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이시카와 고에몬 공략：6장

린："여기가 이가 마을…."
 
목가적인 풍경, 산과 숲에 둘러싸인 마을.
이윽고 우리 앞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에몬："아….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건가?"

한조："공주!"
린："한조 님!"
한조："좋아, 무사히 도착했군!"
사스케："린, 늦었네! 얼마나 기다렸는데."
사이조："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
코타로："음…. 그것보다 공주가 안전해서 다행이군."
고에몬："린, 환영 많이 받네."
한조："고에몬!"

한조 님은 고에몬에게 소리치셨다.
 
한조："대체 어디서 얼마나 한눈을 팔다 온 게냐?"
고에몬："그것보다, 저 수레 안이나 좀 봐 주세요."
한조："수레 안이라고?"

한조 님은 수레 쪽으로 다가가셨다.

한조："이 무기들은…!"

 

고에몬："오다 노부카츠 성에서 훔쳐 온 것들입니다."
한조："오다 노부카츠?!"
고에몬："그 자는 이가를 공격하기 위해 성을 짓고 있었습니다."
고에몬："그래서 무기를 훔치고 성에 불을 질렀죠."
한조："고에몬 너, 역시…."
 
한조 님과 다른 이들이 모두 놀라워했다.
 
사이조："너 혼자 한 거냐?"
고에몬："놀래키는 일은 내 전문이니까."
한조："정말 훌륭하구나. 하지만, 연락을 줄 수는 없었나?"
고에몬："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한조 님."
한조："휴, 너란 녀석은 정말이지…."
 
한조 님은 한숨을 쉬셨지만, 고에몬 님의 능력은 확실히 인정하신 셈이다.
 
고에몬："코타로, 이 무기들은 어때? 후우마는 총을 잘 다루지 않나?"
코타로："음. 이건 정말 훌륭한 무기다. 우리가 가진 것들보다 사정 거리도 더 넓고…."
코타로："이 무기들이 있다면 오다 군대와 싸울 수 있어."
한조："코타로! 닌자들로 포총 부대를 만들고 그들을 훈련시키도록."
코타로："알겠습니다, 한조 님."

한조："노부카츠는 이대로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오다는 반드시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사스케："한조 님. 오다 군대와의 전쟁 작전은 어떻게 되지요?"
한조："그들은 우리보다 수가 많지만 산 속에서의 전쟁에는 익숙하지 않아. 우리가 우위다."

한조："지금 당장 회의를 시작하지."
고에몬："결국 이가는 전쟁터가 되는 건가…."
 
노부카츠의 성은 파괴되었지만, 그의 뒤에는 여전히 아버지─오다 노부나가가 있다.
우리의 전쟁은 이미 시작된 거나 다름 없어….
 
(한조："우리는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남기 위해 여기 모였다.")
반드시 모두 살아 남아서, 닌자의 미래를 지켜 내야만 한다….

 

한조："오다의 군대는 산을 넘어서 이가를 공격할 것이다."
한조："먼저 코타로의 포총 부대가 적을 공격하도록."
코타로："알겠습니다. 산 속에서 공격하는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조："그 다음, 사스케가 주위를 분산시켜 적을 혼란에 빠뜨려라."
사스케："네, 알겠습니다! 맡겨 주세요."

한조："오다의 군대는 산 속에서의 공격에 약하기 때문에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조："그리고 근거리에서 사이조와 내가 공격하는 것으로 종결짓는다."
사이조："예. 바로 산에서의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스케："그럼, 고에몬은요?"
고에몬："난 낮잠이나 잘 거야."
사스케："나, 낮잠?! 너…!"
고에몬："한조 님, 작전은 이걸로 끝입니까? 그럼 전 이만."
 
고에몬 님은 방을 나가 버렸다….

 

사스케："야, 너! 기다려!"
한조："사스케…. 그냥 놔 두거라."
사스케："그냥 두라고요? 어째서죠? 이가 출신이니까 편을 드는 겁니까?!"
사이조："그만!"

사이조 님이 사스케 님의 머리를 때렸다.

사이조："한조 님은 우리들의 수장이다. 말 조심해."
사스케："하지만…!"
한조："이가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를 그만큼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조："그는 항상 말보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사람이지."
 
고에몬 님은 한조 님의 신뢰를 받고 있구나.
그렇지만, 정말로 낮잠만 주무시면 어떡하지?
고에몬 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실까.

 

한조："공주, 이 쪽은 이가의 쿠노이치(くノ一), 쿠마다. 너의 교관이 될 거야."
쿠마："……."
 
대단해. 정말 강해 보이는 사람이야….
 
