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이시카와 고에몬 공략：8장

다음 날.
 
누구지…? 수건으로 내 땀을 닦아 주는 부드러운 손길….
 
린："고에몬 님…?"
고에몬："깼어?"
 
눈을 뜨자 침상 안이었다. 총에 맞은 뒤 의식을 잃었었지….

린："아이들은 괜찮나요? 다치지는 않았나요?"
고에몬："정말…. 그게 눈 뜨자마자 처음 할 말이냐?"

고에몬 님이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고에몬："자신의 일부터 생각하라고."
린："내 일부터…?"
고에몬："그래. 제발 이기적으로 살란 말이야."
고에몬："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과일? 과자?"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린："그냥…. 제 옆에 있어 주세요."

고에몬："…내가 무섭지 않아? 그 사무라이를 위협하는 것을 봤잖아."
린："무섭지 않아요…. 누구보다도 친절하신걸요."
고에몬："……."

린："저는 고에몬 님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구하시는 것을 모두 보았어요."
고에몬："그건 내 과거를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소리야."
린："과거…?"
고에몬："나는 내 자신만 생각하면서 살아 왔어. 누구도 돕지 않고."
린："과거는 상관 없어요…. 고에몬 님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요."
고에몬："린…."
린："전… 고에몬 님…!"
 
고에몬 님이 갑자기 내 손을 놓았다.

 

고에몬："말하지 않았었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린："……."
고에몬："더 이상 네 감정을 키우지 마. 넌 지금 외로워서…."
린："그렇지 않아요…! 앗…!"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어깨의 통증이 심해졌다.
 
고에몬："그만 해…. 네가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아."
린："그렇지 않아요. 고에몬 님은 친절해요…."＊
고에몬："친절…?"
린："지금도 절 걱정하고 계시잖아요. 그게 증거예요."
고에몬："…단지 너의 억측일 뿐이야."
린："……."
고에몬："우리는 서로 너무 달라."
 
어떻게든 그 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는 건가요…?

린："흑… 흑…."
고에몬："울지 마."
 
고에몬 님이 침상을 두드렸다.
 
고에몬："잠들 때까지 네 옆에 있을게, 안심하고 푹 자도록 해."
린："제가 공주라서, 그래서 제 옆에 있는 건가요?"
고에몬："젠장…. 그만 하지…."
 
고에몬 님이 내 뺨을 꼬집었다.
 
고에몬："네가 공주든 아니든 상관 없어."
린："……."
고에몬："눈 감고, 이제 좀 자도록 해. 알겠지?"

가슴이 아프다. 지금 뿐만이 아니라, 영원히 그가 내 옆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이건… 바랄 수 없는 꿈인 걸까?

 

며칠 뒤.
 
한조："공주, 일어났나?"
린："네, 이제 통증도 거의 사라졌어요." 

한조："그런가…. 공주를 그런 상황에 빠뜨린 건…."
린："저는 걱정 마세요. 그보다 이가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코타로："고에몬 덕분입니다. 그의 수공(水攻)이 없었더라면 적에게 당했을 겁니다."
한조："나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가 밀정이 있을 것을 내다 보고 단독으로 행한 것이었지."
코타로："적을 속이기 전에 동료를 속일 필요가 있다- …라고 그가 말했던 적이 있었죠."
 
고에몬 님은 명석한 사람이구나….

 

사스케："린! 벌써 다 나은 거야?"
사이조："쳇…. 덕분에 사스케 녀석이 시끄러워지겠군."
사스케："회복돼서 정말 기뻐!"

사스케 님이 나를 껴안았다.
 
린："아얏…!"
사스케："왜 그래?"
린："거, 거기…. 상처가 있는 곳…."
사스케："이런, 미안!"
한조："바보 같으니! 그렇게 빨리 상처가 완쾌될 리 없잖나."
사이조："고에몬의 섬세함을 조금만이라도 배우는 게 어때?"
사스케："흥! 그가 훌륭한 닌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를 본 받을 생각은 없어!"

고에몬："사스케, 남의 험담을 하려면 안 들리는 데서 하는 게 어때."
사스케："고, 고에몬…!"
고에몬："닌자에 맞지 않는 것은 그 쪽인 것 같은데."
사스케："시… 시끄러워! 너는 항상…."
고에몬："한조 님, 이 녀석은 무시하시고 다음 전략을 짜시지요."
 
고에몬 님은 사스케 님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것 같다….
 
