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빈 스토리 -30화- 계속, 언제나

(…케이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
(어젯밤 우리 사무실에서 송별회를 한 뒤 다 같이 그대로 곯아떨어졌기 때문에, 이별의 장소는 우리 회사 앞이 되고 말았다.)

팬：꺄악…! 오빠, 여기 좀 봐 주세요! 여기!
케이：훗. 가는 순간까지 내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구만.
빈：네 인기 아니거든? 내 인기거든?
케이：흥, 마음대로 생각해.
케이：질투는 언제나 성장의 밑거름이 되니까. 음흐하하하하!
매니저：미국 가시는 게 그렇게 좋으세요? 엄청 신나셨네.
케이：…그래?
케이：매니저…. 그래도 눈치는 좀 빠른가 했더니, 그런 것도 아니었나 보군.
매니저：…네?

케이：비행기 시간 다 되어 가네.
케이：난 이만 가 보겠어.

 

- 척 -

매니저：어….

(케이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케이：뭐야. 악수도 몰라, 악수도?
케이：나랑 악수하자고. …그간 저 똥통 자식 키우느라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케이：뭐, 아직도 수없이 많은 고생이 남아 있겠지만…. 일단은.
매니저：아…, 네에.

(나는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았….)

- 꽈악! -

매니저：윽…!
빈：뭐, 뭐야…?! 야, 그 손 놔! 안 놔? 놓으라구!!

(내 손을 으스러지도록 꽉 잡은 케이의 손을, 빈이 몇 번이고 찰싹 찰싹 때려 댄다.)

케이：이거 왜 이래?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여자 손 한 번 잡아 보겠다는데!
빈：어따 대고 여자래? 딸 뻘은 되겠구만!
케이：넌 열 살에 자식 낳냐? 그럼 지금 네 동생들 다 네 자식이겠다?
빈：이 자식이 정말…! 그걸 말이라고…!!
매니저：돼, 됐어, 빈. 그냥 작별 인산데 뭐.
케이：그래, 인마! 그냥 단순한 작별 인사라고!
케이：…자, 그런 의미에서 작별의 포옹이나 한 번 하지.

(뭐냐, 이 버터를 퍼바른 것 같은 목소리는….)

빈：포, 포옹…? 뭔 소리야! 안 돼!!
매니저：…….

(으음…, 어떻게 하지…?)

 

매니저：아뇨, 포옹은 좀…. 솔직히 전 악수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빈：말 잘 했어, 매니저! 바로 그거야!
케이：쯧. 일생에 다신 없을 황홀경을 맛보게 해 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
케이：안타깝군. 넝쿨째 굴러 온 행운을 스스로 걷어차다니.
케이：하지만 나도 두 번 요구할 생각은 없어.
케이：난 비싸고 나쁜 남자거든.
빈：글쎄, 매니저는 당신을 남자로 안 본다니까?
케이：그러는 넌 남자로 본다더냐?
빈：뭐…?!

케이：…흠. 이제 정말 가야겠군.
케이：잘 있어라, 덤 앤 더머. …이렇게 좋은 별명을 이제야 생각해 낸 게 아쉽다만.
빈：집어 치워, 그 거지 같은 별명.
케이：하하하하.
케이：…….

- 슥…. -

빈：어….

(빈의 어깨에 케이의 양손이 가만히 얹혀졌다.)

케이：너랑도 해야지. 작별 인사.
빈：…징그럽게.
케이：나도 역겹거든?
빈：진짜…, 가냐?
케이：그래, 간다.
케이：더 멋진 인간이 돼서 돌아올 테니까, 그 동안 잘 있어.
빈：케이….

 

(그리고 케이는…. 멋지게 손을 한 번 흔들어 보이고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라타 가 버렸다.)
(갑자기 떠나기로 결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글쎄, 그러고 보니 저번에 무언가 정리할 게 있어서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케이 나름대로 거기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잘 하고 오기를 빌어 줘야지.)

빈：…갔네.
매니저：그러게.
빈：자, 우리도 그만 일하러 가야지.
매니저：응, 그래야….

- 꺄아아아아아아악!! -

매니저：…….

(잠시 팬들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매니저：빈…, 조심해! 내 옆에 꼭 붙어 있어!
빈：뭐야, 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그렇게 말하고서, 빈은 나를 한 팔로 꼭 감싸 안은 채 팬들 사이를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빈：헤헤, 어때? 나도 꽤 쓸 만하지?
매니저：잔말 말고 가기나 해.
빈：어…?
매니저：왜 그래?
빈：…500원! 500원짜리가 떨어져 있어!! 저거 내 거 아니야?
매니저：뭔 소리야! 지금 그딴 게 중요…, 어디 있는데?
빈：저기! 저 여자 발 밑에!
매니저：으으…, 어쩌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긴 한데….
빈：손 뻗었다가 밟히지만 않으면 말이지.
매니저：저런 건 진짜 줍는 사람이 임잔데….
빈：앗…! 저 여자가 주웠어! …쳇.
매니저：아, 목소리 좀 줄여…! 누가 들으면 이미지 망가져…!
빈：헤헤…, 알았어. 내가 비록 내 500원은 잃어버렸어도, 이미지 하나는 잘 챙길게.
매니저：글쎄, 아까 그게 네 돈이었단 증거가 어디 있어? 네가 요즘 잔돈 안 가지고 다니는 거 다 아는데.
빈：아냐, 내 거야!
빈：저것도 내 거구, 너도 내거구, 다 내거라구.
매니저：뭐어…?

- 휙! -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안, 어느 새 팬들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빈이 잽싸게 나를 회사 건물 안으로 끌어당겼다.)

 

빈：휴…, 살았다.
빈：괜찮아? 다친 데는 없고?
매니저：없어, 괜찮아. 그것보다….
빈：응?
매니저：아까 한 말…, 무슨 뜻이야?
빈：아까 한 말…? 아.
빈：…혹시, 네가 내 거라는 말 말하는 거야?
매니저：…응.
빈：그건 말이야….
빈：나 아직…, 대답 못 들었잖아.
매니저：으응…?
빈：고백한 거. 대답 못 들었잖아.
빈：그러니까, 대답해 주기 전까진 넌 내 거야.
매니저：그게 말이 돼? 고백이 무슨 너 내 거라고 찜하는 거랑 같니?
매니저：근데, 잠깐. 대답해 주기 전까진…? 그러면 만약에 내가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쳐도, 대답해 준 시점에서 이미 네 거가 아니게 되는 거네?
빈：음…, 아니? 그 때도 내 건데?
매니저：…순 엉터리.
빈：하하하.

(대답…, 이라.)
(……….)

매니저：있잖아, 빈…. 나는….
매니저：나는…, 너랑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고 싶어.
빈：그럼, 우린 누가 뭐래도 계속 같이 있을 거야.
매니저：그러니까, 나는…. 내 말은…!

 

빈：…그만.
매니저：어…?
빈：나, 여기까지만 들으면 안 될까?
매니저：…….
빈：난 여기까지만 들을래.
빈：더 듣지 않아도….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거든.
빈：너랑 똑같은 마음으로.
매니저：빈….

(그 순간, 나는 무심코 살며시 웃어 버렸다.)

빈：…같이 있자, 매니저.
빈：계속…, 언제나.

(그리고 빈도 나를 보며 웃는다.)
(지금 저 밖에서 쏟아지고 있는 햇살처럼…. 세상에서 제일 반짝이는 미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