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제이엘 스토리 -10화- 음악과 고구마의 밤

제이엘：후아암~
매니저：하아암~
제이엘：샤오 매니저, 점심 먹을 시간이야….
매니저：벌써? 아침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밥 시간만 꼬박꼬박 돌아오네.
제이엘：샤오, 우리 이번 생은 망한 걸까….
매니저：…대체 넌 어디서 그런 한국어들을 습득하는 거니….
매니저：그리고, 망하긴 누가 망해! 넌 예능 프로그램도 출연했고….
매니저：인기 드라마 OST 작업에도 참여한 실력 있는 예비 스타,
제이엘：미래의 최고 아이돌님이시다! …라고 말하려고 했지?
매니저：…응.
제이엘：한 번만 더 들으면 오백만 번째야.
제이엘：그런데…. 지금 우리….

(…며칠 째 그냥 놀고만 있는 걸까.)

제이엘：그래도 OST 앨범 잘 돼서 무대에 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매니저：그, 그게…. 워낙 요즘 시대가 그래!
매니저：요새 가요계에 내로라 하는 거물급 가수들이 음반 낸 거 너도 알지?
제이엘：…응.
매니저：그러니까 방송국이나 언론, 대중들도 그 쪽으로 시선이 갈 거고,
매니저：부익부 빈익빈, 지망생들의 입지는 더 좁아지는 거지.
제이엘：…좁아져…? 우리 사무실처럼?
매니저：…전부터 말했지만 뭐라도 하나 기획사에 보태 주고 나서 사무실이 넓니 좁니를….

제이엘：그러면… 뭐 하나 물어 보자.
매니저：응?
제이엘：그렇게 잘 알면서….
제이엘：샤오는 왜 나중에 내가 데뷔만 하면 전 세계를 주름잡는 아이돌이 될 거라고 한 거야?
제이엘：샤오만의 비법이라도 있는 거야?
매니저：…음… 제이엘, 널 믿으니까?
제이엘：…….
매니저：…미안.
제이엘：그래도 빨리 잘못을 인정하는 건 참 맘에 들어.
제이엘：매니저로서의 능력은 의심되지만.
매니저：…내가 어떻게든 너 스타로 만들고야 만다….

 

- 따르르르릉 -

매니저：네, 여보세요….
매니저：…네?!
제이엘：…샤오?

 

(며칠 후….)

매니저：자, 도착!
제이엘：우왓, 오늘 무대에서 노래 부를 수 있는 거야?
매니저：당연하지! 전화로 들어도 꽤 괜찮은 음악 페스티벌 같았어.
매니저：아마 관객도 한 3만 명쯤은 올걸?
제이엘：우와! 3만 명?!
매니저：자, 그럼 이제.
매니저：…등산해야 하나…?!
제이엘：…….

(뭐지, 이 당황스러운 첩첩산중은….)

제이엘：샤오, 저기 좀 봐. 페스티벌 플래카드.

- 산 속 캠핑과 음악의 만남, 높봉산 페스티벌! -

(어째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매니저：…어,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올라가 보자.

(…….)

(제이엘과 나는 한참을 낑낑대며 산을 올랐다.)

제이엘：…무대가….
매니저：…여긴….

 

(휑한 산 속, 그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저 공터가… 설마….)

제이엘：저게 무대 같은데…?
매니저：…우리 그냥 돌아가자!
제이엘：뭐? 샤오….
매니저：아무리 우리가 스케줄에 목말랐어도 이건 아니야.
매니저：게다가 음향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같은데.
매니저：여기서 춤 추고, 노래하고…. 말도 안 돼.
제이엘：그래도 샤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오고 있어.
매니저：어쩔 수 없어. 아닌 건 아닌 거야. 돌아가자.
매니저：관계자한테 못한다고 말하고 올 테니까 잠깐 있어 봐.
제이엘：샤오…!

 

(잠시 후….)

매니저：헉헉… 이 놈의 산…. 담당자는 또 어디 있는 거야…!
매니저：곧 날도 어두워질 텐데 얼른 제이엘 데리고 산을 내려가야….

- ♪ ♬ ♩ ~ -

매니저：…응? 이 소리는?

- 저벅저벅저벅 -

매니저：제이엘…?

- 짝짝짝짝~ -

청년：어, 저거 드라마에 나왔던 노래 아니야?
아가씨：응! 저 사람이 불렀나 봐! 게다가… 비주얼도 완전 훈훈♥
아줌마：저 청년, 텔레비전에서 잠깐 본 것 같은데? 이름이… 뭐였더라?
매니저：제이엘이라고 합니다! 아직 정식 데뷔는 안 했지만 곧 가요계를 주름잡는….
아가씨：…우리 저 쪽으로 가자.
매니저：…….

