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이시카와 고에몬 공략：3장

우리가 임무를 위해 향한 곳은 큰 저택….
이 곳이 촌장이 사는 곳이다.
 
린："아, 수레가 집 앞에 세워져 있네요."
고에몬："분명 그들은 쌀 가마니를 나르겠지."
 
고에몬 님의 말씀대로 남자가 큰 쌀 가마니를 수레에 싣고 있었다.
 
린："이 많은 쌀을 어디로 가져가는 걸까요?"
고에몬："아마도, 노부카츠의 성?"
고에몬："이건 우리가 노부카츠의 성에 잠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야."
린："잠입이라니…, 어떻게…."
남자１："어이! 이게 전부 쌀인가?"
남자２："창고로 알아 보러 가자!"
 
곧 그들은 창고로 이동했다. 고에몬 님은 수레에 가까이 다가갔다.
 
고에몬："영차!"
고에몬 님이 쌀 가마니를 들어 올렸다.
린："어머, 힘이 엄청 세시군요!"
고에몬："감탄만 하고 있지 말고, 어서 도와!"
 
고에몬 님은 쌀 가마니를 뜯어 우물 속에 쏟아 넣었다.
 
린："아… 아까워요…."
고에몬："창고 안에는 적어도 10배가 넘는 쌀이 더 있을 거야."
린："왜 가마니를 비웠나요?"
고에몬："모르겠어? 우리가 이 안에 숨을 거니까."
 
수… 숨는다고…?!

 

세상에, 믿을 수 없어….
남자와 둘이 쌀 가마니 안에 들어가다니, 이게 무슨….
 
린："저기….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가까운 건…?"
고에몬："그야 어쩔 수 없잖아. 여기가 너무 좁은걸."
 
(우리의 몸이 접착제라도 바른 것처럼 찰싹 붙어 있다.)
(고에몬 님이 내 귀에 대고 숨을 쉰다. 간지럽다….)
 
고에몬："거 봐, 목욕을 해서 다행이지?"
 
나는 그가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은지 궁금했다.

고에몬："네 가슴, 의외로 큰 편이구나?"
린："마, 만지지 마세요!"
고에몬："만지고 싶지만, 그러지 않을 테니 걱정 말아…."
고에몬："내가 널 여자로 보는 일은 없어."
 
(물론 그는 장난 삼아 농담하는 거겠지만….)
 
고에몬："…왜, 여자로 봤으면 좋겠어?"
린："물론 아니죠…!"
고에몬："네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군."
 
그야 나는 그와 달리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고에몬 님으로부터 좋은 향기가 난다.
 
고에몬："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했군."
린："……."

 

이윽고 수레가 멈추자, 우리는 몰래 쌀 가마니 속에서 나왔다.
 
린："여기는…."
고에몬："노부카츠 성의 정원이군. 역시 이 쌀은 노부카츠를 위한 것이었어."
 
고에몬 님은 성의 지붕을 올려다 보셨다.
 
고에몬："자, 그럼 천장으로 잠입해 안을 살피도록 하지."
린："하지만…. 저렇게 많은 사무라이들이 보초를 서고 있는데, 그들에게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고에몬："…내 명령엔 뭐라고 했지?"
린："…절대 복종…."
고에몬："정답이야. 가자!"

 

천장 사이로 우리는 내부 동정을 살펴 보았다.
 
노부카츠："쌀을 제공해 주어 고맙군.
전쟁을 위해서는 많은 음식이 필요한 법이지."
촌장："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촌장의 얼굴에는 예상대로 탐욕이 가득 차 있었다.

촌장："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든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노부카츠："사실, 지금 무기 조달을 위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네. 성을 짓는 데 많은 돈을 지출했으니."
노부카츠："그래서, 무기 조달에 도움이 필요한데."
촌장："예 예, 잘 알겠습니다."

이렇게 촌장은 무기 조달을 위한 자금을 제공하겠지.
그 때 고에몬 님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에몬："촌장은 그 보답으로 무엇을 바랄 것인가…."
노부카츠："자…. 자네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촌장："저는…. 이 마을의 토지와 시장을 독점하고 싶습니다."
 
