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매니저 스토리 -20화- 매니저의 일기, 이안

- 벌컥 -

이안：야, 꼬마 사장! 너….
이안：…뭐야, 여기도 없잖아.
이안：어딜 간 거야? 내 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선.

(딱히 매니저가 그랬다는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범인은 매니저다. 틀림 없어.)

이안：하아…. 그냥 어질러 놓은 것도 아니고, 아주 샅샅이 뒤져 놓은 흔적 투성이더만….

(혹시나 뭔가 발견하고 가져간 건 아닌지 확인해 봤으나, 없어진 물건은 딱히 없었다.)

이안：하여간, 그 녀석 머릿속엔 프라이버시란 말이 있다가도 없다가도 한다니까.

(있을 때보다 없을 때가 더 많지, 솔직히.)

이안：……? 그런데 왜 여기도 이렇게 난장판이야?
이안：뭐, 원래부터 늘 난장판이긴 했다만….

(오늘은 상태가 한층 더 심각한데…?)

이안：쯧.

(누가 서류를 이렇게 의자 위에 잔뜩 펼쳐 놓으래, 진짜.)

이안：적어도 이런 건 책상 위에 올려 놓으라고.

- 슥 -

이안：응…?

(혀를 차며 서류 몇 장을 집어 올린 순간, 그 아래에 묻혀 있던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이안：이 수첩은 뭐지?

(매니저가 평소에 들고 다니는…, 거랑은 표지가 조금 다르다.)

- 팔락 -

이안：흠. 내용물이 죄다 꼬마 사장 글씨로 적혀 있는 걸 보니, 꼬마 사장 게 맞기는 한 모양이….
이안：…어?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았다. 빨래를 널기엔 최적인 날씨였지만, 정작 세탁기를 돌리는 걸 잊어버렸다….)

이안：이, 이건…. 꼬마 사장의 일기장…?

(일기 같은 걸 쓰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이안：…….
이안：훗…, 마침 잘 됐네. 내 방을 엉망으로 만든 죄에 대한 벌이다, 꼬마 사장.

(잠시 내 머릿속에서 프라이버시란 말을 지워 주겠어.)

- 팔락팔락 -

이안：뭐 부끄러운 얘기라도 안 써 놨나? 나중에 놀려 먹게.

- 팔락…. -

 

(나는 오늘 범죄를 저질렀다.)

이안：뭐…?!

(부끄러운 얘기나 좀 찾아 보려고 했더니, 난데 없이 범행 자백이 왜 튀어나와…?!)

이안：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어쩔 수 없었다. 우리 기획사에는 새 스타가 필요했고,)
(그 새 스타를 손에 넣기 위해서 나는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반쯤은 피해자의 싸가지 없음에 욱해서 저지른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안：잠깐. 이거….

(피해자의 이름은 이안.)
(지금껏 내가 겪어 왔던 그 어떤 첫 만남보다도 재수가 없는 첫 만남을 경험하게 해 준 남자라서)
(피해자라고 적고 있으면서도 좀 울컥한다.)

이안：…….
이안：그래, 그랬었지…. 처음 만났을 때, 이 녀석은 내 말을 녹음해서는….
이안：자기 기획사로 오지 않으면 녹음된 걸 퍼뜨려 버리겠다고 협박한, 아주 훌륭한 협박범이었지.
이안：나 참, 그 어떤 첫 만남보다도 재수가 없는 첫 만남이었다니…. 누가 할 소린데.

(하지만, 인간 관계는 첫 만남이 다가 아니다.)

이안：…….

(최고의 첫 만남이 최악의 헤어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법이니까.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언젠간 이안과….)
(함께 오늘을 돌아보다가, 그러고 보니 그 땐 그랬었지…. 하고 놀라면서 웃을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안：…….
이안：…뭐, 뭐라는 거야? 과, 관계는 무슨 관계!
이안：자기 부끄러운 얘기는 어디 가고, 남을 부끄럽게 만드는 얘기만…. 일기 한 번 더럽게 못 쓰네, 진짜.
이안：이딴 일기가 적힌 페이지는…. 빨리 넘겨 버리자.

