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이시카와 고에몬 공략：2장

고에몬："자, 이제 가 볼까!"
린："어디로 가나요?"
고에몬："노부카츠의 성에 정찰하러 간다."
린："정찰이라니…. 성 안에 적이 있잖아요? 만약 들키기라도 한다면…."
고에몬："시끄러워!"

고에몬 님이 강하게 내게 다가왔다. 

 

고에몬："내가 말하지 않았나? 날 가르치려 들지 마!"
린："……."
 
고에몬："자, 어제 내가 말했던 명심해야 할 것 세 가지를 말해 봐."
린："…음…. 자신이 닌자 공주라는 것을 잊지 말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침착하라는 것…."
고에몬："그리고?"
린："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

고에몬："좋아, 마지막 하나는?"
린："…고에몬 님의 명령에 복종하라는 것…."
고에몬："그 마지막 하나가 가장 중요해. 알겠나?"
 
즉, 난 그의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얘기네.

고에몬："어쨌든, 세 가지를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게 놀랍군. 의외로 그렇게 멍청하진 않네."
린："의외라니…. 제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요?"
고에몬："음…. 지금은 그런 것보다…."
 
고에몬 님이 갑자기 나의 턱을 잡았다.
 
린："……!"
고에몬："사소한 일에 긴장하지 말고."
 
(그렇게 말씀하셔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걸….)
(그와는 다르게, 난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우리는 덤불 속에 숨어서 성의 주변을 살폈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 자재를 옮기고 있었다.
노인의 말대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일을 하고 있다….
 
고에몬："반 정도 지었군. 이제 성벽만 남은 거네."
린："이 성이 다 지어지면…. 노부카츠는 이가를 공격하는 건가요?"
 
그 때였다.
 
노부카츠："좋아! 모두 쉬지 말고 일해라!"
고에몬："기모노를 입고 있는 저 사람이 오다 노부카츠다."
 
(저 사람이, 오다 노부나가의 아들….)

노부카츠는 일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노부카츠："잘 들어라! 지금 닌자들이 우리에게 저항하려 하고 있다."
노부카츠："이 성을 기반으로 이가를 공격할 것이다. 나의 부친 노부나가 님을 위해 최선을 다 해라!"
주민１："우리는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주민２："돈 벌이도 할 수 없어, 우리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답니다."
주민３："닌자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우리가, 어째서 이런…."
 
(노인："이 곳은 가난한 마을이라…. 모두 하루 벌어 하루 살고 있답니다.")
(노인："그런 마을 주민들이 성을 짓는 데 동원되어 돈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요.")
 
노부카츠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다니….
 
고에몬："…린,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린："네?"
고에몬："알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서 움직이지 마."
린："고에몬 님…, 어디로 가시게요?"
 
고에몬 님은 대답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린："……?!"
 
다음 순간─

 

그가 성벽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고에몬："위험해! 모두 뛰어라!"

고에몬 님의 외침에, 모두들 영문도 모르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벽이 큰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주민１："이, 이게 대체…?!"
주민２："왜 갑자기 무너지는 거지?"

마을 주민들은 혼비백산 달아났다.

(고에몬 님은…?!)
 
린："!?"

무너지는 성벽에 고에몬 님이 깔릴 것만 같았다.

린："안 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무너지는 성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린："고에몬 님! 어디 계세요?!"

(여기 어딘가에 깔려 있을지도 몰라.)
나는 부서진 성벽 돌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린："고에몬 님! 고에몬 님!"
이건… 고에몬 님의 기모노…?!
 
린："고에몬 님, 제발…. 돌아가시면 안 돼요…."
린："응?!"
 
(나… 나무?!)
무너진 성벽 사이에 있는 건 통나무였다….
그리고 갑자기 내 몸이 떠올랐다.
 
고에몬："이게 바로 변신술이라는 거다. 잘 기억해 두도록."
 
고에몬 님은 나를 붙잡은 채 수풀 뒤로 몸을 감추었다.

고에몬："린…."
 
고에몬 님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시더니….
 
린："아야!!"
그는 내 머리를 힘껏 쥐어박았다.
 
고에몬："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던 말, 잊었냐?"
린："저, 저는 고에몬 님이 혹시라도 깔리셨을까 봐…"
고에몬："내가 그런 상황에 빠질 일은 없어!"
린："……."
고에몬："난 그 따위 삼류 닌자들과는 달라."
 