린："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린이라고 해요."
쿠마："……."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한조："쿠마, 공주에게 인사는?"
쿠마："한조 님, 죄송합니다만 이런 풋내기를 제자로 받아 들일 수는 없습니다."
한조："어이! 공주에게 무례한 말은 삼가라."
린："아니에요, 한조 님…. 쿠마 님의 말은 틀리지 않아요."
린："아무런 훈련도 받아 본 적 없는 저는…."
쿠마："빈 틈!"
 
─쿵!
 
린："앗!"

쿠마 님이 그녀의 목검으로 나를 내리쳤다.
너무 아파서 눈에 별이 보인다….

 

한조："쿠마! 갑자기 공주를 때리지 마라!"
쿠마："흥, 난 네가 형편 없는 실력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을 뿐이다."
린："네…. 저도 알고 있어요…."
 
만약 그녀가 전력으로 내게 덤볐다면, 나는 죽었을지도 몰라….
순간 현기증이 밀려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린："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어요…. 그러니 절 훈련시켜 주세요!"
쿠마："호오, 의욕 하나는 대단하군."
 
쿠마 님이 나를 향해 목검을 던졌다.
 
쿠마："좋아, 나를 공격해 봐!"

 

린："하아, 하아…."
 
몸에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이 훈련을 계속하다가는 죽을지도 몰라. 하지만….
 
쿠마："널 다시 봤다! 정신력이 제법인걸."
린："하지만 쿠마 님은 전혀 힘들지 않아 보이시는걸요."
쿠마："그야 난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계속한 사람이고."
쿠마："너도 최선을 다하면 나처럼 될 수 있을 거야."
린："정말요…?"
쿠마："물론, 장담하지!"
 
쿠마 님은 내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린："아얏!"
쿠마："앗, 미안 미안. 목검으로 맞은 곳이구나."
린："…강해질 때까지 훈련하고 싶어요.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쿠마："좋은 마음가짐이다!"
 
쿠마 님이 내 팔을 당겨 날 일으켜 세워 주었다.

쿠마："고에몬 님이 널 칭찬한 이유를 알겠어."
린："칭찬…. 절, 고에몬 님이…?"
쿠마："고에몬 님이 이렇게 말했거든. '그녀는 좋은 여자야, 그녀를 잘 돌봐 주게'."
 
고에몬 님이 그렇게 말하셨을 줄이야….
 
쿠마："그가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은 드문 일이야. 웬만해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거든."
린："그래요…?"
쿠마："그럼. 특히 그는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아. 아무도 이가에 오기 전의 그에 대해 알지 못해."

그랬구나…. 나는 그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언젠가는 그가 내게 이야기해 줄 날이 오지 않을까….

 

그 날 밤에는 강당에서 연회가 열렸다.
 
이가 촌장："공주, 무사히 와 주셔서 기쁩니다! 도착하길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린："고맙습니다, 원로님."
이가 촌장："전국의 닌자들이 공주의 이름으로 단결하고 있습니다."
 
(모든 닌자가, 내 이름으로….)
 
이가 촌장："네고로, 쿠로하바키, 토가쿠레, 하치야…."
이가 촌장："모두 쿠스노키 공주의 이름을 듣고 모이기 시작했지요."
 
(이제 나는 린이 아닌, 쿠스노키 공주이자 모든 닌자들의 단결자다.)
 
이가 촌장："공주! 마음껏 마시지요!"
 
모처럼 원로님이 권하신 술이라, 거절하고 싶지 않은데….

 

린："고에몬 님, 저랑 드실래요?"＊
고에몬："원로님, 그녀는 아직 어립니다. 참아 주시죠."

고에몬 님이 내 술잔을 빼앗아 갔다.
 
고에몬："제가 대신 마시겠습니다."
이가 촌장："좋다! 그렇다면 나와 술 마시기 시합을 하겠느냐?"

원로님의 기세가 등등하시다….
 
한조："아버님! 과음은 몸에 좋지 않습니다."
이가 촌장："왜 그러느냐, 한조.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한조："저는 단지 아버님의 몸을 걱정하는 것 뿐…."

 

사스케："고에몬! 그렇다면 나와 겨뤄 볼래?"

사스케 님이 그의 술잔을 가득 채웠다.
 
사스케："승자는 린이와 같은 방에서 자는 거다!"
린："잠깐!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그런 내기를?"
사스케："뭐야, 린~ 나랑 같은 방에서 자기 싫어?"

(어휴….)

사스케 님이 나를 잡으려는 듯 다가왔다.
 
린："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고에몬："사이조, 이 발정난 녀석을 우리에나 가둬."
사스케："이봐, 누가 발정났다는 거야?! 네가 더하지 않나?! 나는 린이한테만 빠져 있는 거지만, 너는 여자라면 누구라도 좋잖아!"

그런 민감한 이야기를 그렇게 대놓고….
 
고에몬："젠장, 성가신 녀석. 돌아다니면서 소리치지 좀 말라고."
사스케："좋아, 그럼 누가 더 강한지 볼까!"
 
