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키리가쿠레 사이조 공략：4장

한조："고에몬, 닌자들을 이끌고 거리로 나가서 노부카츠의 움직임을 살피도록 해라."
한조："정보 수집은 네게 맡기겠다."
고에몬："예, 맡겨 주십시오."
한조："사스케, 변장하고 이가로 가서 밀정을 찾아 내라."
한조："너라면 험난한 협곡에서도 능숙하게 움직힐 수 있을 것이다."
사스케："예! 알겠습니다."
한조："코타로, 닌자들을 모아 전투 준비를 시켜라."
한조："후우마는 최고의 총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 이가의 닌자들에게도 잘 전수시키도록!"
코타로："알겠습니다."
 
(대단하다…. 한조 님이 내리는 명령을 모두가 따르고 있어.)
(한조 님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구나.)

한조："사이조, 너는 공주를 잘 보살피면서 공주의 훈련도 돕도록 해라."
사이조："네."
 
(사이조 님이 내 개인 교사구나….)
 
사이조："각오는 됐겠지? 내 훈련은 매우 고될 거다."
 
(휴우…. 이미 알고 있거든요.
 여기서 어떻게 더 힘들 수 있다는 건지.)
 
한조："한 가지 더…."
한조："너희 모두, 공주에게 좀 더 공손하게 대할 것."
 
한조 님의 힘이 들어간 명령에 모두들 조용해졌다.

린："…저는 괜찮아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한조："그럴 수는 없어. 공주는 우리 스승들의 유일한 후손이니까."
린："……."
한조："우리들은 공주의 이름을 걸고 싸우고 있다."
 
(내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겠구나. 내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어….)

 

린："……."
사스케："린, 무슨 일이야?"
린："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책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담스럽다고 말할 수 없어….)
 
사스케："사이조가 너한테 심술궂게 굴어서 화 났니?"
린："사스케 님 생각에는 어떠세요?"＊
사스케："응? 무슨 소리야?"
린："사이조 님이 절 괴롭히시는 걸로 보이시나요?"
사스케："하지만, 괴롭히는 건 널 좋아해서가 아닐까?"
린："절 좋아한다구요…?"
사스케："평생 여자들과는 한 마디도 말을 섞지 않는 녀석이었는데 말이야."
린："그런 걸까요?"

 

사스케："그의 말과 행동이 매우 거친 건 사실이야. 하지만, 속은 정말 좋은 녀석이야."
린："그건 그래요. 이가로 오는 길에 알 수 있었어요."

그 때였다.
 
사이조："어이, 거기 바보 둘!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야?!"
린："…사스케 님, 사이조 님이 정말 좋은 사람 맞나요?"
사스케："음…. 아마도?"
 
사이조："사스케, 넌 정찰을 서둘러라."
사스케："알아! 한조 님께 실력을 보여 드리겠어!"
사이조："그리고 우리는 지금부터 훈련 시작이다."
린："네, 선생님…!"
 
(사이조 님의 훈련은 얼마나 강도가 높은 걸까….)

린："윽!"
 
갑자기 사이조 님이 내 오비를 잡아 당겼다.
 
린："뭐 하시는 거예요…?"
사이조："뭐라니? 네 오비가 너무 느슨하게 묶여 있어 도와주는 거다."
린："전 어린애가 아니에요.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사이조："흥, 내가 널 돌보지 않으면 누가 너 같은 바보 꼬마를 봐 주겠나?"
 
(바보라니, 말 한 번…. 그래도 사이조 님은 오빠 같아.)
 
사이조："가슴은 별로 없는 주제에, 엉덩이는 크군."
 
(뭐… 뭐라고…?!)
 
사스케："좀 전에 한조 님께 잔소리까지 들어 놓고…."
사스케："린에게 좀 더 잘 대해 주라고."
사이조："알았어. 어쨌든 여기엔 한조 님이 없잖아."
 
(…사이조 님은 분명 악의 화신이다.)

 

사이조："그럼 줄타기부터 시작하자."

사이조 님이 두 개의 나무 사이에 줄을 연결했다.
 
사이조："닌자는 집중해서 균형 잡는 일에 능숙해야 한다."
사이조 님이 줄 위로 뛰어 올랐다.
사이조："연습을 하면 줄 위에서 빨리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와, 공중제비를 저렇게 자연스럽게….)
 
사이조："일단, 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부터."
린："……."
사이조："대답 안 해?"
린："…네, 사이조 님!"
 
대답은 했지만, 이렇게 가는 줄에 서 있는 것도 힘든데….
 
사이조："음…. 일단 시도해 봐라."
 
나는 조심스럽게 줄 위에 올라 섰다.
 
사이조："그래, 그렇게 똑바로…."
린："…꺄악!"

내가 떨어지자, 사이조 님이 받아 주었다.

린："죄…송합니다."
사이조："다음엔 잡아 주지 않을 것이다. 자, 다시!"
 
