖아."
린："…나는 또, 다른 여자랑 헷갈렸는 줄 알았어."
린："사스케는 많은 여자들이랑 만나 봤다고 했으니까…."
사스케："그래서… 설마 질투하는 거야?"
린："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사스케："…헤헤."
 
(읏….)
 
사스케가 내 어깨를 힘차게 당겨 안았다.

사스케："정말, 너무 귀여워서 곤란하다니까."
린："귀, 귀엽다고?!"
사스케："좋아하는 아이가 질투해 주니까, 엄청 기쁜 건 당연하잖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네 쪽이 귀엽다고….)

 

린："…뭐지?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어."
사스케："그러게, 왜 모여 있는 걸까?"
 
우리들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사스케："어이, 왜 이렇게들 모여 있는 거지?"
 
사스케가 옆에 있는 구경꾼에게 물었다.
 
구경꾼："전국의 강한 사람들이 모여서, 무술 대회를 연다는군!"
사스케："무술 대회?"
구경꾼："여기서 실력을 인정 받은 자는 출신에 관계 없이 노부나가의 측근으로 고용된다지!"
 
(노부나가의…?!)
 
사스케："흠, 재미있군. 그래서, 측근이 될 만한 자는 있었나?"
구경꾼："그게, 아까부터 무서운 녀석이 있어!"
구경꾼："상대한 녀석들은 전부 한 칼에 끝났다고!"
구경꾼："다음에 이기면 드디어 우승이야! …아, 그 녀석이 나왔다!"

 

(저 사람…. 미야모토 무사시…?!)
 
린："사스케! 저 사람, 이가 가는 길에 만난…."
사스케："어, 그래…. 설마,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구경꾼："오, 이제 시작하려나 보군!"
 
상대는 무사시가 올려다 볼 정도로 큰, 거구의 남자다.
무사시와 거구의 남자는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눈 채 노려보고 있었다….
 
거한："말해 두겠지만, 나는 지금까지의 상대와는 다를 거다. 포기할 기회는 지금 뿐이다!"
무사시："나는 말싸움이나 하러 여기 온 게 아닌데."
거한："훗, 건방진 녀석…. 간다!"
 
거구의 남자가 무사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무사시："……."
 
무사시는 검을 든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순간─

린："……?!"

거대한 남자의 몸이 머리부터 수직으로 두 동강 난 채 쓰러졌다…!
 
구경꾼１："으아! 저게 어떻게 된 거지?!"
구경꾼２："검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관객 사이에서 비명과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스케："상대가 검을 휘두르기 직전에, 무사시가 먼저 위에서부터 대도로 내리쳤군."
 
(사스케에게는 무사시 씨의 움직임이 보였구나….)

곧 노부나가의 부하처럼 보이는 사무라이가 무사시에게로 다가왔다.
 
린："사스케…."
사스케："쉿!"
 
사스케가 눈을 날카롭게 뜨고 무사시와 사무라이의 입 모양을 주시했다.
그는 독순술로 두 사람의 대화를 읽고 있는 것이다.
 
사스케："부하가 무사시에게 '지금부터 저택으로 가겠다'고 말하는군."
사스케："뒤를 쫓으면 노부나가에게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몰라."

 

린："정말 화려한 저택이다…. 노부나가는 여기에 머무르고 있는 걸까?"
사스케："아니, 그렇게 보기엔 경비가 너무 적어. 여기는 노부나가의 부하들이 있는 곳일지도 몰라."
린："노부나가의 부하…?"
사스케："일단, 풀 숲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 보자."

 

잠시 후, 기모노를 입은 남자 한 명이 나타났다.
 
사스케："저 남자는…. 확실히 노부나가의 부하, 아케치 미츠히데로군."
린："아케치 미츠히데…?"
사스케："응. 노부나가의 최측근이야."
 
미츠히데："무사시 공. 검술이 뛰어나다고 들었소."
미츠히데："노부나가 주군께서 당신을 꼭 정예 부대로 맞이하고 싶어하시오."
무사시："고맙습니다. 노부나가 님을 위해서 사력을 다하지요."
 
(무사시 씨가, 노부나가의 정예 부대에….)

미츠히데："우선은 닌자들의 퇴치에 힘을 빌려 주셨으면 하오."
 
