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제이엘 스토리 -14화- 뜨거운 안녕

(이른 아침, 공항.)

매니저：다 챙겼어?
제이엘：으응….
매니저：여권은?
제이엘：…챙겼…어….
매니저：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제이엘：…….
매니저：오랜만의 여행인데 신나지 않아?
제이엘：…한국도 제대로 여행해 본 적 없는데 뭐….
매니저：한국도 여행하면 되지. 대만 다녀오고 나서.
제이엘：…응. 한국 여행도 해야지.

제이엘：그나저나 샤오궤이즈도 휴가네.
매니저：나도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겠어?
매니저：그 동안 우리 꽤 스펙터클했잖아.

공항 안내 방송：9시 정각 출발의 대만 타이베이 행 여객기의 승객 분들꼐서는 탑승을 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항 안내 방송：다시 한 번 알립니다. 9시 정각 출발의….
매니저：시간 다 됐다. 어서 들어가.
제이엘：…이제 진짜 간다.

 

- 척 -

매니저：자,
제이엘：악수…하자고?
매니저：응, 제이엘. 아무튼 그 동안 수고했어.
매니저：잘 가.
제이엘：으… 언제부터 나의 샤오 매니저가 이렇게 쿨했지?
매니저：누가 너의 샤오 매니저…
제이엘：그리고…!
제이엘：왜 다신 안 볼 것처럼 심각하게 인사하는 건데?
제이엘：나 당연히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며.
제이엘：무엇보다 난…! 아직 정식으로 계약 종료하겠다고 말한 적 없어!
매니저：그, 그건 그렇지만….

제이엘：…잊지 마.
제이엘：난 아직… 샤오 매니저의 제이엘이야.
매니저：…아, 알았어. 알았어.
매니저：그나저나 제이엘, 한국어 실력이 이젠 한국인 뺨치는데?
매니저：어버버하던 거 업어 키웠더니 이젠 논리정연하게 자기 주장도 펼칠 줄 아네?
제이엘：자기 주장 아직 안 끝났어. 그러니까,
제이엘：…그러니까… 악수는 돌아와서 할 거야.
제이엘：샤오 말대로 푹 쉬고 생각 정리되면 돌아올게.
매니저：응. 푹 쉬어.
제이엘：…안녕.
제이엘：잘 지내, 매니저.

(그 말만 남긴 채로 제이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탑승구로 향했다.)

매니저：…….
매니저：…잘 가, 제이엘.

 

(한 달 후….)

매니저：…어떻게 된 거지.
매니저：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 소식도 없다니….
매니저：진짜 무슨 일 있는 건….

- 달칵 -

(응? 현관 문 쪽에서 방금….)

 

- 저벅저벅 -

매니저：…….
매니저：…제이엘…?
제이엘：…오랜만이야.
제이엘：잘 지냈어? 샤오 매니저.
매니저：너….
제이엘：이거 봐! 전에 사 준 장난감! 바오베이 아줌마 완전 신났어.
바오베이：냥냥냥냥! 냐아앙!

 

매니저：너, 어떻게 여길….
제이엘：아, 샤오 선물은 '감박'했다! 미안.
매니저：…감박? 불리할 때만 어설픈 한국어인 건 여전하다?!
제이엘：그, 그게 아니라… 사실 어떻게 된 거냐 하면,
매니저：제이엘, 너 이 자식…!
매니저：한 달 간 연락도 안 되다가 갑자기 불쑥 나타나더니 뭐? 선물이 어쩌고 저째?
매니저：너… 너… 진짜 가만 안 둘 줄 알아!

제이엘：샤오….
제이엘：…나 걱정했어?
매니저：그야 당연하지!
매니저：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연락이 안 되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제이엘：그래도 아예 냉혈 인간은 아니었네.
매니저：뭐? 제이엘 너…, 사람 속을 그렇게 썩이고서 하는 말이 고작…!

(나도 모르게 번쩍 손을 들어올리려는데….)

