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키리가쿠레 사이조 공략：5장

다음 날….
 
사이조："자, 모의 대결을 시작하자."
쿠마："네!"
 
(쿠마 님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사이조："대련할 때는 이 목검들을 사용한다. 여자들은 좀 더 작은 것을 사용하고…."
쿠마："네!"
사이조："린, 훈련할 때 배운 것들을 기억하고 있지?"
린："네. 휘두른 후에 돌아서 벤다, 미끄러지듯이…."
사이조："그 기술을 이용해서 쿠마에게 1점 따내라."
린："…에?"

(1점을 얻어 내라니, 그건 불가능….)
 
사이조："그럼 시작한다!"
쿠마："흐으으으읍…!"

(쿠…쿠마 님의 기세가…!)

 

쿠마："이얍!"

(쿠마 님이 공중 높이 뛰어 올랐다.)
 
쿠마："아뵤!"
린："얏…!"
 
─챙
순식간에 서로의 목검이 부딪혔다.
 
쿠마："죽어랏!"
사이조："거기까지."
 
사이조 님이 우리 둘 사이에 섰다.
쿠마 님의 단검이 칼집으로 들어갔다.
 
사이조："쿠마, 정말 날렵하구나."

(맞아, 이대로라면 단 1점도 딸 가능성이 없겠어.)

린："……."
사이조："그만 둘 건가?"
린："음, 내일은…."＊
사이조："…흠, 그만 됐다."
쿠마："흥! 내일이든 언제든, 공주는 날 절대로 이길 수 없을걸?"
쿠마："공주가 절대로 강해질 수 없는 것처럼!"
사이조："……."
 
맞아…. 만약 여기서 포기한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이 상태로….
나는 목검을 다시 잡아 들었다.
 
린："제발, 단 1점이라도…!"

 

린："하아, 하아…."
사이조："벌써 10번째 도전이다."
쿠마："……."
 
(그렇게 여러 번을 대결했는데도, 쿠마 님의 숨소리는 여전히 고르기만 하다.)
 
린："하아, 하아…."
사이조："이제 쉬어야 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잖아."
린："제발, 1점만…."
쿠마："무슨 소릴 하는 거야? 벌써 기력도 다했으면서."
린："제발!"
 
사이조 님이 쿠마 님을 보았다.
 
사이조："…봐, 상대가 안 되는 게 뻔했잖아."
사이조："쿠마는 노련한 닌자야. 둘의 실력 차가 너무 크다고."
린："하지만, 실제 적도 노련한 닌자처럼 실력이 좋잖아요?"
린："게다가 그 적은 더 크고 더 강할 수도 있어요."
 
(그 때가 되면, 조금이라도 싸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으니까….)

 

쿠마："공주! 일어나!"
 
쿠마 님이 내 팔을 잡았다.
 
쿠마："아무 것도 하지 않는 공주라고 생각했었는데, 제법 자신의 입장을 헤아릴 줄도 아는군."
린："쿠마 님…."
쿠마："게다가, 실력이 아주 형편 없는 것도 아니고."
린："저, 정말이에요?"
쿠마："그래! 언젠가는 1점을 딸 수도 있겠지."
린："야호!"
 
나는 쿠마 님을 향해 뛰어 들었다.

쿠마："으앗, 그렇게 매달리지 마…!"

린："하지만, 이가 최고의 쿠노이치에게 방금 칭찬을 들었는걸요!"
쿠마："사이조 님…. 이 아가씨는 도대체…."
 
사이조："나도 알고 싶을 정도다. 몸 속에 야생의 피라도 흐르는 것인지…."
린："야생의 피…."
사이조："농담이다."
 
사이조 님이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이조："너에게는 쿠스노키의 피가 흐르고 있어."

 

린："하암…. 피곤해라."
 
나는 다다미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아침부터 쭉 수련만 했으니, 정말 피곤하다….)
 
그 순간, 문이 활짝 열렸다.
 