언제나처럼 그는 자신이 넘친다….
어쨌든 그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안심이 되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화를 낸다.＊
 
고에몬："바보처럼, 그 표정은 뭐야?"
린："확실히 당신은 훌륭한 닌자예요. 하지만, 그래도 전 걱정된다구요!"
고에몬："어쨌든 무사했으니까 됐잖아. 어떻게 해야 화를 풀래?"
린："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고에몬："알았어…. 원하는 만큼 울어. 그럼 되겠나?"
 
고에몬 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끌어 안았다.

 

린："흐…흑…."
고에몬："괜찮아…. 내 앞에서 강한 척 하지 않아도 돼."

그는 뒤에서 나를 끌어 안은 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에몬："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널 희생하려 하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어."
 
그래, 맞아. 그는 내 역할 때문에 내게 상냥한 것 뿐이야….
물론 알고 있지만, 그래도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주민１："얘기들 들었어? 성벽이 무너져서 잠깐 작업을 중지한다고 하더군!"
주민２："아마도 성벽의 기초 공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네!"
 
고에몬 님의 속임수가 발각되지는 않은 것 같다.
 
주민３："솔직히 얼마나 통쾌하던지…!"
주민４："암, 천벌이 내린 게야!"
 
린："고에몬 님 덕분에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네요."
고에몬："……."
린："왜 그러시죠?"
고에몬："아니, 아무것도…. 나는 그저 성의 완성을 늦추려고 했던 것 뿐인데."
 
(거짓말…. 나는 그가 주민들을 위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주민１："아니, 그들은 그 일이 용의 신이 한 일이라고 믿고 있던데?"

(요… 용의 신?!)

주민２："용의 신이 무사들로부터 노인을 구하는 것을 보았다네."
주민３："나도 그 소문을 들었어요! 용의 신이 불을 뿜었다는 이야기를…."
 
린："저기…. 어째서인지 고에몬 님이 용의 신이 되어 있는데요?"
고에몬："젠장, 바보들…. 상상과 현실을 구별하지도 못하다니."
 
하지만, 고에몬 님이 그들을 구해 내려고 하셨던 것은 사실이다.
 
고에몬："자, 이제 다시 그 노인의 집으로 돌아가 볼까?"
린："네…!"
 
(처음에는 그가 거만하기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와 함께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 날.
간밤에 고에몬 님은 나를 남겨 두고 마을에 다녀오셨다.
 
린："고에몬 님, 어젯밤에는 어디 가셨어요?"
고에몬："게이샤 집."
린："게…?!"
고에몬："너랑 같이 잘 때 아무 짓도 안 하고 참고 있잖아? 그래서…."
린："……."
고에몬："바보, 농담이야."
 
그러면서 고에몬 님은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고에몬："정보를 얻으러 마을에 좀 다녀왔지."
린："정말…요?"
고에몬："그래."
고에몬："잘도 속아 넘어가기는…. 그런 식이라면 남자들한테 금방 넘어가겠네."
 
…역시 고에몬 님은 타고난 바람둥이….

 

린："…그래서, 괜찮은 정보를 얻으셨나요?"
고에몬："노부카츠는 매사에 서두르고 있는 것 같아. 성의 건설과 무기 조달까지."
린："닌자들을 공격해서 이긴 공을 노부나가에게 인정 받고 싶어하는 건가요?"
고에몬："맞아. 성의 완성은 지연시켰으니, 그 다음은 무기 조달 쪽."

린："그들이 어떻게 무기를 조달하는지 알고 있나요?"
고에몬："노부나가 쪽에서 촌장에게 지시한 듯 해." 
고에몬："그는 주민들의 땅을 빼앗아 빚을 떠넘기고, 주민들은 빚을 갚기 위해 딸들을 팔고 있어."
린："정말 끔찍한 일이군요. 그러면서 그들에게 무임금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니…!"
고에몬："세상에는 그런 부자들이 많아."
린："……."

그는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는 것 같지만, 그런 사람들을 절대 용서할 수는 없었다.
 