(토지와 시장을 독점한다….)
 
린："그렇게 된다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땅과 직업을 잃게 되겠지요…."
고에몬："음…. 노부카츠는 그의 요구를 들어 주게 될 거야."
 
그를 위해서 사람들은 또 얼마나 큰 고통으로 떠밀리게 될까?
 
린："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고에몬："…하지만 뭐?"
린："우리의 임무는 이가에 대한 그들의 공격을 막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고에몬："맞아. 우리는 다른 것은 잊고 모든 닌자들의 미래를 지켜야만 하는 거야."
 
그는 가볍게 말했지만, 정말 그게 그의 진심일까…?

 

고에몬："자금의 흐름은 알아 냈다. 잠입은 여기까지. 이제 밖으로 나가자."
린："나간다구요? 어떻게요? 보초들이 정원과 성문을 지키고 있다구요."
고에몬："우리는 당당하게 정원을 가로질러 나갈 거야."
린："네?!"
 
고에몬 님은 손수건을 꺼내 내 얼굴을 가렸다.
 
고에몬："널 데리고 나갈 좋은 방법이 있다고."
린："저… 정말 정원을 가로질러서 나갈 건가요? 그러다 보초들이 우리를 보기라도 한다면…."
고에몬："조용히 해! 내 말이나 들어."
린："조용히라니…. 그들이 우리를 잡으면요?"
고에몬："물론 그렇게 된다면, 나는 잔인하게 살해될 거야. 그리고 넌 노부카츠의 노리개가 되겠지."
 
(노… 노리개?!)
 
그리고─

 

사무라이１："거기, 웬 놈들이냐!"

(이제 끝이야…. 결국 발각당하고 말았어…!)
 
사무라이２："도둑이다! 저 놈들을 잡아라!"

사무라이들이 우리 쪽으로 우르르 몰려 들었다.
 
고에몬："그렇게 소란을 피우면, 노부카츠 님의 체면에 흠이 갈 거요!"
사무라이３："주군의… 체면?"
고에몬："이 여자는 게이샤요."
사무라이１："게이샤?!"
고에몬："촌장의 명령으로, 노부카츠 님께 이 여자를 데려갔다 나오는 길이오."
사무라이２："이 여자가 촌장의 공물이라는 것이냐?"
고에몬："바로 그거요."
고에몬："전쟁 시작 전에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이 알려지면 평판에 좋지 않으니, 비밀리에 들여 보내라는 명을 받았소."
사무라이３："아, 이런 눈치 없는 일을…. 미안하게 됐군!"
 
무사들은 고에몬 님을 완전히 믿어 버렸다. 자주 있는 일인가?
 
사무라이１："하지만 이 여자, 게이샤 치고는 몸이 너무 볼품 없는데?"
고에몬："벗겨 보면 의외로 풍만한 가슴을 가지고 있지요."
사무라이２："호오, 그렇다면…."
 
그들이 모두 음흉한 눈으로 나를 보기 시작했다…!
 
사무라이３："…그런 것이라면, 우리도 조용히 보내 주마."
고에몬："고맙소."
 
고에몬 님은 처음부터 이런 걸 생각하고 계셨구나…. 그래서 나를 데려온 거였어.

 

그렇게, 우리는 당당하게 성문 밖으로 나왔다.
 
고에몬："말했지? 나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명석하다고."
 
그는 다시 자신만만한 태도로 돌아와 있었다.
어쨌든…. 확실히 그는 명석하고, 잘 생긴 데다가 인술(忍術)의 달인이다.
여자들이 몰리는 것도 당연하다….

 

고에몬："노부카츠 같은 남자들은 여자와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린："…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죠?"
고에몬："그건 그렇고, 그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어 보이지 않았어? 안 그래?"
린："…당신은 인기도 있고, 잘 놀겠죠? 그렇죠?"
고에몬："그래, 뭐 불만 있나?"
 
(특별히 불만은 없지만…. 그가 이해되지는 않는다.)

고에몬 님은 나의 어깨를 꼭 끌어 안았다.
 
