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사루토비 사스케 공략：14장

사스케："자…. 와라, 무사시!"
무사시："바라던 바다!"
 
사스케가 품에서 무기를 꺼냈다.
날이 뾰족한 저 것은… 쿠나이…?
 
사스케는 오른손에 갈고리, 왼손에 쿠나이를 들었다.
 
무사시："역시, 이도류에는 이도류로 승부라 이건가."
 
무사시 씨도 오른손에는 소도(小刀), 왼손에는 태도(太刀)를 들고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두 사람은 거리를 둔 채 빈 틈을 노리며 서로를 노려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특유의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스케는 갈고리를 휘둘러 무사시의 소도를 튕겨 내려 했다.
 
무사시："훗!"
 
무사시가 위에서부터 태도를 휘둘렀다.
 
사스케："에잇…!"
 
사스케는 뒤로 공중제비를 넘으며 쿠나이를 휘둘렀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눈이 쫓아갈 수가 없어….)
 
무사시："…빈 틈!"
 
회전하는 사스케를 향해 무사시가 태도를 다시 한 번 휘둘렀다.
사스케의 갈고리에 부딪히자, 불꽃이 일었다. 두 사람의 공방은 점점 격렬해졌다.
사스케는 몸을 뒤로 젖힌 채 갈고리와 쿠나이로 무사시의 검을 막아 냈다.
 
사스케："……."
무사시："……."
 
두 사람은 서로의 검을 받아 내며 노려보았다.
 
무사시："힘으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사스케："…아니, 생각 안 해!"
 
사스케는 무사시의 배를 걷어 차며 그 반동으로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사스케："하지만, 빠르기는 내가 한 수 위지!"
무사시："그래, 그 말대로군."
 
(왜일까…. 두 사람은 분명 싸우고 있는데, 마치 놀고 있는 어린 아이들처럼 보인다.) 

무사시："받아라!"
무사시는 사스케의 얼굴을 향해 소도를 내뻗었다.
 
사스케："윽…!"
사스케는 갈고리로 아슬아슬하게 칼날을 막아 냈다.
그와 동시에 무사시의 태도가 사선으로 공격해 왔다.
 
무사시："…뭐지?!"
 
사스케는 재빠르게 뛰어올라 무사시의 어깨 위에 내려 앉았다. 짧은 순간 보인 무사시의 작은 틈을 사스케는 놓치지 않았다…!
  
사스케는 쿠나이로 무사시의 어깨를 찔렀다.
천천히 무사시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무사시："…죽여라."
사스케："내겐 널 죽일 이유가 없어."
무사시："그런 건 상관 없으니, 빨리 죽여라. …창피하게 살아 남을 생각은 없다."
린："…살아 남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에요!"
 
나는 몸을 숙여 무사시 씨의 팔을 잡았다.
 
린："죽고 싶다면, 차라리 죽을 각오로 살아 남으세요. …부탁해요."
무사시："……."
 
무사시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사시："죽을 각오로 살아 남으라고…."
사스케："그래…. 살아 남아라, 무사시. 하나의 생명이라도 소홀히 생각하지 마."
 
사스케가 다정하게 내 어깨를 잡았다.
 
사스케："가자, 린….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스케가 나의 가슴께를 보았다. 

사스케："이 상처… 노부나가에게 당한 거야?"
린："응…."
 
사스케가 나를 꼭 끌어안았다.
 
사스케："미안…. 지켜 주지 못해서."
린："사스케…."
사스케："두 번 다시 널 혼자 두지 않겠어. 네게 손 대는 녀석들은 절대 용서 안 해!"
린："…나야말로, 미안해."
사스케："어째서 사과하는 거야."
린："사스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래서…."
사스케："괜찮아."
린："……!"

그가 입술을 겹쳐 왔다. 나를 세게 끌어안은 채로…. 

사스케："…살아 남은 것만으로, 충분해."
린："사스케…. 울고 있어?"
 
사스케가 고개를 돌렸다.
 
사스케："…창피하니까, 보지 마."
린："창피하지 않아…."
 
그의 머리카락이 내 뺨에 닿았다.
살아 남아서, 그와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하자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스케："이제 두 번 다시 울리지 않을게."
 
그의 입술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 눈물을 핥았다.
 
사스케："이제부터는 항상 웃게 해 줄게."
린："응…. 나도 사스케 곁에 있고 싶어."
사스케："그래, 이제 전쟁도 끝났으니까."
 
겨우 전쟁은 종결되고, 닌자의 미래는 지켜 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와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다음 날 아침.
 
한조："…정말 공주가 무사해 천만다행입니다."
린："한조 님도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한조："혼노오지에서 군사들을 처리하고 나서 본당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노부나가는 죽어 있었습니다."
한조："아케치 미츠히데가 반역을 일으켰다면서 군사들 사이에서는 소란이 일어났습니다만…."
 