(닌자 퇴치…. 무사시 씨는 우리들의 적이 되는 건가…?!)
 
무사시："예, 맡겨 주십시오."
미츠히데："그렇다면, 자세한 계획에 대해서는 들어가서 이야기하세."
사스케："닌자 퇴치라니…. 설마 저 녀석이 우리들의 적이 될 줄이야!"
 
(무사시："너, 늑대의 말을 알아 듣는 건가?")
(무사시："호오,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건가. 편리하군.")

(그 때 무사시 씨는 살기를 띄고 있긴 했지만, 결코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었는데….)
 
린："사스케, 어떻게 할 거야?"
사스케："일단 무사시의 뒤를 쫓아야지."
사스케："노부나가의 계획에 대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우리들은 저택에서 나온 무사시 씨의 뒤를 밟았다.
무사시는 사람들의 통행이 적은 곳으로 걸어갔다. 대체 어디를 가려는 걸까…?
 
그 때….

무사시："나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사루토비 사스케."
사스케："……!"
사스케："닌자의 추격을 알아 채다니…. 과연 미야모토 무사시로군."
 
두 사람은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사스케："당신, 노부나가 편이 될 참인가? 어째서지?"
무사시："저번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나는 단지 강한 자들과 검을 겨루고 싶을 뿐이다."
사스케："노부나가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놈이야!"
사스케："엔랴쿠지에서는 여자와 아이들까지 모두 죽였다고 하더군. 그 따위 남자 밑에서 일하고 싶냐?!"
무사시："내가 어떻게 살든 너와는 상관 없는 일이다."
사스케："아니, 우리들의 적이 될 셈이라면 가만 둘 수는 없는 일이지."
무사시："그렇다면 어쩔 셈이냐?"

사스케："……."
무사시："……."
 
두 사람은 말 없이 서로를 노려보더니, 동시에 각자의 무기를 빼 들었다.
 
무사시："영광이로군. 너와는 한 번쯤 싸워 보고 싶었다."
사스케："나는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
린："그만 둬요…! 두 사람이 싸울 이유는 없잖아요!"
무사시："여자는 빠져 있어."
 
무사시가 사스케를 공격하려는 순간….
사스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옆으로 피했다.
 
무사시："사루토비 사스케…. 역시 몸 하나는 재빠르군."
사스케："하지만 네 눈에는 보인다 이거지?"
 
무사시의 검이 사스케의 자취를 쫓듯 허공을 갈랐다.

사스케："윽…?!"
 
무사시의 검 끝이 사스케의 얼굴을 스쳤다.

 

사스케："…이전보다 실력이 늘은 것 같군?"
무사시："그 쪽이야말로 뛰어난 반사 신경이군. 나의 검을 피하는 자를 만나는 게 몇 년 만인지."

무사시 씨의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기뻐 보였다.
저 사람은 진심으로 싸움을 즐기고 있는 거야….
 
사스케："쓸데 없는 말은 그만 두고, 어서 승부나 가리자고!"
 
사스케가 분신술로 사방 팔방에서 무사시를 노렸다.
 
무사시："과연. 이게 너의 진짜 실력인가?"

무사시는 사스케의 공격을 열심히 검으로 막아 냈다.
 
무사시："이 쪽이다!"
사스케："에잇…!"

무사시가 휘두른 검을 사스케가 갈고리로 막았다.
사스케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어깨의 상처가 아직 완치되지 않은 거야!
 
린："그만 둬요! 사스케는, 어깨에 상처가…!"
사스케："린, 조용히 있어!"
 
다음 순간, 무사시가 작은 검을 뽑아 들어 사스케의 가슴을 찔렀다.

사스케："윽…!"
린："꺄악!"
 
사스케의 가슴이 피로 물들었다…!

린："제발, 그만 둬!"

나는 두 팔을 벌려 무사시의 앞을 막아 섰다.
 
린："이런 싸움을 해서, 대체 무슨 이득이 있죠?!"
사스케："린, 위험하니까 저 쪽으로 가!"
 
린："사스케! 지금 도망쳐!"＊
 
사스케："도망치다니, 그럴 수는 없어!"
린："하지만…!"

무사시는 나를 보더니 이내 검을 내렸다.
 
무사시："걱정 마라. 나는 약한 자는 베지 않아."
 
