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유혹] 키리가쿠레 사이조 공략：1장

 
린："와, 마을이…!"
사이조："……."
린："대단하네요, 이 마을!"
사이조："너무 소란스러운 곳이군."
린："음, 귀가 좀 아프긴 하네요…."
사이조："응석을 받아 줄 한조 님도 여기 안 계신데, 호들갑 떨지 좀 말라고."
사이조： "사스케처럼 촌스럽기는…."
린："그야…. 그 동안 할아버지께서 마을로 내려가는 걸 허락하지 않으셨는걸요."
사이조："흥, 주지 스님도 너무 과잉 보호를 하셨지."
린："……."
사이조："아무튼 넌 닌자의 공주라는 걸 기억해라."

(닌자의 공주라….)

린："저로서는 전혀 실감이 안 나요."
사이조："넌 더 이상 촌구석 망아지가 아니야. 게다가 닌자는 아주 은밀해야 해."
린："은밀…?"
사이조："살고 싶으면 눈에 띄지 않고, 소리내지 않으며, 얌전히 있으라고."

(눈에 띄지 않고, 소리내지 않으며… 얌전히 있어야 한다….)

 

바로 그 때.

여자："삼색 경단 사세요~"
린："와! 예쁜 색깔의 경단…."

사이조 님이 내 입을 손으로 막았다.

사이조："다음에 떠들면 독 경단을 먹일 테다."
린："도, 독 경단…."

(사이조 님…. 심술쟁이.)

 

 
린："왜 가게 안을 둘러보나요?"
사이조："추격자들을 따돌리지 못했을 수도 있고, 만일을 대비해야 하니까…. 자, 가자!"
린："네?"

사이조 님이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사이조："경단을 먹으러 갈 거야. 됐나?"

 

 
가게 안 손님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손님１："저기 좀 봐, 굉장히 멋진 남자지 않니?"
손님２："생김새로 보면 배우 같은데?"
손님３："맞아. 외모로 보면 틀림 없다니까."
 
(사이조 님이 정말 배우처럼 잘 생기긴 하셨지.)
 
여자："손님, 여기 앉으시죠."

(사이조 님이 내 옆에 앉으셨다.)
 

린："왜, 건너편에 앉지 않고…."
사이조："당연한 거 아냐? 널 지키는 게 내 일이잖아."
 
(하지만 비좁을 정도로 너무 붙어 앉으셨는걸….)
 
여자："삼색 경단과 엽차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사이조 님은 태연하게 내 접시의 경단을 집어 먹었다.
린："어? 그건 제 경단…."
사이조："음. 독이 있나 확인하는 거다."
 
(독 검사라니….)

(코타로："난 공주를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
(그러고 보니, 코타로 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지….)

나는 작은 목소리로 사이조 님께 말을 걸었다.
 
린："저… 사이조 님, 노부나가가 정말 제 목숨을 노리고 있을까요?"
사이조："노부나가는 바보가 아니야. 우리가 공주를 데리고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을 거다."
린："……."
 
(이가 촌장："닌자들이 모이려면 상징이 필요합니다.")
(이가 촌장："공주, 당신에게 닌자들의 운명이 걸려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일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솔직히 불안하고 무섭기만 한데….)

 

그 때, 5명의 남자들이 시끄럽게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깡패１："노인장! 여긴 술도 안 파나?"
가게 주인："죄송하지만…. 저흰 차를 파는 가게라…."
깡패２："뭐야, 그 눈은?"
불량배가 의자를 험하게 찼다.
깡패３："노인장! 술 안 가져올 거야?"
가게 주인："저, 그렇게 말씀하셔도…."
깡패４："제기랄! 우리가 누군 줄 알아?"
깡패５："노부나가 님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노부나가 님…?!)

린："우리의 적…!"
사이조："쉿."
 
사이조 님이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눌렀다.
 
사이조："역시 노부나가의 명을 받은 놈들…."
 
사이조 님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이조："잘 들어. 어떤 일이 있어도 소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해."
린："아… 알았어요…."

바로 그 때였다.

깡패５："오! 괜찮은 여자로군!"
여자："안 돼요! 손 대지 말아요!"
가게 주인："제발, 제발 그러지 말아 주십시오! 임신 중입니다."
 
(임신…?)
 
깡패５："노인장은 빠져!"
 
불량배가 힘 없는 가게 주인을 쳤다.
 
여자："앗…!"
깡패５："어이, 이리 와 봐!"
여자："그… 그만! 놔 줘요."
깡패５："가만히 있어! 기분 좋게 해 줄 테니까…."

나는 먼저 지켜보기로 했다.＊
(돕고 싶지만, 사이조 님이 소란 피우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깡패４："자, 순순히 말 들어."
여자："안 돼요…!"
 
