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매니저 스토리 -20화- 매니저의 일기, 미유

미유：사, 장….

- 벌컥! -

미유：니임!!
매니저：꺄아아아악!!

- 투욱! -

미유：사장님, 뭐 떨어뜨렸어.
매니저：너 때문에 떨어뜨렸잖아! 꼭 그렇게 요란스럽게 들어와야 돼?
미유：여왕님의 행차는 요란한 법이지.
매니저：보통 요란스럽게 구는 건 주변 사람들이고, 여왕님 본인께선 조용하게 오시지 않니…?
미유：내 사랑스러운 백성에게 애정이 담긴 외침을 선물해 줬을 뿐이야.
매니저：…하아.

- 슥 -

 

매니저：아구구, 허리야….
미유：그거 하나 줍는 거 가지고 벌써 허리가 아프면 앞으로 어쩌려고?
미유：사장님, 몸은 젊을 때부터 관리해야….
매니저：아까 사무실 바닥 청소를 해서 그런 거거든…? 오해하지 마.
미유：…바닥 청소를 했다는 바닥이 이래? 정말 청소한 거 맞아?
매니저：의심하지도 마!
미유：어머, 백성이 여왕님한테 막 명령질을 하네.
매니저：좋은 나라에서는 백성이 곧 왕입니다.
미유：이를 어쩌나? 나는 나쁜 나라 여왕인데.
매니저：…….

미유：아, 맞다. 사장님.
매니저：왜요? 나쁜 나라 여왕님.
미유：너한테 볼 일이 있다는 손님이 왔어.
미유：그래서 현관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왔지롱.
매니저：그걸 왜 이제 말해…?!
미유：요란스럽게 등장하느라 바빴어서.
매니저：너어…. 으윽, 일단 다녀올게!
미유：다녀오세요~♡

- 쾅 -

 

(얼마 후….)

미유：…….

(시간이 꽤 지났는데, 사장님이 돌아오질 않네….)

미유：응?

(이건…. 아, 아까 사장님이 떨어뜨렸던 거다.)

미유：수첩이네. 무슨 수첩이지?

- 팔락팔락 -

미유：앗, 이거….

(어제까지만 해도 이 기획사의 여왕은 나였다. …하지만.)
(오늘 우리 기획사에, 새로운 여왕님께서 오시고야 말았다.)
(아니, 황제 폐하라고 해야 되나…? 아니야, 역시 여왕님이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미유：이거, 사장님 일기장이었잖아! 와, 우리 사장님이 일기를 다 쓰고 있었구나.
미유：후훗, 이 일기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에 쓴 건가 보네. 어디, 뭐라고 더 써 놨나 볼까…?

(여자보다 더 예쁘게 생긴 남자.)
(얘기야 많이 들었고, TV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에서 그런 남자들의 모습을 본 적도 있긴 하지만….)
(설마 그런 남자가 내 눈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고.)
(이렇게 남자라고 쓰는 것조차 어색할 정도로 예쁜 남자애가!)

미유：아하하하, 우리 사장님, 내 미모에 많이 당황했었나 봐. 하긴, 내가 좀 예뻐야지.

(새 여왕님의 존함은 은, 미자, 유자.)
(사실 난 여자 스타를 키워 보려던 참이었다고 중얼거렸더니, 여자로서 활동해도 상관 없다고 하신다.)
(정말로? 하고 묻는 내게, 미유는 해맑게 웃어 주었다.)
(아마도 나는,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미유：사장님….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최고급 스테이크를 뜯긴 날을.)

미유：…….

(스테이크, 스테이크, 스테이크!)
(가난에 찌든 이 내 입으로 몇 번이고 이름만 불러 보았던 님이여! 그것도 최고급 님!)
(그런 님을 간신히 뵈었건만, 끝내 내 위장으로 모시지는 못한 이 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미유：사장니임…. 내 해맑게 웃는 얼굴보다 내 배로 들어간 최고급 스테이크를 못 잊겠다고 하다니….

(이 미유 님께서 스테이크 따위를 상대로 패배감을 느껴야 한단 말이야…? 말도 안 돼.)

미유：에잇, 다른 날 일기 볼 거야.

- 팔락팔락 -

 

(오늘은 미유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미유：흐음, 이건 저번에 극장에서 데이트했던 날 일기구나. 그런데….
미유：이 날 우리가 대체 무슨 영화를 봤었지? 기억이 안 나네….

(하지만, 결국 영화는 나 혼자 보게 되었다.)

미유：어? 왜?

(그도 그럴 것이,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유는 내 어깨를 베개 삼아 잠들어 버렸으니까.)

미유：참, 그랬었지…. 아하하하.

(나는 그런 미유를 표값이 아깝지도 않냐며 깨우려다가, 그냥 자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피곤해 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부려먹은 건 나니까.)

