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이시카와 고에몬 공략：1장

린："저, 이렇게 당당하게 거리를 다녀도 괜찮나요?"
고에몬："숨어 다니는 쪽이 오히려 수상해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 그래요….)
 
린："전, 고에몬 님이 분명히 산길을 택하실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고에몬："산 속을 나다니는 건 사스케 같은 녀석이나 쓰는 방법이지. 그와 달리, 나는 명석해. 그래서…."
린："며, 명석…."
 
(고에몬 님은 자신감이 넘치시는구나.)

고에몬："게다가, 상황 판단이 빠른 노부나가라면…. 분명 우리를 찾기 위해 산 속까지 따라올 거야."
  
고에몬 님은 지도를 꺼내 손가락으로 가리키셨다.

고에몬："이가에 돌아가기 전에 이 마을에 들러야 해."
린："네? 그러면 이가에 빨리 도착할 수가 없잖아요."
고에몬："일일이 가르치려 들지 마!"
 
(그를 가르치려 들 생각은 없었다. 그저 내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인데….)
 
고에몬："정보 수집 역시 닌자의 중요한 임무라고."
 
(정보 수집…?)

고에몬："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나를 세이베이 님이라고 불러."
린："세이베이 님?"
고에몬："그리고 네 이름은, 음…. 우마(말)…. 시카(사슴)…."
린："왜 동물이죠?!"
고에몬："좋아, 그렇다면 사요는 어때?"
린："사요(佐用)…."
고에몬："뭐야. 내가 고른 이름에 불만 있어?"
린："벼… 별로 없습니다."
 
(고에몬 님은 자신감이 넘치는 것 뿐만 아니라 권위적인 것 같다.)
 
고에몬："그리고, 당부해 두는데…."
고에몬："네가 닌자 공주라는 것을 자각하고, 냉정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
 
(내가 닌자 공주라고….)
 
고에몬："감정에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다. 너의 행동이 모든 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테니까."
린："……."
 
(이가 촌장："닌자 통합에는 상징이 필요합니다.")
(이가 촌장："닌자의 미래는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원로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지….)
(하지만 내게 그런 역할이 정말로 주어진 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고에몬："이봐,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앗!)
(고에몬 님의 입술이 내 귓가에 다가왔다.)
 
고에몬："왜 얼굴을 붉히지?"
린："……."
고에몬："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너는 내 말에 완전히 복종해야 해…. 알겠나?"
 
린："절대로 싫은데요!"＊
 
고에몬："…뭐라고?"
린："……. 모든 일에 있어 고에몬 님께 완전히 복종하겠습니다…."
고에몬："한 번만 더 말하는데, 너는 거부할 권리가 없어. 명심해."
 
고에몬 님은 나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훑어 보았다.
 
린："왜… 왜 그러시죠?"
고에몬："후, 여자로서의 매력이 전혀 없군…."
린："그런 말을…!"
 
(내가 매력이 없다는 것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고에몬："…전혀 게이샤처럼 보이지 않는데."
린："제, 제가 왜 게이샤처럼 보여야 하는 거죠…!"
고에몬："넌 게이샤고, 나는 너의 포주. 이것이 설정."
린："포주?!"
고에몬："포주란, 집 나온 여자를 게이샤 집에 파는 뚜쟁이를 말한다."
고에몬："넌 시골에서 올라왔고, 나는 널 판다는 설정이지."
 
(무, 무슨 설정이 그래?!)
 
고에몬："게이샤의 집에 면접을 갈 때는 대개 멋진 옷을 차려 입고 가는 법."
고에몬："…이런 초라한 옷을 입고는 도저히 안 될 것 같군."
린："…초라해서 죄송합니다."
고에몬："좋아, 포목점에 가지."
린："기… 기다려요!"
 
고에몬 님은 너무 일방적이시구나….

 

여자："자아, 천천히 둘러 보세요."
고에몬："내가 고를 테니, 잠깐 자리 좀 비켜 주시오."
여자："네. 알겠습니다."
 
여자는 방을 떠났다.
문 뒤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여자１："저렇게 잘 생긴 신사는 본 적이 없어!"
여자２："저 둘은 부부일까?"
여자１："하지만 부부 치고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여자２："맞아! 여자 쪽이 너무 평범해 보여."
 
(부끄러워…. 결국 내 흉을 보고 있는 거잖아.)

 

린："역시 고에몬 님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으시네요."
고에몬："그래, 맞아. 그게 뭐 잘못됐나?"
 
(너무 당연한 태도…. 그래서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걸지도.)
 
린："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셨겠네요."
고에몬："응, 물론이지. 내가 관심이 없어도 여자들이 쉴 새 없이 다가왔으니까."
린："아…."
고에몬："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재미를 위해서였을 뿐이야."
 
(단지 재미를 위해서 많은 여자들과….)
 
