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키리가쿠레 사이조 공략：7장

이른 아침.

(사이조 님은 여전히 주무시고 계신다.)
(사이조 님을 지키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라도 강해지지 않으면….)

 

사이조："…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는 거냐?"
린："앗…. 일어나셨어요?"
사이조："밖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
 
(닌자들의 청력은 역시 대단해….)

사이조 님은 소리 나지 않게 창문을 열어, 밖의 소리를 엿들었다.
 
사이조："…한조 님과 원로 님이군."

 

이가 촌장："곧 이가에 오다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이가 촌장："아무튼, 한조. 전투 전에 결혼할 생각은 있는 것이냐?"
한조："아버지, 지금 같은 때에 그런 이야기는…."
이가 촌장："이런 때일 수록 우리의 대를 이을 생각을 해야지. 누구 마음에 두고 있는 이는 없는 것이냐?"
한조："……."
이가 촌장："무얼 부끄러워 하느냐? 상대가 있는 것 같은데…."
한조："…아무도 없습니다!"
이가 촌장："그 사람이 린 공주냐?"
한조："아닙니다!"
이가 촌장："아니라면서 왜 그렇게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지는 것이냐?"
한조："아버지…! 잘 모르시면서 넘겨 짚지 말아 주세요."

 

사이조："한조 님은 마음을 잘 숨기지 못하는군."
사이조："아무래도 네게 마음이 있으신 것 같다."
린："……."
사이조："기쁘지 않아? 핫토리 가(家)는 이가의 명문이야."
린："기쁘다니, 사이조 님은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사이조："…무슨 소리야?"
린："저… 저랑 한조 님이…."
사이조："…너는 어떤데?"
린："저는 사람을 가문으로 판단하지 않아요."
사이조："…역시 넌 어린 아이로구나."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사이조 님은 내가 한조 님과 결혼하게 되어도 정말 괜찮으신 걸까…?)

 

린："…사이조 님은요? 결혼하실 때가 되셨잖아요."
사이조："그래…. 요즘 들어서 줄곧 그런 생각이 든다."
린："그럼 결혼하실 마음이 생긴 건가요?"
사이조："아마도. 주위에서 정해 준 사람과 혼인하겠지."
 
(주위에서 정해 준 사람….)
 
린："정말 그래도 괜찮으세요?"
사이조："난 신경 안 써."
 
(신경 쓰지 않는다니….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건가?)
 
사이조："잘 모르겠다. 행복 같은 건 관심 없어."
 
(이게 사이조 님의 진심일까…?)

그 순간, 사이조 님이 일어섰다.
 
린："어디 가시려고요?"
사이조："목욕하러."
린："목욕이요?"
 
(그러고 보니 사이조 님이 닌자들은 깨끗한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지.)
 
사이조："같이 가고 싶어?"
린："아… 아뇨!"
사이조："그래? 난 네가 내 등을 밀어 줄 줄 알았는데."
린："……."
사이조："농담이다. 심각해지기는…."
사이조："오늘은 전투에 대한 회의가 하루 종일 있어. 훈련은 혼자 해라."
린："네…."
 
사이조 님은 문을 닫고 나가셨다.
 
린："휴…."
 
어젯밤은 사이조 님과 아주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사이조："…나도 잘 모르겠어. …이대로 잠깐만 있어 줘….")
(아직도 그 때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어제 일은 단순한 변덕이었을까…?)
 
사이조："부모님 얼굴을 뵌 적이 없지? …외로웠겠지?"
 
(누군가와 진심으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는데.)
 
린："결혼이라…."
 
(만약 사이조 님이 결혼한다면, 신부가 등을 밀어 주려나….)
(아…. 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네.)
(들에 나가 훈련이라도 해야겠다.)

 

(밖에 나가려는데 목욕탕 쪽에서 소리가 났다.)
 
사이조："상처는 왜 그래?"
사스케："어제 하치스카 닌자에게 한 번 붙잡혔었거든."
사스케："하지만, 100배로 갚아 주었지."
 
(사이조 님과 사스케 님이 같이 목욕을…?)
 
나는 창문 근처로 다가갔다.

 

린："너무 가까워서 들키려나…?"
 
(하지만 김이 서려서 두 사람은 날 볼 수 없겠지.)
 
사스케："아, 나도 곧 결혼해야 할 텐데─!"
 
(하아, 여기서도 결혼 이야기야?)

 

사스케："하지만 우린 전쟁터에서 죽을 수도 있는 몸이니."
사이조："네가 결혼한다고 하면 코우가의 아가씨들이 줄을 설 거다." 
사스케："싫어, 코우가의 여자들이랑은!"
사이조："…린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거냐?"
사스케："사이조, 내가 린이를 좋아해도 괜찮지?"
사이조："그걸 왜 나한테 물어…. 마음대로 해라."
 
