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후우마 코타로 공략：9화

린："콜록, 콜록…."
 
무사시가 나를 안고 강에서 뭍으로 올라왔다.
이 강이 이런 곳과 연결되어 있었구나….

무사시："난폭하게 굴어서 미안하군."
린："……."
 
나는 무사시를 노려보았다.

 

린："이제, 강에 떨어지는 건 진저리 나요."
무사시："…뭐, 뭐라고?"
린："절 인질로 삼아서, 뭘 어쩌려는 거죠?"
무사시："너…. 생각보다 당차군."
린："그런 건 아무래도 좋잖아요. 질문에 대답이나 해요!"
무사시："…그 전에 옷부터 말려야겠다."
린："……."
 
무사시는 아무 말 없이 불을 지폈다.

무사시："말해 두지만, 도망칠 생각은 않는 게 좋을 거다. 나는 한 순간에 널 베어 버릴 수도 있어."
린："……."

 

어느 새 모닥불이 활활 타올랐다.
 
무사시："불에 좀 더 가까이 오지. 감기 걸리겠어."
 
이상한 사람…. 어째서 인질인 나를 걱정해 주는 거지?
무사시가 팔을 내 쪽으로 뻗은 순간,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했다.
 
무사시："걱정 마라. 난 여자를 상처 입히거나 하지 않아."
린："…아까는 절 죽이겠다고 했었잖아요."
무사시："음…. 그건 말이 그렇다는 거지."
 
……?
 
무사시："그러니까, 네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했던 소리다."
 
아까 코타로 님과 싸우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지금의 그에게서는 전혀 살기가 느껴지지 않아….

린："…저를 노부나가에게 넘기려는 건가요?"
무사시："아니, 그럴 생각은 없다."
린："네…?"
무사시："말했지? 나는 단지 강한 자와 겨루고 싶을 뿐이라고."
린："……."
무사시："너를 인질로 해서, 다만 그 녀석들과 제대로 일대 일로 붙어 보고 싶은 거야."
린："일대 일…?"
무사시："두 명에다가 화승총까지 있으면 승부가 안 된다고."
무사시："…뭐, 하긴 그 녀석 총은 내가 부숴 버렸으니 쓸 수도 없겠지만…."
린："승부…. 그런 것 때문에 저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건가요?"

무사시："나는 노부나가 밑에 있긴 하지만, 그에게 충성을 바치지는 않았어."
무사시："노부나가의 밑에서 일하다 보면 실력을 겨뤄 볼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 것 뿐이다."
무사시："실제로, 덕분에 실력 좋은 닌자들을 꽤 만났지."
린："당신…. 실력을 겨루기 위해서 네고로 닌자들을 죽였다는 건가요?"
무사시："그렇다."
 
나는 나도 모르게 무사시의 뺨을 때렸다.

 

린："사람의 생명을 뭘로 보는 거죠!"
무사시："……."
린："그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있을 텐데…!"
린："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무사시："…너, 내가 무섭지 않은 건가?"
린："무섭지 않아요! 다만 경멸하고 있을 뿐이죠."
무사시："……."
 
무사시가 아무 말 없이, 베인 팔의 상처를 천으로 묶었다.

(강건한 옆모습…. 어째서 이 사람은 타인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지…?)
 
잠시 후, 무사시가 중얼거렸다.
 
무사시："나는 검의 길 밖에는 몰랐었는데…."
린："……."
무사시："…전쟁에 화승총이 나오고, 사무라이들이 검을 버리기 시작했다."
무사시："하지만, 나는 검을 버리고는 살아갈 수가 없어. 그 외에 달리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는걸."
무사시："…나는 내일을 위해 자 둬야겠다.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해서 미안하게 됐군."
 
무사시가 내 몸을 끈으로 묶었다.
 
무사시："…아프진 않아?"
 
그렇게 걱정할 거면, 인질로 잡지 말았어야지….
이렇게까지 해서 코타로 님과 겨뤄 보고 싶었던 건가?
 
무사시："걱정 마. 승부가 나면 넌 풀어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돌아 누웠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벌써 한밤중이 되었다.
코타로 님은 나를 찾고 계실까….
 
