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이시카와 고에몬 공략：13장

우리는 카오마루를 타고 교토로 향했다.
 
린："벌써 해가 지고 있네요…."
고에몬："좀 쉬었다 가지. 이대로 가면 밤까지는 교토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린："카오마루, 목 마르지. 여기, 물 좀 마셔."
 
카오마루가 물을 마시는 동안, 나는 카오마루의 등을 조용히 쓰다듬어 주었다.

 

고에몬："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솔직히 이야기해 봐."
린："…미츠히데가 노부나가를 죽이지 못하면, 혼자 그를 암살할 계획인 거죠?"
고에몬："뭐…. 나는 단독 기습 전술에 아주 능숙하니까."
린："그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잖아요."
고에몬："……."
린："닌자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하려 하는 거죠?"
고에몬："내 여자는 너무 똑똑해서 문제군…."
 
고에몬 님은 부드럽게 나의 어깨를 잡았다.

린："전 두려워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고에몬："실은 나도 두려워."
린："……."
고에몬："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죽음을 두려워한 적이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두렵군."
 
고에몬 님이 나를 꼭 끌어안았다.

 

고에몬："린, 부탁할게. …나를 혼자 두지 말아 줘."
린："……."
고에몬："다시는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
린："당신을 혼자 두고 떠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나는 고에몬 님의 눈을 마주보았다.
 
린："제 운명은 당신과 끝까지 함께 하는 거예요."
고에몬："…진심이야? 나는 이기적이고 건방지고 오만한데."
린："아마도…. 그런 것 같군요."＊
고에몬："그걸 이제 알았어?"
린："아뇨,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고에몬："…처음부터라는 건 무슨 의미지?"
린："……!"
 
고에몬 님이 내게 깊이 입을 맞추었다.
이런 입맞춤은 처음이라, 정신이 아득해진다….
 
린："부끄러워요…."
고에몬："너의 부끄러워하는 얼굴이 보고 싶어."
린："……."
고에몬："위험하군…. 난 아직 만족하지 못했는데."
린："만족하지 못했다니…."
고에몬："농담이야."
 
그는 나를 단단히 안은 채 내 귓가에 속삭였다.
 
고에몬："사랑하는 사람하고라면, 그냥 끌어안고만 있어도 만족해."

 

드디어 우리는 혼노오지 사원에 도착했다.
 
린："정말 큰 사원이네요."
 
우리는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절을 지켜보았다.
 
고에몬："보초가 5명 있어. 아즈치 성에서 본 얼굴들이군."
린："그렇군요. 노부나가는 안에 있나요?"
고에몬："응. 분명 사원 어딘가에 있겠지."
린："미츠히데가 정말 혼노오지에 올까요?"
 
그리고 잠시 후.
고에몬 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바깥을 살폈다.
 
고에몬："미츠히데와 그의 군사들이야…. 넌 여기서 기다려."
 
고에몬 님이 조용히 사원 문에 접근했다.
 
사무라이："……!"

그는 문지기를 한 명씩 베어 나갔다.
대단해…. 소리도 없이 5명을 순식간에….

 

고에몬："오래 기다렸지?"
린："……."
고에몬："왜 그렇게 놀란 얼굴이야?"
린："고에몬 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어서…."
고에몬："그걸 이제야 알았어?"
 
고에몬 님이 화살을 꺼내 불을 붙였다.
 
고에몬："곧 미츠히데와 그의 부하들이 도착하겠지."
 
고에몬 님은 불화살을 사원에 쏘았다.

 

사무라이１："부, 불이야…!"
사무라이２："적의 야습인가?!"

사원이 아수라장이 된 틈을 타, 미츠히데와 그의 군사들이 잠입했다.
 
고에몬："…좋아. 첫 번째 관문은 돌파했군!"

노부나가："이게 무슨 일이냐?!"
사무라이１："노부나가 님, 어서 피신하십시오!"
 
그 때─

 

노부나가："미츠히데…. 네가 왜 여기에?"
사무라이１："으악…!"
 
미츠히데가 노부나가의 부하를 베었다.
 
노부나가："너, 이 놈…. 지금 내게 반역을 하겠다는 거냐?"
미츠히데："…노부나가, 각오해라!"
노부나가："네가 정말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노부나가는 죽은 부하가 지니고 있던 칼을 빼어 들어, 미츠히데에게 던졌다.
 
─탕!
 
노부나가："윽…!"
 
그 때, 총에 맞은 노부나가가 바닥에 쓰러졌다.
고에몬 님이 재빠르게 사원의 뒷문으로 다가갔다.

