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키리가쿠레 사이조 공략：11장

린："사이조 님…. 좀 나아지셨나요?"
사이조："응, 조금…."
 
사이조 님은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모든 독을 빨아내고 싶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빠져 나가서 해독제를 찾지 않으면….
하지만, 어떻게…?
 
린："사이조 님…."
 
나는 팔을 둘러 그를 안았다.＊

 

사이조："…내 몸은 이미 얼음처럼 차가워졌어."
 
이대로라면 그는 내일 아침까지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잡혀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린："그래, 맞아…. 코타로 님이 내게 준 부적…."

(코타로："내가 항상 지니고 다니던 부적이오.")

부적을 꺼내, 안을 들여다 보니 안에는 공간이 있었다.
글을 적어서 코타로 님께 보낼 수만 있다면…. 

사이조："…뭐 하는 거지?"
린："혹시나 해서 머리카락에 언제나 비녀 대신 붓을 꽂고 다녀요."
린："여기에 뭔가를 써서 코타로 님께 전달하기만 하면…."

사이조："하지만, 전달할 방법이 없잖아."
린："좋은 생각이 있어요. 잘 되어야 할 텐데…."
사이조："그건… 쿠마에게 받은 개 피리?"
린："네…. 이걸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개를 부를 수 있을 거예요."
사이조："하지만 여기 있는 개들은 모두 하치스카의 닌견(忍犬)들이야. 듣지 않을 거라고."
린："알아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방법 뿐이에요."
 
(오직 개들만 들을 수 있는 소리…. 제발 들어 줘!)

나는 피리를 불면서 일이 성사되기를 빌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강아지："멍!"

(아까 봤던 그 개가…!)
 
나는 창문에 기대어 개에게 속삭였다.
 
린："넌 소리를 아주 잘 듣는구나. 착해라."
강아지："멍!"
린："제발, 이 냄새를 지닌 사람에게 찾아가 줘."
강아지："머엉?"
린："그래. 이걸 그 사람에게 전해 줘."
강아지："멍! 멍!"
 
(과연 이해했을까….)
 
린："꼭 부탁할게."
강아지："멍!"
 
개는 부적을 물고 뛰어 나갔다.
 
(제발, 코타로 님의 손에 도착하기를….)
(사이조 님이 쓰러지시기 전에….)

 

나는 사이조 님께로 천천히 다가가 그의 곁에 앉았다.
몸이 더 차가워졌어. 아침까지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사이조："린…. 좀 더 가까이 와. …추워."
 
나는 그를 꼭 끌어안았다.
(사이조 님을 잃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어.)
 
린："사랑해요. 사이조 님…. 정말 사랑해요."
사이조："……."
린："하지만…. 이건 모두 제 잘못이에요."
사이조："더 이상 그런 말은 하지 마."
린："사이조 님…."
 
사이조 님이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그를 잃는다면 견딜 수 없을 거야.
 
사이조："…고맙다, 린."
린："뭐가요?"
사이조："너의 따스함이 내 심장의 얼음을 녹였거든."
사이조："너와 있으면 따뜻한 햇살이 내 어깨를 비추는 것 같아."
린："사이조 님…."
사이조："이런 따스함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사이조 님은 아버지께 버림 받고 지금까지 쭉 혼자였으니….)
 
사이조："네가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택해 줘서 기뻐."
 
그의 사랑스러운 말들을 듣고 있으니 눈물이 흐른다.
 
린："제발…. 사이조 님, 죽지 마세요."
사이조："탈 듯이 아프다…. 삶의 끝이 주는 고통이겠지."
린："사이조 님, 제발…. 절 이대로 두고 가시면 안 돼요."
사이조："너를 만나 행복했다…."
 
사이조 님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린："안 돼! 눈을 뜨세요! 절 두고 가지 마세요!"

 

동쪽 하늘이 밝아 온다…. 곧 새벽이 되겠지.
 
사이조："……."
 
사이조 님은 눈을 감으신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 끝까지 차갑다.
 
린："…하지만 아직 살아 계셔. 해독제만 있으면 살릴 수 있을 거야."
 
나는 동쪽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았다.
내가 보낸 닌견이 코타로 님을 찾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코타로 님이 이 위급한 상황을 알아채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린："전 포기하지 않겠어요. 사이조 님을 구해 주세요…!"
 
바로 그 때, 문이 열렸다.
 
노부카츠："흠…. 이 닌자 녀석이 결국 줄을 풀었군."
 
(오다 노부카츠…!)
 
노부카츠："이 얼마나 꼴사나운 모습인가, 밧줄까지 풀어 놓고 독 때문에 도망치지 못한 채…."
린："……."
 
