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이시카와 고에몬 공략：7장

며칠 후.
그 일이 있은 뒤로, 고에몬 님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나를 대한다.
그건 단순히 술김에 한 행동이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변덕이었을까….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린："후우…."

 

사스케："린, 왜 그래?"
린："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산으로 훈련 가시게요?"
사스케："그래! 매일 훈련에 매진하고 있지."

전력을 다해야 하는 싸움이 기다리고 있으니, 상당히 고된 훈련을 하시겠지.

사스케："난 이렇게 힘들게 훈련하고 있는데, 고에몬은 뭘 하는 거야?"
린："고에몬 님은 훈련을 하지 않나요?"
사스케："응, 그냥 혼자서 산 주위를 빈둥거리며 돌아다닌다고. 대체 무슨 생각인지 원!"
 
쿠마 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지….
고에몬 님은 다른 이들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사스케："너도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있지, 린?"
린："네, 오늘도 쿠마 님과 산에서 수련할 거예요."
사스케："그거 좋군! 서로 힘 내자고!"
 
사스케 님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사스케："그래서 전쟁이 끝나면, 나와 결혼하는 거야!"
린："겨…결혼?!"
사스케："말해 두지만, 난 진심이야. 난 정말로 네가 내 짝이 되어 줬으면 좋겠어!"

사이조："어이, 사스케! 빨리 와라."

멀리서 사이조 님이 부르시는 소리가 들렸다.
 
사스케："알았어! 그럼 이따 봐, 린!"

사스케 님은 무척 활발하고 밝구나….
만약 저런 사람을 좋아하게 됐더라면, 이렇게 마음 고생을 하진 않았을 텐데….

 

쿠마："오늘 훈련, 아주 잘 했어! 훈련 성과가 보이는데?"
린："정말요?"
 
쿠마 님의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
 
린："저는 약초 좀 캐 갈게요. 전쟁 시에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요."
쿠마："그래, 알았어. 조심해, 너무 멀리 가지 말고!"

 

린："타박상에 잘 듣는 약초는 이 정도로 충분하고…. 이제 지혈용 약초를 찾아 봐야지."
고에몬："린."
린："꺅, 깜짝이야!"
 
고에몬 님이 나무 그늘에 누워 계셨다.

 

린："낮잠 중이셨어요?"
고에몬："응…. 단감이 있는데, 좀 먹겠어?"
 
고에몬 님이 단감을 꺼내셨다.
지금 단감 따기와 낮잠으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가…?
 
고에몬："자, 먹어."
고에몬 님이 팔을 뻗어 내게 감을 내밀었다.
 
고에몬："약간의 당분을 섭취하면 머리가 더 잘 돌아갈 거야."
린："그 말은 지금 제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는…? 어머, 맛있어요!"
 
고에몬 님이 나를 쳐다보았다.
 
고에몬："사스케는 네 그 미소를 보고 반했다지."
린："…네?"
고에몬："사스케는 널 정말 많이 좋아해. 그렇게 보이지 않아?"
린："글쎄요…. 반 농담인 것 같은데요."
고에몬："바보, 둔해도 정도가 있지. 이 바보야!"
 
그, 그가 두 번이나 날 바보라고 불렀다….
 
고에몬："누가 봐도 너에게 깊이 빠져 있는 녀석인데."
린："……."
고에몬："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남자와 맺어지는 편이 행복할 거야.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래서 그는… 날더러 사스케 님과 사귀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건가?

고에몬："그렇게 뾰로통한 얼굴 하지 말지."
린："뾰로통한 얼굴 안 했어요."
고에몬："그럼, 원래부터 그런 얼굴인가?"
린："……."
고에몬："어쨌든… 봐, 이것도 좀 전에 딴 거야."
 
고에몬 님이 품에서 수선화를 꺼내셨다.
산을 돌아다니면서 과일이나 꽃을 수집하는 건가…?
 
린："정말 예쁜 수선화네요…."
고에몬："그렇지? 난 내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운 소녀에게 이걸 줄 생각이다."
린："……."
고에몬："자, 받아."
 
고에몬 님은 내게 수선화를 주었다.

린："제게…?"
고에몬："그래, 널 위해 딴 거야."
 
린："전… 고에몬 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고에몬："…무슨 뜻이지?"
 
나는 그의 행동 하나 하나에 기뻐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고에몬："그런 얼굴 하지 마."
 
고에몬 님이 내 머리카락에 수선화를 꽂아 주었다.
 
고에몬："아름다운 소녀가 더욱 아름다워졌구나."
린："……!"