그렇게 그들의 술 마시기 시합이 정말로 시작되었다….

 

사스케："욱, 위험해….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밑으로도 위로도 토할 것 같아…."
린："사…사스케 님, 괜찮아요? 어느 쪽이 먼저예요?"
사이조："후…일어나, 사스케. 화장실로 데려다 주지."

사이조 님은 사스케 님의 어깨를 부축하여 일으켰다.
 
사스케："우욱…. 기분 나빠…."
사이조："다음에도 이러면, 정말로 우리에 가둘 테다."
고에몬："사스케."

고에몬 님이 억지로 내 어깨를 안았다.
 
고에몬："넌 이 녀석을 만족시킬 수 없어!"
사스케："젠장! 난 절대로 너에게 지지 않아!"
린："저…. 취하신 거 아니죠? 고에몬 님…."
고에몬："나는 이렇게 적은 양에는 취하지 않아."
 
그렇게 많이 마셔 놓고 적은 양이라니…. 고에몬 님은 술에도 세시구나.

 

  
린："사스케 님은 괜찮을까요? 좀 보고 와야겠어요."
고에몬："그 녀석은 괜찮아…. 그냥 내 옆에 있어."

고에몬 님이 내 팔을 꽉 잡았다.
 
고에몬："내게서 떨어지지 마…. 이건 명령이야!"
린："네, 알겠어요."

나는 고에몬 님 옆에 바싹 달라붙었다.

고에몬："그래서 넌, 내 명령이라면 뭐든 따를 건가?"
린："저한테 무조건 복종하라고 하셨잖아요."
고에몬："흠…. 그러면, 닭 우는 흉내. 실시!"
린："닭…?! 네… 꼬끼오… 꼬꼭!"
고에몬："하하하! 꽤 닮았군! 이번엔, 늑대 우는 소리!"
린："아우~!"

 

한조："이봐, 고에몬. 지금 공주한테 뭘 시키는 거냐?"
 
한조 님은 화를 참지 못해 몸을 부르르 떠셨다.

한조："그녀는 닌자를 상징하는 공주다! 좀 더 정중하게 대하지 못해?"
 
하지만 나는, 나를 평범하게 봐 주는 고에몬 님이 더 좋은데….
공주 대우를 받게 되면 그만큼 거리감이 느껴질 테고, 그러면 더 외로워질 테니까….

 

린："정말 넓은 정원이네. 음…. 내 방은 어디지?"
  
뭘까? 고에몬 님과 한조 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한조："고에몬, 왜 공주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고에몬："어떻게 본다는 말씀이십니까?"
한조："…소중한 사람을 보듯이.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군."
고에몬："……."
한조："고에몬이라면 여자와 놀기로 유명한 바람둥이 아닌가?"
고에몬："…제 평이 좋지는 않죠."
 
고에몬 님은 한조 님을 바라보았다.
 
고에몬："오해 마십시오. 전 임무 때문에 린이와 함께 있는 것 뿐입니다."

 

그는 단지 임무 때문에 나와 함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
 
린："왜 내 마음이 아픈 거지…?"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견딜 수가 없다.
 
린："하지만 나는 공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해…."
 
그 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린："들어오세요."
고에몬："어이, 얼굴이 왜 빨갛지?"
린："글쎄요, 술을 조금 마셔서 그런가…?"
 
고에몬 님이 두 손으로 내 뺨을 감쌌다.

고에몬："후…. 재미있는 얼굴."
린："뭐라구요?"
 
고에몬 님은 내 이마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고에몬："네가 귀엽다고."
린："왜 그러세요, 고에몬 님?"
고에몬："…아무래도 취한 것 같아…."
린："아까는 이 정도로 취하지 않는다고…."
고에몬："…조용히 해!"
린："……!"

 

그가 나를 침상 위로 넘어뜨렸다.
그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대로 그의 체온을 계속 느끼고 싶다….
 
고에몬："……."
 
내 심장은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고에몬 님이 아까 한 말의 의미는…. 설마…?

 

고에몬："…역시 안 되겠어. 너는 닌자의 공주니까."
린："…그냥 계속 이렇게 안아 주세요."
고에몬："왜지?"
린："오늘, 바람이 차니까…. 따뜻하게 해 주세요."
고에몬："거짓말쟁이. …네 몸은 이렇게 따뜻한데."
 
고에몬 님이 문득 나에게서 떨어졌다.
 
고에몬："미안…. 하지만 나는 널 안아 줄 수가 없어."
 
그리고 그는 등을 돌렸다.
 
결국 나는 그에게 또한 닌자 공주일 뿐인 걸까?
그는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자꾸 멀게만 느껴진다.
우리의 거리는 영원히 좁혀질 수 없는 걸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