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사루토비 사스케 공략：13장

린："혼노오지라는 절에… 노부나가가 있나요?"
무사시："응…. 아마도 그렇겠지."
 
그 때, 복도에서 부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하１："미츠히데 님도 괴로우시겠군. 그렇게 어린 소녀를 자기 손으로 바치지 않으면 안 되니…."
부하２："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복잡한 심정일 거야. 무엇보다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이니까."
부하２："첩도 두지 않으시고 부인만 바라보고 계시니…."
 
(미츠히데라는 사람은, 그 정도로 가족을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부하３："그러니까 그 다정함이, 노부나가 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거라고."
부하３："기회만 있으면 미츠히데 님께 쓴 맛을 보여 주려는 것 같아…."

 

무사시："…너는 가족이 있나?"
린："가족은 없어요. 다만…."
무사시："연인이 있지? …사루토비 사스케인가?"
린："……."
무사시："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 연인은 죽지 않아."
무사시："그 검은 급소까지는 닿지 않았으니까."
 
무사시가 나를 바라보았다.
 
무사시："미안하군…. 너를 끌어들이게 돼 버려서."
린："어째서 사과를…. 당신은 우리의 적이잖아요?"

무사시："나에겐 적이든 아군이든 그런 건 상관 없다. 단지 찾고 있을 뿐이지…. 내 목숨을 걸 만한 상대를."
 
(목숨을 걸 만한 상대….)

린："그래서… 강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노부나가의 부하가 된 건가요?"
무사시："……."
 
대답이 없던 무사시가, 갑자기 내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린："…뭐, 뭐죠?"
무사시："그 밥, 안 먹는다면 내가 먹어도 될까?"
린："네? 아, 네…."
 
그는 곧 보고 있는 쪽이 압도 당할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식사를 먹어 치웠다.
 
(엄청난 식성이네….)
(대체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무사시："하아! 오랜만에 진수성찬을 먹어 보는군."
무사시："배불리 먹었더니 나른한데."
 
그는 천연덕스럽게 바닥에 대(大) 자로 드러누웠다.
 
린："……."
 
곧 그는 드르렁 드르렁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내 앞에서 왜 이렇게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는 거지…?
나는 문득 머리에 꽂고 있던 비녀에 손을 가져갔다.
 
(이 비녀로, 그의 목을 찌르면….)
(그래서 경비들의 눈을 피해 도망칠 수만 있다면….)

나는 비녀를 뽑아 무사시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무사시："쓸 데 없는 생각은 그만 둬."
린："……!"
 
등을 돌린 채 무사시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무사시："네 힘으로는 나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틈이 보이면, 어떻게든 될지도 몰라…!＊
 
린："앗…!"
 
무사시가 재빨리 뒤돌아, 내가 든 비녀를 쳐 냈다.
 
무사시："말했잖아. 너는 나를 당해 낼 수가 없다고."
린："으…흑…."
 
참지 못하고, 울음이 터졌다….

무사시："…난폭하게 해서 미안하군."
 
무사시가 내 뒤로 다가와, 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무사시："이런 것, 익숙하지 않지만…."
 
나의 어깨를 감싼 어색한 손….
검을 들고 있을 때와는 마치 다른 사람 같다….
 
무사시："자, 이거나 갖고 놀래?"
린："푸, 풍차?"
 
무사시가 품에서 풍차 모양의 장난감을 꺼냈다.

린："……."
무사시："역시, 이건 아닌가…. 음…."

린："풋…."

무사시："너…. 왜 울면서 웃는 거지?"
 
무사시가 아래 위로 내 얼굴을 훑어 보았다.
 
무사시："…여자라는 건, 역시 알 수 없는 생물이야."
 
그 때, 복도에서 부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하："이제 저 여자를 혼노오지로 데려가자."

 

노부나가："호오…. 네가 바로 그 닌자의 공주인가."
 