- 덥썩! -

매니저：…뭐, 뭐야.
제이엘：…….
매니저：아, 알았어. 안 때릴 테니까 내 손목은 좀 놓고….
제이엘：…샤오궤이즈… 나… 할 말 있어.
매니저：…….
제이엘：있잖아….
제이엘：뭐 먹을 거 없어?
매니저：……응?
제이엘：나 지금 너무 배고파. 어제랑 오늘 졸졸 굶었어.
매니저：…….
제이엘：샤오, 주먹에 힘 풀어. 안 때린다며.
매니저：……에휴.
매니저：그래, 그래. 네가 시냇물처럼 졸졸졸 굶으셨다니 뭐라도 먹을 걸 찾아와야….

 

- 와락 -

매니저：……!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닿은 곳에서 세차게 뛰는 제이엘의 맥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제이엘：우리, 잠깐만 이렇게 있자.
제이엘：…많이 보고 싶었어, 매니저.

(순간, 마음 속에서 뭔가가 쿵 하고 내려앉았다.)

제이엘：사실 나 대만에선 일주일 정도 있다 돌아왔어.
매니저：…그럼 그 뒤엔?
제이엘：한국 들어와서 여기저기 여행했어.
제이엘：한국 생활하면서 못 가 본 데가 많았거든.
매니저：…뭐?! 야, 그랬으면 당연히 나한테 연락을 해야…!
제이엘：혼자 바람도 쐬고, 생각도 정리하고 싶었어.
매니저：그래도… 그래도 내가 얼마나 걱정을….
제이엘：연락 안 해서… 걱정 시켜서 미안.
매니저：…….

 

제이엘：있잖아, 샤오.
제이엘：전에 말했던 보이 그룹, 한 번 해 볼게.
매니저：저, 정말? 마음 먹은 거야?
제이엘：응. 혼자서 계속, 계속 생각해 왔어.
제이엘：어릴 때부터 내 고집대로, 나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고 살아 왔지만 이번만은….
제이엘：…어쩐지 날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알려 준 방향대로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매니저：제이엘….
제이엘：그리고 무엇보다….
제이엘：나한테 제일 소중한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제이엘：샤오가 말한 내 재능을, 믿어 볼래.
매니저：음… 그러니까 결국은 보이 그룹, 하겠다는 거지?

(나는 은글슬쩍 말하며 제이엘의 품에서 벗어났다.)

제이엘：하아…. 샤오 진짜 너무하는 거 아냐?
매니저：내가 뭘?
제이엘：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저 무심한 반응이란…!
제이엘：역시 샤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였어.
매니저：거 참, 내가 뭘 어쨌다고….
제이엘：…두고 봐. 일 보 전진을 위한 후퇴야.
제이엘：천하 제일 가수가 돼서 꼭 다시 돌아올 거야.
매니저：천하 제일 가수가 되고 나서 말씀하시죠….

제이엘：그 땐 이 오빠가 좁아 터진 우리 사무실도 리모델링 해 줄 테니까….
매니저：어휴, 그러셔요? 나도 우리 제이엘 덕 좀 보는….
제이엘：그럼… 그 땐 내 마음을 진지하게 받아 줄래?
매니저：…응?
제이엘：눈 동그랗게 뜨고 그냥 넘길 생각 마.
제이엘：나도 이번엔… 그냥은 물러서지 않을 거야.
매니저：어, 음….
제이엘：…하여간, 어쩔 수 없다니깐.

(부드럽게 내 뺨을 감싸 쥔 제이엘이 아주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매니저：……!

(그 순간)

 

바오베이：냐아아앙!

- 훌쩍 -

제이엘：아! 바오베이! 이 아줌마는 왜 갑자기 남의 등에 올라타?
매니저：푸훗…. 푸하하하!
제이엘：…하아. 바오베이까지 내 연애 사업에 초를 치다니….
매니저：있잖아, 제이엘.
제이엘：…응.
매니저：우리, 얼른 나가자.
제이엘：어딜?
매니저：배고프다며~ 금강산도 식후경 몰라? 금강산 먹으러 가야지.

(웃는 얼굴인 채로 고개를 돌리자….)
(해질녘의 달콤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 꼬옥 -

제이엘：…샤오? 갑자기 내 손은 왜 붙잡아?
매니저：악수, 돌아와서 하기로 했잖아.
제이엘：…아….

(어서 와, 그리고….)
(…고마워, 제이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