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이시카와 고에몬 공략：5장

다음 날….
나는 창 밖으로 마을을 내다 보았다.
 
행인１："이, 이건 용신님의 은혜야!"
린："아침부터 용신 이야기로 소란스럽네요."
 
행인２："용신님이 촌장으로부터 우리의 돈을 되찾아 주셨어!"
행인３："촌장의 창고는 텅 비었다고!"
행인４："이제 우리 가족이 살 수 있겠어!"
 
린："정말 멋져요. 고에몬 님이 저 사람들의 웃음을 되찾아 주신 거예요."
고에몬："너도 알잖아. 저들을 위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
린："고집쟁이…."
고에몬："지금 뭐라고 했지?"

그가 나를 흘겨본다. 확실히 그는 고집이 세다….

 

고에몬："아, 졸려. 네 무릎이나 좀 내놔 봐."
린："무릎?"
 
고에몬 님이 다짜고짜 내 무릎을 베고 누우셨다.
 
린："제가 베개인가요…."
고에몬："음, 부드럽고 딱 좋은 베개다."
 
그는 태연하게 눈을 감았다.
그의 얼굴은 역시 잘 생겼다….
 
고에몬："내가 아무리 멋져도 푹 빠지진 말라고."
린："……!"
 
역시 그는 예리하다. 이번에도 내 생각을 읽어 버렸어.

고에몬："네가 아침에 자는 동안, 혼자서 노부카츠에 성에 침입했었어."
린："정말요?! 전혀 몰랐어요…."
고에몬："촌장이 돈을 되찾아 달라고 노부카츠에게 부탁하더군."
린："그래서, 노부카츠는 뭐라고 했나요?"
고에몬："그는 '너처럼 가난한 자와는 거래하지 않는다'고 하고는, 그를 내쫓았다."
린："역시 그들은….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손을 잡았던 거군요."
 
하지만, 덕분에 마을 사람들이 다시 돈을 빼앗기는 일은 없겠지.
 
고에몬："그리고 무기는 이미 전부 노부카츠의 성으로 반입되었어."
린："네? 노부카츠는 이미 촌장의 도움을 다 받은 거였나요?"
 
정말 비겁해. 우리도 비록 촌장의 집에서 돈을 훔쳐 내긴 했지만!
 
린："하지만 이제 돈을 지불할 수가 없게 돼 버렸잖아요? 그는 무슨 생각일까요?"
고에몬："물건을 반환하지는 않겠지. 분명 노부나가에게 돈을 요구할 거야."
린："그런…."
고에몬："어이,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고에몬 님은 내 코를 잡았다.
 
고에몬："모든 것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린："예상대로라니…."
고에몬："이번에는 노부카츠의 성에서 무기를 훔치면 돼."
린："네…에?!"
 
노부카츠의 성에서 무기를 훔치다니….

 

린："그게 가능해요?"＊
고에몬："너 지금 내 능력을 의심하는 거야?"
린："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고에몬："내게 불가능은 없어. 잘 봐 두는 게 좋을 거야."

(대체 무슨 속셈이신 거지…?)

고에몬 님은 가슴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고에몬："린이는 똑똑하니 내가 보상을 하지."
린："노리개…?"
고에몬："아침에 마을에 갔을 때 샀거든. 네 기모노에 어울릴 것 같아서."
린："아…. 고… 고맙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임무 중에도, 나를 생각하고….
 
고에몬："어이…. 왜 우는 거지?"
린："너무 기뻐서…."
고에몬："바보…. 사소한 일에 일일이 울지 말라고."
린："훌쩍…"
고에몬："울지 말라고 했지, 애도 아니고."

고에몬 님이 두 손으로 나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린："아, 하하…. 그만… 그만…!"
고에몬："그래, 지금처럼 웃어."

부드러운 미소. 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린："…어차피 전 애니까요."

나도 그를 따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고에몬："어이, 그만 해…!"
린："복수예요!"
고에몬："바보, 그만 하라니까."

