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사루토비 사스케 공략：6장

이른 새벽.
아직 하늘은 어둑어둑하다…. 모두가 일어나기 전에 수리검 연습을 해야지.
 
린："얍!"
 
어제처럼 수리검은 엉뚱한 곳으로만 날아갔다….
 
(아얏…. 아직 발목이 욱신거려.)
(하지만 고에몬 님이 봐 주신 덕에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린："에잇!"
 
다시 수리검을 던져 보았지만, 역시 생각한 대로 날아가지 않는다….

 

쿠마："팔꿈치를 고정한 채로 손목만 비틀어 봐."
린："쿠마 님…!"
쿠마："알겠어? 이런 식으로 잡고…."
 
쿠마 님이 던진 수리검은 좋은 소리를 내면서 목표의 중앙에 정확히 꽂혔다.
 
린："굉장해…! 역시 잘 하시네요!"
쿠마："자, 너도 한 번 해 봐."
 
나는 다시 수리검을 던졌다.
 
쿠마："응, 좋아졌네."
린："정말요…?! 저도 쿠마 님처럼 던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어요…!"
 
쿠마 님이 툭 하고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
 
쿠마："생판 초보인 닌자 공주 따위, 인정하기 싫었었는데…."
쿠마："너, 꽤 근성 있구나!"
 
(유능한 쿠노이치인 쿠마 님께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쁘다.)
 
린："쿠마 님은 어렸을 때부터 쿠노이치로 자랐나요?"
쿠마："응, 나는 이가 출신이니까. 어렸을 때부터 임무를 위해 죽는 것이 닌자라고 배웠지."
 
(임무를 위해 죽는 것이 닌자라고….)

쿠마："그리고, 먼저 죽이지 않으면 이 쪽이 죽는다는 것도."
린："…쿠마 님은 쿠노이치가 아닌 평범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은 없나요?"
쿠마："음…. 글쎄, 어떨까. 나는 숙명을 받아 들였지만…."
쿠마："하지만,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하고 싶긴 해."
린："혹시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쿠마："……."
 
(쿠마 님의 귀가 붉어졌다. 귀엽다….)
 
쿠마："하…, 하…."
린："하?"
쿠마："한조 님은…. 이런 나에게도, 굉장히 다정하게 대해 주시고…."
린："쿠마 님, 한조 님을 좋아하셨군요! 하긴, 한조 님은 어른인데다 멋있으시죠!"
쿠마："…으, 설마 너도 한조 님을?!"
린："아, 아뇨!"
쿠마："아, 다행이다. 너도 한조 님을 노리고 있다면, 해치워 버리려고 했지."
 
(해치우다니…. 쿠마 님 무서워….)

 

쿠마："그럼, 넌 누가 좋지?"
린："…네?"
쿠마："고에몬 님? 사이조 님? 코타로 님? 아니면 사스케?"
 
(사스케만 반말로 부르시네….)
(글쎄, 누가 좋지….)
 
린："글쎄요…. 좀 신경 쓰이는 사람은 있지만…."＊
쿠마："응? 그게 누군데?"
린："음, 사스케는 착한 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고에몬 님은 의외로 다정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쿠마："헤에…. 그건, 남자로서 좋아하는 건가?"
린："그, 글쎄요…. 거기까진 잘 모르겠어요."
린："무엇보다 저는 경험도 지식도 없어서…."
쿠마："너…. 설마, 남자와 여자가 밤에 잠자리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린："그… 그렇게 큰 소리 내지 마세요…!"
쿠마："그런가…. 그러고 보니 너는 어머니도 언니도 없다고 했지. 잠깐 귀 좀 빌려 줘 봐."
 
쿠마 님이 내 귀에 대고 몇 마디 속삭였다.
 
린："네?! 그, 그런 부끄러운 짓을…!"
쿠마："이런 건 시작에 불과해."
 
새빨갛게 후끈거리는 내 귀에, 쿠마 님이 다시 뭐라 속삭였다….
 
린："네에…?!"
 
(사스케："내 여자가 되어 줘, 린.")

(사스케가 그렇게 말했었는데…. 그럼 그 말은 곧….)
(잠자리에서 그런 짓을 하자는 뜻이었단 말이야?!)
 
쿠마："야, 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어…. 괜찮아?"
린："저에게는… 너무 자극적인데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사스케："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
 
(윽…! 사스케!)
 
린："으응! 아무 것도 아니야! 오늘도 날씨 참 좋네요, 뭐 이런 얘기…."
린："그런데, 사스케는 어디 가려고?"
사스케："지금부터, 오리쿠에게 갈 참이야."
 
(이제 오리쿠를 설득해서 입을 열게 하려는 거구나….)

그 때였다.
 
한조："사스케!"
사스케："한조 님, 왜 그러시죠?"
한조："오리쿠가… 탈출했다."
 
─?!

 

한조："감옥 문이 열려 있고, 밧줄도 끊어져 있었다. 어젯밤에 탈주한 게 분명해."
사이조："하치스카 녀석들이 잠입해 온 겁니까?"
한조："아니, 저택 주변의 경비는 문제 없었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어."
사이조："그렇다면, 어떻게?"
 