사이조："이 게으름뱅이."
린："사이조 님!"
린："…죄송해요. 목욕하고 땀을 씻어 냈더니 기운이 빠져서…."
사이조："조금이라도 쉬어 둬. 오후에는 산에서 수련할 거다."
린："네…!"
 
사이조 님이 내 옆에 누우셨다.
 
(결국은 이렇게 사이조 님과 한 방에서 지내는 일에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정말 인정사정 없는 고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린："있죠, 욕조에서 쿠마 님의 등을 밀어 드렸거든요."
사이조："그래?"
린："쿠마 님의 가슴은…. 정말 크고 탄력이…."
사이조："넌 정말 이상해…."
린："…이상하다구요?"
 
(사이조 님은 항상 내가 이상하다고 하시네….)
 
사이조："어떻게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지…."
린："네? 뭐가요?"
사이조："됐어. 그만 자자."

사이조 님은 등을 돌려 누웠다.

린："죄송해요…. 제가 너무 떠들었나요?"
사이조："…아니."
린："사이조 님, 낮잠 주무실 거죠? 여기 베개…."
사이조："……."

사이조 님이 몸을 조금 틀어 내 무릎을 벴다.

 

사이조："…정말 이상한 아이…."

사이조 님이 혼자 중얼거렸다.
 
린："저기, 제 어떤 부분이 이상한 건가요?"
사이조："…같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여자는 네가 처음이다."

(지루하지 않다고….)
 
린："그건, 칭찬인가요…?"
사이조："…몰라." 

(사이조 님은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하지만, 사이조 님과 확실히 이전보다는 훨씬 가까워진 것 같다.)
(사이조 님의 머리가 헝클어져 있다. 머리카락을 만져 드리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쏴아아
(와, 어마어마하게 큰 폭포다…!)
 
사이조："자, 이제 폭포 수행을 해 보자."
린："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사이조："이 물줄기를 따라 수영해 가서 폭포를 거슬러 오를 것이다."
린："…뭐라고요?"
 
(폭포 소리 때문에 사이조 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사이조："…어서 들어가서 수영해!"
린："…꺅!"
 
사이조 님이 내 허리를 둘러 안았다.
 
린："자… 잠깐만요. 준비 운동이라도…."
사이조："그럴 필요 없다!"
 
─풍덩!

(나빠…, 무자비하게 던져 넣다니….)
 
사이조："우선 내가 시범을 보이겠다."
 
─풍덩!
사이조 님이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사이조："잘 봐. 적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깊이 잠수해야 해."
린："잘 안 들려요. 폭포 소리가 너무 커서요."
 
……?
문득 하늘을 보니 하야테마루가 폭포 위에서 맴돌고 있었다. 마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경고하려는 듯이….
 
사이조："이 봐, 한 눈 팔지 마!"
린："위험해!"
 
─풍덩!
나는 사이조 님을 밀어 쓰러뜨렸다.
그와 동시에 큰 바위 하나가 내 옆으로 떨어졌다. 

사이조："…산사태인가."
린："무…서웠어요…."
사이조："린, 괜찮아?"
린："네, 손가락을 조금 긁혔을 뿐이에요."
사이조："……."
 
사이조 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사이조："바보 같이…. 괜히 나를 구하려다가 다치지 마라."
린："하지만…, 다치시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요."＊
사이조："……."
린："그렇게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

 

사이조 님이 내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사이조："내가 널 지켰어야 했는데…. 반대가 됐군."
린："하지만, 전 기뻐요. 처음으로 사이조 님께 도움이 되었잖아요."
 
사이조 님은 나를 꼭 끌어안았다.
(사이조 님…?)

린："저기…. 바위에 머리라도 맞으셨나요?"
사이조："…바보. 아무 것도 안 맞았어."

사이조 님이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어루만졌다.

사이조："아니지. 네가 어딘가 맞은 것 같기도 하다."
 
(내 머리카락을 만지는 손가락이 너무 부드럽다.)
(사이조 님의 심장 소리가 들려 온다….)

그 순간, 사이조 님이 나를 놓았다.
 
사이조："…물에서 나와 옷을 말리도록 해."