린："…그건 미츠히데가 한 일이 아니에요."
한조："그렇다면, 누가?"
사스케："…혹시, 무사시가?"
 
나는 사스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스케："그 녀석, 노부나가로부터 널 지키기 위해서?"
린："…응…."
사스케："그랬나…. 그 때 그를 죽이지 않길 잘 했군."

(무사시："여자의 울음 소리 따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무사시 씨는 나를 지키기 위해, 천하의 수장인 오다 노부나가까지 죽였다.
…언젠가 그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한조："노부나가를 벤 것이, 미야모토 무사시였던가…."
한조："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미츠히데의 반역이라 믿고 그를 추격하고 있다."
사스케："하시바 히데요시가 미츠히데를 잡아 죽일 것인가, 아니면 미츠히데가 천하를 얻을 것인가."
 
(미츠히데："…내게도 너와 같은 나이의 딸이 있지.")
 
…미츠히데는 가족을 생각하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혹시 미츠히데가 천하를 얻는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한조："…어찌 되었든 전쟁은 끝났습니다."
한조："공주….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싸워 주어 고맙습니다."
 
한조 님이 머리를 숙였다.
 
린："그런…. 저야말로 모두에게 도움만 받았는걸요. 감사했습니다."
한조："이걸로 공주도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겠군요."
 
(평범한 생활…. 칸신지에 있었던 때가 왠지 먼 옛날 일처럼 느껴져….)

 

한조："이제 당신을 책임 지고 칸신지까지 모시겠…"
사스케："한조 님!"
 
사스케가 한조 님의 말을 잘랐다.
 
사스케："저는 린과 혼인하고 싶습니다!"
 
(사스케…?)
 
사스케："절대 린이 저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게 하고 싶지… 아니, 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한조："…그건, 내가 아니라 주지 스님께 할 말이지."
사스케："그럼, 코우가로 돌아가기 전 칸신지에 들러 주지 스님께 직접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스케："린을 제게 주십사고…."

한조："…공주의 마음은 어떻소?"
린："저도…. 사스케와 같은 마음입니다."
린："할아버지를 찾아 뵙고 저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조："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한조 님이 사스케를 돌아 보셨다.
 
한조："사스케, 꼭 공주를 행복하게 해 드리도록. 그게 지금부터의 네 임무다…. 알겠나?"
사스케："예…!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조："공주, 오늘 밤은 모두와 승리의 연회를 열 겁니다."
한조："그리고 내일 아침 각지에서 모인 닌자들도 각자의 마을로 돌아갈 겁니다."
 
(내일 아침, 우리는 교토를 떠난다….)
(고에몬 님과 사이조 님, 코타로 님, 쿠마 님과도 이렇게 헤어지게 되는 거네….)

 

그 날 밤, 나는 연회를 빠져 나와 하늘을 보았다.
 
(가까스로 전쟁이 끝나자마자 모두와 헤어지는 건가…. 쓸쓸해진다.)

쿠마："린."
린："쿠마 님…."
쿠마："있지, 너에게 주고 싶은 게 있어."
 
쿠마 님이 품 속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린："복주머니…?"
쿠마："교토에서 산 거야. 동생 것들 살 때…."
린："고맙습니다…!"
 
나는 무심결에 쿠마 님을 껴안았다.
 
쿠마："바보. 그렇게 고마워할 만한 물건도 아닌데."
린："아뇨, 너무 기뻐요…. 보물로 간직할게요." 

쿠마 님이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쿠마："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를 친동생처럼 생각했어."
쿠마："떨어져 있더라도, 넌 변치 않는 내 동생이야."
린："쿠마 님…. 흐흑…."
쿠마："울지 마…. 네가 우니까, 나까지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쿠마 님의 몸이 가늘게 떨리는가 싶더니….

 

쿠마："우에엥!"
린："…에?!"
쿠마："나, 나야말로 울고 싶다고! 우에엥! 엉엉!"

 

고에몬："뭐야, 그 소리는. 벌레라도 울고 있나 싶었더니만."
린："고에몬 님…."
고에몬："쿠마, 그만 울고 가 봐. 한조 님이 너를 찾으신다."
쿠마："네? 한조 님이요? 절 무슨 일로…?"
 
쿠마 님은 갑자기 얼굴이 밝아져서는 가 버렸다….

고에몬："린, 한조 님으로부터 들었다. …사스케와 같이 코우가로 가서 사는 건가?"
린："네. 칸신지에 들른 다음 코우가에…." 

 

고에몬："정말로 가는 건가?"
린："네…."
고에몬："…가지 마."
린："……."
 
고에몬 님이 내 손을 꼭 잡았다.
 
고에몬："나와 같이 이가에서 살자."
린："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사스케예요."
고에몬："……."
 
고에몬 님은 말 없이 나를 보다가 내 머리를 토닥였다.
 
고에몬："역시 어쩔 수 없나!"
린："고에몬 님…."
 