고에몬："하하…. 그렇게 심각해지진 말고."
린："절 가지고 노는 건 그만 하시죠…!"
 
고에몬 님은 움켜쥔 내 손을 잡았다.
 
고에몬："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내가 항상 널 지켜 줄게. …알았지?"
 
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고 묻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순간 고에몬 님이 나를 밀어 넘어뜨렸다.
 
린："뭐… 뭐죠?"
고에몬："엎드려!"
 
─수리검?!

 

사스케："거기 서라!"
 
사스케 님이 한 남자를 끌고 나와 그를 바닥에 무릎 꿇렸다.
 
남자："도와 주십시오…. 저는 그냥 길을 잃은 것일 뿐입니다요."
 
나무꾼 같은 차림인데…?
 
고에몬："사스케. 그 자는 누구지?"
사스케："이 녀석이 산 속을 기웃거리길래 붙잡았지!"
남자："저… 저는 그냥 나무꾼입니다."
남자："이 산 속에 좋은 참나무가 있다길래 그걸 베러 이웃 마을에서…."
 
남자는 짊어지고 있던 나무를 내려놓고 바닥에 엎드렸다.
 
남자："그러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사스케："…그러니까… 네가 그냥 나무꾼이라 이거야?"
남자："예,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고에몬："사스케, 너 눈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고에몬 님이 남자의 허리에서 도끼를 빼 냈다.
 
고에몬："이 도끼, 전혀 낡지 않았군. 새 것 같아."
고에몬："그리고, 봐. 이 자 손."
 
고에몬 님이 그 남자의 손을 비틀었다.
 
남자："으악…!"
고에몬："나무꾼 손바닥이라기보다는, 검술하는 자의 것 같은데."
고에몬："나무꾼 행세를 하는 사무라이로군."
 
사무라이…?!
 
남자："아닙니다, 전 사무라이가 아닙니다! 이 도끼는 그저 새로 장만한…!"
고에몬："그런 뻔한 거짓말은 그만 하지."
 
고에몬 님이 그 남자의 손을 바닥에 놓고 도끼를 들어올렸다.
 
고에몬："어서 말해! 넌 누구냐?"
남자："으앗…!"
고에몬："말하지 않겠다면, 네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 주지."
남자："제발 그만…!"
린："……."
 
나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를 말리고 싶지만, 전쟁 중에는 너그러울 여유가 없다.
만약 그가 정말로 나무꾼이 아닌 사무라이라면….

남자："사… 살려 줘요! 믿어 주세요!"
고에몬："너, 손가락 한두 개는 없어져도 괜찮은가 보군?"
남자："가족이 마을에서 절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발…!"
 
고에몬 님이 무표정하게 도끼를 내리쳤다.
 
사스케："멈춰, 고에몬…!"
남자："제발…!"
 
도끼는 남자의 손가락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박혔다.
 
남자："마, 말하겠습니다! 말할게요…!"
고에몬："그래, 네 정체는 뭐지?"
남자："저는… 오다 노부카츠의 밀정입니다…."
 
밀정…?!
 
고에몬："좋아. 노부카츠 군대는 언제쯤 이가를 공격할 예정이지?"
남자："막 세 번째 산을 넘었으니, 내일 아침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내일 아침…?!

 

고에몬："사스케, 이 자를 묶어."
사스케："……."
 
사스케 님은 말없이 고에몬 님의 말을 따랐다.
 
고에몬："아직 너에게 물어봐야 할 게 남았나?"
남자："모,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고에몬："닥쳐…. 널 죽일지 살릴지는 내가 결정해."
 
고에몬 님이 뒤돌아 서서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고에몬："가자, 린."
린："……!"
 
나도 모르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고에몬："…내가 무서워졌나?"
린："……."
 
고에몬："그렇다면, 더 이상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다음 날….
이른 아침, 한조 님의 군대는 전략에 따라 배치되었다.

한조："노부카츠의 군대와 같이 큰 규모의 군대가 이동하려면 이 산길을 지나는 수밖에 없다."
한조："쿠마! 반대편 산 쪽으로 공주와 아이들을 대피시켜라!"
쿠마："네!"

한조："공주, 부디 무사하길!"
린："네, 한조 님께서도…."
고에몬："쿠마, 모두를 데리고 높은 곳에 숨어."
쿠마："높은 곳…?"
고에몬："그 언덕의 수풀 속에. 알겠나?"
쿠마："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쿠마 님을 따라 반대편 산으로 향했다.

쿠마："자, 이 언덕에 숨겠다. 수풀 속으로 들어가서 모두 엎드려라!"

노부카츠 군대와의 전투가 드디어 시작되는 것이다.