(감옥의 열쇠, 밧줄…. 설마….)

린："어쩌면, 식사를 가져다 주던 그 어린 하녀가 도와 주었을지도 몰라요…."
한조："공주…. 하지만 그 하녀는 핫토리 가의 먼 친척으로, 이미 이가에 충성을 맹세한 몸입니다."
한조："그런데 하치스카의 쿠노이치를 도망치게 하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가…."

린："사실… 어제, 오리쿠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린："오리쿠는 여자 닌자가 된 것을 후회한다면서 울었거든요."
한조："그걸 들은 하녀가 동정심에 도와주었을 수도 있다…?"
린："저도… 솔직히, 마음이 흔들렸어요."
린："같은 여자로서… 그런 광경을 보니, 가엾어서…."  

 

고에몬："…사스케. 너도 그랬던 건가?" 
  
(고에몬 님….)

고에몬："그 여자의 말을 그대로 믿고, 죽이지 말자고 말했던 거였나?"
사스케："……."
고에몬："이봐, 어서 대답해!"
 
고에몬 님은 사스케의 멱살을 잡았다.
 
고에몬："린과 하녀는 닌자도 아닌 초보다. 하지만 너는 훈련 받은 닌자잖아?!"
 
사스케："나는…."

그 때….
 
사이조："한조 님! 지금 막 하녀의 부모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사이조："아침이 되었는데도 딸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조："뭐라고…?!"
사이조："부모는, 이 곳에서 묵은 줄 알았다고…."
고에몬："…결국, 오리쿠가 하녀를 속여서 탈출을 돕게 한 뒤, 인질로 삼았다는 얘기가 되는군."
 
(오리쿠："…당신도, 닌자 같은 건 되지 않는 게 좋아.")
(오리쿠："나야말로, 평범한 여자로 살고 싶었어.")
(오리쿠："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하고, 아이를 낳고…. 그런 평범한 행복을 바랐다고….")

(그 말도, 그 눈물도 전부… 하녀에게 동정을 얻으려고 연기한 거였단 말이야…?)
 
린："오리쿠는 굳이 하녀를 인질로 잡아서 뭘 할 생각일까요?"
린："…저와 교환이라도 할 생각인 걸까요?"
한조："하녀와 닌자의 공주가 교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거요."
한조："물론 노부나가가 가장 원하는 것은 공주의 목숨이겠지만…."
 
(내 목숨을….)

고에몬："누가 뭐래도 린은 인술의 원류를 잇는 몸…. 닌자들의 결속의 상징이니까."
고에몬："…한조 님."
 
고에몬 님이 똑바로 한조 님을 쳐다보았다.
 
고에몬："린의 경호는 이제부터 제가 하겠습니다."
고에몬："사스케가 린을 지키는 건 무리입니다."
 
사스케："……!"

 

한조："너답지 않군, 고에몬."
고에몬："……."
한조："언제나 냉정한 네가, 그렇게 흥분하다니…."
고에몬："저는 닌자의 미래를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고에몬 님이 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고에몬："린, 네 생각은 어떻지?
경호가 사스케에서 나로 바뀌는 것이 싫은가?"
린："저는…."
 
(사스케："난 정말 린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 세상에서 제일….")
(나는 사스케를 외롭게 만들고 싶지 않은데…. 지금도 그의 곁에 있어 주고 싶어….)

한조："공주, 이렇게 하지요. 지금까지처럼 사스케가 공주의 경호를 하고,"
한조："…고에몬이 보좌하는 걸로. 고에몬에게는 따로 맡길 일도 있으니."
고에몬："…예. 알겠습니다."

 

(…뭐지? 방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사이조："확실히 이번에는 네가 잘못했다."
사이조："…하지만, 나는 네 기분도 이해는 가."
 
(사이조 님…?)
 
사이조："게다가 너는 예전에… 그런 일도 있었으니."
 
(그런 일…? 그런 일이라니, 사스케의 과거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사스케에 대한 일이 신경 쓰여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자니, 사이조 님이 일어서는 기척이 들렸다.
 
(크… 큰일 났다. 사이조 님이 나오시겠어….)

나는 사이조 님께 들키지 않도록, 서둘러 정원으로 달려 나갔다.

 

사스케："린, 어디 갔었어?"
린："…으응, 정원에서 하녀들이 빨래를 하고 있길래 도와 주느라…."
 
(거짓말은 아니다. 도망치느라 나가 봤더니 하녀들이 일하는 게 보여서, 도와주고 왔으니까….)
 
사스케："공주는 빨래 같은 거 하는 게 아니라면서 한조 님께 혼나면 어쩌려고."
린："응…. 실은 하녀들도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못 본 척 하기가…."
사스케："손, 엄청 차가워!"
 
사스케가 내 손을 잡아, 호호 입김을 불었다.
 
(그의 손이 따뜻하다…. 역시 사스케의 외로운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아….)

사스케："역시 나는 너무 무른 걸까…."
린："……."
 