한조："이번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노부나가는 벌써 다음 전투를 계획하고 있겠지."
고에몬："이번에는 우리 쪽에서 먼저 쳐야 합니다."
한조："먼저 치다니…. 무슨 뜻인가?"
고에몬："오미에 잠입하도록 하죠."
 
오미(近江)…?

 

한조："적군의 심장부에 잠입하자는 건가?"
고에몬："그렇습니다. 그것도 노부나가의 아즈치(安土) 성으로 가야 합니다."
사스케："아즈치 성이라니,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고에몬："네가 말하지 않아도 물론 잘 알고 있지."
고에몬："하지만 우리가 한 발이라도 늦는다면, 노부나가의 근처에도 갈 수 없을 거다."
사스케："……."
고에몬："머리를 쓰지 않으면 경비병들이 보호하고 있는 그를 잡을 수 없어."
 
노부나가를 잡는다고….
 
한조："확실히 고에몬이 말한 대로다. 노부나가는 절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한조："자, 그렇다면 내일 아침에 오미로 출발한다."

 

그 날 밤.
문득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 보았다.

고에몬："뭘 하고 있어?"
린："말리고 있던 약초를 정리하고 있어요."
고에몬："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아. 회복이 늦어진다고."
린："이제 다 나았는걸요. 그러니까…."
 
나는 고에몬 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린："저도 오미에 데려가 주세요."
고에몬："……."
린："방해하지 않을게요. 제발…."

고에몬："우리는 널 데려갈 수가 없어. 이가에 남아 있도록 해."
린："어째서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뭐든 이용한다고 했잖아요."

고에몬 님은 나를 바라보고 미소지었다.
 
고에몬："맞아. 전에 그렇게 말했었지…."
린："함께 쌀자루에도 들어가고, 게이샤 옷도 입고, 고양이 소리도 내고…."
고에몬："그렇게 오래 된 일도 아닌데, 꽤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지는군."
 
정말 오래 전 일처럼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내 마음이 다르다.
지금 나는 누구보다도 고에몬 님을 좋아하고 있으니까….

 

린："부탁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고에몬："이미 넌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 이가의 아이들도 구했잖아?"
 
고에몬 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고에몬："지금부터는 너 자신의 일을 제일 먼저 생각해. 우리를 희생시켜서라도 넌 살아남아야 해."
 
그들을 희생시켜서라도….
 
린："알겠어요…. 그것도 당신의 명령이라면…."＊
고에몬："약속…. 지킬 수 있겠어?"
린："…네."
고에몬："그 약속을 지킬 자신이 있다면, 오미로 데려가지."
린："정말요…?"
고에몬："그래. 그 대신 절대로 바보 같은 짓은 해선 안 돼. 알겠지?"
린："절대 내 역할을 잊지 말고, 침착하게, 내 감정을 조절해라…. 맞지요?"
린："제 행동이 모든 닌자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니까…."
고에몬："아니…. 널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고에몬 님…?
 
고에몬："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것 같아."

 

고에몬 님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에몬："네 몸에 더 이상 상처를 입히지 마."
린："그렇게 큰 상처도 아니었는데…."
고에몬："아니, 큰 상처였어. 내가 네 옷을 벗기고 직접 치료했다고."
 
그 말은…. 내 맨몸을 다 보았다는 말이야…?!
 
고에몬："이제 와서 당황하지 말고. 자, 가자."
린："자… 잠깐만요. 약초를 조금 가지고 갈게요!"
고에몬："이 큰 돌은 뭐지? 절임이라도 하게?"
린："아뇨, 꽃을 눌러서 말릴 때 쓰는 거예요."
고에몬："꽃을?"

린："고에몬 님에게 받은 수선화를 말릴 때 쓴 거예요."
고에몬："……."
린："제가 누워 있는 동안 대부분 시들었지만, 그 꽃만은 예쁘게 살아 있었어요."
 
고에몬 님이 나를 꼭 끌어안았다.
 
고에몬："바보….
네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린："……."
고에몬："아무래도 포기해야겠어…. 감정에 빠지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는데…."
 
고에몬 님이 내 턱을 잡았다.
 
고에몬："린, 나는…."

고에몬 님이 조용히 속삭였다. 이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때, 갑자기 큰 소리가 나고 꿈은 깨졌다.
 
한조："흠…! 나, 나는 아무 것도 못 본 거다."
 
한조 님은 허둥지둥 가 버리셨다….
 
고에몬："뭐지, 저렇게 급하게?"
린："……."
고에몬："바람이 차군…. 그만 방으로 돌아가지."
 
(고에몬："린, 나는….")
(고에몬 님은 그 때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하신 걸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