다시 한 번, 줄 위에 발을 올려 놓았다.
 
린："꺄악!"
 
─털썩
 
린："아야…."
(진짜로 안 받아 주시네….)

그렇게 줄타기 특별 훈련은 시작되었다….

 

사이조："다리 밑을 보지 말고 멀리 있는 적을 보면서…."
린："꺄악!"
 
─휘청
 
(으…. 100번 쯤은 떨어진 것 같아.)
(몸이 너무 아프다. 닌자는 못 되겠어.)
 
린："……."
사이조："비록 힘들어도 꼭 해내야 해. 너는 닌자 통합의 상징이니까."
린："제가 쿠스노키의 대를 이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이조："너의 조상님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의 닌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너무 심각한 말씀을 하시네요. 전 그냥 평범한 여자 아이로 자랐을 뿐인데….)
(…하지만, 사이조 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어.)
 
─휘청
 
린："아야…."
사이조："줄을 건널 수 있을 때까지 훈련할 거다. 오늘 점심은 거르고."
린："에…. 안 돼…!"
 
사이조 님이 등을 돌려 가 버리셨다.
(나빠…. 정말로 혼자서만 식사하러 가다니.)
 
린："…그래도 난 열심히 훈련해야 해."
 
내가 줄을 건너게 되면, 사이조 님이 칭찬해 주시겠지…?
 
린："멀리 있는 적을 응시하며…. 꺅…!"
 
(발을 헛디뎌 떨어지고 말았다.)
 
린："아야…. 너무 아파…!"
 
(돌에 긁힌 것 같다.)
(이젠 정말 싫다. 울고 싶어….)
 
그 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사이조："린."

사이조 님….

사이조："무릎이 아파 울고 있는 거냐?"
 
화낸다.＊
 
린："…그런 게 아니에요. 무릎 같은 것 때문에 우는 게 아니라구요."
사이조："그럼 무엇에 화가 난 거냐?"
린："화 나지 않았어요…!"
사이조："화 난 것 같은데."
 
사이조 님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셨다.

사이조："자…. 진정해라."
린："……!"

사이조 님이 입으로 내 무릎에 막힌 자갈을 뽑아 냈다.
사이조 님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졌다.

(어쩌면 좋지. 너무 두근거려.)
 
사이조："훈련을 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군. 안으로 들어가자."

 

사이조："약 바르고, 상처 좀 내게 보여 봐라."
린："…괜찮아요.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사이조："그래….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사이조 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방에서 나가셨다.
 
린："휴우…."
 
한숨과 함께 상처에 약을 발랐다.
 
린："아프기 시작하네…."

(어렸을 때, 내가 넘어지면 할아버지께서 약을 발라 주셨었지….)
 
린："할아버지는 잘 계신지…."

(제자 오빠랑 마을 사람들이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 텐데….)
 
린："흑…."
 
(사실 그리워하는 쪽은 나다.)
(어려서 집을 떠나고 먼 타지까지 와서….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사이조："울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린："그런 게 아니에요. 약을 바르니 따끔거려서…. 아얏!"
 
사이조 님이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린："뭐… 뭐 하시는 거예요?"
사이조："이상한 여자애…."
 
사이조 님은 나를 끌어안았다.
 
사이조："이렇게 고집 센 아이는 본 적이 없어."
 
사이조 님은 내 머리를 토닥이면서 속삭였다.
(따뜻하다. 진정이 되는 것 같아.)

사이조："훈련, 열심히 했구나."
린："……."
 
사이조 님의 친절한 말을 들으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린："흑…. 사이조 님과 다른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있는데…."
린："이렇게 약한 건 싫어요. 이건 옳지 않아…."
사이조："약한 모습 보여도 된다."
린："네…?"
사이조："사스케도 어릴 때는 훈련할 때마다 울더군."
린："사스케 님이…?"
 
사이조 님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셨다.
 
사이조："마셔라. 상처를 빨리 낫게 해 줄 거다."
 
(약…?)
 
사이조："입에 넣고 씹어 삼켜."
린："…욱! 너무 써요!"
사이조："그래. 나도 처음 먹을 때 너무 써서 토하고 싶었지."
린："알고 계셨으면 미리 말씀해 주시지…."
 
사이조 님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사이조："그래 그래. 훨씬 낫지?"
린："……."
 
(사이조 님이 웃으시니 훨씬 친절해 보여….)

사이조："뭐 이상한 거 있어?"
린："…아니에요."
 
그 때였다.
 
하녀："식사가 준비 됐습니다."
린："점심은 드셨어요?"
사이조："아직. 그 약초를 구하러 다녔거든."

(그랬구나….)

린："약초 덕분에 훨씬 나아졌어요. 점심 먹고, 또 훈련할게요."

(사이조 님은 정말 오빠 같아.)
(사이조 님이 내 개인 선생님이어서 너무 좋다….)