(사이조 님은 내가 누구랑 맺어져도 상관 없구나….)
 
사스케："하지만, 린이는 널 좋아하는 것 같아."
사이조："그렇다 해도…. 난 공주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어."
린："……."
 
나는 목욕탕 창문을 닫았다.

 

(사이조："그렇다 해도…. 난 공주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어.")
 
(왜 사이조 님은 그렇게 생각하시는 걸까?)
(너무 신경 쓰여…. 아무래도 나, 사이조 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

린："남자를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너무 어려워."
 
그 순간.

 

고에몬："그렇다면 나랑 결혼하자."
린："고…에몬 님?!"
 
(깜짝이야! 정말 닌자들은 소리도 없이 잘 다니는구나.)
 
린："혼잣말이었는데…. 들으셨어요?"
고에몬："입 모양을 읽었지. 너도 훈련했지?"
린："네…. 하지만…."
고에몬："공주님이 왜 이렇게 외로워 보일까? 혼잣말이나 하고…. 내가 위로해 줄까?"
고에몬 님이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린："아뇨…. 괜찮습니다!"
고에몬："흠, 날 거부하다니…. 넌 역시 특이해."

(역시 고에몬 님은 늘 자신만만하시다니까.)

린："…저기, 여자를 잘 다루시는 것으로 유명하시죠?"
고에몬："여자를 잘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여자를 잘 아는 거야."
린："음…. 아무튼…. 뭐 하나 여쭤 봐도 될까요?"
고에몬："물론, 대답 못 할 것도 없지."
린："저기…. 어떤 타입의 아가씨를 좋아하세요?"
고에몬："이런 타입의 아가씨!"
 
(고에몬 님이 얼굴을 내게로 가까이 가져왔다.)
 
린："장난 그만 하시고 진지하게 말씀해 주세요!"
고에몬："흠, 보자…. 똑똑하고 성격 좋고 요염한 아가씨?"
린："요염…."
고에몬："넌 그 부분에서 좀 부족해 보이지만…."
 
(역시…. 내 생각에도 그런데….)
 
고에몬："게다가 잠자리 기술도 중요해. 내가 가르쳐 줄까?"
린："아뇨, 사양할게요!"
고에몬："헤에, 넌 정말 이상하구나."
 
고에몬 님이 의기양양한 태도로 가 버리셨다.
 
린："어휴…."
 
나는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요염에 잠자리 기술까지…. 역시 나하고는 거리가….)
 
린："다른 사람들이 어린애 취급해도 할 말이 없어."

 

고양이："야옹."
린："아…. 야옹아?"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발 밑에 다가섰다.
 
린："살 많이 쪘네. 잘 먹고 있구나!"
고양이："야아옹."
 
고양이가 혀로 내 뺨을 핥았다.
 
린："고마워. 위로해 주는 거니?"
고양이："야옹."
린："하하, 간지러워…."
사이조："…너, 고양이랑도 대화할 수 있어?"

 

린："깜짝이야…! 사이조 님, 언제…?"
사이조："너도 이제 슬슬 소리내지 않고 다니는 연습을 할 때가 됐어."
린："전 이미 매일 연습 중인걸요."
사이조："하지만 정작 걸음걸이는 노인네잖아."
 
(이제는 어린애가 아니라 노인이라고….)
 
고양이："야옹─!"
사이조："뭐야, 나한테 화난 거냐? 한조 님 같은 녀석."
린："한조 님이라니…."
사이조："좋겠군. 동물들 뿐만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인기가 좋으니."
린："……."

(사이조 님의 무심한 말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이게 흔히 말하는 사랑인가…?)
 
사이조："…왜, 토라졌어?"
린："아뇨…! 약초 공부나 하러 갈 거예요."
사이조："…그래. 너무 멀리 돌아다니지는 마라."
린："네…."
 
나는 사이조 님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전투가 이제 코 앞인데, 사소한 것에나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더 닌자다워지기 위해서는 열심히 훈련해야 해….)
 
나가면서 흘끔 정원 쪽을 돌아 보았다.
사이조 님이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무슨 말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
 
린："나도 독순술을 써 볼까?"
 
나는 사이조 님의 입술을 읽어 보았다.
 
사이조："걱정 마라…. 우리가 너의 소중한 공주님을 지킬 테니…."
사이조："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그게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그게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여자 아이："언니! 약초 캐는 거야?"
 
꼬마 여자 아이가 나를 불렀다.
 
