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키리가쿠레 사이조 공략：6장

쿠마："…저 녀석들은 산을 돌아 이가 마을로 들어가려 하고 있어!"
린："그렇자면 서둘러서 모두에게…!"
쿠마："알아. 하지만 그 전에!"
 
(쿠마 님…,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지?)

쿠마："…으럇!"

(엄청나다…! 쿠마 님이 커다란 바위를 들어 올렸다.)

쿠마："이걸 저기에 떨어뜨리면, 저 녀석들은 빠져 나오지 못할 거야. 도와 줘!"
린："…네! 알겠습니다."

그 순간.

닌자："너희들, 이가의 닌자들이지?"

─?!
(처음 보는, 푸른 옷을 입은 닌자들이 나타났다.)

 

쿠마："…너희들은 하치스카의 닌자들?"

(코타로："노부나가는 닌자들을 싫어하지만, 하치스카 쪽 닌자들만은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 푸른 옷을 입은 닌자들이 코타로 님이 말씀하셨던 그 하치스카(蜂須賀)의 닌자들이구나.)
 
닌자："호오, 넌 아는 것이 많구나."
쿠마："흥! 적어도 너희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지!"
쿠마："너도 닌자면서 같은 닌자들을 배신할 셈이냐?!"
닌자："이가의 닌자들은 아주 공격적이군!"
 
우리들은 순식간에 사무라이들에게 둘러싸였다…!

쿠마："이제 알겠어…. 너희가 닌자들로 하여금 이 산길을 지나서 이가로 오는 길을 안내하게 한 것이군."
사무라이１："정확하군. 자, 지금부터는 너희가 우릴 안내해야겠다."
 
사무라이들이 칼을 들이댔다.
그 순간, 쿠마 님이 속삭였다.
 
쿠마："내가 저들을 유도할 테니, 너는 도망쳐라."
린："사이조 님을 데려오면…!"＊
 
내가 여기 있으면 짐이 될 수도 있겠어.
사이조 님만 여기 계셨더라면, 어떻게서든 헤쳐 나갈 수 있을 텐데….
 
사무라이２："이 봐!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쿠마："이야앗…!"
 
쿠마 님이 괴성을 지르며 돌덩이를 집어 던졌다.
 
사무라이３："뭐…야, 저 괴력은!"
쿠마："린, 지금이야!"
린："네…!"
 
(서둘러 도망쳐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쿠마 님이 사무라이들을 집어 날렸다.
 
쿠마："산 속의 사자처럼!!"
 
쿠마 님이 사무라이들의 어깨와 다리를 잡고 짓누른다.
 
사무라이１："으아악!"
사무라이２："내, 내 목이…!"
 
(무슨 기술이지…?!)
 
쿠마："린, 빨리!"
린："네!"
 
(사무라이들에게 잡히지 말아야 하는데…!)

사무라이３："거기, 멈춰라!"
사무라이４："빠져 나가지 못하게 해라!"
쿠마："너희들 상대는 여기 있다!"
 
쿠마 님이 뒤로 공중제비를 하면서 단도를 던졌다.
 
사무라이３："뭐냐…, 저건?!"
 
─?!
두 명…, 아니 세 명의 쿠마 님이 생겨났다.
 
사무라이４："부… 분신술?!"
닌자："저건 매우 빠르게 움직임으로써 잔상으로 모습이 여러 개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쿠마："으앗!"

닌자가 던진 단도가 쿠마 님의 가슴에…!
 
쿠마："이런… 배신자 놈들!"

고통을 참으며 쿠마 님이 단도를 빼 냈다.
(상황이 안 좋아…. 수가 너무 많아.)
 
사무라이５："죽어랏!"

사무라이가 쿠마 님을 향해 칼을 던졌다.
 
린："─쿠마 님!!"
 
나는 내 단도를 꺼내, 쿠마 님을 찌른 사무라이의 등에 꽂았다.

사무라이５："으윽…!"

손가락 끝에 둔한 감각이 전해진다.
사무라이가 천천히 그 자리에 쓰러졌다.
누군가를 찌른 건… 처음이다.
 
