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제이엘 스토리 -11화- 꿈

 
매니저：아~ 일이 일을 물고 들어오네.
매니저：드라마 OST에 이어서 무려 '샤론의 장미'! 샤론 씨 음반 피처링이라니!
제이엘：샤오, 그런데 샤론의 장미가 무슨 뜻이야?
매니저：샤론의 장미! 로즈 오브 샤론!
매니저：음… 우리 말로 하면….
매니저：…무궁화.
제이엘：…무궁화?

매니저：응. 매일 새로 피어나는 무궁화처럼 지지 않고 영원무궁한 가수가 되라는 뜻이래.
제이엘：흐음…. 뭔가 성공하겠다는 집념이 느껴지는데.
매니저：팔자는 이름 따라 간다는 말이 맞나 봐. 샤론 씨 요즘 장난 아니잖아.
제이엘：…그런가?

 

매니저：뭐…, 사실 무궁화든 해당화든 우린 그냥 피처링 잘 해서 인기에 묻어가면 되는 거거든.
매니저：근데 제이엘…, 샤론 씨 너무 귀엽고 예쁘지 않아? 무려 차세대 국민 여동생이시잖아.
제이엘：…딱히, 별로.
매니저：어쩐 일로 시큰둥하셔? 너 예쁜 여자한테 관심 많은 거 다 알거든.
제이엘：내, 내가 언제! 예… 예픈 여자가 관심… 뭐, 뭐….
매니저：…난처할 때만 한국 말 서툰 외국인인 척 하지 마시지.
제이엘：…헉.
매니저：전에 프로듀서님이랑 예쁜 여자 연예인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하는 거 다 봤다 이 말씀이야.
제이엘：그, 그건….
매니저：하아~ 오늘도 녹음하면서 난리 나는 거 아냐?
제이엘：…보다 안 에뻐.
매니저：응? 뭐라고?

 

제이엘：…내가 아는 누가 더 예뻐, 훨씬.
매니저：…….

(이 쪽을 빤히 바라보면서 그런 소리를 하면….)

매니저：…….

 

제이엘：샤오. 혹시 기억해?
제이엘：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랑 잘 되면 제일 먼저 네게 말한다고 했던 거.
매니저：…….
제이엘：지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제이엘：그 사람한테… 키스할 거라고.

매니저：…읏.

(그 땐 너무 당황해서 얼렁뚱땅 상황을 넘겼는데….)
(어쩐지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제이엘：왜 그래, 샤오. 어디 아파?
매니저：아, 아냐. 아무것도. 어이쿠, 벌써 도착했네. 빨리 들어가자!
제이엘：…흐음.

 

(…….)

매니저：안녕하세요~
신입 프로듀서：아, 어서들 오세요. 이 쪽은 오늘 녹음을 함께 할 무궁화 씨예요.
샤론：아이 참, 프로듀서님도~ 샤론이라고 불러 달라니까요~
신인 프로듀서：아하하, 네네. 샤론 씨.

(가녀린 몸매에 오밀조밀 인형 같은 이목구비, 누구든 살살 녹일 것 같은 눈웃음. 아주 전형적인….)

샤론：네~, 샤론이에요~ 여러분, 잘 부탁드려요~♥
매니저：…여우네. 불여우.
제이엘：…샤오궤이즈?
신입 프로듀서：아, 샤론 씨. 이 쪽은 제이엘 씨와 그 소속사 사장님이신….
샤론：흐음. 제이엘?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인데?
제이엘：아… 제가 아직 정식 데뷔는 안 해서… 아마 모르실 거예요.

샤론：응? 데뷔를 안 했다는 건… 아직 연습생?
제이엘：네.
샤론：잠깐, 프로듀서님. 이러시면 곤란하죠. 연습생이라니요.
신입 프로듀서：샤, 샤론 씨. 진정하고… 제이엘 씨, 연습생이지만 실력은 확실한 친구예요.
신입 프로듀서：이번에 차트 3위까지 올랐던 드라마 OST도 전부 이 친구 덕분이구요.
샤론：그래요…? 뭐….
샤론：프로듀서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해 보긴 할게요.
매니저：…….

(저 뻣뻣한 자세… 아무래도 불길한데….)

 

(…….)

(몇 시간 후….)