린："으응, 약초를 모으면서 이름을 외우고 있어."
여자 아이："우와! 언니, 닌자야?"
린："응…. 아직 수련 중이지만."
여자 아이："그렇구나. 잘 해! 이 꽃은 선물이야."
린："어머, 예쁜 수선화네!"
 
나는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여자 아이："저기에 수선화가 가득 피어 있어."
린："응, 그렇네…."
 
나는 아이와 함께 이가 마을을 바라보았다.
 
린："이가 마을은 아름다운 녹빛으로 둘러싸여 있구나. 예뻐."
 
(내가 자란 마을처럼….)
(내가 외로울 때, 절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 풍경이 날 위로해 주곤 했었다.)
 
여자 아이："…언니, 그거 알아? 어제 부모님이 그러셨는데 나쁜 놈들이 곧 공격해 올 거래."
린："……."
여자 아이："그러면…. 우리, 죽어?"
 
(엔랴쿠 절이 불탔을 때, 여자들과 아이들도 몰살되었다고 들었다….)
(노부나가는 닌자를 싹쓸이할 계획이야…. 아이들까지.)
 
여자 아이："…언니?"
린："걱정하지 마."＊
 
이렇게 어린 아이마저 불안한 정세를 느끼고 있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내 부모님도 전쟁통에 돌아가셨어. 나도 운이 없으면 죽을지도 몰라.)
(부모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날 보호하려고 싸우셨어. 그러니까 나도….)
 
린："우리 모두 힘을 모아서 이가 마을을 지킬 거야!"
여자 아이："…네에…!"
 
(이 아이가 죽을 이유는 없어. 내가 그들을 지켜야만 해.)

나는 내 손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약하고 닌자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데….)

코타로："린 공주…. 뭐 하고 있죠?"
린："코타로 님, 부탁이 있어요. 화승총 쏘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5일 후.
 
코타로："그래요… 총대를 어깨에 고정시키고."
 
─탕!
 
한조："공주, 훌륭한데."
린："한조 님…."

한조："모두 백발 백중이네."
린："코타로 님이 훌륭한 선생님이셔서…."
코타로："아닙니다. 공주께서 원래 소질이 있으십니다."
 
(소질이라…. 절에서 살았을 때만 해도,
 이런 걸 만지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린："…혼란스러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그저 절에 얹혀 사는 아이였을 뿐인데…."
한조："하지만, 이제는 닌자의 미래를 결정할 공주지."
 
린："네…. 잘 알고 있어요."

나는 한조 님을 바라보았다.

린："한조 님, 여기는 아름다운 자연, 음식, 행복으로 둘러싸인 곳이에요."
한조："알아봐 줘서 고마워."
사스케："코우가도 이랬었는데. 아름다운 곳이었지."
린："사스케 님…."
고에몬："훗, 지기 싫어하기는."
사이조："고에몬. 네가 그렇게 말할 입장은 아니지 않나?"
 
나는 천천히 모두의 얼굴을 둘러 보았다.

 

린："모두가 노부나가로부터 자신들의 마을을 지키려 하는군요."
고에몬："그럼, 물론이지. 그게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잖아."
사이조："그리고 우리가 싸울 이유로서 선택된 사람, 그게 바로 너다."
 
(이가 촌장："닌자의 운명이 공주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해.)

사스케："린이한테 손 대는 놈들은 다 날려버릴 거야."
린："고마워요, 사스케 님."
코타로："내 목숨은 공주에게 바치겠소."
린："코타로 님…."
코타로："얼마든지 죽을 준비가 되어 있소. 닌자는 다른 이를 위해 죽는 것이 사명."
린："아니에요. 부디 꼭 살아남아 주세요."

나는 코타로 님을 바라보았다.
 
린："꼭 살아 남아서 닌자의 혈통을 이어 주세요."
코타로："공주…."
린："노부카츠를 이어, 노부나가가 공격해 오겠죠. 누군가를 잃을 여유가 없어요."

(진짜 적은 노부나가…. 그가 사라지지 않는 한, 미래는 없어.)

린："…저도, 전투에 나가겠어요."
한조："뭐라고? 공주까지 목숨을 걸 이유는 없어!"
린："필요하다면…. 저를 넘기세요."
사이조："…린, 너…."
 
5명이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린："노부나가는 닌자들이 통합하는 것을 싫어해요."
린："전 닌자 혈통의 원류가 되는 공주…. 노부나가는 제가 죽는 걸 바랄 거예요. 그러니까…."
 
그 때였다.
 
닌자："한조 님…! 정찰 갔던 닌자가 소식을 갖고 왔습니다."
닌자："노부카츠의 군사들이 이 쪽을 향하고 있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