이 사람이 오다 노부나가…냉혹한 눈을 하고 있어….
 
노부나가："미츠히데! 너 치고는 꽤 했군 그래."
미츠히데："하하…. 허나 실제로 손을 쓴 것은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남자입니다."
노부나가："미야모토 무사시…. 무술 대회에서 특출한 실력을 보였던 자의 이름인가."
노부나가："좋군. 그 자를 전쟁 시에 최전선에서 써야겠다."
 
그 말을 마친 노부나가는 내 턱을 낚아 채듯 잡았다.

노부나가："제법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군."
린："……."
노부나가："미츠히데, 모두를 데리고 물러가 있거라. 이 계집이 목소리를 높여도 문은 열지 말도록."
린："……!"
 
역시, 한조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야…. 노부나가는 이제부터 나를…?!
 
미츠히데："하, 하지만 노부나가 님! 그 여자는 아직 어리고…!"
노부나가："건방진 것! 네 놈이 감히 내 말에 토를 달아?!"
 
노부나가가 미츠히데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노부나가："내가 마음만 먹으면, 네 일가족 모두를 몰살시킬 수도 있어!"
 
가족의 목숨을 빌미로…. 노부나가는 정말 끔찍한 사람이야….
 
노부나가："알아 들었으면 냉큼 사라져라!"

 

노부나가："알겠나? 여기는 내 부하들이 지키고 있지."
노부나가："혹여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너는 그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
 
노부나가는 내가 입은 기모노의 오비에 손을 댔다.
 
린："싫어…. 그만 둬…!"
노부나가："아무리 소리쳐 봤자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아. 얌전히 있는 편이 좋을 거다."
 
그는 난폭하게 내 오비를 풀고는 내 기모노를 벗기려 했다.
 
노부나가："크큭…. 어린 계집 치고는 좋은 몸을 가지고 있군."
린："그만 둬…. 제발!"
 
나는 마구 저항하며 발버둥쳤다.＊
 
노부나가："제기랄, 가만 있지 못해!"
 
(만의 하나,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더라도 이 손으로 노부나가를…!)

나는 머리의 비녀를 빼 들었다.
 
그 순간─
 
린："……!"
노부나가："나 참, 방심할 틈이 없군."
 
그가 내 팔을 너무나도 간단히 비틀었다.
 
노부나가："얌전히 있었다면 난폭하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린："아…!"
 
노부나가는 나를 깔아 눕힌 후 팔을 움켜 잡았다.
 
노부나가："어이, 얌전히 있어!"
린："싫어…. 앗…!"

 

이제 끝인가 싶었을 때─ 본당의 문이 강하게 열렸다.

(무사시 씨…?!)
 
노부나가："너… 넌 누구냐?!"
무사시："미야모토 무사시."
 
무사시가 쥔 검이 붉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무사시："사람을 불러 봤자 오지 않을 거다. 경비들과 부하는 내가 다 처리했으니까."
노부나가："뭣이…. 네 이 놈, 내 부하로 들어온 주제에 왜 이런 짓을!"
무사시："여자 울음 소리 따위, 듣고 싶지 않아서다."
 
무사시가 검을 들고 노부나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노부나가："…돈이 필요한 거냐?! 아니면 성이?!"
무사시："안됐지만, 나는 그런 것들에는 흥미가 없다."
노부나가："그렇다면 대체 뭘 원하는 것이냐!"
무사시："그렇군…. 굳이 말하자면, 이 여자일까!"
 
무사시가 노부나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본당에 일제히 불이 붙은 화살이 날아 와, 벽을 꿰뚫었다.
불길은 순식간에 퍼져 어두운 본당 안을 붉게 물들였다.

 

어느 새 본당의 벽이 불길에 휩싸였다…!
그 때, 본당 밖에서 사무라이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사무라이："닌자들이 침입했다!"
 
……?!

(그렇다면, 저 불화살은 한조 님 일행의…?)
 