 

고에몬 님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고에몬："정말…. 너랑 있으면 나까지 어린애가 돼 버리는 것 같아."
린："제가 그렇게 애 같아요?"
고에몬："그래. 하지만 너도 언젠가 애인이 생기면 어른스러워지겠지."
린："……."
 
(고에몬："어때, 내가 좋아졌어?")

지난 번 그가 식당에서 내게 그런 것을 물었을 때, 나는 변명을 했었다.
만약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다면….
 
(고에몬："나는 사랑 따윌 찾아 헤매지 않아.")

그렇게 되면, 정말 힘들어지겠지….

 

며칠 뒤.
 
린："오늘도 바람이 세게 부네요."
 
창가에 앉아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고에몬："……."
 
그는 내 무릎 위에 누워 낮잠에 빠져 있었다.
이제 그는 낮잠을 잘 때마다 내 무릎을 베곤 한다.
저번 임무는 간단히 끝났지만, 이번에 성으로 들어가는 일은 어떨까…?
 
린："…이가로 서둘러 귀환하지 않아도 되려나?"
고에몬："그런 것까지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린："어머, 깨 있으셨어요?"
고에몬："응, 일어났다."
 
그는 기지개를 펴고는 정원으로 나갔다.

 

린："……."
고에몬："뭐 하고 있어?"
린："다, 다리가 저려서…."
 
그를 따라 일어나고 싶었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고에몬："바보…. 왜 진작 날 깨우지 않았지?"
린："너무 달게 주무시길래…."
 
고에몬 님은 나를 말없이 내려다 보셨다.

고에몬："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런 것을 꼭 겉으로 내보이진 마."

린："네…?"

고에몬："남자에게 너무 다정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냉담하고 무뚝뚝하게 대해."
린："…어째서죠?"
고에몬："호감이 있다면 조금만 내색하고, 대부분 차갑게 대하는 것이 남자의 마음을 잡는 기술이거든."
린："기술…."
 
왜 냉담해야 한다는 거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린："그렇다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좋아한다고 말해서는 안 되나요?"
고에몬："당연하지. 그런 식이면 남자에게 이용만 당한다고."
린："하지만…. 서로를 신뢰하고 배려하지 않는 사랑은 진실한 게 아니잖아요."
고에몬："그건 단지 철없는 소녀의 희망 사항일 뿐이지."
 
(철없는 희망사항….)
 
고에몬 님은 하늘을 올려다 보셨다.
 
고에몬："자, 지금이다. 노인이 외출하려고 하니 준비를 해 두자고."
린："준비요? 무슨…."
고에몬："오늘 밤 우리는 노부카츠의 성에 잠입한다."
 
오늘 밤…?!

 

고에몬："너는 나무 위에 숨어 있어라."
린："이걸로 고에몬 님 혼자 성 안으로 들어가시게요?"
 
검은 천과 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연.
 
고에몬："강한 바람만 불어 준다면, 이걸 타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그렇구나…. 그는 단순히 쉬고만 있었던 게 아니었어.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고에몬："좋아, 지금 가겠어."
린："고에몬 님…."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고에몬："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안전하게 돌아올 테니까, 알겠지?"

그가 내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고에몬："착한 아가씨, 기다리고 계세요."
 
고에몬 님은 연을 타고 가볍게 날아갔다.
나는 나무 위에서 성을 관찰했다. 연은 밤하늘의 어둠에 가려, 경비병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고에몬 님의 연이 성에 도착했다.
그는 무엇을 할 계획인 걸까…?

린："……?!"
 
고에몬 님이 그의 연에 불을 붙였다.
연에 붙은 불이 성으로 번져 나갔다.
바람이 강해서 불이 번지는 속도도 빨랐다.

 

사무라이１："부, 불이야!!"
 
사무라이들이 불을 발견하자 성 내부는 소란스러워졌다.
 
사무라이２："위험하다! 빨리 불을 꺼라!"
사무라이３："물! 물을 가져와라!!"
 
이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고에몬 님은 어디로 가셨을까…?

