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키리가쿠레 사이조 공략：9장

밤이 되었다.
승리의 축하 연회가 강당에서 열렸다.

고에몬："여기, 술이 모자라다!"
한조："이 봐라! 창고에서 술 좀 더 가져오너라."
하녀："바로 가져다 올리겠습니다!"
 
(세상에, 그 많은 술을 닌자들이 전부 다 마셔 버리다니.)

 

사스케："큰 일 났다…. 토할 것 같아."
린："사스케 님…! 괜찮아요? 밖으로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와요."
사스케："어…. 린, 나 좀 데리고 나가 줄 수 있겠어?"
린："네…, 천천히 일어나 봐요."

(윽, 사스케 님은 정말 크고 무겁구나….)
 
한조："어이, 사스케! 왜 공주가 너를 돌보는 것이냐?"
고에몬："그러게. 오늘 이긴 건 순전히 공주 덕인데…."
린："제 걱정은 마시고 계속 즐기세요."
 
나는 사스케 님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사스케："으윽…. 저 녀석들 도대체 얼마나 마셔대는 거야?"
 
바깥으로 나온 사스케 님은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덩치만 컸지, 순 어린애네.)
 
사스케："지금 내가 애 같다고 생각했지?!"
린："그… 그렇지 않아요."
사스케："됐어…. 어차피 난 애니까. 사이조나 너랑은 다르겠지…."
린："사이조 님은 확실히 어른이시지만, 전…."
사스케："두 사람 다 부모님이 안 계셔서인가?"
 
(두 사람 다…?)
 
린："사이조 님도 부모님이 안 계신가요?"
사스케："응…. 태어났을 때부터. 그리고 그는…, 아!"
 
사스케 님이 정신이 번쩍 든 듯 일어섰다.
 
사스케："더 이상 얘기하면 사이조가 날 죽일 거야!"
 
(태어났을 때부터 쭉 혼자였다고….)
 
그 때였다.
 
─퍽!

 

린："사이조 님…!"
사스케："뭐야…! 갑자기…!"
사이조："그 정도로 끝난 걸 감사해라."
사스케："……."
사이조："너, 찬 물에 목욕하고 정신 좀 차리지 그래?"
사스케："…잔소리는 그만 해!"
린："아, 사스케 님…!"
 
사스케 님이 사이조 님의 멱살을 잡았다.
 
사스케："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고 했었잖아."
사스케："그렇다면 돌려 말하지 마!"
사이조："……."
사스케："언제나 그런 식으로 벽을 쌓아 두고 혼자서!"
사이조："너와는 상관 없는 일이다."
사스케："상관 있어. 너 때문에 린이를 포기하기로 했으니까!"
사이조："……."
 
(사스케 님….)
 
사스케："이런…. 계속하다간 정말로 쓰러지겠군…."
사스케："그만 방에 가서 잠이나 잘래."
 
사스케 님은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사이조："…그런 차림으로는 감기 걸린다."
사이조："…지금 뭐 하는 거냐?"
 
나는 사이조 님을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린："사이조 님, 혼자셨죠? 그러니까…. 제가 꼭 지켜 드릴게요."
사이조："……."
 
(그의 등에서 외로움이 느껴진다.)
(내 체온으로 차가워진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사이조："…따뜻하구나."
린："사이조 님, 저는…."
사이조："난…. 너에게 맞는 사람이 아니야."
 
사이조 님이 내 손을 잡은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이조："난 모친을 죽게 만들었어."
린："어머니를?!"
 
사이조 님은 나를 품에서 떼어 놓고 바라보았다.

사이조："물론 내 손으로 죽인 건 아니었지만."
사이조："…나를 낳으실 때, 난산으로 돌아가셨지."
린："하지만…. 그건 사이조 님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사이조："적어도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사이조："그래서 내가 태어나자마자, 날 버리셨지."
 
(버렸다고…?)
(사스케："사이조는 줄곧 혼자였어.")
(아버지가 버린 이후로…. 쭉 혼자였던 거구나.)

사이조："아버지는 날 심하게 원망하셨던 것 같아. 결국 목숨을 끊으셨지."
린："아니에요. 그건 아버지가 잘못 생각하신 거예요."
린："아버지도 사이조 님도 모두 힘든 거였잖아요. 사이조 님 입장에서는 어머니를 잃은 건데…."
사이조："……."