고에몬："네가 택한 건 사스케니까…. 행복해야 한다."
 
(고에몬 님…. 죄송해요….)
 
고에몬："…그리고 고맙다."
린："고맙다니…. 뭐가요?"

 

고에몬："너와 만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알게 됐으니까."
고에몬："…지금까지는 나 자신을 제일 좋아했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잘난 척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틈에 고에몬 님의 다정함을 알게 되고…. 

(고에몬："어쩔 수 없잖아. 귀찮지만, 신경 쓰이는 걸.")
(그 품에 안겼을 때는 정말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고에몬："…린. 너는 정말 좋은 여자다. 이 내가 반할 정도니까."
 
고에몬 님이 가까이 다가와 내 귓가에 속삭였다….
 
고에몬："사스케에게는, 비밀이다."
 
스친 듯 스치지 않은 듯 미약한 입맞춤….
 
고에몬："좀 더 좋은 여자가 되도록.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자."
 
돌아서서 멀어지는 고에몬 님의 등이 눈물에 번져 흐릿하게 보였다.

(저도 고에몬 님과 만나게 되어, 기뻤어요….)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산을 걸었다.

사스케："린, 지치지 않았어?"
린："응, 괜찮아!"
사스케："힘들어지면 언제라도 말해! 내가 업어 줄게."
린："고마워."
 
나는 산길을 걷는 모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여기서 각자의 길로 흩어지게 되겠지….
 
칸신지에서 닌자의 상징이 되어 달라고 부탁 받고, 이가에서 수행을 하고….
코우가의 닌자 성으로 이동하고….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사스케："미안, 좋아해 버려서…. 하지만… 어떻게 해도 이제 이 마음을 멈출 수가 없어.")
(사스케："네가 울고 있으면 위로하고, 격려해 주고 싶어.")
(사스케："어떤 때라도 널 지켜 주고 싶어.")
(사스케："단지 옆에 있어 주기만을 바래…. 그것 뿐이야.")
 
나도 사스케의 곁에서 계속 격려하며 지켜 주고 싶어.
지금부터는 그와 둘이서 살아가게 될 거야….

 

사이조："너, 뭘 그렇게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냐?"
린："…생각 좀 한 거예요!"
 
사이조："…뭐, 주지 스님이 혼인을 허락해 주신다면 좋겠지만."
린："할아버지는 이야기하면 잘 들어 주시는 분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이조："글쎄, 과연 어떨까. 사스케는 나쁜 녀석은 아니지만 예의범절을 몰라서."
 
사스케도 사이조 님한테만큼은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을 텐데….

사이조："뭐냐, 그 얼굴은."
린："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사이조："아무튼 나는 코우가에 먼저 가서 너희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마."
린："……."
사이조："또 왜 그래?"
린："사이조 님도 그렇게 다정한 얼굴로 웃으실 줄 아는구나 싶어서…. 아얏!"
 
사이조 님이 내 이마를 때렸다.
 
사이조："실례되는 소릴. 난 언제나 다정하다고."
 
(그, 그러고 보니….)
(코우가에서 살게 되면, 사이조 님께 평생 괴롭힘 당하며 살지도 모르겠네….)

 

코타로："…공주? 왜 그러시지요?"
린："갑자기 머리가 아파서요…."
코타로："그러고 보니, 부어 올랐군요."

코타로 님이 몸을 굽혀 살짝 내 이마를 만져 보았다.
 
코타로："아…. 실례."
린："호호…. 이런 걸로 사과하실 건 없잖아요! 코타로 님은 너무 예의가 발라서 탈이에요."
코타로："…그런가요."
린："그래요! 이렇게 멋있으신데…. 그런 식이면 애인도 안 생긴다구요."
코타로："……."

(앗…. 코타로 님이 말이 없으시다.  혹시 내 농담이 기분 나쁘셨던 건가?)

코타로："…당신의 그 미소가, 우리들을 구했습니다."
린："코타로 님…."
코타로："이제부터는 사스케가 당신의 그 미소를 지키겠지요."
린："저는 이제 더 이상 공주가 아닌걸요."
코타로："아뇨, 당신은 언제까지나 저희 닌자들의 공주님이십니다."
 
닌자의 공주….
평범한 여자로 돌아가더라도, 닌자의 공주였다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살아 가고 싶어.

 

사스케："그럼, 저희들은 여기서 칸신지 쪽으로 가 보겠습니다."
한조："음, 그러게. 몸 조심하고. 공주, 부디 건강하십시오."
린："네. 한조 님도 건강하세요."
고에몬："린, 사스케와 헤어지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내가 데려가 줄 테니까."
사스케："바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린은 평생 내 거라고!"
고에몬："하하…. 그래. 그런 기세로 평생 그녀를 사랑해 줘라."
 
그리고 우리는 웃는 얼굴로 모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워 온, 소중한 동료들….
다시 언젠가,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