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매니저 스토리 -20화- 매니저의 일기, 빈

매니저：이상하다…, 대체 어디로 갔지?
빈：매니저, 아까부터 뭐 찾아?
매니저：빈, 내 수첩 못 봤어?
빈：수첩? 으음….
빈：…앗!
매니저：왜 그래? 혹시 봤어?
빈：헤헤…, 바보구나?
매니저：내가 왜 바보야?
빈：수첩이라면 지금 들고 있잖아. 들고 있는 걸 왜 찾아? 하하하하.
매니저：…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 정도로 바보겠니? 내가 찾고 있는 수첩은 따로 있거든?
빈：어…, 그래?
매니저：그래! 하여간, 봤어, 못 봤어?
빈：다른 수첩이라면 못 봤어.

매니저：하아…, 큰일이네. 중요한 건데….
빈：뭐 어떻게 중요한 건데 그래? 가계부 같은 거야?
매니저：가계부는 아니고…. 그, 그냥 중요한 거야.
빈：그냥 중요한 거…?
매니저：어쨌든, 못 봤으면 됐어. 난 다른 데 좀 찾아 보고 올 테니까, 빈은 쉬고 있어.
빈：같이 찾아 줄까? 그 편이 낫지 않아?
매니저：그렇…, 진 않을지도.
빈：응?
매니저：그게…, 빈한테는 보여주기가 좀 그렇다고나 할까….
빈：뭐…? 왜?
매니저：그, 그냥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그럼 난 이만!
빈：앗, 매니저…!

- 쾅 -

 

빈：…가 버렸네.

(대체 찾고 있는 수첩이 어떤 거길래 나한테는 보여 주기가 좀 그렇다는 거지…?)

빈：매니저…,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나…?
빈：그런 건 왠지 싫은데….

- 털썩 -

- …투두두둑! -

빈：…헉?!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주저앉았더니, 의자 위에 놓여 있던 서류들이 요란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빈：음…, 이대로 두면 나중에 매니저한테 혼날 것 같은데.
빈：다 주워야…, 으응?

- 슥 -

빈：이건…, 수첩이잖아?

(혹시 매니저가 찾던 게 이건가?)

빈：무슨 수첩인지 궁금하지만…, 나한텐 보여 주기가 좀 그렇다고 했으니 펼쳐 보면 안 되겠지?
빈：여기 책상 위에 올려 놨다가 매니저가 돌아오면 줘야겠다.

- 스륵 -

빈：아….

- 툭! -

빈：헉, 또 떨어뜨렸네…. 나 오늘 왜 이러지?

- 팔락…. -

빈：…어어?

(수첩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펼쳐져 버린 페이지에, 뭔가가 붙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빈：이게 뭐야? …동전이잖아?

(매니저는 왜 수첩에다 100원짜리 동전을 테이프로 붙여 놓은 거지?)

빈：…비상금인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빈：아래에 뭐라고 쓰여 있네. 어디 보자….
빈：…빈과의 첫 만남 기념 주화?
빈：아, 그러고 보니 나…. 매니저랑 처음 만났을 때 100원짜리 동전 가지고 싸웠었지.
빈：그 때 그 동전, 결국 나중에 매니저한테 돌려 줬었는데….

(설마 그게 이 동전인가?)

빈：에, 에이…. 설마!
빈：아무리 매니저가 돈을 좋아한다 해도 그 때 그 동전을 아직까지 갖고 있을 리가….
빈：…있나?

- 팔락 -

빈：아, 앞 페이지에….

 

(길을 가다가 돈을 줍는 것과는 연이 먼 나.)
(오히려 흘렸으면 흘렸지, 주운 적은 별로 없다.)
(그런 식의 처절한 역사를 자랑하는 나지만, 오늘은….)
(돈은 한 번 흘렸어도, 그 대신 좋은 사람을 주운 것 같다.)

빈：자, 잠깐만. 이거…, 매니저 일기장 아닌가?
빈：그래서 보여 주기가 좀 그렇다고 한 거였구나…. 그런데 결국 봐 버렸네.
빈：그래도 여기 좋은 사람이라고 한 거, 내 얘기 맞지? 헤헤, 이건 좀 좋다.
빈：그나저나, 이 이상은 보면 안 되겠지….
빈：…….
빈：시, 신경 쓰여…. 궁금해….
빈：…다음 페이지만 보고서 덮어야지.

- 팔락 -

(사실, 옛날에는 어떻게든 우리 기획사를 살려 보겠다며 혼자서 여러 번 발버둥을 쳤건만.)
(빈을 줍고 나서는…. 회사가 떠들썩해진 덕분인지, 혼자서 애썼던 날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종종 오빠와 동생들이 잔뜩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빈：매니저….

(아, 가끔은 동생들만 잔뜩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지.)

빈：…어?

