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키리가쿠레 사이조 공략：2장

린："헉, 헉…."
사이조："어이, 거기 바보."
린："바, 바보…?"
사이조："바윗길을 걷는 정도로 숨차하다니."
 
(하루종일 걷고 있으니까 그렇죠.)
 
린："헉, 헉…. 이제 적들이 쫓아오지 않나요?"
사이조："그러라고 우리가 이 길을 택한 거다."
"이 길은 갑옷 입은 군사들이 다니기는 어렵거든."

(그러면서 이렇게 빠르게 걷고 있으니…. 발이 부어오를 것 같아.)

린："꺄악!"

─털썩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지니, 다시 일어날 힘이 없었다.)
 
사이조："역시 넌 닌자에 어울리지 않아."
린："……."
 
(맞아요. 내가 더 잘 알고 있다구요.)
 
사이조："그렇다면, 그냥 결혼이나 하는 것은 어때?"
린："……."
사이조："한조 님이나 고에몬, 아니면 사스케. 아무나 좋잖아."
사이조："너에게는…."
 
나는 박차고 일어났다.
 
린："이제 됐어요. 걸을 수 있어요."
사이조："호오, 생각보다 근성은 있군."
 
……!!
돌연 사이조 님이 날 안아 올렸다.
 
린："뭐… 뭔가요?"
사이조："길이 미끄러우니까 넘어질 것 같아서."
린："……."
 
(사이조 님의 가슴은 튼튼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이렇게 안겨 있으니 안심이 돼….)
 
우리는 그대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이조："이 봐, 발 좀 보자."
린："네?"
 
(그런…. 남자에게 발을 보이라니, 부끄럽게.)
 
사이조："꾸물대지 말고 어서 내놔 봐."
 
사이조 님이 기다리지 않고 내 발을 잡아 당겼다.
사이조 님은 두 손을 이용해 발을 주물러 주었다.
(남자에게서 이런 대접을 받는 건 처음이야….)
 
사이조："더 머뭇거리다간 제 시간에 이가에 도착하지 못할 테니까."
 
(그럼 그렇지…. 날 위해서가 아니라, 임무 수행을 위해….)
 
린："……."
 
(사이조 님의 속눈썹은 정말 길구나….)
 
사이조："…정말 가슴이 없구나."
린："어… 어딜 보는 거예요?"
사이조："걱정 마라. 난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
린："그럼…, 설마 남자를?"
사이조："바보 같은. 나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아."
사이조："넌 사고뭉치구나…. 사스케와 잘 어울릴 것 같아."
린："아하하, 사스케 님이요?"
사이조："웃지 마!"
 
사이조 님은 내 장딴지를 꼬집었다.
 
린："아얏! 아파요."
사이조："벌이다."
 
(벌이라니….)
 
린："그런데 왜 여자에 관심이 없으신 거죠?"
사이조："……."
린："인술(忍術)에 목숨을 거셨기 때문인가요?"
사이조："…글쎄."
 
(글쎄라니….)

그 순간 사이조 님이 내게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린："…뭐죠…?"
 
(또 어제처럼 장난을 치시는 거겠지?)
나는 재빨리 팔을 내밀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사이조："음…. 내가 생각한 대로야."
린："생각하신 대로라뇨?"
 
사이조："너한테 냄새가 난다고 생각 안 해?"
 
(…아, 정말 최악이야.)
 
사이조："풋…. 왜 그런 얼굴이냐?"
사이조："너한테 냄새가 난다면 나한텐 더할 텐데…. 우린 온종일 땀 흘리면서 걸었잖아."

(그건 다행이다…. 나만 지저분한 게 아니라서.)
 
사이조："닌자들은 깨끗한 걸 좋아해. 적에게 체취를 풍기지 않도록 목욕을 깨끗이 해야 하지."
린："아, 그렇군요."
사이조："분명 이 근처에 온천이 있었는데…."
 
(온천…?!)

 

우리는 그렇게 산 속 온천에 가게 되었다.
 
사이조："왜 그렇게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있지?"
린："……."
사이조："내가 여자한테는 관심 없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린："그렇더라도 맨몸을 보일 순 없잖아요."＊
사이조："나도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작은 몸엔 흥미 없어."
린："……."
 
(그렇게까지 강조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나는 언뜻 곁눈질로 사이조 님의 몸을 보았다.
 