그 때….
무사시가 재빠르게 검을 들고,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며 뭔가를 튕겨 냈다. 저건, 수리검…?

 

쿠마："내가 상대해 주지!"
린："쿠마 님!"
 
무사시："그만 둬. 아무리 닌자라도, 여자를 상대할 생각은 없다."
쿠마："하! 웃기는 소리 마라!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동료를 지켜야겠어!"
무사시："동료…."
 
사무라이１："어이, 저 쪽을 봐!"
사무라이２："수리검에 갈고리…. 닌자들이잖아!"
 
(저건 방금 전 미츠히데의 저택에 있었던 사무라이들!)

린："쿠마 님, 사스케를 데리고 도망치세요! 이대로라면 모두 붙잡힐 거예요…!"
쿠마："……."
 
사스케는 가슴을 움켜쥔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린："제가 저 부하들을 막겠어요!"
쿠마："말도 안 돼, 널 두고 가다니!"
린："사스케는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해요."
쿠마："……."
린："한조 님이 똑같은 상황이라면, 쿠마 님도 저와 같은 선택을 하시겠죠?!"
사스케："아… 안 돼, 린…."
 
사스케가 힘 없는 목소리로 내게 손을 뻗었다.
 
린："괜찮아…. 꼭 살아 남아서 다시 만날 거야."
 
나는 사스케의 손을 꼭 잡았다.
 
린："나를 믿어, 사스케."
사스케："린…."
 
린："쿠마 님, 어서요!"
쿠마："알았어…. 꼭 널 구하러 다시 올게!"
 
그리고 나는 그대로 사무라이들에게 가까이 갔다.

사무라이１："너… 너는!"
린："나는 쿠스노키 마사시게의 혈통, 닌자의 공주…. 노부나가는 내 목숨에 흥미가 있겠지요?"

 

미츠히데："묶어서 미안하군…. 아프지는 않나?"
린："저를 노부나가에게로 데려가는 건가요?"
미츠히데："나는 노부나가 님을 섬기는 몸….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네."

왜일까…. 미츠히데의 얼굴이 슬퍼 보인다.

미츠히데："사실은 못 본 척하고 싶었지만…."
미츠히데："너도 좋아서 닌자의 공주로 태어난 건 아닐 텐데."
린："……."
 
미츠히데："그 비녀는 교토에서 산 건가?"
린："네…?"
미츠히데："네 검은 머리에 잘 어울리는군."
 
(왜 적인 나에게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 주는 거지…?)
 
미츠히데："…내게도 너와 같은 또래의 딸이 있지."
 
(내 또래의 딸…?)
 
미츠히데는 부하들 쪽을 돌아 보았다.

미츠히데："그녀에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이불을 가져다 주어라."
미츠히데："적어도 내 저택에 있을 때만이라도 편안히 있게 하고 싶구나."
부하："예, 알겠습니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슬슬 석양이 물들고 있다.)
 
린："사스케는 괜찮으려나…."
 
(한조："혹시 노부나가에게 몸을 빼앗겨, 죽는 것보다 괴로운 굴욕을 겪을 바에야….")
 
나는 곧 노부나가에게 끌려가게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사스케의 목숨을 구하고 싶었어.
 
그 때, 슥 하고 문이 열렸다.

 

(무사시 씨….)
 
린："왜… 당신이 여기에…?"
무사시："경비의 눈을 피해, 몰래 왔지."
린："괜찮아요? 마음대로 그렇게 하셔도…."
무사시："뭐…. 들키면 나중에 좀 혼나면 되고."
 
무사시가 내 옆에 풀썩 걸터 앉았다.
 
무사시："뭐야…. 식사에는 손도 안 댄 건가?"
린："…이런 상황에, 목에 넘어갈 리가 없잖아요?"
무사시："음, 그것도 그렇겠군."
무사시："아무튼 그러고 보니, 진짜 네 이름은 츠바키가 아니고 린이라고 하나 보군?"
린："……."
무사시："츠바키도 좋은 이름이지만, 그 이름도 나쁘지 않다."
 
(무사시 씨는 순수하고 맑은 눈을 가졌다. 하지만, 이 사람이 사스케에게 상처를 입혔어….)
 
무사시："아까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너는 곧 해가 지면 혼노오지에 끌려 간다고 하던데."
 
(혼노오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