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사루토비 사스케 공략：3장

다음 날.
 
사스케："이제 조금만 더 가면 이가야."
 
사스케는 바위에 걸터앉아 지도를 폈다.

사스케："이 언덕만 빠져나가면 이가 마을이 보일 거야.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안심해도 돼."
린："다행이다…. 이가에 도착하면 드디어 이불 덮고 잘 수 있겠네!"
사스케："뭐야…. 나랑 같이 자는 게 그렇게 싫었어?"
린："그런 건 아니고…. 사스케도 이불 덮고 자는 편이 덜 피곤하잖아?"
사스케："나는 린을 독점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또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니까.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 수가 없잖아….)

린："이가에 도착하면 노부나가의 부하들도 쉽게 접근하지는 못하겠지?"
사스케："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아. 간자(間者)들은 어떤 기술을 사용해서라도 숨어 들어오니까."
린："그렇구나…."
사스케："그리고 노부나가는 천하 통일을 서두르고 있어."
사스케："무슨 수를 써서라도 닌자들의 단결을 방해하려 들겠지."
 
(우리들의 적은, 천하 통일을 노리고 있는 오다 노부나가….)

 

사스케："…린."
 
사스케가 두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사스케："이가에 도착하기 전에, 말해 두고 싶은 게 있어."
린："뭔데…?"
 
(뭐지, 사스케의 이런 심각한 표정은 처음 보는데….)
 
사스케："나는, 어떤 때라도 전력으로 린을 지킬 거야."
사스케："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킬 수 없을 때가 있을지도 몰라."
 
린："사스케…?"
 
사스케："그 때는, 나를 방패 삼아서 살아 남아 주었으면 해."
사스케："만약 내가 죽는다 해도, 자신이 살아 남을 방법을 제일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래."
 
그런 심각한 표정이라면, 외면할 수가 없어….

 

린："…응…. 알았어."＊
 
나는 사스케의 눈을 바라보며, 확실히 대답했다.

사스케："에이, 그런 얼굴 하지 마."
 
사스케가 살짝 내 뺨을 어루만졌다.
 
사스케："린은 웃는 얼굴이 제일 귀여우니까!"
린："……."
 
(지금까지 사스케가 언제나 나를 지키고 구해 주었다. 그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야….)
 
린："…나, 인술 수행 열심히 할게!"
사스케："뭐? 갑자기 그게 무슨…."
 
린："그래서, 조금이라도 사스케의 짐을 덜고 싶어."
사스케："바보, 짐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사스케가 나를 가볍게 당겨 안았다.)
(그의 팔에 안겨 있으니 가슴이 뛰지만, 한편으로는 안심도 된다….)
 
사스케："그리고, 너무 무리하진 마. 나는 린이가 웃기만 하면 그걸로 만족해."
 
(그의 미소를 보자 가슴이 왠지 찡하게 저려 왔다.)
(이 기분은… 대체 뭘까…?)

 

사스케："여기가 이가 마을이야!"
 
(많은 밭이 있고,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뛰놀고 있다.)
(내가 태어난 마을과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한조 님께서 먼저 우리들을 알아 보시고 다가오셨다.

한조："공주!"
린："한조 님!"
 
한조："잘 했소. 무사히 도착했군. 긴 여행, 지치지는 않았소?"
린："아뇨, 괜찮아요!"
한조："하하, 그것 참 믿음직스럽군…. 사스케, 너도 수고가 많았다."
 
사스케："예! 다른 일행들은 벌써 도착했나요?"
 
한조："그래, 아침 일찍 도착했다. 공주, 바로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정말 훌륭한 저택이다…. 역시 이가 명문, 핫토리 가문의 저택….)

고에몬："여어, 린."
린："고에몬 님!"
고에몬："무사히 잘 도착했네."
 
고에몬 님이 내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셨다.
 
고에몬："그건 그렇고, 사스케 녀석이 손 대거나 하진 않았나?"
린："그런 일은 없었어요!"
고에몬："음, 나라면 분명히 손 댔을 텐데."
 