린："어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이 정말 사이조 님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린："그걸로 자신을 평생 비난해 오신 건가요?"
사이조："……."
린："그래서…. 그것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인가요?"
사이조："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사이조 님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사이조 님의 손을 잡았다.＊
사이조 님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린："그런…. 슬픈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린："어머니께서 사이조 님을 세상에 내보내 주셨어요."
린："사이조 님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분명 슬퍼하실 거예요."
린："지금 저 위에서 울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사이조："바보 같긴…. 네가 지금 울고 있거든."

사이조 님이 몸을 숙여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사이조："날 위해서 울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기쁘다."
 
사이조 님은 나를 끌어안았다.
 
린："사이조 님…."
사이조："고마워."
 
내 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슬프다.
사이조 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 위로해 드리고 싶어….

 

사이조："…하지만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사이조 님은 마지못해 나를 밀어냈다.
 
린："어째서 안된다는 거죠?"
사이조："넌 공주고, 나는 널 보호하는 닌자다."
린："하지만 우린…!"
사이조："게다가 우린 지금 전투 중이잖아."
린："……."
사이조："연회로 돌아갈게."
 
나는 사이조 님이 혼자 걸어가는 것을 지켜 보았다.
따뜻했던 사이조 님의 품이 아직도 느껴진다….
내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우리 모두는 강당에 모였다.
 
한조："노부나가가 이가를 다시 공격할 것이다. 이번엔 더 많은 군사가 올 것이다."
한조："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노부나가를 쳐야 한다."
 
(우리가 노부나가를 먼저 치러 간다….)
 
고에몬："이대로 앉아 있다가는 닌자가 전멸할 수도 있으니까요."
사스케："한조 님!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격에 나서나요?"
한조："닌자들을 총집결시켜 교토에 있는 그를 공격할 것이다."
 
(닌자들의 총집결….)

 

한조："이가, 코우가, 후우마 뿐만 아니라 다른 닌자들도 모두 모을 것이다."
코타로："교토 같은 번화가에서는 우리가 몸을 숨기기도 쉬울 겁니다."
사이조："우리를 치러 오는 그를 맞는 것보다는 분명 낫겠지."
사스케："노부나가가 교토에 정말 나타나기는 할까요?"
한조："그렇다. 매우 자주 가는 편이지. 사스케와 고에몬은 군사의 동향을 파악해라."
사스케："네, 알겠습니다!"
고에몬："쓸 만한 정보를 확실히 모아 오겠습니다."
한조："코타로, 너는 이가에서 무기를 가지고 저들과 함께 교토로 향해라."
코타로："네!"
한조："사이조, 너는 즉시 교토로 가서 정보를 수집해라."
한조："그리고 공주, 그대는 사이조와 함께 가시지요."
 
한조 님이 내 어깨에 손을 얹으셨다.
 
한조："우리는 공주가 모든 닌자들의 통합을 완성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린："네…, 알겠습니다."
한조："게다가 번잡한 도시에서 지내는 것이 이가에 있는 것보다 안전하겠지요."
린："한조 님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한조："난 돌아다니면서 닌자들의 집결을 촉구할 생각입니다."
한조："자, 이제 우리의 힘을 모을 때가 되었다."
 
(한조 님의 말이 맞아. 우리의 힘을 모두 합치지 않으면, 승산이 없어.)

 

한조："사이조, 너는 또한 공주를 지키는 임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해라."
사이조："명심하겠습니다. 변장하고 교토로 들어가겠습니다."
한조："좋은 생각이다. 부부로 위장하거라."
고에몬："한조 님은 정말 여자를 모르시는군요."
한조："고에몬, 그게 무슨 말이지?"
고에몬："린이는 결혼했을 만한 여자로서의 느낌이 전혀 없잖습니까."

(고에몬 님…, 나한테 왜 저러시지?)
 
사스케："네, 린이는 귀엽긴 하지만 요염하진 않아요!"

(사스케 님까지…!)
 
코타로："오빠와 여동생으로 위장하는 편이 확실히 자연스러울 것 같군요."

(거기에 코타로 님까지 동조해서….)
 
사이조："그럼, 남매 지간이 낫겠군."
린："네…. 그렇게 할게요."

 

쿠마："린아, 행운을 빌어. 난 이가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린："쿠마 님, 고마웠어요!"
 
나와 쿠마 님은 서로 포옹했다.

쿠마："자, 이 것 받아."
 
쿠마 님이 목에서 피리를 풀어 건네 주셨다.
 
쿠마："내가 어렸을 때부터 끼고 있었던, 개를 부르는 피리야."
린："와! 개를 부를 때 쓰는 건가요? 고마워요."
쿠마："이게 있든 없든 개들은 너에게 오겠지만…."
린："네, 전 요염하진 않지만 개들한테는 사랑 받죠."
쿠마："우하하! 정확하군!"
린："……."