(그러는 와중에 무대 위에선 어느 새 노래가 끝나 있었다.)

 

제이엘：…감사합니다.
제이엘：방금 부른 곡은 이번에 드라마 OST에 들어간 노래인데요.
제이엘：여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편안한 느낌의 어쿠스틱 버전으로 불러 봤습니다.
제이엘：다음 곡은 제가 그냥 편하게 만들어 둔 노래인데요. 들려 드릴게요.

(담백한 기타 소리와 함께 달콤한 제이엘의 목소리가 일렁였다.)

매니저：제이엘…. 무대 위에선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매니저：…행복해 보여.

 

(잠시 후… 노래를 마친 제이엘이 무대에서 내려왔다.)

매니저：제이엘, 너….
제이엘：미안, 미안.
제이엘：사람들이 기다리는데 어쩔 수 없었어.
매니저：…….
제이엘：…샤오, 화났어?
제이엘：에이, 우리 사장님이 이 정도로 화내고 그러진 않잖아, 그치?
매니저：…이게 어디서 애교 처세술만 배워가지고!
제이엘：…헤헤.
매니저：…뭐, …나쁘진 않았어.
제이엘：나쁘지 않아?
매니저：…좋았어. 꽤.
제이엘：다행이다! 어쿠스틱 버전도 괜찮았다니.
제이엘：참, 아까 담당자 분 오셨었는데 수고하셨다고 무료로 캠핑도 하고 가라는데?
매니저：…응?

 

(잠시 후….)

매니저：…이런 산장 하나로 생색낼 거면 출연료나 더 줄 것이지.
제이엘：왜, 좋잖아. 모닥불도 좋고.
매니저：난 뼛속까지 도시 체질이야. 차도녀 알지? 차가운. 도시. 여자!
제이엘：하지만… 고구마를 구워 먹는다면?
매니저：…얼른 올려.
제이엘：응!

- 타닥 타닥 -

(고구마가 익길 기다리면서, 우리 둘은 말없이 모닥불만 바라보았다.)

제이엘：…샤오. 할 말이 있는데.
매니저：으응?
제이엘：나… 사실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매니저：…나도 안 믿긴다. 이렇게 둘이 나란히 앉아 고구마를 구워 먹을 줄이야….
제이엘：하핫, 응. 그것도 그렇지만….

제이엘：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땐,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어.
제이엘：근데…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
매니저：모르겠다니?
제이엘：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뭐부터 해야 하는지… 뭐 그런 거.
제이엘：게다가 말은 안 통하고 아는 사람도 없고….
매니저：한 마디로… 불쌍했구나.
제이엘：틀린 말은 아닌데 샤오한테 그런 소리를 듣는 건 좀….
매니저：…야.

 

제이엘：아무튼… 좋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어.
제이엘：어리버리한 외국인으로 이용 당하고 상처도 많이 받고.
매니저：…….
제이엘：처음엔 나만 그 사람을 믿고 진심으로 대하면, 그럼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제이엘의 목소리가 나직해졌다.)

제이엘：이런저런 상처를 받으면서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닫게 됐어.
제이엘：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믿자.
제이엘：마음을 다 주진 말자.
제이엘：더 이상 상처 받긴… 싫었거든.
매니저：…제이엘….

(…어렴풋이 제이엘이 느낀 감정을 알 것도 같았다.)
('Real 제이엘' 프로그램에 거부 반응을 보였던 이유도….)

제이엘：그렇게 거리를 두고 나니깐, 괜찮더라고.
매니저：…….
제이엘：가끔씩… 밤에 잠들기 전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자유롭게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게 조금…
제이엘：…외로웠지만 말이야.

(모닥불 때문인지 제이엘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매니저：…음….
제이엘：아, 미안. 쓸데없는 소리 해서.
매니저：아, 아니야. 얘기 잘 했어.
매니저：하고 싶은 말 있을 땐 나한테 털어 놔.
제이엘：…샤오.
매니저：난 네 매니저니까.
매니저：내 스타의 멘탈 관리도 신경 써야….
제이엘：미안하지만 그건… 싫은데?

 

- 휘익 -

제이엘：매니저로서 걱정하는 건.
매니저：……!

(코 끝이 맞닿으리만치 가까운 거리.)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오로지 제이엘의 눈동자 뿐이었다.)

제이엘：…….
제이엘：샤오. 혹시 기억해?
제이엘：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랑 잘 되면 제일 먼저 네게 말한다고 했던 거.
매니저：…….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데, 숨이 턱 끝까지 차 오르는 기분.)
(현기증이 날 만큼, 너무도 가까이에서 제이엘의 숨결이 느껴진다.)

제이엘：지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제이엘：그 사람한테… 키스할 거라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