나는 노부카츠를 노려보았다.
 
노부카츠："그리고 이 계집이 쿠스노키의 공주인가?"
린："노부카츠…. 당신이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닌자들의 세계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오."
노부카츠："우하핫! 이런 상황에서까지 잘도 큰 소리를 치고 있구나!"
노부카츠："걱정 마라. 너도 곧 저 세상으로 보내 줄 테니…."
 
노부카츠가 칼을 뽑았다.

 

오리쿠："주군 어느 쪽을 먼저 벨까요? 처리가 끝나면 두 녀석의 목을 노부나가 님께 전하겠습니다."
노부카츠："그래, 아버님께서 웃으시는 모습을 빨리 뵙고 싶군."

(사이조 님을 살리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겠어…!)

린："……."
 
나는 그를 다시 한 번 노려보았다.＊
 
노부카츠："오, 그나저나 넌 꽤 귀엽게 생겼구나."
린："……."
노부카츠："죽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 먼저 저 자를 손봐야겠다."

린："이가에서 널 쏜 사람이 바로 나다"
노부카츠："뭐…! 네가 내 투구를 쏘아 맞춘 자라고?"
린："너도 장군이라면 복수를 해라! 나를 고문하고 죽이고 싶겠지?"
노부카츠："이… 이 건방진…!"
노부카츠："이 년을 묶어라! 원하는 대로 내 직접 고문할 것이다."
오리쿠："네, 주군."
 
오리쿠는 나를 묶는 동안 내 귀에 속삭였다.
 
오리쿠："대단한데. 네가 다치면서까지 그에게 시간을 벌어 주려고…."
린："……."
오리쿠："하지만 소용 없는 짓이야. 결국엔 둘 다 죽게 될 테니까."
린："포기하지 않아…. 하지 않겠어!"

노부카츠가 칼을 나에게 들이댔다.
 
노부카츠："크큭…. 이 예쁜 얼굴을 어떻게 조각내 줄까?"
노부카츠："아니면 옷을 벗겨 몸을 조각내 줄까?"
린："더러운…."
 
얻어맞은 뺨에 고통이 느껴졌다.

 

긴 밤이 끝나고, 드디어 새벽이 돌아왔다.
 
─퍼드덕
(이 시간에 올빼미가…?)
 
바로 그 때.
 
노부카츠："우…욱!"

사이조 님이 자신을 감았던 줄로 노부카츠의 얼굴을 후려쳤다. 

노부카츠："내… 내 눈! 눈이…!"

노부카츠는 눈을 감싼 채 쓰러졌다.

 

오리쿠："잇… 아직도 싸울 기력이 남아 있다니."
사이조："물론. 코우가의 닌자들은 독에도 강하지."
두목："하지만 그 상태에서 어떤 수로 공격할 테냐?"

하치스카의 두령이 칼을 뽑아 사이조 님 앞에 섰다.
 
사이조："지옥 결박!"

사이조 님이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놈의 가슴을 짓눌렀다.

두목："크악…!"

그는 몸을 가누지 못했다.

오리쿠："적을 속박하는 기술이다!"
노부카츠："에잇, 모두 공격하라!"

노부카츠가 호령하자 문이 열리고 노부카츠의 무사들과 푸른 옷의 닌자들이 몰려 들었다
 
노부카츠："내 직접 저 놈의 목을 치겠다!"
 
그 순간, 갑자기 강한 회오리가 방을 덮쳤다.
 
노부카츠："웬 폭풍이지?!"
사무라이："주군…! 기둥이라도 잡으십시오."
 
납작 엎드리지 않으면 몸이 날려가 버릴 것만 같다.
복도에서는 더 강력한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타로："공주, 늦어서 죄송합니다."
린："코타로 님…!"
오리쿠："네… 네 놈은 바람을 조종할 수 있는 닌자 중 하나인 후우마 코타로?!"
 
코타로 님이 오른팔을 들자 바람이 잦아 들었다.
그리고….
 
고에몬："오래 기다렸지?"
린："고에몬 님…!"
사스케："린!! 괜찮아?!"
린："사스케 님…!"
사스케："사이조, 해독제를 받아라!"
 
사이조 님이 사스케 님이 던져 준 주머니를 받았다.
 
노부카츠："이… 건방진 놈들! 뭣들 하는 거냐! 이 놈들을 잡아라!"
한조："큰 소리 칠 때가 아닐 텐데, 노부카츠!"
린："한조 님!"

 

한조 님과 함께 닌자들이 몰려 왔다.

(엄청나게 많아…. 이가의 닌자 뿐만이 아닌 것 같아.)
 