린："상처가 많으시군요…."
사이조："임무 중에 생긴 것들이다. 이건 칼에, 이건 총에."
 
(닌자의 임무란 항상 생사를 오가는 것이구나.)
 
린："정말 힘든 일이군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사이조："아니, 그 정도는…."
 
(…아니라면, 왜 여자에 관심이 없는 걸까?)

 

린："하지만, 고양이에게는 관심이 있죠?"
사이조："뭐?"
린："절에 오셨을 때, 고양이를 보고 쓰다듬으시길래."
사이조："…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사이조 님의 얼굴이 빨개졌다. 부끄러우신 건가?
 
사이조："그 야생 고양이들, 네가 키우고 있었나?"
린："네. 어미가 죽은 후로 제가 쭉 돌보고 있었어요."
사이조："음…."
 
사이조 님은 내 머리를 툭 치셨다.
 
사이조："방심하지 말아야 해. 우린 곧 움직일 테니."
린："네, 알겠습니다."

(사이조 님은 대개 심술을 부리시지만, 이럴 때는 오빠처럼 느껴진다….)

─스윽
(헉!)
 
린："그렇게 갑자기 일어나지 마세요!"
사이조："알게 뭐야? 바보."
 
(내게는 처음 보는 남자의 몸이었지만, 사이조 님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린："…아. 코피…."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졌다….

 

사이조："어이, 정신 차려!"
린："……. 사이조 님?"
사이조："빈혈로 쓰러졌어. 일이 귀찮게 됐군."
 
(앗, 그러고 보니!)
 
린："오… 옷은?!"
사이조："너무 젖어 있어서 내가 갈아 입혔다."
 
(두둥!)
(그렇다면, 사이조 님이 내 몸을 다 봤다는 건가?)
 
사이조："전혀 가슴이 없진 않더군."
 
(역시 봤구나!)
 
린："하아…. 이제 시집은 다 갔네."
사이조："그렇게 낙담하지 말라고. 사스케라면 그래도 받아 줄 테니."
린："……."
사이조："뭐, 그 녀석은 엉뚱하지만 좋은 놈이니까."
 
(이상해…. 사이조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상처 받은 것 같다.)
(…어라, 왜 내가 상처를 받는다는 거지?)
 
사이조："그나저나, 푹 쉬어라."
 
사이조 님이 내 이마를 짚었다.
사이조 님의 손은 편안하고 따뜻해서 기분이 좋다….

 

저녁이 되었다.
 
린："벌써 태양이 붉게…."
 
나는 낮잠을 좀 자고 일어났다. 피곤했는지 깨지 않고 푹 잤다.
(다시 한 번 사이조 님께 폐를 끼친 게 되었구나….)
 
린："사이조 님은 어디 계시지?"
 
─팟 팟!
 
(…? 이건 무슨 소리지…?)

 

사이조："드디어 일어났군."
린："사이조 님…. 수리검 수련을 하고 계셨나요?"
사이조："네가 자고 있는 동안 한가해서."
 
(수리검 정확도가 장난이 아니다.)
 
사이조："수리검으로 적의 심장이나 미간을 노린다."
린："저 나무에 있는 표식 말씀이시죠?"
 
(엄청나, 던지는 족족 백발백중이야….)

린："괜찮다면 저도 한 번 해 봐도 될까요?"
사이조："…던질 수 있겠어?"
린："네!"
사이조："좋아…. 해 봐."
 
사이조 님이 내게 수리검을 건네 주었다.

사이조："알겠어? 팔꿈치를 움직이지 말고, 고정한 채로…."
린："에잇!"
 
─휙
 
린："……."
사이조："팔꿈치를 너무 움직였어. 손목에만 집중해."
린："이렇게요?"
 
─휙
 
사이조："완전히 틀렸다."
린："……."
사이조："표식…, 저 표식에만 집중해."
 
(좋아, 이번에는 반드시….)
 
린："에잇!"
사이조："앗…!"

(왜 그게 사이조 님께….)

 

사이조："어떻게 뒤로 던질 수가 있냐? 그게 훨씬 더 어려운데!"
린："죄… 죄송해요!"
사이조："…됐다. 다음에 하자, 오늘은 여기까지."
린："……."
사이조："피곤하기도 하고, 빈혈도 있으니…."
린："부탁이에요. 조금만 더 연습하게 해 주세요."
 
