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이안 스토리 -12화- 유일한 친구

(나는 이안이 운동을 간 사이 코코와 놀고 있었다.)

매니저：코코야. 자, 따라해 봐.
매니저：이안 바보. 이안 바보.
코코：…….
매니저：거 참…, 이안 말은 따라하지 말래도 따라하면서 내 말은 왜 안 따라하지?

- 팔락팔락 -

(이 녀석, 기분 나쁠 때마다 날개를 마구 팔락거린다.)

매니저：네 주인 욕하지 말라고?

- 팔락팔락 -

(배가 고픈가?)

매니저：자, 밥 먹어.
코코：히이 히이.
매니저：맛있어?
코코：히이 히이.

(반대로 기분이 좋을 때는, 히이 히이 소리를 낸다.)

매니저：아유, 이뻐라. 이러니까 네 주인이 너라면 아주 끔뻑 죽는구나?
코코：히이 히이-.

(…그렇게 코코가 밥 먹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전화가 와서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매니저：코코야!

(돌아와 보니 코코는 없고, 눈에 들어오는 건 활짝 열려 있는 새장 문 뿐이다.)

매니저：어떻게 해, 아까 새장 문을 열어놓고 그냥 나왔나 봐…!
매니저：코코! 코코야, 어디 있어?!

(온 회사 안을 아무리 뒤져도, 코코는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이안：제정신이야? 새장 문을 열어놓고 나가면 어떡해!
매니저：미안해…. 정말 잠깐 자릴 비운 사이에….
이안：그러니까 내가 정신 좀 똑바로 차리고 다니랬잖아!
이안：매니저란 게 이렇게 덜렁대서 어쩌자는 거야?
이안：이래서 뭐라도 제대로 할 수나 있겠냐?
매니저：미안….
 
이안：하아….
이안：없어진 게 정확히 언젠데.
매니저：30분 전에. 사무실에 전화가 와서 잠깐 받으러 갔다가….
이안：이 근방은 되는 한 빨리 다 뒤져 봐.
이안：코코는 높은 데 좋아하니까 나무나 전봇대 같은 거 잘 살펴보고.
이안：애가 겁도 없고, 태생이 애완조라서 멀리는 못 갔을 거야.
이안：정 못 찾으면 동네에 얘기해서 방송 한 번 하거나, 전단지 붙이면 되니까.
이안：일단은 찾아.
이안：넌…, 그러고 나서 보자.
매니저：…알았어.

 

(얼마 후….)

이안：찾았어?
매니저：아니….
이안：후우….

(코코와 자주 오던 놀이터. 이안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매니저：…미안해.
이안：됐어. 벌써부터 포기한 얼굴 하지 마.
이안：분명 어딘가 있을 거야.
매니저：…….
이안：…….
이안：너, 경고야. 그런 얼굴도 하지 마.
매니저：……?
이안：축 늘어져서 기운 없는 얼굴.
이안：그런 거 딱 질색이야.
이안：이미 이렇게 돼 버린 거 누구 탓해서 뭐 해.
이안：그냥 지금은, 찾을 때까지 열심히 찾는 게 최선이지.
매니저：이안….
이안：…아깐 나도 너무 놀라서 그랬어. 감정 컨트롤이 잘 안 돼서.
이안：그러니까….
이안：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안：…미안.

(이안은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매니저：아니야. 누가 뭐래도 이건 내가 잘못한 거니까.
매니저：괜찮아. 그런 것쯤은.
이안：…….
이안：좀 쉬자.

(우리는 나란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느 새 늦은 밤. 검게 물든 하늘엔, 서울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별들이 몇 개 걸려 있었다.)

이안：예전에, 네가 물어 본 적 있었지.
매니저：…?
이안：코코를 어쩌다 그렇게 좋아하게 됐냐고.
매니저：아….
이안：뭐, 네가 기대하는 특별한 계기나 사정 같은 거…. 그런 건 없었어.
이안：그냥 나도, 그런 때가 있었어.
이안：…친구가 필요할 때.

(이안이 말하는 모습이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이안：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은 가만히 있던 나한테, 여러 잣대들을 들이밀었어.
이안：넌 혼혈이니까 영어를 잘할 거야. 운동을 잘할 거야.
이안：아버지가 피아니스트였다던데 노래도 잘 하겠지?
이안：분명…,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날 거야.
이안：우리랑은 조금 다른…, 피가 흐를 거야.
매니저：…….

이안：난 언제부턴가 그런 기대에 맞추는 삶을 살아야 했어.
이안：뭘 하든 사람들을 의식해야 했고….
이안：그들이 기대하는 걸 보여줘야 될 것만 같은 이상한 압박감에 시달렸지.
이안：그러다 보니까, 또 다른 내가 생겨 버렸어.
이안：다른 사람들을 대할 땐 착하고, 자상하고…. 뭐든 잘 하는 사람이 돼 버린 거지.
매니저：…….
이안：하나, 둘…. 가면이 늘어날 때마다 이상하게 속은 점점 삐뚤어졌어.
이안：완벽히 다른 나를 만들어 내는 덴 그만한 스트레스가 따랐으니까.

이안：…그런 날 전부 받아 준 게, 코코였어.
이안：코코 앞에선 굳이 나를 꾸미거나, 숨기지 않아도 됐거든.
이안：내 본성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이안：나한텐 코코였어.

(이안…. 의외로 꽤 외로운 삶을 살았구나….)

매니저：…….
매니저：…나도, 있어.
이안：응…?
매니저：이젠, 나도 있잖아.
매니저：이안이 본성을 다 드러내고 기댈 수 있는 친구.
이안：…….
매니저：어쨌든…, 미안해. 그런 소중한 친구를 나 때문에 잃어버려서….
매니저：그래도, 이안 말대로 꼭 찾을 수 있을 거야. 내가 꼭 찾아 줄게.
매니저：우리 다시 힘 내서 찾아 보자!
이안：…후.
이안：찾아 주는 게 아니라, 넌 꼭 찾아야 돼.
이안：못 찾기만 해.
이안：그렇게 되면 난, 같이 파멸하는 길을 찾아낼 테니까.

(한참 후….)

 

(결국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돌아다녔지만…. 코코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둘 다 지친 몸을 한 채 회사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허탈한 심정을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매니저：…코코야.
이안：……!

(코코는 어느 새 제 발로 들어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양 새장 안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코：…히이 히이.

(그것도 아주…,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