고에몬："…나는 그 촌장이 무기 조달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해."
린："그렇군요…. 그 정도로 탐욕스러운 사람이니, 틀림 없이 이익을 챙기려고 할 거예요."
고에몬："흠…."
린："…뭐죠?"
고에몬："의외로 현명한데?"
린："네에?!"
 
이건 나를 칭찬하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고에몬："넌 그다지 어리석지도 않고, 게다가 몸매도 좋아."
린："뭐… 뭐라구요?!"

 

린："하아, 하아…."
고에몬："…휴식을 취하기엔 너무 이른데."
린："하지만…, 너무 힘들어요."
고에몬："…알겠어. 한 번만 더 나무에 올라가지."
 
근처 산 속에서 갑자기 시작한 닌자 훈련….
 
고에몬："어서, 좀 더 빨리!"
린："알겠어요…."

현기증이 났지만, 아직은 나무를 붙잡고 있었다.

 

  
고에몬："팔과 다리 힘을 이용해 이런 식으로 올라가."
린："팔이 너무 아픈걸요…."
고에몬："이런 식이면 넌 훌륭한 닌자가 될 수 없어."
 
(고에몬 님, 훈련에는 엄격하시구나….)

린："아앗!"

내가 잡고 있던 나뭇가지가 부러져, 거꾸로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말았다.

─쿵!
 
린："…아파…."

고에몬 님은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고에몬："나무에서 떨어져 보는 것도 훈련의 일환이라고."
린："……."
고에몬："좀 더 잘하고 싶다면, 집중을 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마라."

(너무 엄격해…. 하지만 이걸 이겨 내지 않으면, 닌자가 될 수 없어.)
 
고에몬："포기할 건가?"
린："힘들어요…."＊
고에몬："그래서?"
린："…하지만, 한 번 더 올라갈 거예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나무를 붙잡았다.

 

고에몬："좋은 마음가짐이다."
 
고에몬 님이 뒤에서 나를 토닥였다.
 
린："꺄악! 왜 내 뒤에 있어요?"
고에몬："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린："네…?"
고에몬："지금까지 많은 닌자들을 훈련시켜 왔지만, 너의 정신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군."
 
그는 상냥하게 웃었다. 이렇게 칭찬을 들으니 기뻐….
난, 훈련에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린："…땀을 너무 많이 흘렸어요."

손으로 땀을 닦고, 일어섰다.

린："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서 얼굴을 덮네요…. 자르고 싶어요."
고에몬："자르지 마."
린："그건, 조금이라도 더 공주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인가요?"
고에몬："아니, 단지 내가 긴 머리를 더 좋아하는 것 뿐."
 
고에몬 님은 긴 머리의 여자를 좋아하시는 건가?
 
린："왜 제가 고에몬 님이 좋아하시는 대로 해야 하죠?"
고에몬："넌 세이베이의 여자니까. 안 그래?"
 
그는 내 어깨를 힘껏 안았다.
 
고에몬："그래서, 언제쯤 날 좋아하기 시작할 거지?"
린："……?!"
 
그런 말을 들으면 신경이 쓰이고 말아….
하지만 고에몬 님은 모든 여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셨겠지.
 
고에몬："돌아가서 바로 목욕을 하도록."
린："제가 그렇게 더러워요?"
고에몬："아니, 단지 저녁에 새로운 임무가 있어서."
 
(임무…?)
 
고에몬："그래, 오늘 밤에도 임무가 있다."
고에몬："모든 닌자는 임무를 행하기 전에 몸을 청결히 하지. 그렇지 않으면 적이 체취를 맡게 되거든."
린："저…. 무슨 임무지요?"
고에몬："우리는 밤에 촌장의 집에 잠입할 거야."
린："잠입…. 저도요?"
고에몬："음, 네가 가면 좀 더 용이할 것 같으니까. 나는 이득이 된다면 뭐든 이용한다고."
 
'뭐든'이라니…. 역시 그는 나를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거야?
결국 그의 본질은 이런 거였나….
 
고에몬："무슨 문제 있나?"
린："아뇨…. 아무 것도."
고에몬："토라지지 마, 사요. 내가 욕탕에 같이 들어가 줄 테니. 응?"
린："돼… 됐어요!"
고에몬："널 깨끗히 씻겨 주려는 것 뿐이라고."
 
문득, 나는 그가 다른 여자의 몸을 씻겨 주는 걸 상상했다….
그 생각을 하자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