샤론：프로듀서님, 나 얼마나 더 해야 해요? 네?
신입 프로듀서：그게… 한 테이크 더 가 보죠, 우리….
샤론：아이 참! 그냥 방금 한 거, 프로듀서님이 기계로 살짝 만져 주면 되잖아요.
샤론：좋은 기술 다 놔두고 내가 왜 이 고생해야 돼!

(오토튠도 한계가 있다, 이 여자야.)

샤론：나 오늘 저녁에 토크쇼 스케줄도 있단 말이야. 목 쉬면 프로듀서님이 책임지실 거예요?
신입 프로듀서：그, 그건….
샤론：아, 몰라 몰라. 나 이제 안 할 거야. 아까 녹음한 걸로 알아서 해 주세요!

(막무가내로 부스에서 나오던 샤론의 얼굴이 순간 험악하게 구겨졌다.)

샤론：뭐야, 내가 먹던 아이스 커피가 왜 아직 그대로 있어?
샤론：분명히 내가 새 커피로 준비해 놓으라고 했는데… 매니저! 매니저! 얘 어디 갔어?!
신입 프로듀서：저기, 샤론 씨. 어떻게 한 번만 더….
샤론：프로듀서님. 나 지금 기분 나쁜 거 안 보여요?
신입 프로듀서：…아….

(녹음실에 살얼음 같은 침묵이 내리깔렸다.)
(이를 어쩐다….)

 

제이엘：…저기, 샤론 씨.
제이엘：힘드시겠지만 한 번만 더 녹음하시면 더 좋은 노래가 나올 것 같은데요?
샤론：뭐…? 좋은 노래가 나올 것 같은데요?
샤론：이봐요, 제이엘이라고 그랬었나?
제이엘：네.
샤론：지금 상황 파악 안 돼요?
샤론：본인이 피처링하고 있는 거 누구 노래인지는 알고 하는 말이에요?
제이엘：…네?
샤론：그 쪽이 뭔데 내 노래 갖다가 이래라 저래라야?
제이엘：아니, 전 그게 아니라….
샤론：보아하니 몇 년째 이 바닥에서 구르는 연습생 나부랭이 같은데.
샤론：어쩌다 기회 한 번 잡게 됐으면 고마운 줄을 알아야지….
샤론：어딜 주제도 모르고 까불어?
샤론：…아, 넌 네 급도 모르니?
제이엘：……!

매니저：저기요, 말씀이 좀 지나치신….
제이엘：…유감이네요. 사람을 급으로 나누는 경우 없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샤론：경우가 없다니요? 난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해 주는 건데?
샤론：엄연히 급이 다르지. 당신과 나의 몸값이 다르고,
샤론：우리 기획사와 당신 기획사의 영향력이 하늘과 땅만큼 다르듯 말이야.
매니저：뭐, 뭐…!

(뭐 이런 여자가…!)

샤론：차라리 그냥 지금이라도 즐기지 그래요?
샤론：당신, 계속 이렇게 데뷔도 못하고 남 뒤치다꺼리나 하다가 사라질 것 같으니까.
매니저：이봐요! 당신!

- 탁 -

제이엘：샤오. 내가 얘기할게.
매니저：제이엘! 팔 놔 봐! 내가 지금…!
제이엘：괜찮아.
제이엘：그러니까 나한테 맡겨 줄래?
매니저：제이엘….

 

(제이엘은 침착한 얼굴로 샤론과 마주섰다.)

제이엘：샤론 씨.
샤론：왜요? 당신의 현실을 너무 정확하게 얘기해 줘서… 당황했나 보죠?
제이엘：아뇨.
제이엘：당신, 정말로 불쌍하네요.
샤론：뭐, 뭐라고요?!
제이엘：해야 할 일을 내팽개치고 남을 비웃는다고 해서, 당신이 말하는 급이라는 게 더 올라가진 않아요.
제이엘：오히려 그 반대죠.
제이엘：…지금 당신 자신을 밑바닥으로 떨어뜨린 건 다름 아닌 당신 스스로예요.
샤론：하…! 완전 우, 웃기지도 않네?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제이엘：제이엘입니다. 아까 샤론 씨가 말한 대로 당신 곡에 피처링하러 온 사람이죠.

- 저벅 저벅 -

(부들부들 떠는 샤론을 뒤로 한 채 제이엘은 담담하게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제이엘：프로듀서님, 녹음. 시작하죠.
신입 프로듀서：하, 하지만 제이엘 씨… 괜찮으시겠어요? 샤론 씨 파트가 아직….
제이엘：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해 볼게요.