 

닷새 후─
(우리는 지난 5일 동안 '소리 없이 이동하는 술법'과 '은신술'에 대한 훈련을 했다.)
 
린："아야…. 사이조 님의 훈련은 정말 강도가 세다니까…."
 
그렇게 푸념을 하고 있을 때….
 
─푸드덕

린："하야테마루!"

하야테마루가 내 어깨 위에 앉았다.
 
린："뭘 물고 있니? …나무 열매구나. 나 주는 거니? 고마워."
 
나는 하야테마루의 부리를 쓰다듬었다.
 
린："착해라."
 
그 때였다.

 

한조："우리 공주님은 동물 다루는 재주도 타고났군."
린："한조 님!"
한조："전에도 말했지만, 하야테마루는 나 이외의 사람은 따르지 않아."
린："새 조련사라도 될걸 그랬나 봐요. 후후…."
한조："그런데 무슨 걱정이라도 있니? 아까 보니 한숨을 다 내쉬고…."
린："새 조련사, 어부, 양치기….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린："닌자만은 도저히…."
한조："……."
 
한조 님이 내 두 어깨를 잡았다. 

한조："공주가 그저 평범한 소녀였다면, 그 힘든 훈련에 도망이라도 쳤겠지."
린："한조 님…."
한조："처음 만났을 때 공주가 했던 말 기억해?"
한조："'많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죽어 가고 있습니다. 제 힘으로 그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기쁠 거예요.' 라고…."
린："……."
한조："바로 그 순간, 닌자들의 공주가 될 자격이 되었던 거야."
한조："나는 공주가 우리 닌자들 통합의 상징이 되기에 완벽하다고 확신한다."
 
(통합의 상징…. 모든 닌자들이 내 이름을 걸고 싸우고 있어.)

 

한조："사이조가 공주의 훈련 상대를 구해 달라더군."
린："훈련 상대요?"
한조："모의 훈련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됐으니. 쿠마가 도울 것이다."
린："쿠마(곰)?"
한조："쿠마는 이가의 닌자다. 훈련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순간, 갑자기 땅 속에서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펑!

(땅 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다니….)

 

쿠마："쿠마 대령했습니다."

(이… 이 분이 쿠마?! 생각보다 훨씬 큰 분이네.)
 
한조："이 쪽은 쿠마. 이가에서 가장 강력한 쿠노이치(くノ一; 여성 닌자)다."
린："가장 강력한…?"
 
(칭찬을 들은 쿠마 님의 뺨이 붉게 변했다.)
(혹시 한조 님을 좋아하고 있는 걸까?)
 
한조："네가 공주의 훈련 상대가 되어 주거라."
쿠마："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린："…쿠마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쿠마："아니야. 이 쪽이야말로 공주를 만나 영광이지."
 
쿠마 님이 내 손을 세게 잡았다….
(아야…! 손이 부서질 것 같아!)

 

쿠마 님은 내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쿠마："난 약해 빠진 여자는 딱 질색이야."

(…윽….)
 
한조："쿠마, 못 본 지 좀 됐군. 아버지께도 인사 드리러 가야지?"
쿠마："예!"

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이조："완벽한 전쟁 선포로군."
린："사이조 님!"
 
사스케："그나저나, 정말 크다."
사이조："쿠마에게 네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게, 열심히 하도록."
린："저희 이야기하는 것…, 다 들으셨어요?"
사이조："입 모양을 보고 알았지."
 
(사이조 님은 독순술까지 하실 수 있구나.)
 
사이조："너와 쿠마는 씨름을 할 거다."
린："씨…씨름?!"
사이조："농담이다, 바보. 칼 싸움이야."

린："휴…. 전 제가 샅바만 메고 아무 것도 안 입는 줄…"
사이조："넌 정말 잘 속는군."
린："아야."
 
사이조 님이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튕겼다.
 
사스케："사이조! 지금 웃은 거야?"
사이조："…내가 웃는 게 그렇게 이상해?"
사스케："헤헤─! 린이는 역시 대단한 여자야."
린："대단…?"
사스케："사이조를 웃게 한 최초의 여자니까."
 
사스케 님이 내 손등에 입맞춤을 했다.
 
사스케："역시 내가 반한 여자!"
사이조："…사스케, 그건 뭐냐?"
사스케："남쪽 사람들이 하는 인사법."
사이조："흥, 바보 같기는…."
사스케："왜, 질투 하냐?"
사이조："…뭐?"
 
(질투…?)
 
사스케："사이조, 이 아이를 좋아하고 있잖아. 하루 종일 같이 다니고…."
사이조："…내가 좋아해서가 아니라 임무 때문에 같이 있는 거라고!"
 
(그런 말을 들으니 가슴이 아프다.)
 
사이조："후…. 시간 낭비 그만 하고 훈련이나 하러 가자."
린："…네."
 
(그래, 맞아. 사이조 님의 임무는 내 옆에 있는 것.)
(오빠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그 점을 착각하면 안 되는 거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