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키리가쿠레 사이조 공략：3장

─덜그럭

(어라…. 통나무!?!)
 
산적４："이, 이것은…. 닌자의 변신술인가?!"
산적４："으악…!"
 
칼날이 번뜩이고, 산적들이 하나 둘 쓰러졌다.
 
사이조："죽이지 않은 걸 감사하게 생각해라."

 

사이조："마침 동이 틀 때가 됐군."
린："……."
사이조："왜 그렇게 조용한 거냐?"
 
사이조 님이 내 팔을 잡았다.

사이조："왜 그러지? 떨고 있잖아."
린："……."
사이조："산적 몇 놈에 무서워할 것 없다. 오다의 군대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야."
린："…그런 게 아니에요."
 
(설명할 수 없어…. 말하면 눈물이 나 버릴 것 같아.)

 

린："산적이 무서웠던 게 아니라, 사이조 님이… 죽은 줄 알고…."
사이조："……."
린："흑…."
사이조："아…알았어. 울지 마라."
 
사이조 님이 내 머리를 토닥였다.

사이조："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린："정말이에요…?"
사이조："방금 전 같은 상황이라면, 나도 코타로와 같으니까."
사이조："널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소리다."
린："…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요?"
사이조："그렇지…. 너를 보호하는 것이 내 임무다."
 
(임무 때문이라는 건 알지만….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걸까?)

 

린："헉, 헉…."
사이조："후우, 정말 쓸모 없는 녀석이군…."
린："저기…. 이가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죠?"
사이조："벌써 도착했다."
린："그래요?"
 
갑자기 사이조 님이 외쳤다.
 
사이조："이 분이 닌자 통합의 상징이다!"
 
(아… 아무도 없는데….)
(사이조 님, 뭐라도 잘못 드셨나?)
 
그 때, 나무에서 검은 옷을 입은 닌자들이 나타났다.

닌자１："사이조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닌자２："긴 여행 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이조："한조 님은 벌써 도착하셨나?"
닌자１："네, 오늘 아침에 도착하셨습니다."
사이조："역시 한조 님이시군…. 다른 사람들은 더 오래 걸릴 것이다."
닌자２："마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공주님, 타시지요."
린："네, 정말 감사합니다."
 
(공주라…. 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데….)

 

이가 마을.
녹지로 가득한 마을이다. 차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조："공주!"
린："한조 님!"
한조："장하다. 안전하게 잘 도착했구나."
한조："사이조, 수고했다."
사이조："한조 님이 직접 맞이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태도와 말투가 나와 있을 때는 완전히 다르시네.)
 
린："……."
사이조："뭐냐?"
린："사이조 님, 정말 사람 차별하는데 능숙하시네요."
사이조："그래서, 불만 있나?"
 
(…사이조 님이 심보 못 된 사람이란 걸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그 때, 매 한 마리가 날아와 사이조 님의 어깨 위에 앉았다.
 
린："앗…. 매?"
한조："음, 키슈에서 온 편지로군. 수고했다, 하야테마루."
린："얘 이름이 하야테마루예요?"
한조："그래. 내가 새끼 때부터 돌봐 왔지."
린："그렇구나…. 하야테마루, 이리 와."
 
─퍼드덕
하야테마루가 날아와 내 어깨 위에 앉았다.
 
린："아…아야, 너 발톱이 진짜 날카롭구나."
한조："놀라운데…."
린："네?"
한조："아니, 이 녀석은 의심이 많아서 낯선 이한테는 가지 않거든."
린："저한테는 항상 동물들이 잘 따랐어요!"
사이조："그렇군, 내가 보기에도 넌 동물들과 비슷한 것 같다."
린："……."
 
(내가 참아야지….)

 

린："와, 굉장히 멋진 저택이네요."
한조："공주에게 그런 칭찬을 들으니 기쁜데."
 
(지금은 공주라고들 하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난 겨우 절에서 사는 소녀였을 뿐인데….)
 
이가 촌장："린 님!"
린："원로님!"
이가 촌장："무사히 잘 오셨군요. 도착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조："아버님. 키슈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한조："네고로(根來)도 우리와 단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가 촌장："알겠다. 네고로까지…. 드디어 닌자들이 일치단결할 때가 되었구나."
이가 촌장："…린 님."
 
(원로님이 또 바닥에 머리를 대고 무릎을 꿇으셨다.)

 

이가 촌장："노부나가가 닌자 사냥에 혈안입니다. 이제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이가 촌장："부디 우리에게 힘을 주십시오."
린："저…. 제발 머리를 드세요."
 