 

미츠히데："보았나? 우리가 노부나가를 쏘았어!"
고에몬："……."
미츠히데："자, 나를 마중 나오기로 한 이에야스 님의 사람들은 어디 있지?"
고에몬："그들은 여기 오지 않을 것이다."
미츠히데："뭐라고…?!"
고에몬："넌 노부나가를 쏘지 못했어. 우리의 저격수가 한 일이지."
미츠히데："무… 무슨 말이지?!"
고에몬："미안한 말이지만, 넌 장군이 될 만한 그릇이 못 된다."
 
고에몬 님은 미츠히데에게 활과 화살을 주었다.
 
고에몬："네게 나머지를 맡기고 떠나겠다."
미츠히데："……?!"
 
사무라이２："미츠히데 님이 어째서 여기에…?"
사무라이３："저 화살을 봐! 미츠히데 님의 짓인가?"
미츠히데："나… 난 아무 것도 몰라!"

사무라이４："저격수들을 잡았다!"
사무라이５："미츠히데의 부하들 아닌가?!"
 
미츠히데는 혼란스러워하며 그 곳에서 달아났다.
 
사무라이２："미츠히데를 잡아라!"
사무라이３："아케치 미츠히데가 노부나가 님을 배신했다!"

 

우리는 카오마루를 타고 혼노오지를 떠나 왔다.
 
린："고에몬 님은 이가 모든 닌자들 중 최고예요."
린："혼자서 미츠히데가 노부나가를 죽이도록 계획을 세워, 성공했어요…!"
고에몬："혼자 한 게 아냐. 네가 내 곁에 있어 주었기 때문이지."
 
나는 고에몬 님의 등에 기댄 채, 그의 허리를 꼭 붙잡았다.
노부나가는 죽었다…. 이제 닌자들은 안전해!
 
그 때─
 
고에몬："……?!"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고에몬 님이, 나를 들어 덤불 속으로 던졌다.
 
겐요사이："기다려라, 이시카와 고에몬!"
 
…하치스카 겐요사이…!
 
겐요사이："결국, 이가의 고에몬이었군."
 
많은 수의 하치스카 닌자들이 고에몬 님을 에워쌌다.
 
겐요사이："넌 미츠히데의 암살을 저지하고, 혼노오지에서 그를 도왔지?"
고에몬："……."
겐요사이："설마 네가 오리쿠도 죽였나?"
고에몬："너의 주인은 이미 세상에 없다. 이제 와서 나를 죽일 이유는 더 이상 없을 텐데?"
겐요사이："우리 측 닌자들이 이가 닌자들에 의해 수없이 죽었어. 널 죽여 우리의 수치를 씻겠다!"
고에몬："지금 네 체면 따위를 위해서 같은 닌자들끼리 전쟁을 하자는 거냐?"
겐요사이："닥쳐라! 그를 죽여라!"
 
닌자들이 칼을 빼어 들어 고에몬 님에게 돌진했다.

 

고에몬："폭염룡!"
닌자１："아악!"
닌자２："으윽!"
 
고에몬 님이 쏘아 낸 불길은 용처럼 솟아 올랐고,
하치스카의 닌자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닌자３："게, 겐요사이 님…! 저 자에게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겐요사이："다들 잠깐!"
 
겐요사이는 입으로 물을 머금고 내뿜었다.
불은 순식간에 꺼지고, 연기가 올라왔다.
 
겐요사이："지금이다!"
고에몬："그렇게는 안 되지!"
 
고에몬 님이 거대한 수리검을 꺼내 닌자들을 베어 냈다.

 

─?!
(겐요사이가 사라졌다…!)
 
다음 순간, 땅 속에서 커다란 갈퀴가 나와 고에몬 님의 발을 노렸다.
 
고에몬："젠장…. 땅 속으로 숨었군. 윽…!"
 
칼날이 고에몬 님의 다리를 공격했다. 

고에몬："…에잇!"
 
고에몬 님이 땅에 손을 넣어, 겐요사이의 팔을 잡았다.
 
고에몬："각오해라!"
 
고에몬 님이 칼로 땅을 찌르려는 순간,
 
고에몬："……!"
뒤에서 날아 온 수리검이 고에몬 님의 목을 스쳤다.
 
고에몬："큭…."
 
─!!
고에몬 님이 천천히 땅에 쓰러졌다.
 
겐요사이："이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그 수리검에는 맹독을 발라 두었지!"
고에몬："……."
겐요사이："자, 널 어떻게 죽여 줄까. 다리부터 잘라 줄까, 팔부터 잘라 줄까?"
 
겐요사이가 칼을 들고 천천히 고에몬 님에게로 다가갔다.
 
린："기다려!"
 
나는 숲 속에서 뛰쳐나가 겐요사이 앞을 막아 섰다.
 