(고에몬 님은 정말 대단한 바람둥이구나….)

고에몬："이런 순진한 여자도, 가끔은 나쁘지 않지."
 
고에몬 님이 갑자기 내 어깨를 끌어 안았다…!
 
사스케："이봐, 고에몬! 떨어져!"
고에몬："아야야…!"
 
어느 새 다가온 사스케가 고에몬 님의 팔을 비틀었다.

 

사스케："린은 내 꺼라고!"
고에몬："그런 거, 누가 정했나."
사스케："내가 정했지!"
고에몬："훗…. 대단하군, 젊은 혈기란…."

사이조："정말…. 바보냐, 너는."
린："아, 사이조 님…!"
사스케："바보라니, 무슨 소리야, 사이조!"

사이조："린은 닌자들의 결속의 상징이다. 특정한 한 사람의 것은 될 수 없다고."
사스케："그런 거, 나하고는 상관 없어!"
사이조："어련하시겠어. 넌 정말 바보니까."
사스케："뭐라고…?!"
 
코타로："소란스럽군."
린："코타로 님, 오랜만이에요…!"
코타로："공주. 긴 여행 고생이 많았습니다. 사스케도 수고했다."
사이조："사스케까지 돌봐야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지."
 
(돌보다니…. 사이조 님은 정말 짓궂으시다니까….)

 

이가 촌장："오오, 린 님!"
린："촌장님…!"
이가 촌장："무사해서 기쁘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가 촌장："지금 각지의 닌자들이 유파를 뛰어 넘어 공주의 이름 아래 결속하고 있습니다."
 
(각지의 닌자들이, 내 이름 아래….)
 
한조："네고로, 쿠로하바키, 토가쿠레, 하치야…."
한조："전국의 닌자가 이가를 향해 모이고 있습니다."
이가 촌장："모두 쿠스노키 공주를 받들어, 목숨을 걸고 싸울 각오입니다."
이가 촌장："부디 저희들에게 힘을…!"
린："촌장님…."
 
이가 촌장："너희들! 쿠스노키 공주는 우리들 닌자의 상징이다. 공주의 신변을 안전하게 부탁하마."
전원："예!"

(한조 님을 비롯한 모두가 일제히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오늘부터 나는 '쿠스노키의 공주'….)

 

하녀："자, 오늘부터 여기가 공주님의 방입니다!"
 
방에 들어가자 아름다운 기모노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녀："정말 잘 어울리세요!"
린："저… 저에게는 너무 호화스럽지 않나요…?"
하녀："무슨 말씀이세요! 공주님을 위해서 촌장님께서 특별히 준비해 주신 거랍니다."
 
(…그래도 역시 부담스러운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절에 사는 여자 아이였던 내가….)
 
하녀："그럼, 무슨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하녀가 나가며 문을 닫았다.
 
(이가 촌장："지금 각지의 닌자들이 유파를 넘어서 공주의 이름 아래 결속하고 있습니다.")
(이가 촌장："모두 쿠스노키 공주를 받들어, 목숨을 걸고 싸울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이가 촌장："저희들에게 힘을….")
 
(…약한 소리를 하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책임이 너무 무거운걸.)
(이런 나에게 무슨 힘이 있다는 거지…?)
 
그 때, 쓱 하고 문이 열렸다.

 

사스케："……."
린："?"
 
방으로 들어온 사스케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뭐지?
 
린："사스케, 왜 그래…?"
사스케："…큰일이다, 너무 귀여워…."
 
사스케가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다….
 
사스케："그 기모노, 정말 잘 어울리네!"
린："고, 고마워."
 
나는 사스케를 향해 살짝 웃어 보였다.

(사실 이런 호화스런 기모노, 나에게는 맞지 않아. 쿠스노키의 공주라는 이름도 너무 부담스러워….)
 