무사시는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도대체 이 사람은 긴장을 하고 있는 거야?
…어쩌면 그저, 검을 좋아하는 아이일지도….
 
─퍽!

린："앗…."

크게 뒤척인 무사시의 두꺼운 팔이 내 배를 내리쳤다.

무사시："미안, 괜찮나?"
 
─쿵!
이번엔 그의 팔꿈치가 내 머리와 부딪혔다.
 
린："아얏!"
무사시："미, 미안!"

무사시는 당황하며 내 머리를 어루만졌다.

 

무사시："괜찮나? 혹이라도 나는 건…."
린："아…. 어쩌지, 별이 보이는데요…."
무사시："미안…. 내가 잠버릇이 좀 안 좋아서."
린："네…. 말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겠네요."
무사시："……."
 
뭐지…? 그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린："?!"

그가 갑자기 나를 껴안았다.
 
린："뭐, 뭐 하는 거예요…?!"
무사시："나도 잘 모르겠어…. 갑자기 안고 싶어졌다."
린："……."
 
그는 적인데…. 안겨 있는데도 왠지 전혀 무섭지 않다.
뿌리쳐야 하는데….

무사시："사람의 몸은 따뜻하군…. 이대로 조금만…."
린："……!"
 
순간 무사시가 뒤돌아 검을 빼어 들고 뭔가를 쳐 냈다.

(저건…. 수리검…?!)

 

코타로："공주…."
린："코타로 님!"
 
코타로 님이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코타로："하아, 하아…."
무사시："…어떻게 여기 있는 줄 알았지?"
코타로："……."
 
코타로 님은 땀을 닦고 무사시에게 칼을 겨누었다.
 
무사시："이제야 닌자다워졌군!"
 
무사시가 검을 휘두르며 코타로 님과 맞섰다.
무사시의 긴 검과 코타로 님의 짧은 검─ 이래서는 코타로 님이 불리하다….
 
코타로："……."
 
그 때, 코타로 님이 무사시의 품에 뛰어 들었다.
 
─탕!
 
무사시："윽…!?"
 
코타로 님의 손에는 작은 총이 들려 있었다.
 
무사시："뭐, 뭐지 이 총은…."
 
무사시가 상처를 움켜잡고 비틀거렸다.

 

고에몬："코타로!"
한조："공주!"
무사시："……!"
 
무사시는 빠르게 강으로 뛰어 들었다.
 
고에몬："제길, 이런 어둠 속에선 쫓아 갈 수 없잖아."
한조："공주, 무사한가?!"
린："네, 저는 괜찮아요…!"
 
─멍 멍!
 
린："꺄악!?"
 
갑자기 개가 달려와 내 얼굴을 핥았다.

린："이… 강아지는?"
한조："무네노리에게 빌린 닌견(忍犬)이다."
린："닌견…."
한조："이 녀석이 공주의 냄새를 맡아 뒤쫓아 왔지. 역시 닌견이군."
린："그랬군요…. 고마워, 네가 나를 찾아 줬구나."
 
고에몬："코타로의 소형 총도 무네노리 님이 빌려 주셨다."
린："무네노리 님이…."
고에몬："이걸로 확실해졌어. 무네노리는 우리 편이야. 도쿠가와도 노부나가를 쓰러뜨리려 하고 있어."
코타로："……."
 
코타로 님이 아까부터 말씀이 없으시다….
 
고에몬："미야모토 무사시…. 무서운 검객이었어."
고에몬："노부나가는 저렇게 강한 자들을 측근으로 두고 있는 건가."

 

고에몬："코타로…. 오늘 밤은 네가 린이 곁에 있도록 해."
코타로："하지만, 그건…."
고에몬："정말…, 이런 바보 같으니."
 
고에몬 님이 코타로 님의 뺨을 꼬집었다.
 
코타로："무… 무슨 짓을!"
고에몬："이제 좀 솔직해지는 게 어때? 린이를 구하러 그렇게 뛰쳐나가 놓고서는."
코타로："……."
고에몬："나는 닌견이랑 같은 속도로 뛰는 인간은 처음 봤다."
코타로："……."
고에몬："그 정도로 필사적이었잖아. 무심한 척 그만 하라고."
코타로："……."