미유：알고 있으면서도 부려먹은 거야? 사장님도 은근 너무하네.

(미유를 쉬지 못하게 하는 건 전적으로 내 욕심이다.)

미유：게다가 인정했어! 전적으로 자기 욕심이라고!
미유：사장님이 돈 좋아하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이런 얘길 읽으니 나라도 기운이 좀 빠지는걸?

(미유는 빛이 나는 사람이다.)

미유：……? 뜬금없이 당연한 소릴 써 놨네.

(그런 미유는, 좀 더…. 아니, 가장 높은 곳에 서는 게 어울린다.)
(그러니까 나는 그 가장 높은 곳으로 미유를 데려가 주고 싶다고, 언젠가부터 강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미유：…….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 기획사는 예전에 비해서 힘이 부족하다.)
(여기가 아닌 다른 기획사로 간다면, 미유는 훨씬 쉽고 빠르게 정상에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미유를 놓아 주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일 없이 내가 미유를, 미유가 마땅히 있어야 할 높은 곳으로 데려가 주고 싶다.)
(그래서…, 결국 최대한 이런 저런 일을 시켜 보게 된 거다.)

미유：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부려먹은 것에 대해선 반성해야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미유도 평소에 나를 아주 열심히 부려먹는 건 사실이다.)
(이런 말을 미유에게 해 봤자, 평민이 여왕님을 섬기는 건 당연하지 않냐는 소리나 들을 것 같지만 말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미유가 나쁜 뜻에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
(이런 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부려먹는 관계도 우리에겐 나쁘진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스크린과 잠이 든 미유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미유：…어쩌지. 아까부터 패배감이 연속해서 밀려오는데.

(그치만, 스테이크를 상대로 느꼈던 패배감과는 어쩐지 느낌이 다르네.)

미유：우리 사장님…. 정말이지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람이라니까.
미유：나쁜 의미에서도, 좋은 의미에서도.
미유：덕분에 야~악간은…. 부려먹어서 미안해졌잖아. 후훗.

 

- 달칵 -

매니저：다녀왔어, 미유.
미유：아, 사장님. 늦었네?
매니저：일 관련으로 이야기가 길어져서…. 나 기다렸어?
미유：응, 기다렸어.
매니저：왜?
미유：…글쎄? 그러고 보니 난 애초에 사장님을 왜 기다렸더라?
매니저：미유….

미유：그런데, 기다리다 보니까 이유가 생겼어.
매니저：어떤 이유?
미유：할 말이 생겼거든.
매니저：그래? 무슨 말인데?
미유：사장님….
미유：내가 졌어!!
매니저：……엥?
미유：어때? 기뻐?
매니저：뭐, 뭐에 기뻐해야 되는 건데? 갑자기 무슨….
미유：뭐야, 안 기뻐? 이 내가 패배를 선언했는데도 기쁘지가 않단 말이야?
매니저：아니, 뭐에 패배를 선언한 건질 모르겠으니까 이러지…. 우리가 무슨 내기라도 했었나?
미유：내기는 안 했지만, 어쨌든 내가 졌어.
매니저：…영문을 모르겠네.
미유：하지만….
매니저：응?

미유：부려먹는 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내가 더 부려먹을 거야.
매니저：…네?
미유：여튼, 내가 졌다고 말하는 건 기간 한정 발언이니까 지금 실컷 곱씹으면서 기뻐하도록 해.
미유：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충고할게.
매니저：웬 충고…?
미유：첫 번째. 이 미유 님께서는 최고급 스테이크보다 존귀하시다는 걸 잊지 마.
매니저：어….
미유：두 번째.
매니저：잠깐만, 미유. 너 설마….

- 척 -

미유：일기장 관리는 좀 더 철저하게 할 것.
매니저：너어어어어!! 봤어?! 봤구나!! 본 거지?!
미유：응, 봤어.
매니저：그렇게 단숨에 인정해도 될 건이야, 이게?!
미유：본 건 사실이니 부정하기도 그렇잖아. 어차피 별로 안 봤어.
매니저：별로 안 봤어도 본 건 본 거잖아!! 게다가 민망한 부분만 딱 골라서 본 것 같은데…?!
미유：민망한 부분이라니? 그야 마음에 좀 걸리는 구석도 있었지만,
미유：꽤 감명 깊은 부분이었으니까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매니저：난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화를 내는 거야…!!
미유：어머, 그래? 과연 그게 사실일까?

(후후…. 내가 졌다고 말해 놓고선, 어쩐지 내가 또 사장님을 이겨 버린 듯한 구도가 돼 버렸네.)
(그래도 말이지, 사장님.)
(난…. 우리 사이의 최후의 승자는, 사장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어.)
(그러니까 지금은, 내가 더 많이 이겨도 되겠지? …후훗.)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