('힘'이라니…. 저 같은 사람에게 그런 걸 원하셔도….)
 
이가 촌장："사이조! 쿠스노키 공주님은 꼭 닌자 통합의 상징이 되셔야 한다."
이가 촌장："네가 할 일은 잘 알고 있겠지?"
사이조："물론입니다. 공주님의 안전은 저에게 맡기십시오."
 
(사이조 님마저도 한 쪽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였다.)
(오늘로써 나는 쿠스노키 공주가 되었다….)

 

하녀："자, 공주님. 이리로 오시지요."
린："와, 정말 예쁜 기모노네요."
 
(화려한 기모노들이 여러 벌 놓여 있었다.)
 
하녀："모두 공주님의 것입니다."
린："공주님…? 나의?"
하녀："네. 원하시는 것으로 고르세요."
 
(내가 원하는 것들…? 한 번도 이런 것들을 입어 본 적이 없는데….)

하녀："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가서 준비할 게 있어서요."
린："……."
린："음…. 이런 차림은 저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죠."
한조："천만에! 공주가 너무 아름다워서 문제가 될 정도야."
 
(문제…?)
 
사이조："한조 님, 이게 뭐로 보입니까?"
 
사이조 님이 집게 손가락을 내보였다.
 
한조："뭐라니, 물론 집게 손가락이지."
사이조："맞습니다. 눈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한조："무슨 뜻이지?"
사이조："전 또 시력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줄 알았죠."
한조："…사이조!"
사이조："아야…."
 
(사이조 님이 머리를 맞았을 때, 내 머리도 띵한 것 같았다.)

 

한조："좋은 생각은 전혀 아닌 것 같은데…."
린："좋은 생각…?"
한조："사이조가 공주와 한 방을 쓰게 된 게 말이다."
린："네? 같은 방?!"
사이조："별 수 없잖아. 누군가는 널 보호해야 하니."
린："다른 닌자들도 있는데, 안전한 거 아니에요?"＊
한조："그건 그렇지만,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내가 자고 있을 때조차 사이조 님은 날 보호하셔야만 한다니…. 좀 미안해지는걸….)

사이조："정말 그렇게 혼자 자고 싶은 거야?"
린："아니…. 그런 건 아니에요."
사이조："나도 혼자 자고 싶거든?"
린："……."

(사이조 님이 내 곁에 있는 건 임무 때문이다. 나도 처음부터 알았던 일이지만….)
 
한조："좋아. 사이조, 공주를 방으로 안내하도록."
 
(안내…? 별로 복잡한 구조의 집도 아닌 것 같은데….)
 
한조："공주, 그럼 이만. 편히 쉬도록."
한조 님은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가셨다.

 

린："야호…. 이제야 다다미 위에서 잘 수 있다!"
 
나는 행복하게 집 주변을 둘러 보았다.
(방 안에는 꽃도 있네. 이건 무슨 꽃일까?)
 
사이조："바보 같으니…, 만지지 마!"
 
갑자기 사이조 님이 나를 밀어냈다.
 
린："왜… 왜요?"
사이조："꽃을 만지면…. 이렇게 된다."
 
휘익─
(거실 족자 뒤에서 화살이 날아오잖아…!)
 
사이조："그 외에도 이 집에는 적을 막기 위해 다양한 덫이 쳐져 있다. 조심해."
 
(그럼, 어떻게 편히 쉬라는 건지….)

사이조："알겠어?"
린："알았어요. 전 그냥 여기 조용히 앉아 있을게요."
사이조："그 마루청 밟지 마!"

 

휘익─
(이번에는 화살이 마루에서 튀어나왔다…!)
 
린："너무 복잡해서 어딜 밟아야 할지…."
사이조："그 기둥에 기대지 마!"
 
─후두둑
(이번에는 천장에서 날카로운 가시가…!)

린："…이 정도라면 이 집이랑 싸워야 할 것 같네요. 밖에 있는 적과 싸우는 게 아니라…."
사이조："그렇군, 나에게 바짝 붙어."
 
사이조 님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린："그러라고 해도…."＊
사이조："왜, 또 무슨 불만 있나?"
린："아뇨, 불만이 아니라…."
사이조："그럼 내 옆에만 가만히 있어."
 
그렇다. 여기서는 그냥 사이조 님의 말씀을 듣고 따라야겠지….
 
린："알겠습니다!"
 
나는 사이조 님의 몸으로 바싹 파고들었다.

 

사이조："…이렇게까지 꼭 달라붙진 않아도 되는데."
린："사이조 님은 오빠 같아요."
사이조："…뭐?"
린："이렇게 매달려 있으니까 안심이 돼요."
 