쿠마："바보 같으니라고…. 도망치라고 했잖아!"
린："하지만, 쿠마 님을 두고 혼자 갈 순 없었어요."
쿠마："후…. 정 그렇다면 둘이 싸우자."
사무라이６："어서 저것들을 죽여라!"
 
─챙
우리는 단도로 사무라이의 칼을 막아 냈다.
 
린："으읏…!"

(이렇게 많은 적들을 상대로…. 얼마 간은 버티더라도 오래는….)
사무라이들은 쉴 새 없이 공격해 들어왔다.
 
사무라이３："이 계집, 너무 애를 먹이는군!"

사무라이가 칼을 세워 든 순간─

사무라이３："으악…!"
(수리검…?!)

 

사이조："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린："사… 사이조 님!"
닌자："이 놈이…!"
 
푸른 옷의 닌자와 사이조 님의 눈이 마주쳤다.
 
사무라이４："누… 누구냐?!"
닌자："키… 키리가쿠레, 사이조…."
사이조："이 녀석들은 내가 맡겠다."
 
(사이조 님은 순식간에 10명으로 나뉘었다.)
 
사무라이５："또, 분신술…?!"
쿠마："이게…. 코우가 제일의 실력이야…."
 
순식간에 적들의 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무라이３："으악…!"
사무라이４："크아악!"
사무라이５："안 돼…! 이대로라면 우리 군사들이 모두…."
사무라이６："에잇, 빌어먹을…. 모두 퇴각한다!"
 
사무라이들은 산산히 흩어져 떠나갔다.

 

사이조："린. 다친 데는 없나?"
린："전 괜찮아요. 하지만 쿠마 님이 가슴에 부상을…."
 
(뭔가 천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 밖에 없어.)
나는 내 옷 소매를 찢었다.
 
린："상처에…. 붕대로 쓰세요."
쿠마："너… 그 옷, 비싼 거 아냐?"
린："그런 얘길 할 때가 아니잖아요. 쿠마 님의 목숨이 더…."
 
(쿠마 님으로부터 선홍색 피가 배어 나온다. 상처가 깊어 보인다.)
(그래…. 이건 진짜 전투야.)
 
린："죄송해요. 절 보호하시려다 이렇게…."
쿠마："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날 구해 놓구선…."
 
쿠마 님이 사이조 님을 바라보았다.
 
쿠마："훈련의 성과가 여기서 나타나고 있네요."
쿠마："린이가 날 살리려고 단검을 다 쓰고."
사이조："…그래. 강해지고 있구나."
 
사이조 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린："……."
사이조："왜 그러지?"
 
(역시 난 구제불능이야…. 사이조 님을 보니 긴장이 풀려 버린다.)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이조："그래, 그래…."

사이조 님이 자리에 앉아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린："사이조 님…."
사이조："…겁이 났나?"
 
(사무라이를 찌르는 순간…. 피가 보이고 손의 감각이 무뎌졌다.)
 
린："우…. 흑…."
사이조："그래. 울고 싶은 만큼 울도록 해."
린："너무…. 너무… 무서웠어요."
 
나도 모르게 사이조 님의 팔 속으로 파고 들었다.
 
사이조："괜찮아…."

사이조 님이 내 등을 토닥였다.
얼굴을 품에 묻자, 두려움이 잦아 들었다.

린："죄, 죄송해요….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사이조："멈추려고 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그가 손가락으로 내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 주었다. 

 

쿠마："부럽다…. 내가 한조 님하고 그렇게 다정히 있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이조："다정하지 않아!"
 
(내가 생각한 대로, 쿠마 님은 역시 한조 님을 좋아하시는구나.)
 
쿠마："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정히 안겨 보는 게 꿈이야."
사이조："쿠마! 작작 좀 해."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이조 님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가?)
 
사이조："…일어날 수 있겠어?"
린："……."
 
나는 조용히 사이조 님을 안았다.＊
 
사이조："그… 그만 둬."
린："제가 뭐 잘못했나요…?"
사이조："…그런 게 아니라…."
 
이대로 영원히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이조 님의 온기를 계속 느낄 수 있게….
 
쿠마："사이조 님, 혹시…."
사이조："…응?"
쿠마："린이를…. 사랑…."

─퍽!

린："아야! 왜 때려요?"
사이조："제발 앞 좀 보고 제대로 걸어라."
 