 

(은은한 곡조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제이엘은 한 치의 동요도 없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샤론：……!!!
신입 프로듀서：……!

(샤론이 내지르던 코맹맹이 소리와는 전혀 다른, 고요하고 바다를 닮은 음색.)

제이엘：…….

(분한 얼굴을 한 샤론이 스튜디오를 뛰쳐 나갔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신경 따위 쓰지 않을 정도로….)
(귀를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가 납득할, 빛나는 재능.)

제이엘：…프로듀서님? 다시 한 번 갈까요?
신입 프로듀서：아, 아뇨! 돼, 됐습니다! 이대로 가겠습니다.
제이엘：앗, 근데 이대로 가면 곡 구성이….
신입 프로듀서：편곡을…! 편곡을 다시 하면 되죠!
신입 프로듀서：제이엘의 피처링 분량을 최대한 늘리고….
신입 프로듀서：샤론 씨 부분은 후렴부에 훅, 들어오는 걸로만…!
제이엘：저기, 프로듀서님. 저… 한 번만 다시 불러보면 안 될까요?
신입 프로듀서：네, 네? 안 될 건 없지만… 지금도 완벽한데 왜 굳이….
제이엘：좀 더, 잘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신입 프로듀서：그, 그런 거라면야… 얼마든지요!
제이엘：감사합니다! 한 번 더 부탁드릴게요!
매니저：…….

(저렇게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는데도….)

샤론：엄연히 급이 다르지! 당신과 나의 몸값이 다르고,
샤론：우리 기획사와 당신 기획사의 영향력이 하늘과 땅만큼 다르듯 말이야.
샤론：차라리 그냥 지금이라도 즐기지 그래요?
샤론：당신, 계속 이렇게 데뷔도 못하고 남 뒤치다꺼리나 하다가 사라질 것 같으니까.
매니저：…제이엘….

(…….)

 

제이엘：아~ 시원하다. 그치, 샤오?
매니저：…응.
제이엘：샤오, 왜 그런 표정이야? 아까 일 때문에 그래?
매니저：…….
제이엘：에이, 천하의 샤오답지 않게 왜 그래.
제이엘：그냥 그 무궁화인지 해당화인지, 그 여자가 이상한 거잖아.
제이엘：우린 차근차근 준비해서 곧 데뷔할 건데. 그치?
매니저：…아니. 샤론이 무례하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어.
제이엘：샤오…?

매니저：어지간한 기획사에서 나오는 고만고만한 아이돌들, 힘들게 데뷔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현실이야.
매니저：아무리 실력 있는 연습생도 기획사가 받쳐 주지 않으면 힘들어.
제이엘：매니저….
매니저：…미안해.

(우리 기획사가 대형 기획사였다면…. 제이엘이 그런 소리 들을 일도 없었을 텐데.)

제이엘：샤오! 오늘 일은 그냥 잊어버리면 돼. 이런 일로 약한 소리 하지 마. 그러니까,
제이엘：…그러니까….
제이엘：…….
제이엘：미안해하지 마.

(입술을 깨문 제이엘은 이내 시선을 내리깔았다.)

제이엘：…난… 내가 헛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째서인지 단정한 제이엘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제이엘：전에 날 믿어 달라는 말, 기억해?
매니저：…응.
제이엘：난 나를 믿고,
제이엘：…샤오 너를….

(제이엘이 말을 이으려는 순간….)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

제이엘：…전화부터 받아.
매니저：미안. 잠시만.
매니저：여보세요.
？？？：아, 매니저. 잘 지냈어?

(이 목소리는….)

매니저：네, 사장님. 잘 지내시죠?

(우리 회사와 협력 관계인 연예 기획사 사장님이었다.)
(협력 관계라고는 하지만 우리랑은 달리 규모도 커다랗고… 소속 연예인도 많은….)

연예 기획사 사장：응. 덕분에 잘 있지.
연예 기획사 사장：다름이 아니라, 혹시 괜찮은 아이돌 연습생 하나 소개시켜 줄 수 있나 해서.
연예 기획사 사장：실은 이번에 우리 기획사 쪽에서….
매니저：…네?
제이엘：…샤오?

(눈 앞에 눈부시게 빛나는 제이엘이 보였다.)
(…그리고 주인을 닮아 반짝이는 그의 꿈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