린："이 기모노, 촌장님께서 준비해 주셨대…."
사스케："…린, 왜 그래?"
린："응…?"
사스케："뭔가 걱정거리라도 있어?"
 
(사스케…. 어떻게 내 기분을 안 거지?)
 
린："…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사스케："거짓말 하지 마. 린이는 힘들 때 무리해서 웃잖아?"
린："……."

사스케："줄곧 린을 봐 왔으니까 알 수 있다고."
사스케："…뭐, 줄곧이라고 해도 며칠 정도지만…."
 
(어떡하지, 사스케의 말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린："…실은, 나 같은 게 공주의 역할을 맡는다는 게 불안해…."
린："난 닌자로서의 교육 같은 것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고, 평범하기만 한데…."
사스케："린, 바보구나?"
린："바… 바보…?"
사스케："린은 그냥 있는 그대로 있으면 돼."
 
사스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스케："린이 닌자의 결속의 상징으로 선택된 것은, 아무 것도 짊어지고 있지 않아서야."
린："아무 것도 짊어지지 않아서…?"
사스케："혹시 린이 어떤 유파의 쿠노이치였다면, 권력 싸움이 일어났겠지?"
사스케："누군가 위에 선다는 건, 서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야."
사스케："그걸 피하기 위해서 촌장님은 린이를 선택한 거라고."

린："아…. 내가 평범한 여자라서, 다행인 거구나…."
사스케："그런 셈이지! 이런 얘기 들어서, 실망했어?"
린："아니, 마음이 편해졌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할게!"
사스케："좋아! 그래야 내가 반한 여자지!"
린："꺄아…!"
 
사스케가 두 팔로 나를 든 채로 돌기 시작했다.
 
사스케："어때, 재미있지!"
린："그만 해, 어지러워!"
 
(…사스케는 좋은 사람이야. 같이 있으면 언제나 기운이 나….)
(그가 내 곁에 있어 줘서 다행이다.)

 

그 날 밤, 저택의 정원에서 연회가 열렸다.
 
이가 촌장："공주! 오늘 밤은 공주가 도착한 것을 축하하는 연회입니다. 마음껏 드시기를!"

린："감사합니다만, 제가 술은 잘…."
고에몬："그런 말 말고 마시라고."
 
평소처럼 고에몬 님이 내 어깨를 끌어 안았다.
 
사스케："그럼 린을 대신해서 내가 마시지!"
 
사스케가 나의 잔을 빼앗더니 벌컥 벌컥 들이켰다.
 
고에몬："바보. 네가 취해도 재미 없다고."
사스케："너, 린을 취하게 해서 무슨 짓을 하려고?!"
고에몬："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어른의 기술을 이용해서 이 녀석을…."
사스케："어? 뭐라고?!"
고에몬："농담이다. 금방 흥분하기는, 꼬마 녀석!"
사스케："시끄러! 꼬마, 꼬마 하지 말라고!"

 

린："저기, 두 사람 다…."
사이조："린, 저 바보 두 사람은 그냥 두도록."
 
사이조 님이 두 사람 사이를 말리러 다가가려는 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사이조："너도 파리가 꼬여서 참 골치 아프겠군."
린："그… 그런 식으로 말씀하실 건 없잖아요…!"
사이조："……? 뭘 그렇게까지 흥분하면서 사스케를 감싸는 거지?"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사스케를 나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왠지 화가 나는걸….)
 
사이조："너, 혹시 사스케를…."

 

  
한조："공주."
린："으앗!"
 
한조 님이 갑자기 우리 사이에 섰다.
 
한조："말하기 좀 그렇지만, 한 사람과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것은…."
린："무, 물론이죠! 잘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와도 약속했으니까…. 제대로 공주로서 자각을 가지고 행동하기로….)

코타로："그나저나, 하치스카의 닌자가 두 번씩이나 기습했다고 하던데."
사이조："하치스카 뿐만 아니라, 노부나가는 전국의 강자들을 모아 정예 부대를 만들고 있다더군."
 