- 팔락팔락…. -

 

(오늘은, 아니 오늘도 이안이 내게 불평을 했다. 피곤해서 듣는 척만 하고 한 귀로 흘렸다.)

이안：…….

- 팔락 -

(이안에게, 자기 방에 들어올 땐 노크 좀 하라고 들어오라고 혼났다.)
(한두 번 노크하는 걸 잊은 거 가지고 너무 뭐라 하지 말라고 했더니, 한두 번 잊은 게 아니라며 또 혼났다.)
(이상하다…, 내 기억 상으론 한두 번인데.)

이안：네 기억 상으로만 그런 거다, 멍청아.

- 팔락팔락 -

(이안은 가끔씩 영어로 뭐라 중얼거리곤 한다.)
(오늘도 갑자기 그러길래, 방금 뭐라고 한 거냐고 물어 봤더니….)
(이안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영어로 한 마디를 더 내뱉더니, 그대로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내가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이런 식으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이게 다 우리 회사의 국제파 남자 탓이다.)

이안：…뭐가 내 탓이야?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나한테 감사는 못할 망정.

- 팔락팔락… ! -

이안：이안, 이안…. 나 참, 내 이름 한 번 많이도 적어 놨다.

(대체 부끄러운 얘기는 어디 있는 거야…? 아까부터 죄다 내 얘기….)

이안：어…?
이안：그,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왜 죄다 내 얘기야…?! 사람 민망하게…!

- 벌컥! -

이안：……!!

- 탁! -

 

매니저：응? 이안?
이안：꼬, 꼬마 사장….
이안：와, 왔냐? 어디 갔다 왔어?
매니저：응, 잠깐 요 앞 가게에 뭘 놓고 오지 않았나 싶어서…. 좀 찾으러 갔다 왔어.
이안：놓고 와? …뭐 잃어버렸냐?
매니저：그게….

매니저：이안, 혹시 이거랑 비슷하게 생긴 수첩 못 봤어?
이안：응…?!
이안：…….
매니저：이안?

(봤다고 해야 할지…. 아예 안에 적혀 있는 것까지 다 봤다고 해야 할지….)

이안：이, 잃어버린 게 수첩이야?
매니저：응…. 중요한 건데, 아침부터 통 보이질 않네.
이안：…설마, 그거 찾느라고 내 방을 그렇게 헤집어 놓은 거냐?
매니저：앗, 봤어? 방 그렇게 된 거.
이안：내 방인데 내가 못 봤을 리가 있어? 아주 제대로 뒤죽박죽을 만들어 놨더만!
매니저：미, 미안해…. 청소해 주려고는 했는데, 일단 수첩부터 찾고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이안：너 말이야….

- 파악! -

매니저：아야!!

(나는 매니저가 애타게 찾고 있는 물건이자, 매니저의 일기장이기도 한 수첩으로 매니저의 이마를 가볍게 한 대 쳤다.)

매니저：이안, 이게 뭐 하는 짓이…, 어?
이안：…….
매니저：그거…, 내 수첩이잖아.
이안：그래.
매니저：뭐야, 역시 이안이 가져간 거였어…?!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못됐어, 진짜!
이안：뭐야, 가져가긴 누가 가져갔다고 그래…?!
이안：난 그저 사무실 서류 더미 밑에 있던 걸 발굴해 냈을 뿐이라고!
매니저：서, 서류 더미…?
이안：어, 그것도 의자 위의 서류 더미.
매니저：거, 거기 있었구나…. 아하하하.
이안：정리를 못하면 물건 간수라도 제대로 할 줄 알든가. 하여간에….
매니저：으윽….

이안：…그런데 말이다.
매니저：응?
이안：넌, 그…. 너만 알고 있는 부끄러운 비밀 같은 거 없냐?
매니저：나만 알고 있는 부끄러운 비밀? …이안의?
이안：내 비밀 말고…! 네 비밀!
매니저：그런 거야 당연히 있지. 그런데 왜?
이안：그런데 왜 그런 걸 일기장에 안 적어?!
매니저：…일기장?
이안：……아차.