한조："쿠스노키 공주는 어디에 있느냐!"

(이 목소리는… 한조 님…?!)
 
고에몬："어서 말해! 모두 죽어도 좋나?!"

(고에몬 님…!)
(역시… 모두가 나를 구하러 와 주었어…!)

 

미츠히데："노부나가 님, 절 안이 온통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그러나 분이 풀리지 않은 노부나가는 뒤에 있던 창을 집어 들고 무사시를 향해 다가갔다…!
 
노부나가："네 이 놈, 각오해라!"
 
노부나가가 휘두른 창보다 빠르게, 무사시의 일섬(一閃)이 노부나가를 두 동강 냈다.
 
노부나가："으억…!"
미츠히데："노, 노부나가 님…!"

그 동안에도 불의 열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린："꺄악…!"
 
천장에서 불이 붙은 기둥이 쓰러졌다…!
 
무사시："린!"
 
그가 나를 감싸고 불 기둥을 막아 냈다.
 
미츠히데："자, 어서 기모노를 고쳐 입으시오!"
린："네…?"
미츠히데："…괴로운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군. 여기는 나에게 맡기고, 어서 가라…. 빨리!"

 

본당을 탈출하고, 무사시와 나를 태운 말이 혼노오지를 빠져 나왔다.
무사시는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달리고만 있다.
 
린："대체 어디로 갈 셈이죠?!"
무사시："……."
 
(혼노오지에는 아직 한조 님 일행이 있다. 사스케도 거기 있을지도 몰라….)
(다들 지금쯤 나를 찾고 있을 텐데….)

 

깊은 산 속까지 들어오자, 무사시가 말을 멈추었다.

무사시："오늘 밤은 여기서 쉬지."
린："…날 데리고, 대체 어쩌려는 거죠?"
무사시："널 데리고 있으면 언젠가 사루토비 사스케를 만날 수 있겠지."
 
(무사시："나는 언제나 찾고 있었다. 내 목숨과 견줄 상대를.")
 
린："당신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사스케와 싸우고 싶은 건가요?"
무사시："……."

린："미워하지도 않는 상대를 죽이려 하다니…. 그걸로 대체 얻을 수 있는 게 뭐죠?"
무사시："나는 검으로만 보람을 얻을 수 있고, 싸움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 …경멸해도 좋아."

무사시는 풀썩 바닥에 걸터 앉았다.
도망치고 싶지만, 어두워서 여기가 어딘지도 알 수가 없으니….
게다가 무사시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리도 없지…. 나는 포기하고 바닥에 앉았다.
 
무사시："바닥이 차지? 불을 피울 테니 좀 쬐어라."
 
나는 그가 피운 불을 쬐며 무사시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사시："왜 그러지?"
린："…당신이 노부나가를 쓰러뜨린 덕분에, 우리들 닌자의 전쟁도 끝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가 없었더라면, 나는 노부나가에게 범해졌겠지….)
 
린："고마워요…. 아까 구해 줘서."
무사시："…그건, 노부나가에게 긁힌 상처인가?"
린："……?"
 
목과 가슴 부근을 보니, 긁힌 상처들이 여기 저기 남아 있었다.

(어느 틈에….)

나도 모르게 얼른 기모노를 추스려 몸을 숨겼다.

 

무사시："상처에 잘 듣는 약이 있으니, 바르도록 해."
 
무사시가 품에서 약을 꺼내 내게 건넸다.
 
린："아뇨, 저에게 신경 쓰실 것 없어요…."
 
무사시："그런 상처가 몸에 있으면, 네가 싫잖아. 발라…. 나는 저 쪽을 보고 있을 테니."
 
무사시 씨가 등을 돌렸다.
 
역시…. 이 사람은 검술이 좋은 것 뿐, 원래는 다정한 사람이었던 거야.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던 날도 늑대에게 생선을 던져 주었지….