고에몬："가지, '의외로 큰 가슴을 가진 여자'."
린："…이제 장난은 좀 그만 하세요!"

 

린："집에 안 가나요?"
고에몬："돌아가기 전에 임무 성공의 축배를 들어야지. 여기, 술과 음식 좀 주시오."
가게 주인："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술을, 나는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에몬："자, 게이샤처럼 옷을 입어 보니 어땠어?"
린："…만약 우리 할아버지께서 그런 광경을 보셨더라면 그대로 굳어 버리셨을 거예요."
린："할아버지는 항상 제게 정절을 지키라고 말씀하셨죠. 그러니까…."
고에몬："아… 그래서 아직 처녀인 건가?"
린："뭐라구요?"
고에몬："어이, 차를 뿜진 말라고!"
 
(그야 그 쪽이 갑자기 처녀 운운하니까….)
 
고에몬："결혼 전에는 절대 남자와 잠을 자지 말라고 하셨나?"
린："…네, 그래요…."
고에몬："아, 그렇다면 지금 당장 결혼하면 되겠네."
 
(…그런 것 때문에 결혼하고 싶진 않다구요.)
 
린："…고에몬 님은 어떠신가요? 결혼에 대해서…."
고에몬："많은 청혼을 받아 봤지만, 모두 거절했어. 왜냐하면 내겐 할 일이 많으니까."
 
해야 할 일…?
 
린："예를 들면…. 닌자로서의 성공?"
고에몬："음, 그 이유도 있긴 하지. 성공하지 않으면 돈과 권력을 얻을 수 없으니까."
 
그렇구나, 그는 돈과 힘을 원하고…. 그 모든 걸 얻은 다음에 결혼할 생각이구나?
 
고에몬："…어쨌든 이번 임무가 끝나고 평범한 여자가 되면 결혼할 수 있겠네."
린："그보다…. 저는 전쟁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린："아무도 굶주리지 않고, 모두가 평화롭고 조용히 살 수 있는 세상에서…."
고에몬："흠…. 그건 부모님이 전쟁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인가?"
린："그런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전 행복하게 자랐으니까요."
고에몬："양친이 안 계셨는데도?"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린："부모님은 안 계셨지만, 대신 할아버지가 저를 잘 키워 주셨어요."
린："사제들과 마을 사람들도 절 잘 돌봐 주셨구요."
린："그래서 저는 그 분들께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요."
고에몬："……."
린："제가 조금이나마 세상에 도움이 된다면…. 읍?!"
 
고에몬 님이 갑자기 내 입에 당고를 집어 넣었다.
 
고에몬："자, 이거나 먹어."
린："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입 속에…."
린："…? 이거 맛있네요!"
고에몬："최선을 다해서 임무를 수행한 보상."
 
그는 그렇게 말하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왠지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그 때, 어떤 여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고에몬："호오, 진짜 게이샤로군."

그의 말대로 그녀는 기모노도 화려했고 매력적이었다.
 
여자："어머, 당신 정말 괜찮은 남자네요."

그 여자는 고에몬 님께로 다가왔다.

여자："당신이라면 공짜로 해 드릴 수도 있어요."
고에몬："그거 좋지."
여자："네, 저는 거짓말은 하지 않아요. 어때요?"
고에몬："그렇다면 응해 줄 수밖에."
 
(그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싫다.)

잠시 후 그 여자는 우리가 앉은 탁자를 떠났다.
 
린："……."
고에몬："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는 내 볼을 꼬집었다.
 
린："…별로 그렇진 않아요."
고에몬："네 얼굴에는 기분이 나쁘다고 다 써 있는데도?"
린："아뇨, 제 얼굴은 원래부터 이런데요."
고에몬："어디, 날 좋아할 만한 일이라도 생겼나?"
린："뭐라구요?"
 
나는 다시 차를 조금 뿜었다.
 
린："지금 무슨 소리를…."
고에몬："말 그대로, 네가 나를 좋아하게 됐는지를 물어보는 거야."
린："…그러는 고에몬 님은 어때요?"＊
고에몬："나?"
린："그러니까…. 절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에몬："음? 글쎄…."

