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빈 스토리 -5화- 상거지 VS 미꾸라지

 
(오늘은 케이와의 첫 녹음 날.)

케이：다시.
빈：기억하나요~ 우리 처음 만난 날….
케이：다시.
빈：기억하나요~ 우리….
케이：다시, 다시! '우리' 할 때 감정을 실어야 된다고 몇 번을 말해?
빈：후….
케이：뭐 해? 노래 안 할 거야?!
빈：저 미꾸라지 자식의 자식 같은 자식이….
케이：…뭐?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빈：미꾸라지 먹고 싶다고요.
빈：아, 오늘따라 추어탕이 자꾸 땡기네.
케이：노래를 하라니까 왜 혼잣말을 하고 앉았어?
케이：빨리 다시 불러, 다시!

(케이 이 사람, 작정하고 온 게 틀림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감히 내 가수를 쥐 잡듯이 잡다니…!)

매니저：저기요, 잠깐 쉬었다 하시죠?
케이：지금 쉬었다 하자는 말이 나와?
케이：자기 분수도 모르는 저 상거지가 내 노랠 아작내고 있는데!
매니저：아니, 상거지라뇨?
매니저：빈은 상거지가 아니라 꽃거지거든요?
케이：푸하하하…!
매니저：왜 웃어요?
케이：그거나 저거나, 결국은 거지 아니야?
케이：거지더러 거지라고 하는 게 뭐 잘못 됐어?
케이：싫은 소리 듣기 싫으면 노래나 똑바로 하라고 해!

(이 인간, 유명 작곡가만 아니었어도 그냥 확! 강펀치로 보내 버리는 건데….)

케이：자, 다시 해! 다시 다시!!

 

(얼마 후….)

빈：…….

(빈의 얼굴이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빈이가 배고플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케이：아~주 좋아! 역시 내가 트레이닝시킨 가수답군! 훌륭해! 퍼펙트!
케이：자, 이렇게 백 번만 다시 가지.
빈：…….
케이：뭐 해? 다시 가자니까.

(어디선가 폭탄 타이머가 울리는 것 같은 이 불길한 느낌….)

매니저：저…, 식사 시간 지났는데 밥이라도 먹고 하시죠?
케이：밥? 난 작업 다 끝나기 전엔 물 한 모금 안 마셔!
매니저：와우. …그것 참 대단하시네요.

(…당신 옆에 어질러진 수많은 오렌지 주스 병들은 다 장식인가 보지?!)

케이：훗. 알면 됐어.
매니저：그치만 그건 PD님 얘기고, 빈이는 다르죠.
매니저：가수는 컨디션이 좋아야 노래가 잘 나오는 거 모르세요?
빈：매니저 말이 맞아요. 저 지금 최악의 컨디션으로 달려가고 있거든요?
빈：그러니까 가수 생각도 좀 해 주시죠.
케이：안 돼! PD가 밥을 안 먹는데 감히 밥 타령 하는 가수가 어디 있어?
케이：밥을 먹고 싶거든, 작업부터 제대로 끝내 놓고 먹어! 알겠어?
케이：자, 그럼 얼른 다시 시작해.
빈：…….
케이：뭐 해, 내 말이 안 들려?
빈：…….
케이：어이, 상거….
빈：…내 이름은 그게 아닌데?
케이：뭐?
빈：내 이름은 상거지가 아니라 서빈이라고!!
케이：…….

 

(터, 터졌다….)

케이：너…. 방금, 방금 뭐라고…?
빈：네가 프로야? 세상 사람들이 다 너한테 프로라고 해도, 나한텐 아니야!
빈：꼴랑 한 곡, 그것도 있던 거 가져와서 반나절이 넘도록 죽어라 시키는 것도 프로야? 휴식 시간도 없이!
빈：적어도 자기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어야지!
빈：배려도 진정성도 없는 이 따위 작업, 난 용납 못 하겠으니까 하고 싶음 너 혼자 실컷 해!!
빈：알았냐? 이 미꾸라지 같은 자식의 자식의 자식의 자식의 자식 같은 자식아!!
케이：너, 너 지금….
빈：후…. 소리 질렀더니 더 배고프네.
빈：가자, 매니저.
매니저：어….