고에몬："그나저나, 넌 왜 옷을 입어 보려고 하질 않는 거냐?"
린："알았어요!"

선반에는 기모노가 진열되어 있었다. 내 평생 그렇게 많은 기모노는 처음 보았다….
나는 위쪽 선반에 손을 뻗었다.

 

고에몬："어느 쪽이 마음에 들지?"

(두근)

고에몬 님이 뒤에서 내게 기대어 왔다.
지금까지 이렇게 가까이 남자와 닿아 본 적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린："…제일 위 선반의 연한 녹색…."
고에몬："이거?"

고에몬 님이 자신의 팔을 뻗어 기모노를 집어 주었다.
(고에몬 님은 키가 참 크구나….)
 
고에몬："음, 나쁘지 않은걸? 게다가 지금 입고 있는 것보다 훨씬 좋아 보여."
고에몬："여기에다가 이 오비를 맞추고…. 이 머리 장식을 하면 더 좋을 것 같군."

그는 여자 기모노를 보는 안목이 훌륭했다.
게다가 매우 익숙해 보여….

그 때,
고에몬 님이 갑자기 내 옷의 오비를 풀기 시작했다.
 
린："뭐… 뭐 하는 거예요?!"
고에몬："어서 입어 보라고. 내가 도와 줄 테니."
린："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고에몬："그래, 알았어…. 하지만 나는 기모노 입는 걸 정말 잘 도와 주는데."
린："……."
고에몬："음, 벗기는 건 더 잘 하고."
…역시 그는 대단한 바람둥이다.

 

린："지금 갈아 입을 테니까, 뒤돌아 서서 이 쪽은 보지 마세요."
고에몬："헤에."
 
빨리 옷을 갈아 입어야겠다.
좋아, 오비를 풀고 기모노를 벗은 다음 새 옷을….

린："꺄악!"

기모노의 치맛단이 엉켜 넘어지고 말았다.
 
고에몬："위험해!"

고에몬 님은 두 팔을 뻗어 나를 받아 주었다.
 
고에몬："뭐야, 도와 달라고 하고 싶으면 말을 하지."
린："그런 게 아니라, 치마가 엉켜서…."
고에몬："여자가 유혹할 땐 받아 줘야 하는 법인데…."

고에몬 님의 입술이 가까워졌다.
 
린："무슨…!?"
고에몬："킥…. 농담이야. 넌 정말이지 남자에게는 쑥맥이구나."
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는 그냥 뒤돌아 섰다.
 
고에몬："…왜 토라진 거지?"
 
그렇게 날 놀려 놓고….
 
고에몬："그렇게 고집 부려 봤자일 텐데."
고에몬 님은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고에몬："넌 지금 내가 필요한 게 아니었나?"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내게 스칠 때마다 움츠러들게 된다.
그가 친절하게 대해 주면, 내 심장이 멈춰 버릴지도 몰라….

 

린："여기가 들러야 한다던 마을인가요, 고에몬 님?"
 
이 곳은 불모지라 사람도 없어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빈민가로 보일 수도….
 
고에몬："지금 공사 중인 산 뒤의 성, 보여?"
린："아…. 그렇네요. 성을 짓고 있네요."

그 때였다.
 
사무라이１："이 봐, 기다려 늙은이!"
노인："아아….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사무라이２："혼자 도망치다니…. 그렇게는 안 되지!"
 
사무라이들이 노인을 둘러싸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린："고에몬 님…. 저게 무슨 일일까요?"
고에몬："성을 짓기 위해 그를 데려가려는 것 같아."
린："저런 할아버지에게 일을 시킨다구요?"

사무라이３："우리가 하는 말은 못 듣겠다 이거냐?"
 
사무라이는 칼을 꺼내 노인을 찌르려 했다…!

린："……!"

고에몬："기다려!"
 
고에몬 님은 내가 다가가려 하자 내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갑자기 지붕 위로 뛰어 올랐다.

 

고에몬："이 봐, 너희들!"
사무라이１："누… 누구냐?!"
고에몬："나? 음…. 천사? 용의 신…정도?"
사무라이２："요… 용의 신? 웃기고 있네!"
 
고에몬 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걸까…?
 
고에몬："너희 같은 것들은 지옥의 유황 속에나 떨어져야 해!"
사무라이３："네, 네 놈은 우리가 오다 노부카츠 님을 모시는 무사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냐?!"
 
오다 노부카츠…. 오다 노부나가의 아들…?
 
사무라이１："빨리 엎드리지 않으면 네 놈에게도 뜨거운 맛을 보여 주겠다!"
린："……!"

거대한 불꽃이 고에몬 님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사무라이２："…뭐…야, 저건?!"

불꽃은 용의 형상을 하고 날아가 사무라이들을 공격했다.