나는 사이조 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사이조："…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냐?"
린："코타로 님이 그러셨잖아요. '공주를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린："하지만, 전 아무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요."
사이조："……."
린："그래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싶어요."
사이조："…알았다. 좋을 대로 해라."

 

이윽고 나는 좀 더 난이도가 높은 수리검 훈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이조："좋아. 다음은 그 상태에서 손가락 끝에 집중하고…."
 
─팟
 
린："며… 명중이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사이조 님께 뛰어들었다.

사이조："으…. 넌 선머슴이냐?"
 
사이조 님은 두 손으로 나를 안았다.

린："정중앙을 약간 빗맞췄네요."
사이조："그래…. 하지만 잘 했다."
 
사이조 님이 내 등을 두드려 주었다.
 
사이조："고집쟁이인 줄만 알았더니, 제법 훈련에도 소질이 있군."
린："사이조 님…."

사이조："자, 오늘 밤 잘 곳을 찾아 보자."
린："그, 그렇다고 이렇게 세게 밀칠 필요는 없잖아요."
사이조："수비를 배우는 것도 훈련의 하나."

(네 네, 알았다구요.)
(그래도 처음으로 사이조 님께 칭찬을 받아 기뻤다….)

 

사이조："……."
 
(사이조 님은 주무실 때 누굴 안는 버릇이 있구나.)

린："…추위를 잘 타는 편이신가?"
사이조："난 너만큼 몸에 지방이 많지 않거든."
린："앗, 아직 안 주무셨어요?"
사이조："닌자는 작은 소리에도 잠을 깬다…."
린："아…, 그래요."
사이조："어쨌든 여자애들은 정말 부드럽군."
린："……."
사이조："내 손 안에 있으니 절대 놓지 않을 거다."
사이조："넌 완벽한 다키마쿠라(抱き枕)야…."
린："어휴…."
 
(사이조 님께 난, 사람이 아니고 베개구나.)
 
사이조："깨어 있을 때 혼자 중얼거리지 마라."
린："네…. 알겠습니다."

(여자한테 관심 없다고는 하셨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역시 긴장돼.)

 

린："…읍?!"
사이조："쉿"
 
순간 사이조 님이 내 입을 손으로 막았다.
 
린："죄… 죄송해요! 제가 코를 골았나요?"
사이조："어…. 너무 시끄러워. 게다가 그 소리가 손님들까지 부른 것 같군."
 
(손님들…?!)
 
사이조："자, 동굴 속에 숨어 있어라."
 
사이조 님이 순식간에 사라지셨다.

 

산적１："어이, 찾았다!"
산적２："이 근처에 진짜 누가 있는 거야?"
 
(복장들을 보아하니…. 산적인가?)
 
사이조："멍청한 녀석들…."
 
사이조 님이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이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가셨다.

사이조："여기에 사람이 있다면, 더 많은 무리가 주변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거겠지."

산적１："뭐라고!? 아니, 저 놈 잡아라!"
사이조："날 잡겠다고? 내가 누군 줄 알고!"
 
산적２："욱!"
산적３："어이쿠!"
 
산적들이 차례로 나무 위에서 떨어졌다.
 
산적１："무슨 일이야?"
산적２："우리도 몰라! 갑자기 쇠사슬 같은 것에 발이 감기면서…!"
산적３："으악! 살려 줘!"

그 때였다.

산적４："어이! 동굴 안에 계집애가 있다!"

(안 돼…! 들켜 버렸어.)
산적이 내 팔을 잡았다.
 
린："그만 둬! 이거 놔!"
산적４："이 여자가 네 것이냐?"
사이조："아니, 따뜻한 다키마쿠라 정도일까."
 
(따뜻한 다키마쿠라….)
 
산적４："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 때 갑자기 사이조 님이 내 눈 바로 앞까지 와 닿았다.

 

산적４："으악, 깜짝이야!"
사이조："그 애의 손가락 하나만 건드려도 넌 죽는다."
산적４："허… 허풍 떨기는! 내게 인질이 안 보이냐?!"

산적이 내 목에 겨눈 칼을 더 조여 왔다.
 
사이조："그 칼로 차라리 나를 베어라."
산적４："뭐라고?!"
사이조："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버려도 아깝지 않다."

(사… 사이조 님!)
 
산적４："그래, 원하는 대로 죽여 주마…!"

산적의 공격을 받은 사이조 님의 몸이 기울더니 힘없이 쓰러졌다.
 
린："안 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