(이 일을 어째야 하지…?)

 

(그래…, 아무리 자기가 PD라지만 이건 좀 너무하잖아?)
(괘씸죄를 물을 필요가 있다니까.)

매니저：응, 가자.
케이：지금 뭣들 하는 거야…?!
케이：감히 PD를 두고 가?!
매니저：죄송해요. 오늘은 빈이 컨디션이 좀 안 좋은 것 같네요.
매니저：곧 다시 연락 드릴게요.
케이：야, 매니저! 너까지 정신 나갔어? 당장 거기 안 서?!
매니저：수고하셨습니다~.
케이：아니, 저것들이 진짜…!
케이：그래, 가라 가! 그리고 앨범이고 뭐고 앞으로 다신 나한테 연락하지 마!!
케이：오늘 부로 계약은 파기야! 알겠어? 파기라고…!!

케이：후….
케이：…….

 

(잠시 후….)

매니저：…근데 정말 이렇게 나와도 될까? 생각해 보면, 케이가 우릴 가만히 둘 리가 없잖아.
매니저：아무리 화가 난다지만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게….
빈：걱정하지 마.
매니저：이렇게 일을 벌려 놓고선 걱정하지 말라고?
빈：케이는 계약 파기 안 해.
매니저：뭐? 그걸 어떻게 알아?
빈：저렇게 독한 인간들은 오히려 독하다는 게 장점이거든.
빈：독하다는 거 하나로 여기까지 온 걸 테니까.
매니저：……?
빈：그 독하다는 건 말이지, 비난을 한 귀로 흘려 버리고서는 씹어 삼킬 수 있다는 거야.
빈：그러니까 케이가 진짜 독한 녀석이고, 진짜 프로라면…. 내가 한 말대로 새겨 듣고서 다시 나타날 거야.
매니저：그래…?

(이럴 때 보면, 빈은 왠지 정말 어른 같기도 하다.)

빈：윽…!
매니저：어…, 갑자기 왜 그래? 어디 아파?!
빈：배…, 배가….
매니저：배? 배가 아파? 윗배? 아님 아랫배?!
빈：…배가 고파.
매니저：…….
빈：그 미꾸라지 때문에 밥도 못 먹고…. 배에서 태풍이 몰아치는 것 같아.
빈：응급 치료가 필요해…. 단 거…, 단 거…, 단 거….
매니저：단 거 자꾸 먹으면 입에서 단내 난다?
빈：히힛, 그래도 우울할 땐 단 게 최고라니깐!
매니저：하아…, 내가 못 살아, 진짜.
매니저：옛다! 여기 이 초콜릿이나 먹고 떨어져!
빈：앗…, 야호! 고마워, 매니저!

 

- 우물 우물…. -

빈：하…, 이제야 살 것 같다.
매니저：근데, 있잖아. 케이를 왜 미꾸라지라고 불러?
빈：응? 그야….
빈：닮았잖아. 얍삽하게 생긴 게.
매니저：뭐어…? 얍삽…?
매니저：풉…! 그러고 보니…, 하하하하!
빈：그치? 닮았지?
매니저：하하하…. 참, 기왕 말 나온 김에 물어보자. 난 뭐 닮은 것 같아?
빈：음…, 넌….
빈：노 코멘트, 나중에 말해 준다…. 후훗!
매니저：나중에…?
매니저：뭐야, 설마 이상한 거야? 혹시 산낙지나 미꾸라지보다 더 흐물거리고 얍삽하게 생긴 거야? 응?
빈：글쎼, 나중에 말해 준다니까.
매니저：에이, 지금 말해 주면 어디가 덧나서….
빈：됐고,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얼른.

(…끄응. 대왕 오징어 같은 거면 어떻게 하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