고에몬："바보… 왜 나온 거야…!"
겐요사이："누구냐?"
린："나는 진정한 닌자의 후계자, 쿠스노키 마사시게의 자손이다."
겐요사이："그렇다면, 네가 바로 그 닌자 공주?"
린："나는 하녀로 위장하고 아즈치 성에 숨어 들었다. 그 때 나의 정체를 눈치 챈 오리쿠를 죽였지!"
겐요사이："…네가 오리쿠를?!"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린："이 자는 그저 내 명령을 따른 것 뿐이다.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나를 죽여라!"
 
겐요사이는 나를 노려보다가, 칼을 휘둘렀다.
 
─!!

 

카오마루："히힝!"
린："카오마루?!"
 
카오마루가 내게 달려와 나를 막아 섰다.
 
겐요사이："뭐냐, 이 말은?!"
 
닌자："겐요사이 님! 노부나가의 부하들이 산을 뒤지고 있습니다."
겐요사이："뭣이!"
닌자："이 둘을 붙잡아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겐요사이："그래, 그냥 죽이는 것은 부족하지. 지옥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 줘야 해."
린："……."
겐요사이："그들을 묶고 말에 실어라! 이대로 끌고 갈 것이다."
 
밧줄에 묶이면서, 나는 카오마루에게 말했다.
 
린："미안해…."
카오마루："히힝…!"
린："가엾게도…. 다리에서 피가 나고 있구나."
카오마루："히힝!"
린："괜찮아. 그들이 널 죽이게 놔 두지는 않겠어."
 
하치스카 닌자가 내 눈을 헝겊으로 가리는 동안, 나는 말의 귀에 속삭였다.
 
하치스카 닌자："이 상황에서 태평하군.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지?"

 

우리는 그들의 은신처로 끌려갔다.
 
고에몬："……."
고에몬 님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다.
 
린："혼노오지 사원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군…."
 
나는 고에몬 님에게서 받았던 자루 주머니를 꺼냈다.
그 속에 종이와 먹물이 들어 있어서 다행이다.
 
린："자, 이리 나오렴."
 
나는 가슴에 넣어 두었던 올빼미를 꺼냈다.
 
린："착하게 얌전히 있었구나. 너라면 여기서 조용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올빼미의 다리에 편지를 묶었다.
 
린："제발, 이 편지를 코타로 님께 전해 줘."
 
올빼미는 창 밖으로 날아갔다.

 

린："고에몬 님…."
나는 그의 목에 생긴 상처에 입술을 대었다.
 
고에몬："안 돼…."
고에몬 님이 나의 어깨를 밀어 냈다.
 
고에몬："그러다가 너도 독에 걸리고 말아."
린："하지만, 조금이라도 독을 빨아 낼 수 있다면…."
고에몬："그래 봤자 효과는 없어. 닌자들이 제조한 독은 해독제가 필요해."
린："……."

고에몬："내가 없어도… 괜찮겠어…?"
린："조용히 계세요…!"
 
나는 그의 독을 계속 빨아냈다.＊

린："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서 여기서 같이 나갈 거예요."
고에몬："……."
 
고에몬 님이 부드럽게 웃었다.

 

고에몬："넌… 훌륭한 여자야. 강하고, 부드럽고…. 내게 과분할 정도로."
린："그렇게 강했던 모습은 다 어디로 간 거예요?"
 
나는 부드럽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에몬："형세가 완전히 역전되었군…. 약해진 나를 보니 질렸어?"
린："그럴 리가 없잖아요."
고에몬："네가 날 싫어하게 되더라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역시 내겐 네가 필요해…."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에몬 님의 품에 안겼다.

린："제가 당신을 싫어하게 될 일은 없어요."

고에몬 님은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꽉 잡았다.

고에몬："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여자를 만났어."
 
(고에몬 님….)
 
린："흐…흑…."

울고 싶지 않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고에몬："…널 두고 죽고 싶지 않아."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고에몬："내가 없는 너를 생각하니 견딜 수 없어…."
 
나도 그를 잃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가 없다면 더 이상 내가 살아 갈 이유도 없는 것….

 

고에몬："…독 때문인가,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군."
린："고에몬 님…."
고에몬："린, 이리 가까이 와. …네 얼굴을 더 잘 보고 싶어."
 
고에몬 님의 몸이 점점 식어 가고 있었다.
나는 고에몬 님의 옷을 벗기고 그의 몸을 안았다.
 
고에몬："네 몸은 따뜻하구나…. 마음이 따뜻하기 때문이겠지."
린："아무 말도 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요!"
고에몬："린…."
린："전, 옆에 있어요."
 
이 따뜻함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와 함께 살아 남아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