(사이조 님의 심장 박동을 듣자, 왠지 기분이…..)
 
사이조："…넌 정말 구제불능 어린애구나."
린："네?"
사이조："남자를 모르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린："……."
 
(그런 식으로 날 무시하는 건 좀 싫은데….)
 
사이조："이렇게 철이 없어서야…. 네가 베필을 만날 수나 있을지 의심이 된다."
린："지금은 어렵겠지만…. 저도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
사이조："너는 일단 결혼만 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린："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함께 행복을 만들어 갈 순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린："결혼을 하면, 제 남편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린："사이조 님은 그런 생각 안 하세요?"
사이조："…난 잘 모르겠다."
 
사이조 님이 내게서 몸을 떼어 냈다.
 
린："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사이조："난…. 가정을 이루는 데 관심이 없으니까."

(가정을 이루는 데 관심이 없다고….)
(사이조 님은 왜 그렇게만 생각하시는 걸까?)

 

다음 날 아침.
 
(아, 잘 잤다…. 역시 두툼한 이불 위에서 자는 게 좋아.)
(이불을 덮고 자는데도, 사이조 님은 날 꼭 안고 주무셨다.)
(사이조 님의 체온이 느껴지니까 편하고 따뜻하다.)

사이조："…모두 다 도착한 것 같군."
린："일어나셨어요?"

사이조："간밤에 다른 세 명도 왔다. 고에몬, 코타로, 사스케…."
린："한밤중에도 경계하고 계셨군요…. 피곤하시겠어요."
사이조："아니, 베개가 좋아서 아주 잘 잤어."
린："……."
 
(베개로 취급되어도 좋아…. 지금이 행복해.)

 

린："모두 긴 여행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스케："린,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고!"
 
(사스케 님이 너무 세게 껴안아 숨이 막힌다.)

 

고에몬："이런…. 누가 얘한테 예의범절을 좀 가르쳐야 하지 않겠나?"
사스케："뭐… 뭐 하는 거야?"
 
고에몬 님이 나에게서 사스케 님을 떼어 냈다.
 
고에몬："나, 많이 보고 싶었지?"
 
고에몬 님이 내 어깨를 잡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고에몬："아얏."
한조："너야말로 서당으로 돌아가서 예의범절 교육을 다시 받아야겠군."
한조："아니, 널 가르치는 게 내 일이었던가?"
 
덕분에 한조 님은 아침부터 고민이 많으시고….

코타로："……."
 
코타로 님은 아무 표정 없이 조용히 계실 뿐.  

고에몬："걱정하지 마세요. 일은 잘 하고 있으니. 이가로 돌아오는 길에 정보를 좀 모아 왔습니다."
 
(정보…?)
 
고에몬："노부카츠가 군사를 모으고 있는 듯합니다."
한조："노부카츠라, 노부나가의 둘째 아들이군."
고에몬："예, 그가 정예 부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뭐, 하지만 이가의 힘을 모으면 두려울 것이 없죠."
 
사스케："닌자들은 이가에만 있는 게 아니야. 코우가(甲賀)의 기술로 노부나가를 떨게 만들겠어!"

사이조："……."
 
(사이조 님이 사스케 님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고에몬："너는 코우가에 가서 수련이나 좀 더 하고 오지 그래?"
사스케："무슨 소리야? 여기는 이가라구."
사이조："그만 둬…. 우리는 더 이상 이가나 코우가로 나뉘지 않는다."
한조："사이조의 말대로다. 우리는 닌자 통합을 위해 여기 모였다, 린." 
코타로："…그리고 오다에도 닌자들이 있습니다."
 
(오다에도 닌자가…?)

코타로："노부나가가 닌자들을 싫어하긴 하지만,
하치스카(蜂須賀) 닌자 쪽만은 고용하고 있더군요."
한조："그렇군…. 노부나가 측에도 닌자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이조："노부나가는 이 일에 전력을 다하려 합니다.
안 되겠다 싶으면 그가 자고 있을 때 암살하죠."

고에몬："…그런가…. 우리가 살아 남느냐 아니냐는 이번 전투에 달려 있겠군."
사스케："노부나가를 반드시 없애고 살아 남겠어."

한조 님이 나를 바라보셨다.

한조："공주…. 우리는 공주의 이름을 걸고 싸울 거야."
 
(내 이름을 걸고….)
 
한조："다들, 잘 들어라. 누구라도 공주를 다치게 하는 자는 살려 두지 않겠다."
한조："전력을 다해 공주를 지켜야 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