그는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다.
 
고에몬："…술 좀 마실래?"

고에몬 님은 대답 대신 술이 담긴 잔을 내게 건넸다.
 
─꿀꺽, 꿀꺽….
 
고에몬："바보, 너무 빨리 마시지 말라고!"
린："우웩…."
고에몬："어휴, 내가 말했잖아…!"
 
고에몬 님은 손수건으로 내 입을 닦아 주었다.
그의 태도는 거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냥해, 하지만 이건 그저 임무일 뿐….

 

고에몬："왜… 왜 울지?"
린："모르겠어요…. 그냥 눈물이 나네요."
고에몬："술에 취하면 울보가 되나 보군. 전에 술을 마셔 본 적이 없는 건가?"
린："오늘이 처음이에요."
고에몬："아…? 이거 내가 실수했군."
 
고에몬 님은 머리를 긁적였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던 사람이….
 
…뭐지? 갑자기 천장이 빙글빙글 돈다.
 
고에몬："이런, 이런…. 완전히 뻗어 버렸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고에몬 님의 등에 업혀 있었다.
 
고에몬："정신이 들어? 너 술에 취해서 상 위로 쓰러졌다고."
 
(뭐? 그런 창피한 짓을…!)
 
린："…죄송해요…."
고에몬："아니, 술을 준 내 잘못이야. 기분은 좀 어때?"
린："하늘이 돌고 있네요…."
고에몬："그거 재미있군. 그런데, 몸이 많이 뜨거운데."
린："……."
 
그의 등은 넓고 단단했다. 그의 긴 머리카락이 나의 뺨에 스치며 향기를 풍겼다.

고에몬："…널 지키기 위해서, 약속을 한 가지 늘리려고 해."
린："…약속?"
고에몬："절대 다른 사람 앞에서 술 마시지 말 것."
린："왜요…?"
고에몬："나쁜 놈들이 널 이용할 수도 있으니까."
린："…고에몬 님도 거기 속하나요?"
고에몬："음…, 그건…."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탓일까? 아니면, 고에몬 님 때문일까….

고에몬："…어쨌든, 알겠지?"
린："네…."
고에몬："그래. 착하지."

린："전 취한 건 맞지만…. 착하지는 않아요."
고에몬："그래, 알았어. 이제 그만 자…. 내가 안전히 모실 테니."
 
나는 눈을 감고 그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잠이 들 때까지 그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 왔다….
 
고에몬："넌 너무 좋은 여자야…. 내가 곤란해질 정도로…."

 

린："아야!"
고에몬："일어나, 주정뱅이!"
 
그는 아침 일찍부터 내 머리를 쥐어 박고 있었다.
 
린："어제 일은…. 잘못했어요."
고에몬："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뭘. 오늘은 푹 쉬어…."
고에몬："…내가 이렇게 말할 줄 알았지?"
 
고에몬 님은 갑자기 나를 안아 들었다.

린："무… 무슨 짓이에요?!"
고에몬："정신이 맑아지게끔 목욕부터 하고, 바로 훈련에 들어갈 거다."
린："훈련?"
고에몬："물론. 내 임무는 널 지키기만 하는 게 아니야. 훈련도 시키게 되어 있다고."
 
(나를 지키는 임무….)
(그래, 그가 나와 함께 있는 것이 원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은 나도 알아. 하지만….)
 
고에몬："만약 널 제대로 훈련시키지 않는다면, 한조 님한테 혼날 테니까."
린："…그렇다면 제가 잘 해야겠네요."
고에몬："바로 그거야!"

(고에몬："성공하지 못하면 돈과 힘을 얻을 수 없으니까.")

고에몬 님은 정말로 돈과 힘만을 원하고 있나 보다.
 
고에몬："최선을 다해서 훈련해야 해. 넌 전쟁이 끝날 때까지 닌자 공주로 살아야 하니까."
린："…알겠어요."
 
전쟁이 끝나면…. 우리 사이도 끝나겠지.
하지만 어젯 밤, 그의 등 뒤에서 잠결에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고에몬："넌 너무 좋은 여자야…. 내가 곤란해질 정도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