고에몬："노부카츠님의 명령이다! 불을 끄기 전에, 무기를 옮겨라!"
 
이건 고에몬 님의 목소리?!
 
고에몬："빨리 무기들을 수레에 싣도록!"
 
그의 계획은 수레에 무기를 싣는 것…?
하지만 그가 빠져나오기 전에 불이 꺼진다면…!
 
린："꺅!"
 
갑자기 거세지는 바람에, 급하게 나무를 붙잡았다.
숲으로 무기를 실은 수레가 들어왔다.

린："고에몬 님!"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고에몬 님에게 달려갔다.
 
고에몬："이가에 가져갈 좋은 선물을 얻었다!"
린："고에몬 님이 무사하셔서 기뻐요…."
고에몬："이런 것 쯤 식은 죽 먹기지."
 
확실히 그는 평소와 다름 없이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 때….

하녀１："제발, 보내 주세요!"
 
여자의 목소리…?!

하녀１："부탁이니 보내 주세요…!"
하녀２："안 돼! 지금 가면 너도 불에 타고 말아."
하녀１："가게 해 주세요! 우리 아기가 성 안에 있어요!"
 
아기…?!
 
사무라이１："어이! 그 여자가 뭐라는 거야?"
사무라이２："이 여자의 아기가 성 안에 있대!"
 
─?!
 
노부카츠："이봐, 뭣들 하고 있나?! 빨리 귀중품을 챙기라고!"
하녀１："주인님, 제발 도와 주세요! 제 아기가 아직 성 안에…!"
노부카츠："지금 네 아이 따윌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너도 빨리 우리를 돕기나 해!"
하녀１："아앗!"
 
노부카츠는 여자를 밀치고는 재빠르게 성에서 탈출했다.
이럴 수가…. 아기가 위험해…!
 
고에몬："……."
 
말 없이 고에몬 님이 성을 향해 달려갔다.
 
린："고에몬 님…?!"
고에몬："이봐, 아기는 어디에 있지?"
하녀１："저기, 남서쪽 하녀 숙소에…."
고에몬："남서쪽? 알겠다."
 
불길이 점점 번져만 간다….
성의 일부는 큰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사무라이："빨리 피해라! 성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야!"

이제 성의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고 있었다. 고에몬 님…. 서둘러요!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도 길게만 느껴진다….
 
린："앗!"
 
고에몬 님이 성에서 아기를 안고 나오셨다.
 
고에몬："안심해라. 아이는 무사해."
하녀１："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에몬："괜찮으니까, 빨리 여기서 탈출해!"
 
고에몬 님은 아기를 건네고 숲 속으로 들어오셨다.
 
고에몬："으으, 숨 차. 얼굴이 엉망이 됐네."
린："……."
고에몬："무슨 문제 있어?"

걱정한다.＊

 

린："괜찮으세요?!"
고에몬："아, 괜찮아. 그러니까 진정해."
 
고에몬 님은 내 머리를 가볍게 토닥였다.
 
린："다행이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도 몰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린："다행이에요, 정말…."
고에몬："이거 참…."
 
고에몬 님은 따뜻하게 나를 안아 주었다.

고에몬："난 널 떠나거나 죽지 않아, 린…. 내가 필요하지, 그렇지?"
린："흐…흑…."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비록 그게 오로지 임무 때문일지라도….
 
고에몬："나중에 마음껏 울고, 지금은 참자."
고에몬 님이 나를 안아 들어, 마차에 실었다.
 
고에몬："이제 우리는 다시 이가로 돌아갈 거야. 한조 님이 기다리고 있어."
 
고에몬 님이 채찍질을 하자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린："……."
 
마차가 달리는 동안, 나는 계속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 속으로 그를 잃고 싶지 않다고 계속 생각했다.

그 순간, 그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고에몬："지금은 아무 것도 말하지 마."
린："…네?"
 
고에몬："내가 말했지? 감정을 표현하지 말라고."
린："……."
 
그가 나의 마음을 알아 챈 건가?
그렇다면…, 이제 내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