(하지만…, 더 이상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린："그만 둬!"
 
나는 일어서서 불량배들을 노려보았다.

사이조："하…. 조용히 있으라고 말하자마자…."
깡패１："꼬마 아가씨! 우리와 상대하겠다고?"
 
불량배가 가까이 다가왔다. 바로 그 순간….

 

깡패１："욱…!"
 
사이조 님이 그의 배에 일격을 가했다.
 
깡패２："이… 이 놈이…!"
깡패３："죽어랏!"
 
불량배들이 일제히 칼을 빼 들었다.
사이조 님이 맨 손으로 불량배의 칼을 저지했다.
 
사이조："죽는 건 너희다!"

사이조 님은 그대로 칼을 빼앗고, 순식간에 적을 베어 넘어뜨렸다.
(괴, 굉장해….)

사이조："너, 세상 사람 모두를 구하고 싶으면 부처님이나 되지 그래?!"

 

사이조："자, 빨리 달려!"
린："그러려고 해도…."

(사이조 님은 보통 빠른 게 아닌걸….)

사이조："살이 찐 건 아니겠지?"
린："꺄악!"

갑자기 사이조 님이 나를 어깨에 둘러 메었다.

사이조："꽉 잡아!"

(빠… 빠르다. 마치 바람을 타고 나는 매 같아.)

 

사이조："이제 괜찮아, 꽤 멀리 왔으니."
린："헉, 헉…."
사이조："왜 그렇게 숨차하는 거야?"
린："……."

(사이조 님은 전혀 숨차하시지 않는다.)

 

사이조："내가 문제 일으키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린："죄송해요…."
사이조："그 불량배들은 우릴 찾고 있었어."
사이조："그들을 모두 베었으니, 노부나가의 귀에 분명 이 일이 들어가겠지."
린："……."
사이조："내일은 우리에 대한 신상 정보가 나돌지도 모른다고."
린："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그 여자 분이 임신 중이라기에…."
린："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사이조："……."
 
사이조 님이 불쑥 손을 올렸다.
(나… 나를 때리시려고?)
 
─꽉
 
사이조："…다음엔 볼 꼬집는 거 이상일 거다. 알았나?"
린："아야야…."

 

밤이 되었다.
 
사이조："여기서 자야겠다."
린："동굴에서…?"
사이조："불평 마. 비바람만 피할 수 있다면 된 거야."
사이조："닌자라면 어떤 조건에서도 잠들 수 있어야 한다."
린："어디라도?"
사이조："수행만 쌓는다면 밧줄 위에서도 잘 수 있다."
 
(밧줄 위에서…. 대체 왜 그런 수행을 하는 거지?)
 
린："…저, 이가에 도착하면 어디로 가나요?"
사이조："제일 먼저 한조 님의 저택에 들린다."
 
(한조 님….)
 
(한조："우리는 여기 죽기 위해서가 아닌… 생존을 위해 모였다.")
 
(살아남기 위해, 닌자들은 뭉쳐야 했다. 그 상징으로 뽑힌 게 바로 나.)
(하지만, 과연 나 같은 사람에게 맞는 길일까?)

린："……."
사이조："남자 옆이라고 잠이 안 오는 건 아니겠지?"
린："…그냥,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사이조："남자 경험이 없나 보군."
 
(그, 그런 말을 하다니….)
 
사이조："우리 마을에서는 11살이나 12살 여자 아이들이 출산을 하기도 한다."
린："들어 본 적은 있지만…."
사이조："하지만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는 모르지?"
린："그, 그런…."
사이조："그렇다면, 내가 가르쳐 줄까?"
린："……?!"

사이조 님이 나를 눕혔다. 설마…?

 

그가 하는 대로 맡긴다.＊
 
(서, 설마 이런 것도 수행이라는 건 아니겠죠.)
나는 저항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사이조："하…."
린："??"
사이조："넌 순진한 거냐, 아니면 바보인 거냐?"
린："……."
사이조："농담이다. 동이 트면 일어나기로 하지."
 
(사이조 님은 돌아 누워 잠이 들었다.)
(결국 단순히 장난을 친 거였어….)
 
린："…안녕히 주무세요."

 

린："해가 곧 뜨려나…."
 
일어났을 때는 막 동이 틀 무렵이었다.
그런데 왜 내 몸이 이렇게 답답한 거지?
 
린："…뭐지?!"

사이조 님이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사이조："소란 피우지 말고, 그냥 평소대로 일어나지."
린："하지만… 하지만, 사이조 님이…!"
사이조："네가 나를 안고 있잖아."
린："아니에요. 제가 아니라 사이조 님이…."
사이조："내가?"
린："그래요. 보세요."
 