(칫…. 심술쟁이로 다시 되돌아오셨어.)
 
쿠마："남자는 좋아하는 여자를 괴롭히는 경향이 있지."
사이조："그만 해, 쿠마…. 난 그저 이 꼬마를 보호하는 것 뿐이야."
 
(꼬마…. 사이조 님께 나는 그저 어린 아이…?)

 

한조："공주, 괜찮아?"
린："네, 쿠마 님과 사이조 님이 구해 주셨어요."
한조："쿠마, 잘 했다. 사이조, 너도."
 
(정말 그 때, 쿠마 님이 안 계셨더라면 사이조 님이 오셨을 땐 이미….)
(나는 죽어 있었을지도….)

한조："서쪽에서 오는 노부카츠의 군사들도 사스케가 물리쳤다."
사이조："모두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노부카츠가 동서로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린："사스케 님, 괜찮으세요? 혹시 다치지는…."
사스케："봐! 나도 너처럼 멀쩡하다고."
한조："하지만, 우리 쪽에도 부상 당한 닌자들이 없지는 않다."
린："사망자들도…. 있나요…?"
한조："아니…. 다행히도 목숨을 잃은 자는 없어."
린："네…. 다행이네요…."
 
(하지만, 전투 상황에서는 언제든 죽을 위기가 닥친다.)
(살기 위해서는 나를 죽이려는 자를 죽이지 않으면….)

 

린："…이게 전투의 시작인가요?"
고에몬："그래. 그 녀석들은 선봉대에 불과하니까. 이후 노부카츠의 주 부대가 몰려 오겠지."
코타로："이번 실패로 노심초사하고 있을 겁니다. 전력을 다해 이가로 공격해 오려 하겠지요."
 
(이가로 공격해 온다….)
 
한조："걱정하지 않아도 돼. 공주의 안전은 우리가 책임질 테니까…."

 

밤이 왔다.
 
린："……."
사이조："잠이 안 오나?"
 
이불에 누워, 사이조 님이 속삭였다.
 
사이조："네가 조용하면 불안해."
린："…생각하고 있었어요. 잠이 잘 안 오네요…."
 
사이조："걱정 마라. 노부카츠는 산 속 지형에서 싸우는 데 익숙하지 않아."
사이조："그들은 하치스카를 가지고 있지만, 이가와 코우가의 연합은 더욱 단단해."
사이조："우리 닌자들 역시 훈련이 아주 잘 되어 있고."
린："……."
사이조："게다가 한조 님도 말했듯이…."
사이조："우리가 널 보호할 거다."
린："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사이조："……."

 

린："닌자들에게도 부인과 아이들이 있겠죠?"
린："그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족들이 힘들어질 거예요."
사이조："…부모님 얼굴, 본 적 없지?"
린："……."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있는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왜 나만 부모님이 안 계신 걸까… 하고.)
 
린："…그래도, 할아버지가 계셨고, 사제들과도 함께 있었으니까…."
사이조："그렇지만, 외로웠겠지?"
린："……."
 
아무 생각 없이, 사이조 님의 말에 눈물이 났다.

린："외로웠어요….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린："할아버지가 잘 돌봐 주셨으니 외롭다고 말하면 안 되겠지만…."
 
사이조 님이 내 머리를 어루만지셨다.
 
사이조："나에게는 뭐든 말해도 좋아."
 
(사이조 님이 너무 다정해서…. 무너져 버릴 것 같다.)
(사이조 님 곁을 절대로 떠나고 싶지 않아요….)
 
사이조："…어떻게 그렇게 자란 거지?"
린："그렇게…?"
사이조："항상 밝고 긍정적이잖아. 언제나 행복해 보이게."
린："어렸을 때부터 결심했거든요. 행복해야 한다고…."
사이조："……."
린："부모님이 안 계신 만큼,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행복해야 해요."
린："분명 그걸 바라고 계실 거예요."

 

사이조 님은 나를 꼭 끌어안았다.
평소와 달리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린："무슨…?"
사이조："…나도 모르겠어."

사이조 님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이조："이대로 잠깐만 있어 줘…."
린："네…."
 
(사이조 님의 온기를 느끼며 생각했다.)
(내가 그로부터 보호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를 보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다른 사람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