사스케："생각해 봤는데…."
사스케："역시 린이의 경호에 적합한 건 고에몬일지도 몰라."
린："사스케…."
 
린："…솔직히 고에몬 님과 비교하면, 그럴지도 몰라."＊
린："하지만, 그건 사스케의 마음씨가 따뜻해서잖아?"
사스케："……."
린："사스케는 누구보다 다정한걸."
 
그가 나를 꽉 껴안았다.

사스케："다정한 건 너야…."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등을 끌어 안았다.

사스케："…나, 린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될래."
사스케："우수한 닌자가 돼서…. 누구보다 훌륭한 남자가 될 테니까…."
린："사스케는 이미 충분히 좋은 남자인걸."
사스케："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사스케："오리쿠에게 말미를 줘서 도망칠 기회를 만든 건 나야."
 
(하지만, 나도 같은 생각이었는걸. 오리쿠를 죽인다니 불쌍하게 느껴졌으니까….)
 
린："사스케의 그 다정함이 나를 지켜 주고 있는 거야."
사스케："…날 울리지 마…."
 
(사스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사스케의 약함도 강함도, 모두 받아들이고 싶다는 기분….) 

 

하녀 부(父)："한조 님,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딸이 적을 풀어 줄 줄이야…."
 
(저 사람들은 하녀의 부모님들….)

한조："두 사람 모두, 고개를 들어라."
 
하녀 부(父)："아닙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이가를 배신하다니, 그 아인 이제 우리 자식도 아닙니다!"
하녀 모(母)："한조 님, 제발 우리 딸을 구해 주세요!"
하녀 부(父)："다…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하녀 모(母)："아이를 대신해서, 제가 어떤 벌이라도 모두 달게 받겠습니다. 제발 하나 뿐인 딸아이를 살려 주세요…!"
 
(우리 부모님도, 전쟁 중에서 필사적으로 나의 목숨을 지키려다 돌아가셨지….)
(자식을 버리고 싶은 부모는 어디에도 없는걸….)

 

그 때….
 
린："…박쥐…?"
한조："공주, 무슨 일입니까?"
린："이런 시간에, 박쥐가 날고 있다니 이상해요."
 
사스케가 재빨리 박쥐에게 수리검을 던졌다. 

사스케："이건…!"
한조："왜 그러지, 사스케?!"
사스케："박쥐의 다리에 편지가 묶여 있습니다!"
 
한조 님이 편지를 받아 읽었다.
 
한조："딸을 찾고 싶다면…. 자시까지…."
한조："이가에 있는 모든 무기를 가지고 와라…."

(모든 무기를…?!)
 
사스케："노부나가는 우리들 모두 빈 손으로 만들고 공격해 올 심산인가?!"
 
(…노부나가는, 그 정도로 닌자들의 힘을 두려워하고 있는 거구나….)

한조 님은 하녀의 부모들을 내려다 보았다.
 
한조："너희들의 딸에게 오리쿠의 관리를 맡긴 건 나다."
한조："즉 그 아이가 인질이 된 것은 내 책임이기도 하다."
하녀 부(父)："한조 님…!"
한조："일단 적의 지시에 따르는 척 하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도록 하지."

 

사이조："후, 정말… 이렇게 무기를 모으기까지 얼마나 고생했는데…."
 
밭 한가운데에는 산처럼 많은 무기가 쌓여 있었다.

린："코타로 님은 무기 조달을 위해 교토에 계시죠?"
사이조："어…. 돌아와서 무기고가 비어 있는 걸 보면 분명 놀라겠지."
사이조："하지만 전부 내놓지 않으면 하치스카의 눈을 속일 수 없으니…."
 
고에몬："나는 한조 님의 생각에 반대다."
린："고에몬 님…."
고에몬："하녀 단 한 명 목숨과 모든 닌자들의 미래….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뻔하잖아."
 
(고에몬 님이 말씀하시는 건 잘 알겠어. 하지만….)
(하녀를 그냥 죽게 놔 두다니, 나도 그렇게는 못 해….)
 
그 때였다.
​
 (……?)
 
사스케가 혼자서 산에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몰래 사스케의 뒤를 쫓았다.
(발소리를 내지 않는 수행만큼은 확실히 익힌 것 같군….)
 
사스케："누구냐?!"
 
(아… 역시 익히지 못한 건가…!)

 

린："저, 전데요…."
사스케："뭐야, 린이였어?"
린："사스케, 어디 가려고?"
 
사스케："오리쿠는 하녀를 데리고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야. 그래서…."
린："혼자서 오리쿠를 찾을 생각인 거야?"
사스케："응…. 린은 저택으로 돌아가."
린："하지만, 사스케가 걱정되는데…."
사스케："…이래봬도 나, 닌자거든?"
린："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사스케는 책임을 느끼고, 혼자서 어떻게든 해 보려는 것이다.)
(혹시 그가 혼자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사스케："정말… 린은 걱정 많은 부모 같다니까."
사스케："…알겠어. 그 대신, 절대로 나한테서 떨어지면 안 돼!"
린："응!"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