(빈은 오빠 같으면서도 어딘지 동생 같은 느낌도 들어서, 지켜보다 보면 여러 의미에서 한숨이 끊이지 않으니까.)

빈：…….

(으음, 아무리 그래도 동생 같은 느낌이라는 건 좀 아닌가?)

빈：여, 역시 그렇지…? 헤헤.

(역시 강아지 같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려나.)

빈：가…, 강아지…?!
빈：동생 같다는 얘기도 충격적인데, 강아지….
빈：후…, 매니저에게 난 대체….

(좋은 사람이라더니…, 결국엔 주워 온 강아지 같은 존재인 건가…?)

빈：다른 날…, 요즘 일기에는 뭐라고 쓰여 있을까?

- 팔락팔락…. -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계산을 하려는데, 하필이면 딱 100원이 모자랐다.)

빈：응…? 100원?

(어디 남은 동전이 없나 가방을 뒤지다가, 이 일기장이 손에 잡혔다.)

빈：헉, 설마….

(이 일기장에 붙여 놓은 동전을 쓰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빈：……!

(그 100원 짜리 동전은, 나와 빈의 시작을 상징하는 거니까.)
(원래 주어졌던 가치인 100원보다, 훨씬 더 비싼 가치를 지닌 물건이 된 셈이다.)
(그런 걸 100원이 모자란다고 써 버리면, 손해를 보는 건 나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내가…. 이런 데서 손해를 볼 순 없지.)
(나는 일기장을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고서, 그 대신 사려던 물건 하나를 빼 버렸다.)

빈：…….
빈：매니저랑 내 시작이라…. 헤헤.
빈：뭐야, 동생 같다느니 주워 온 강아지 같다느니 해도….
빈：매니저는 나랑 만난 걸 제법 소중하게 여겨 주고 있구나.
빈：뭔가 간질간질한 게 기분 좋은데? 매니저가 오면 고맙다고 말해야지!

 

- 달칵 -

빈：아, 매니저!
매니저：빈….
빈：찾던 수첩은 찾았어?
매니저：아니, 아직…. 어떡하지…, 꼭 찾아야 하는데.
빈：중요한 물건이랬지?
매니저：응….
빈：헤헤, 실은 말이야….
매니저：……?

- 척 -

빈：이거지? 네가 찾던 수첩.
매니저：……!! 맞아!
빈：자, 받아.

- 슥 -

매니저：어디서 찾았어?
빈：이 의자 위에 있더라구. 서류 밑에 깔려 있었나 봐.
매니저：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그런 데 있었구나.
매니저：고마워, 빈. 한 시름 덜었어.
빈：고맙긴. 내가 더 고마운데, 뭐.
매니저：…왜 네가 더 고마워?
빈：매니저 덕분에, 뭔가 간질간질해져서 기분이 좋아졌어.
매니저：그게 대체 무슨….
빈：헤헤. 그냥,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빈：매니저, 기왕 기분 좋아진 거 더 기분 좋아지게, 나 초콜릿 좀 주라. 응?
매니저：초콜릿?
빈：응!
매니저：…미안, 지금 초콜릿이 남은 게 한 개도 없어.
빈：…어? 한 개도?
매니저：응…, 어제 새로 사 오려고는 했는데….
빈：했는데…?
매니저：돈이 모자라서 못 사 왔어.
빈：헉…?!

(그럼…, 100원이 모자라서 빼 버렸다던 게….)

빈：…….
매니저：빈…? 왜 그래?
빈：괜찮아…, 괜찮아. 그래, 나한테도 매니저와의 시작은 소중하니까….
빈：응, 맞아! 그게 초콜릿보다도 훨씬 소중해! 그러니까 괜찮아!
매니저：…뭐가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괜찮아?
매니저：초콜릿이 다 떨어졌다는 게 그렇게 충격이었어?
빈：괜찮아! 그치만….
매니저：응?

 

빈：매니저, 다음부턴 돈이 모자랄 땐 자판기 밑에 손을 넣어 보는 게 좋아.
매니저：…뭐라구?
빈：100원 짜리는 물론이고, 가끔 500원 짜리라는 왕건이가 잡힐 때도 있거든.
빈：아, 거스름돈 나오는 데도 꼭 확인해 봐! 거기도….
매니저：빈, 난 그렇게까지 구차하게 굴어야 할 정도로 돈이 필요한 건 아니….
빈：…아니야?
매니저：아니…, 고 싶어.
빈：헤헤, 그렇지?
매니저：아아, 돈이 없어서 슬픈 짐승이여….
빈：초콜릿이 없어서 슬픈 짐승이여….

(그렇지만, 돈도 없고 초콜릿도 없는 우리에게도 늘 있는 건 있을 거다.)
(아마도 평생 값을 매길 수 없을, 그 100원 짜리 동전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