노부카츠："정문에 있는 경비병들은 뭘 한 게야!"
닌자１："우리가 모두 제압했다."
노부카츠："뭐… 뭣이!"
닌자２："공주님, 이 때를 기다렸습니다."
 
모든 닌자들이 내 앞에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닌자１："저희들은 이와시로에서 온 쿠로하바키(黒脛巾)의 닌자들입니다."
닌자２："저희들은 시나노에서 온 토가쿠레(土隠れ)의 닌자들입니다."
닌자３："저희들은 아키노에서 온 하치야스(八野洲)의 닌자들입니다."
 
닌자들은 차례대로 인사를 했다.
마침내, 닌자 연합이 이루어졌구나….

닌자３："공주님, 우리는 공주님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노부카츠："에잇, 아무도 없느냐! 이 놈들을 모두…."
사무라이："하지만, 주군! 적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노부카츠："내 명령에 죽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게냐!?"
사무라이："……."
 
노부카츠의 무사들과 닌자들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조："결국 너에게 충성하는 자는 없는 것이냐!"
한조："이 오합지졸들을 모두 포박해라!"
 
푸른 옷의 닌자들과 졸개들이 모두 묶인 채 끌려 나갔다.

 

그 때였다.
 
오리쿠："나…나는 묶지 마세요!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
사스케："그럼 조용히 꼼짝 마!"
오리쿠："노부카츠가 시킨 거예요. 어쩔 수 없었어요."
사스케："그렇다면 저항을 멈춰라!"
 
그 때 오리쿠가 옷을 벗어 맨 몸이 되었다.
 
사스케："무… 무슨 짓이냐!"
 
─툭
그녀가 벗은 옷에서 뭔가 떨어졌다…!
 
린："조심해요! 폭탄이에요!"
 
나는 달려가 폭탄을 잡아서 창 밖으로 던졌다.
다행히도 폭탄은 숲에 떨어져 터졌다.
 
오리쿠："젠장…. 네가 방해하는 바람에…!"
 
오리쿠가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았다.

 

고에몬："너란 녀석은…. 벗은 여자만 보면 방심해서는…."
사스케："너도 놀라서 봤잖아."
코타로："보통내기가 아니로군. 자살 폭탄을 쓰려 했다니."
사이조："그러게 말이다…. 우리 모두와 함께 죽을 작정이었겠지."
 
사이조 님이 코타로 님의 어깨에 기댄 채 저택을 둘러 보셨다.
 
사이조："여기서 내가 거의 죽을 뻔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군…."
 
(모두가 무사히 살아 나갈 수 있게 돼서, 정말 기뻐….)

 

​한조："공주…. 덕분에 우리가 살 수 있었어."
린："아니에요. 모두들 와 주시지 않았다면, 저희 둘은 지금쯤…."
린："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내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자, 모든 닌자들이 내 주위를 에워쌌다.
 
한조："공주, 이 자들에게 한 마디 해 주길 바래."
 
나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그들 한 명 한 명의 눈을 바라보았다.
 
린："지금 우리는 노부나가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사이조："……."
린："절대로 그의 야욕을 묵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린："함께 싸워, 소중한 모든 것을 우리 손으로 지킵시다."
린："어떤 시련에도 포기하지 말고, 용감히 싸웁시다!"
 
─와아!!
모든 닌자들이 환호하고 있을 때….

 

─퍼드덕
올빼미가 내 머리 위에 날아와 앉았다.
 
코타로："어이! 함부로 공주님 머리에 앉는 게 아니야!"
린："코타로 님의 올빼미인가요?"
코타로："예. 후우마 닌자는 부엉이를 전령으로 쓰죠."

(그래서 사이조 님이 우리 편이 도착한 줄 아셨구나.)
 
사이조："그건 그렇고, 하치스카의 개가 공주 명령을 들었다는 게 믿기질 않아!"
고에몬："그래. 공주의 특별한 재능이겠지."
 
고에몬 님이 나를 꼭 끌어안았다.
 
고에몬："내 아이를 낳아 줘야겠다. 이가와 쿠스노키의 대를 이을…."
사이조："내 여자에게서 손 떼."

(사이조 님…?)
 
사스케："사이조…! 진심이야!?"
사이조："한조 님."
 
사이조 님이 한조 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이조："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를 지키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한조："흠…. 그건 너에게 달린 일이 아니다. 공주에게 물어 봐야 할 일."
린："…한조 님!"

나는 사이조 님의 팔을 끌어안고 속삭였다.

린："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껴안아도 화내지 않을 거죠?"
사이조："그럼…. 물론이지."
린："좋아요!"
 
(그래, 이제부터 우리는 항상 함께야….)
(이 전쟁을 끝내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