 

나는 사이조 님이 만든 모닥불 앞에 앉았다.
(사이조 님의 온 몸에 상처가….) 

린："대부분의 임무가…. 위험한가요?"
사이조："그래.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지."
린："죽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
사이조："임무를 위해 죽는 것이 닌자의 삶이다."

린："하지만…."
사이조："왜?"
린："…그렇다면 정말 마음이 아플 거예요."
사이조："왜 내가 죽는 게 마음이 아프지?"
린："왜냐니요? 사이조 님은 소중하니까요."
사이조："…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의미는 알고 있는 거냐?"
린："의미…? 아얏!"
 
사이조 님이 내 뺨을 꼬집었다.

린："아야…. 아파요!"
사이조："할아버님께서 너를 너무 오냐오냐 키우셨구나."
린："…네?"
사이조："남자랑 사귀어 본 적도 없지?"
린："네…. 하지만, 남자를 전혀 모르는 건 아니에요. 절에는 수도승들도 있었고…."
사이조："하지만 그 사람들은 출가해서 세속을 버린 사람들이잖아?"
사이조："…물론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지만."
 
(사이조："나는 행복 같은 것에 관심이 없어.")
(사이조 님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난 사이조 님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어….)
 
사이조："옷이 거의 다 말랐군."
 
그 때─

 

쿠마："사이조 님─!"
사이조："쿠마, 무슨 일이지?"
쿠마："한조 님이 당장 돌아오라고 하십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요."
사이조："알았어…. 바로 갈 테니 너는 이 녀석과 함께 오도록!"
쿠마："네!"
 
(사이조 님은 순식간에 사라지셨다.)
 
린："사이조 님이 실력을 발휘하니 정말 빠르네요."
쿠마："그야 그가 코우가(甲賀) 제일의 닌자이기 때문이지."
쿠마："코우가에서는 그와 결혼하고 싶다는 여자들이 줄을 서 있어."
린："결혼이요…? 하지만, 사이조 님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으시잖아요."
쿠마："닌자의 세계를 정말 모르는구나."
린："죄, 죄송해요."
쿠마："그 분이 관심이 없어도, 주변 사람들이 가만 놔 둘 리가 없잖아."
쿠마："최고의 닌자들은 그 능력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대를 이어야 하니까."
 
(대를 이어야 한다고….)
 
쿠마："코우가의 원로들이 강제로라도 결혼시키려고 할걸?"
쿠마："분명 원로들이 정해 준 아가씨와 결혼하게 될 거야."
 
(그런가…. 그게 사이조 님의 결혼이구나.)
 
린："아…."
쿠마："왜 그래?"
린："아파서요…."
쿠마："아프다니, 어디가?!"
린："배가 갑자기…."
 
(좀 전까지 괜찮았는데, 뭐가 문제지…?)
 
쿠마："일단 복통에 잘 듣는 약초부터 찾아서 돌아가자. 서둘러!"

 

쿠마："이건 열에 잘 듣고…. 저건 통증에 좋고…."
린："쿠마 님은 정말 아는 것이 많으시네요."
쿠마："닌자들은 약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해."
린："네, 그렇다면 저도 열심히 익힐게요."

린："아, 이 버섯은 먹을 수 있는 거네요! 이 나물은 맛이 있고…."
쿠마："…너, 배 아픈 것 아니었어?"
린："네? 벌써 나았나 봐요."
린："버섯과 나물에 신경을 쓰다가 아프다는 것도 잊어버렸네요."
쿠마："그 자세, 좋아. 어쨌든 음식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것 같네."
린："절에 있을 때 늘 음식 만드는 걸 도왔거든요."
쿠마："한때 절에서 살던 소녀가 지금은 닌자의 공주라니…."

그 때였다.
 
쿠마："……?!"
 
쿠마 님이 내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린："읍?!"
쿠마："쉿, 엎드려. 절벽 아래를 봐!"
 
─?!
 
사무라이１："어이, 드디어 이가 마을에 도착인가."
사무라이２："그래. 이 산만 돌면 마을이다."
 
(저 사람들은… 오다의 군사?!)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