코타로："공주, 이것도 받으시오."
 
코타로 님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셨다.
 
코타로："내가 항상 지니고 다니던 부적이오."
린："정말이에요? 그렇게 소중한 것을…."
코타로："그러니까 공주가 가지고 있었으면 하오."
린："코타로 님…."
사스케："뭐야, 그게? 설마 코타로까지 린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야?!"
 
코타로 님이 사스케 님을 매섭게 째려 보셨다.
 
코타로："나는 공주께 그런 불순한 생각을 품고 있지 않다."
린："마, 맞아요 사스케 님…. 저는 매력도 없고…."
사스케："아하하! 하긴, 그건 그렇지!"
린："……."

 

한조："어쨌든, 사이조. 공주를 네게 맡기겠다."
사이조："알겠습니다. 자, 가자. 카메(거북)."
린："카메?"
사이조："지금부터 내 이름은 쥬베이, 네 이름은 카메다. 거북이처럼 느리니까. 알겠지?"
린："변함 없이 심술이시군요. 쥬베이 님…."
사이조："우리는 남매 지간이니 이제부터 오빠라고 불러라."
린："네…. 오라버니."
 
(확실히 처음에는 오빠로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라. 지금은 사이조 님을 남자로서 좋아하고 있는 거니까.)
 
린："그럼 여러분, 다녀오겠습니다."

 

우리는 며칠 뒤 교토에 도착했다.
 
린："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교토는 여전히 번잡하고 화려하네요."
사이조："그래.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고."
린："사이─ 으읍"

사이조 님이 내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사이조："뭐라고 했나? 카메(거북)?"
 
(…아, 맞다…. 우리는 지금 남매 지간이었지.)
 
린："오빠…. 코타로 님은 아직 교토에 안 오셨을까?"
사이조："곧 도착할 거다."
 
(사이조 님은 낮에는 정보 수집을 위해 밖을 다니시고, 나는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작은 여관 안에 숨어 있다.)
(언젠가는 나도 정말 사이조 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

 

바로 그 때였다.

여자："놔 줘요─!"
깡패："조용히 해라, 계집!"
 
……!!
 
어떤 여자가 불량배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여자："부탁합니다! 빚은 꼭 갚을 테니 제발…."
깡패："흥! 네겐 이미 빚 갚을 능력 따위는 없다는 것 쯤 잘 알고 있다고!"
 
불량배가 그녀의 팔을 거칠게 잡았다.
(나가서 말리고 싶었지만, 돕기는 커녕 내가 나서서 문제만 더 커질 수도 있다….)
 
깡패："가만히 있으랬지!"
여자："꺄악…!"
 
여자가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린："……!"
사이조："멈춰라!"
 
나도 모르게 끼어 들려는 것을 막은 사이조 님이 대신 나섰다.
 
사이조："이 봐, 얼간이!"

(…사이조 님?)
 
깡패："뭐야?! 넌 누군데 주제 넘게 나서는 거냐?"
사이조："연약한 여자나 괴롭히는 한심한 놈."
깡패："헛소리 말고 네 갈 길이나 가시지!"
사이조："나는 지금 경고하고 있는 거다. 넌 내 손가락 하나로도 날려 버릴 수 있어."
깡패："뭐라고? 놀고 있네! 어디 한 번… 으억!"
 
불량배가 사이조 님을 잡았다가 오히려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사이조 님…. 정말로 손가락만 쓰셨잖아.)

 

여자："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눈매도 너무 요염하고….)
 
사이조："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너무 소란스럽더군요."
여자："하지만, 덕분에 살았어요…."
여자："두 분은 교토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사이조："네. 도시를 천천히 둘러보고 있습니다."
여자："그렇다면 부디 저희 여관에 묵어 주세요."
여자："작고 허름하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사이조："여관을 가지고 계신다고요?"
여자："네…. 남편이 죽은 이후로…. 제가 남편 대신 이어 받아 경영하고 있답니다."
사이조："…음. 성함이…?"
오리쿠："제 이름은 오리쿠예요."
 
(벌써 두 사람은 친해진 것 같았다….)
  
사이조："그럼 오리쿠 씨, 신세를 지겠습니다."
오리쿠："좋아요! 제가 안내해 드리지요!"

오리쿠를 따라가는 동안, 사이조 님이 내게 속삭였다.