사이조："……."
사이조："음…. 간밤에 아주 추워서 그랬던 걸 거야."
 
(사실 그 때….)
(사이조 님의 체온을 느끼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린："오늘은 스님처럼 변장하는 건가요?"
 
(예전에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셨었는데, 이제는 사이조 님이….)
(…'키리가쿠레(霧隠れ)'라는 이름대로 안개처럼 모습을 감추고 다닌다….)
 
사이조："그래. 나는 고승이 되고 넌 내 못난 수련승이 되는 거다."
린："왜 제가 못난 수련승이…."
사이조："불만이라도 있어?"
 
사이조 님은 내 머리카락을 들어올렸다.
그의 숨결이 내 목을 간지럽힌다….
 
사이조："머리를 모아 올려서 스님처럼 보이게 해."
 
(마치 인형 대하듯, 내 머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고 있어.)
 
사이조："…됐다. 정말 못난이 제자 같군."
린："……."
사이조："믿기 어렵군…. 네가 우리들 닌자 화합의 상징이라니."
린："저도 제가 이런 일에 적합하지 않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어요."
사이조："…그래?"
사이조："어쨌든 가자."

 

 

린："수배 전단지…."
 
관문에 사이조 님과 나의 인상착의가 붙어 있었다.
 
사이조："예상한 대로 벌써 우리에 대한 정보가 풀린 모양이다."
 
우리는 대열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통행인１："그 사람들, 맨 손으로 순식간에 불량배들을 때려 잡았다지 뭐야!"
통행인２："본 사람들이 그러는데, 그 자들은 닌자처럼 보였대."

사이조："이렇게 된 이상, 이제 거물이 등장하시겠군."
린："거물…?"

사이조："관문을 담당하는 자는 오다 노부카츠(織田信勝).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둘째 아들이다."
 
(……!)
 
사이조："노부나가는 닌자들을 없애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군."
린："찻집에서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해요…."
사이조："…변장으로 무사 통과해야 할 텐데."

 

군인１："다음!"
 
(…다행히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그 때, 하필 먼지가 코 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린："에… 에…취!"
 
(재채기와 동시에 변장이 흩어져 버렸다.)

군인１："어이…! 이 녀석, 스님이 아니고 여자잖아!"
군인２："게다가 수배지에 있는 자야!"
사이조："젠장…!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는 거야?"
 
사이조 님이 삿갓을 벗어 군사들에게 던졌다.
 
군인３："합!"
사이조："후, 잘도 막는군."
린："꺄악…!"
 
사이조 님은 나를 잡고 쏜살같이 내달렸다.

 

사이조："넌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린："죄송해요…."
 
사이조 님은 내 머리를 쥐어 박았다.
 
린："때리실 필요는…. 이렇게 사과 드리고 있는데…."
사이조："몸을 숙여야 풀 숲에 숨을 거 아냐."
린："에?"
사이조："적들이 잠복해서 우릴 기다리고 있어."
린："잠복…?"
사이조："알았으면 제발 고개를 좀 숙이라고."

군인１："이 봐! 그 놈들 어디로 간 거지?"
군인２："제기랄! 순식간에 사라졌잖아."

군사들이 우리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 때, 사이조 님이 일어서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던졌다.
낫과 사슬처럼 생긴 무기들….
 
군인１："윽!"
군인２："크억!"
 
차례로 군사들이 쓰러졌다.

(대단해. 회전 속도가 엄청 빨라서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야.)
 
잠시 후, 마침내 평원이 조용해졌다.

 

사이조："…좋아, 다 해치웠군."
린："……."

사이조："뭐 문제 있나?"
린："적과 싸울 땐 아무 망설임도 후회도 없으시군요."
린："처음부터 그러셨지만…."
사이조："내가 무섭나?"
린："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제 자신이 한심해서요."
사이조："……."
린："그런 면에서 저는 전혀 쓸모가 없으니까요."
린："닌자의 상징이 될 자격이 없어요."
사이조："…린."

사이조 님은 내 머리를 부드럽게 토닥이시다가….

 

─쾅!
 
린："아파요…!!"
 
사이조 님이 박치기를 너무 세게 하시는 바람에 눈 앞에 별이 보인다….
 
사이조："약한 소리 하지 마라."
린："하지만…."
사이조："넌 아주 소용 없진 않아."
린："에…?"
사이조："넌 내가 추울 때 날 따뜻하게 해 주는 데 유용하니까."
 
(사이조 님은 오늘 아침에 나를 끌어안은 채 자고 있던 일을 말씀하고 계셨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