 

아이１："쿠마 씨, 무서워요…."
쿠마："침착해라! 너도 이가의 닌자잖아."
아이２："적들이 우릴 발견하면 어쩌죠?"
쿠마："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적을 죽이고서라도 살아 남아야 한다."
 
적을 죽이고 살아 남으라고….
 
쿠마："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할 거야. 닌자는 비정해야 해."
 
(고에몬："내가 무서워졌나…?")

(왜 난 그 때…. 고에몬 님의 손을 뿌리쳤을까?)
(고에몬 님은 닌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 아이들과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아이１："무, 무서워요…."
아이２："아빠, 엄마…."
린："자, 이리로 오렴."
 
나는 아이들을 꼭 끌어 안았다.

잠시 후, 산의 반대 쪽에서 총성과 포효가 들렸다.
 
쿠마："예상대로 그들이 그 길로 들어섰군. 우리는 멀리 있으니 안전할 거야."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쿠마："총 소리가 잠잠해졌어. 전투가 끝났으려나…?"
린："쿠마 님, 저길 보세요…!"
쿠마："승리의 신호탄이다! 한조 님의 작전이 성공한 모양이야!"
 
다행이다. 이제 이가는 안전해….
쿠마와 부둥켜 안고 승리를 기뻐하는 순간─

 

─탕!

쿠마："위험하다! 모두들 엎드려!"
아이１："으아!"

─탕!

노부카츠："쏴! 그들을 쏴라!"

저들은 노부카츠의 군대…?!

쿠마："제길…. 그들이 다른 곳에서도 공격해 왔군…!"

─탕!

아이２："으앗!"
쿠마："바보, 소리지르지 마!"
노부카츠："이봐라! 저 언덕 위에서 애들 울음 소리가 들렸다! 언덕을 노려라!"

─탕! 탕!

총알은 마치 비오듯이 우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쿠마："모두, 엎드려라!"
아이３："악! 무서워…!"
쿠마："괜찮을 거야. 걱정 마…!"
노부카츠："하하핫! 저들은 이미 우리 손 안에 있다! 이가의 아이들을 모두 죽여라!"
 
저런 포악한…!
 
아이１："으악!"
린："위험해!"
 
순간적으로 나는 아이들을 감싸 안았다.
큰 총소리와 함께,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충격… 그리고, 내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린："윽…!"
 
어깨에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쿠마："린?!"
린："괜찮아요…. 약간 스친 것 뿐…."
 
나는 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 돼…!
끊임 없이 울리는 총성 속에서, 모든 힘을 다해 아이들을 끌어 안으며 나는 이렇게 되뇌었다.
하지만 내 어깨에서는 자꾸만 피가 흘러 내렸다….
이러다가는 우리 모두가 죽게 될지도 몰라…!
우리는 어느 새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다.
 
이제 다 틀렸다고 생각한 그 순간….

 

쿠마："……! 무, 무슨 소리지…?!"
 
땅이 울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사무라이１："물이다! 주군, 홍수입니다!"
사무라이２："으아악!"
 
갑자기 산 꼭대기에서 순식간에 물이 쏟아지고, 노부카츠의 군대는 홍수에 쓸려가기 시작했다.
 
쿠마："높은 곳에 숨으라고 했던 건…. 이 홍수 때문이었나?!"

고에몬："모두 괜찮나?!"
쿠마："고에몬 님! 고에몬 님인가요?"
고에몬："그들이 저 쪽 뿐만이 아니라, 이 쪽에서도 올 것을 예상하고 미리 강을 막아 뒀지."
쿠마："막았던 강을 터서 아래에 있는 노부카츠 군대를 친 것이군요!"
사무라이３："으아악!"
 
노부카츠의 군대는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휩쓸렸다.
그래…. 고에몬 님은 낮잠을 잔다고 했었지만,
사실은 전략을 짜고 계셨던 거였어.

고에몬："이봐…, 린!"

그 때, 고에몬 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쿠마："공주…. 어깨에 총을 맞았던 거야? 약간 스쳤다고만 했었잖아!"
린："그치만…. 제가 내색하면 아이들이 더 무서워할 테니까…."
쿠마："빨리, 어서 치료하지 않으면!"

 

고에몬 님이 나의 몸을 빠르게 안아 들었다.

고에몬："손 대지 마라, 쿠마…. 내게 맡겨!"
 
고에몬 님은 나를 안은 채 말없이 산을 내려갔다.

고에몬："…린."

항상 냉정하던 고에몬 님의 목소리가 분노에 떨렸다.

고에몬："네게 상처 입힌 자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