사이조："한 군데에만 머무르는 것보다는 돌아다니는 편이 좋아. 게다가 작은 여관이라면 숨어 있기 최고지."
린："저 여자분이 권해서가 아니구요?"
사이조："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
 
(…그럴 줄 알았어.)
 
사이조："…게다가 그녀는 외모만 뛰어난 게 아니라, 그걸 이용할 줄도 알아."
 
(역시 사이조 님도 요염한 아가씨를 좋아하는구나….)

 

오리쿠："실례합니다. 쥬베이 님은 어디에 가셨죠?"
린："오빠는 정원을 돌아 본다고 했어요."
오리쿠："호호, 그랬군요. 두 분은 남매 지간이군요."
린："…우리가 부부로는 안 보이나요?"
오리쿠："네, 카메 님이 많이 어려 보이니까요."
 
(그녀는 정말 볼 수록 아름다웠다. 성숙한 여인들은 모두 이런 걸까…?)

오리쿠："쥬베이 님은 정말 좋은 분 같아요."
린："실제로는 안 그래요. 얼마나 입이 거친데요!"
오리쿠："아마 카메 님이 귀여워서 놀려 주는 거겠죠."
린："아니에요, 전…."＊
 
린："우리 오빠는 절 너무 괴롭혀요."
오리쿠："여동생들은 항상 놀림의 대상이 되죠."
 
그런 것 같다.
…나는 단지 그의 여동생 같은 존재일 뿐이겠지.
 
오리쿠："그 분은 정말…. 죽은 남편을 닮았어요."
린："에…?"
오리쿠："…죄송해요! 죽은 사람을 닮았다니, 불쾌한 이야기였죠?"
 
바로 그 때, 문이 열렸다.
 
사이조："이런 미인의 남편이라면, 마다하고 싶지 않군요."
오리쿠："어머…. 저희들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니 왠지 마음이 아프다….)
(이건… 질투?)

 

밤이 되었다.
 
린："유부녀의 아름다움…. 요염함…."
사이조："…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지?"
린："아무 것도 아니에요. 교토는 밤에도 떠들썩하네요!"
사이조："…엉뚱한 여자애…."
 
사이조 님은 창문을 열어 시내를 내다 보았다.
 
사이조："지금쯤 코타로는 사창가에 갔을지도 모르겠군."
린："사창가요? 돈을 내고 여자를 사는…. 그런 곳인가요?"
사이조："전혀 쑥맥은 아니구나?"
린："하지만…. 코타로 님은 그러실 분이 아닌 것 같은데."
사이조："아니, 분명 갔을 거다. 지금쯤 임무가 끝났을 테니 할 일도 없겠지."
린："사이조 님도 그런 곳에 가 보셨나요?"
사이조："물론, 나도 남자니까."
 
(그렇지…. 그 역시 다른 남자들처럼 욕구가 있을 거야.)
(나를 보호하는 일 때문에 그런 곳에 갈 수 없어서 불편할까?)
 
사이조："…왜 그렇게 조용해?"
린："목욕하고 올게요…!"

 

(목욕을 해도 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닌데….)
 
린："안 돼…!"
 
(그래, 차라리 수행을 하자.)
(소리 내지 않고 걷는 기술을 연습하는 거야.)
 
발소리를 내지 않고 복도를 걷고 있는데….

……?

(뒷문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사이조 님과… 오리쿠 씨…?)

 

사이조："혼자 이런 곳을 운영하려면 힘드시겠군요."
오리쿠："남편이 착하기만 해서, 결국엔 못된 자들에게 빚만 졌어요."
"남편은 무리하게 돈을 벌러 갔다가 죽고 말았죠…."
사이조："흠…. 그래서 당신이 그런 자들에게 시달리고 있었군요."
오리쿠："……."
 
눈물이 오리쿠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리쿠："빚을 못 갚으면…. 그들 두목의 첩이 되어야 한다는군요."
사이조："…누구라도 당신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탐낼 겁니다."
오리쿠："……."

사이조："내가 그 두목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사이조 님…?)
 
사이조："가서 이야기를 해 보고 싶군요."
오리쿠："왜 저를 위해 그런 일까지 하시려는 거죠?"
사이조："전 대가 없이 일하지는 않습니다."
 
(……!?)

사이조 님이 오리쿠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안 돼…. 못 보겠어.)

나는 두 사람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버렸다.
 
오리쿠："……!"
 
(나는 오리쿠의 행복한 신음 소리를 들었다.)
(이런 소리…. 정말 듣고 싶지 않아.)
 
사이조："이 이상의 즐거움은…. 내일로 미루도록 하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