(정예 부대….)
 
코타로："지금 노부나가는 돈과 권력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니…."
코타로："놀라운 솜씨를 가진 사람들만 모아서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이조："그래, 우리들은 그 놀라운 솜씨를 가진 놈들을 상대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한조："그 때문에 전국의 닌자들이 손을 잡은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 시도 지체할 수 없다…."
한조："닌자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노부나가를 쳐야만 해."
 
(닌자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노부나가를….)

그 때였다.
 
사스케："자! 그럼, 술 마시기 승부다!"
고에몬："너, 이 나에게 진심으로 술로 상대하려는 건가?"
사이조："…정말 저 녀석들, 태평하기는."
코타로："그렇군…."
사이조："저런 녀석들이 이가와 코우가의 최우수 닌자들이라니, 닌자들의 미래가 어둡기만 한걸."
린："그래도, 사스케 님의 밝은 성격에 저는 언제나 도움을 받는걸요."
사이조："그 말은, 역시 사스케를…."
린："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무리 사스케가 좋다고 해도, 남자로서는 아니라고….)
(…나도 모르겠어.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사스케："으…. 기분 나빠…."
사이조："후…. 못 말리겠군, 주정뱅이 꼬마 같으니."
 
사이조 님이 사스케의 어깨를 부축하더니 방으로 끌고 들어오셨다.

사이조："…칫, 무겁긴 또 왜 이렇게 무거워?"
 
─쿵!
 
사스케："아야! 그렇게 세게 내동댕이치지 말라고!"
사이조："시끄러워! 너, 이래서야 린을 호위할 수나 있겠어?"
사스케："나는 언제라도 린을 지킬 수 있어!"
사이조："그럼 그렇게 바보처럼 마시지 말란 말이다!"

사이조："린, 이 저택은 철벽이지만…. 그래도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날 불러라."
린："네…에! 알겠습니다."
 
사이조 님이 문을 닫으며 나가셨다.

 

사스케："…그래, 사이조가 말한 대로야…."
린："사스케…."
 
사스케："불타 올라서 술 마시기 승부라니, 역시 나는 꼬마인가 봐…."
린："사이조 님이 나무라셔서, 기운 빠진 거야?"
사스케："기운이 빠졌달까…. 그보다 정말 너무 마셔서 죽을 것 같아."
 
사스케가 내 다리를 베고 누웠다.
 
사스케："뭐, 여기서 죽는다면 나도 기쁘겠지만."
린："무, 무슨 말을…."

(이렇게 무릎 베개를 하고 있으니, 어쩐지 사스케가 사랑스럽게 생각되는걸….)

 

사스케："린…. 고에몬 같이 어른스러운 남자가 좋아?"
린："…응?"
사스케："아니면… 사이조처럼 냉정한 남자가 좋아?"
린："저기, 난…. 사스케도 좋아해!"＊
사스케："뭐야, '사스케도'라니."
린："그게, 사이조 님도 고에몬 님도 모두 좋으신 분들이고…."
사스케："…바보,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사스케는 휙 얼굴을 돌려 버렸다. …혹시 토라진 건가?)
 
린："자 자, 착하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스케의 머리카락은 푹신푹신해서 강아지 같다. 이런 남동생이 있다면 얼마나 귀여웠을까….)
 
사스케："…그런 짓 하면, 덮쳐 버린다!"
 
갑자기 사스케가 몸을 일으켜 나를 깔아 눕혔다.
 
린："자, 잠깐…!"
 
(이런 모습을 한조 님께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보다 그의 체중 때문에 무거워…!)
 
사스케는 나를 꼭 끌어 안더니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사스케："…역시 좋아하는 여자를 억지로 상처 입히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좋아한다니…. 정말 사스케는 진심인 걸까?)
(장난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진지하게…?)
(확인하고 싶지만, 어떻게 물어봐야 좋을지 모르겠어.)
 
그 때, 사스케가 내 눈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사스케："내 것이 되어 줘, 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