고에몬："알겠어? 코타로. 원하는 건 직접 쟁취하란 말이야."
고에몬："소중한 건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고."
코타로："……."
고에몬："소중한 걸 잃는 고통은 이미 잘 알잖아…. 잃고 난 뒤에 후회해도 늦어."
고에몬："…쳇, 왜 내가 남의 연애나 돕고 있는 거지?"
 
그 말을 남기고, 고에몬 님은 뒤돌아 섰다.

 

코타로："……."
린："……."

코타로 님과 나는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코타로："무사시가 무슨 짓이라도 한 건…."
린："아뇨, 아무 일도…."
코타로："…내가 갔을 때, 안고 있었잖소."
린："네, 하지만 덮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코타로："……."
린："아마, 추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코타로："추워서라…."
 
코타로 님이 한숨을 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린："코타로 님…?"

 

코타로："…당신이 끌려가고, 걱정돼 미치는 줄 알았소."
린："……."
코타로："이대로 당신을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무릎을 세우고 끌어안은 채 앉은 코타로 님이 어린 아이처럼 보였다.
나는 몸을 구부리고 앉아서 그의 손을 잡았다.
 
코타로："……."
린："코타로 님이 절 구해 주셨어요."
코타로："……."
 
코타로 님이 나를 바라보며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코타로："두 번 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요."
린："……."
코타로："그런 일이 또 한 번 일어난다면…. 난 견디지 못할 거요."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린："저는 어디에도 안 갈 거예요."＊
코타로："공주…."
린："코타로 님은 저를 잃고 싶지 않으신 거죠?"
코타로："…음."
 
코타로 님이 나를 끌어안았다.
나를 잡은 단단한 어깨와 팔에 가슴이 벅차,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린："그렇다면, 이제 존댓말은 그만 하세요."
코타로："……."
린："공주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코타로："하지만, 그건…."
린："부탁이에요."
코타로："…린…."

코타로 님이 부드럽게 내 머리를 어루만졌다.
 
코타로："착하지…. 이제 울지 마."
린："코타로 님…."
코타로："린, 나는…."
 
그가 내 눈을 바라보았다.
 
코타로："…미안해. 이런 게 익숙하지 않아서…."
린："응…."
코타로："……."
 
어떡하지, 웃음이 멈추지 않아.
 
코타로："…그만 웃어."
린："하하…! 미안해요. 그런데 멈출 수가 없어요…!"

코타로 님이 내게 입을 맞추었다.

 

코타로："…이제 멈췄군."
린："이번에는 절 봐 주시는군요."
코타로："……."
린："지난 번에는 절 보지 않고, 그냥 혼란스러워만 하셨는데…."
코타로："……."
린："너무 슬퍼서, 그 날 밤에는 한 숨도 못 잤어요."
코타로："…나도 네 생각 뿐이었다."
 
그랬구나. 코타로 님도….
 
코타로："실은 이게 처음이 아니었어."
린："네…?"
코타로："마을에서 네가 강에 빠졌을 때…. 인공 호흡을 했었지."
코타로："잠들었을 때 약을 먹일 때도…."
린："…네?!"
코타로："그리고…. 배에서 떨어졌을 때도, 숨을 쉬게 하려고…."
린："그, 그런…!"
코타로："그러니까 이번이 다섯 번째지."
린："뭐… 뭐라고요?!"＊
코타로："흥분하지 마."
린："하… 하지만…!"

코타로 님이 있는 힘껏 나를 끌어안았다.
 
코타로："…사랑해. 이제 절대 떨어지고 싶지 않아."
린："……."
코타로："내게는 역시 네가 필요해."
린："…그건, 시즈카 씨 대신이 아니구요?"
코타로："…물론. 널 대신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코타로 님이 다시 한 번 더 내게 입을 맞추었다.
 
코타로："네 존재가 내 마음을 녹인 거야…."
린："코타로 님, 이제 계속 제 곁에 있어 주시는 거죠?"
코타로："곁에 있을게. 네가 공주든 아니든."

이제야 겨우… 마음이 통했다.

드디어 내 마음이 그의 마음에 닿았다.
코타로 님은 나를 안은 채 내 귓가에 속삭였다.
 
코타로："네가 있는 세상에서만 살아가고 싶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