매니저：일기장이란 말을 입에 담은 것으로 보아….
매니저：이안, 너는 그 수첩이 내 일기장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렷다?
이안：그, 그건….
매니저：그리고 그 수첩이 내 일기장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매니저：수첩의 내용물을 읽어 봤다는 것이렷다?
이안：이, 읽어보지 말라는 말은 없었잖아…?
이안：게다가 난 처음엔 이게 뭔가 싶어서 펼쳐 본 것 뿐이라고!
매니저：아, 그러셨어요…? 그래서, 얼마나 읽어 봤니…?
이안：어….
이안：…꽤 많이?
매니저：…….
이안：…….
매니저：이안….

이안：벼, 별다른 거 적혀 있지도 않더만!
이안：무슨 부끄러운 비밀 얘기라도 적혀 있었다면 모를까, 그런 건 하나도 없고 죄다 내 얘기만…!
매니저：응…? 네 얘기만?
이안：그, 그래…. 지, 진짜 괜히 내가 부끄럽게, 죄다 내 얘기만 쓰여 있고 말이야…!
이안：대체 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일기를 쓰고 있는 거야!
매니저：…내가 그렇게 이안 이야기만 써 놨어?
이안：네 일기 내용을 네가 모르냐? 난 네 부끄러운 얘길 찾으려다 오히려 내가 부끄러워졌다고!
매니저：으음…, 그게 정말이라면….
매니저：아무래도 내 안에서 이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큰 걸지도 모르겠네.
이안：…응? 네, 네 안에서 내가 차지하는 비중?

매니저：하긴…, 이안처럼 내게 한결같이….
이안：하, 한결같이…, 뭐?

(뭐, 뭐야…. 난 대체 무슨 얘길 기대하고 있는 거지? 왜 긴장하고 있는 거야?)

매니저：한결같이…, 재수없게 구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지.
이안：뭐…?
매니저：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말 한결같아…. 어떤 의미에선 정말 굉장해….
이안：너 진짜…!
매니저：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랑 비교하면 많이 나아진 건가?
이안：나, 나아졌다고…?
매니저：응, 요즘 이안을 보고 있으면…. 왠지 귀엽게 보일 때가 많아서.
이안：……?! 귀, 귀엽다니? 내가?!
매니저：그래. 지금도 꽤 귀엽네.
이안：……!!
매니저：아, 얼굴 빨개진 거 봐. 많이 나아진 건가가 아니라, 많이 나아졌네, 정말.
매니저：옛날 같았으면, 얼굴을 붉히긴 붉혀도….
매니저：화가 나서 붉혔으면 붉혔지, 부끄러워서 붉히진 않았을 거 아냐? …풉.
이안：그, 그, 그야….

매니저：…어쨌든, 그랬던 건 그랬던 거고, 지금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이안：……어?
매니저：네가 내 일기장을 훔쳐 본 건 훔쳐 본 거지.
이안：어…….
매니저：네가 부끄러워진 건 생각하고, 내가 부끄러워진 건 생각 안 하니, 이안…?
이안：어, 어어….
매니저：어어…? 생각 안 한다 이거야…?
이안：아, 아니, 잠깐. 그런 게 아니라…!!
매니저：이렇게 된 거, 네 일기장 내놔! 나도 네 부끄러운 비밀 얘기 다 볼 거야!!
이안：뭐야…?! 야, 난 일기 안 써!!
매니저：그럼 휴대폰 좀 내놔 봐!!
이안：미쳤냐?! 네 머릿속엔 프라이버시라는 말이 있다가도 없다가도 역시 없는 거지?!
매니저：그런 건 네 머릿속도 마찬가지 아냐? 남의 일기를 왜 봐, 왜!
이안：나도 후회하고 있어!!

(…….)

 

이안：…그 땐 그랬었지, 하고 놀라면서 웃을 수 있는 관계 좋아하시네.
매니저：뭐, 적어도 그 땐 그랬지만 지금은 나아졌네, 하고 웃다가 싸움에 돌입하는 관계까진 진전이 됐잖아.
이안：그런 걸 진전이라고 말할 수 있긴 한 거냐…?
매니저：글쎄?
이안：하…. 바보 같다, 진짜.
매니저：누가 바보 같아?
이안：…우리 둘 다. 이 바보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