사무라이３："으아악!"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쳤다.
고에몬 님이 지붕에서 뛰어내리자, 노인은 그에게 달려갔다.
 
노인："고… 고맙습니다요, 나으리! 진짜 천사… 용의 신이시군요."
고에몬："아니…. 그건 거짓말이었습니다."
노인："…네?"
고에몬："그건 그냥 눈속임일 뿐, 아무 것도 아닙니다."
노인："그, 그랬군요…. 어쨌든 나으리께서는 제 목숨을 구해 주셨습니다."
노인："제가 보답을 할 방법이 있을까요?"
고에몬："음…. 그렇다면 근처에 묵을 만한 곳을 좀 알려 줄 수 있습니까?"
노인："불행하게도, 지금은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답니다…."
노인："…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은 어떠신지요?"

 

노인："…누추하지만 도와 주신 것도 있고 하니…."
노인："차 정도는 내어 올 수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노인은 그렇게 말한 뒤 방에서 나갔다.
 
고에몬："정말 누추한 집이군, 그렇게 생각 안 해?"
고에몬："…아야, 아야!"
 
나는 고에몬 님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린："그런 표현은 좋지 않아요."
고에몬："괜찮잖아! 어차피 들리지도 않고."
린："듣는 사람이 자리에 없을 때 나쁜 말을 하는 건 더 좋지 않아요."
고에몬："흠…. 너, 생각보다 괜찮은 여자네."
린："내가 좋은 여자라는 게 아니라, 당신이…. 꺅!"
 
고에몬 님이 내 기모노의 치맛단을 들추었다.

고에몬："복수!"
린："……."
고에몬："헤에, 네 허벅지도 그리 나쁘지 않군."
 
…나는 고에몬 님이 노인을 구해 주었을 때, 잠시 동안이나마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후회했다.
역시 이 사람은….

그 때, 노인이 차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고에몬："…그러니까, 노부카츠가 그 성을 짓고 있다는 거죠?"
노인："예…. 그의 아버지 노부나가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이가에 갈 생각인 듯 합니다요."
 
(이가에…!?)
(고에몬："정보를 수집하는 것 역시 닌자의 중요한 임무지.")
(…그래서 고에몬 님이 이 마을에 들르신 거구나….)
 
노인："그는 이가를 공격할 기반으로 그 성을 짓고 있습니다."
노인："그래서 어린이, 노인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죠."
고에몬："노부카츠가 성의 완성을 서두르고 있다는 말이군…."
노인："예…. 이 마을은 가난해서 모두들 하루 벌어 하루 입에 풀칠하는 형편인데도 말이지요…."
노인："모두 성을 짓는 곳에 끌려가서,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요."
고에몬："잘 알겠습니다."
 
고에몬 님은 팔짱을 낀 채 계속 노인을 주시했다.

 

린："맙소사…! 이불이 하나밖에 없다니…."
고에몬："노인은 우리가 부부인 줄 아나 본데."
 
…그럼 내가 고에몬 님과 한 이불에서 자야 한다는 거야?
고에몬 님이 나를 들어 안았다.
 
린："무… 무슨 짓이에요?!"
고에몬："무슨 짓이냐니…. 그냥 잠을 자려는 것 뿐이잖아."
린："자… 잠깐…!"
고에몬："잠을 자려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 말이 틀려?"
 
고에몬 님이 나를 이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

고에몬："자, 사요는 어떻게 할 건가? 세이베이 님과 부부처럼 잘 건가?"
 
고에몬 님이 내 몸 위로 올라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그러나 그는 내게 복종할 것을 명령했었다.
그의 말을 듣는 수밖에 없다.＊
 
린："……."
고에몬："바보."
린："에…. 네…?"
고에몬："농담인 게 당연하잖아."

정말 못됐어…. 그에게는 단지 농담이었겠지만,
내 심장은 정말로 멈춰 버릴 것 같았는데….

​린："……."

나는 등을 돌리고 이불 가장자리에 가서 움츠렸다.

─덜컹
 
고에몬："이 집은 윗풍이 정말 끔찍한 것 같지 않아?"

찬 공기가 닫힌 창문 사이로 새어 들어온다.
 
린："에취…!"
고에몬："너 춥지? 좀 더 가까이 오지 그래."
린："……."
고에몬："네가 오지 않으면, 내가 간다…."
 
고에몬 님은 팔을 뻗어 나를 감싸 안았다.
 
린："싫어…. 그만 둬요!"
고에몬："아니, 이건 달라. 나는 그저 내 소중한 공주가 감기에 걸릴까 봐서…."
린："……."
 
사실이다. 이건 단지 그의 역할이기 때문에 내 옆에 있는 것 뿐….
 
고에몬："봐, 이제 안 춥지?"
린："……."
 
아무튼 그의 품 안은 정말 따뜻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