린："저…. 왜 나를 구해 준 거죠?"
 
(천하의 오다 노부나가에게 거스르는 위험까지 무릅쓰고….)
 
무사시："너는 여자고, 남자보다 약한 존재니까."
린："……."
무사시："약자를 돕지 않는 자는, 살 가치가 없지."
 
(사스케："자기보다 약한 자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 남자의 역할이라고.")
(사스케도 그렇게 말했었지…. 두 사람은 어딘가 닮아 있을지도….)
 
무사시："약은 다 발랐나?"
린："아…. 네…!"
 
뒤로 고개를 돌린 무사시에게 약을 건넸다.
무사시의 손 끝과 내 손 끝이 스쳤다. 검을 다루는 사람 특유의, 단단하고 거친 손가락이다.
 
무사시："여자는, 손 끝까지 부드럽구나."
 
갑자기 무사시가 벌떡 일어났다….
 
무사시："읏차."
 
그는 다짜고짜 두 팔로 나를 안아 들었다.
 
린："뭐, 뭐 하는 거예요? 갑자기…!"
무사시："너 정도면 여유롭게 메고 도망칠 수 있겠군."
린："도망치다니…. 무엇으로부터? 당신에게 천하에 두려운 건 없지 않나요?"
무사시："내가 두려워하는 건 자연 재해다. 지진이나 천둥 번개…."
무사시："그런 것은 검으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린："……."
무사시："뭐냐, 그 멍한 얼굴은."
린："그게…. 결국 지진이나 천둥 번개가 무섭다는 얘기…?"
무사시："그야, 무서운 게 당연하잖아."

린："훗…. 아하하…!"

나는 그에게 안긴 채로 소리 높여 웃고 말았다.

 

무사시："뭐야…. 정말 알 수 없는 여자로군."
린："무사시 씨가 더 알 수 없다구요!" 

무사시："…네 몸은… 따뜻하구나."
 
그가 내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무사시："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야."
린："……."
무사시："내 옆에, 계속 있어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한다면, 어떡하겠나?"

사스케："당연히 안 되지, 바─보!"
린："사, 사스케?!"

 

사스케："떨어져라, 무사시…. 그녀는 내 여자다."
 
무사시가 나를 천천히 내려 놓고, 뒤를 돌아 보았다.
 
무사시："꽤 빨리 왔는데? 역시 닌자는 냄새를 잘 맡는군."
사스케："사람을 개 취급하지 마. 말의 발자국을 따라 온 거다."
무사시："동료들과는 같이 오지 않았나?"
사스케："그래, 혼자다…. 네가 바라는 게, 일 대 일 승부 아닌가?"
 
무사시와 사스케가 정면으로 마주 섰다.

무사시："가슴의 상처는 어떻지?"
사스케："덕분에 지금도 욱신거려…. 뭐, 목숨은 건졌지만."
무사시："저 여자가 몸을 던져 널 살렸군."

사스케와 무사시의 시선이 이번에는 나를 향했다.

사스케："말해 두지만, 저 아이에게는 손 끝 하나 댈 수 없으니까 말야."
무사시："글쎄, 네가 이 승부에서 진다면 과연 어떨까?"
사스케："나는 네게 지지 않아."
무사시："어째서 그렇게 단정 짓는 거지?"
사스케："나는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남기 위해서 싸우기 때문이다."
무사시："살아 남기 위해?"
사스케："그래. 살아 남아서, 사랑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지."
무사시："행복이라…."
 
무사시가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사스케："린, 뒤로 물러나 있어."
린："하지만…!"
 
사스케가 나의 앞머리를 넘겨, 드러난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사스케："남자에게는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있어."
 
그 말을 남긴 그는 무사시 쪽을 향했다.
 
시스케："와라, 무사시!"
무사시："바라던 바다!"
 
(어째서…? 나는 이해가 안 돼….)
(전쟁은 이미 끝났는데, 왜 두 사람은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