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빼앗지는 말아야지

나는 무료나눔하면서도 내가 배송비 다 낸다.

일반택배로 보내다가 반값택배로 전환할망정 착불은 쓰지 않는다.

 

사실 금전적인 손익을 따지자면 이렇게까지 할 바에야 차라리 그냥 내다 버리는 게 낫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누군가에게 나눔하는 것이 즐겁다.

 

나는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는 주의라, 그래서 나눔을 계속하고 있다.

이 즐거움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나눔을 그만 하겠지.

내가 나눔을 그만 하겠다고 선언하게 된다면, 그건 내 삶이 병들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삶에 즐거움이 없다면 분명 그것은 병든 삶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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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착불 얌체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택배 기사들의 사연이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내야 하는 푼돈 몇천 원을 내지 않고 버텨, 고스란히 택배 기사들의 급여에서 까인다는 이야기였다.

몇 년 전의 일일까? 요즘은 그런 소식을 썩 듣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너무 고질적이고 일상적이라 어차피 반복되는 이야기라서 잠잠한 것인지, 정말 제도적인 개선이 있어서 병세가 사그라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사가 하루에 도는 곳이 수십 수백 곳인데, 얌체들이 떼먹으려 드는 그 푼돈 몇 천원 때문에 택배 기사는 피 같은 시간을 손해 봐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고 심지어는 자비로 돈을 메꿔야 한다.

 

지금도 착불 문화는 건재하는 것 같다. 해외에도 착불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니 문명의 이기가 아닐 수 없다. 참 편한 세상이다.

하지만 나는 착불 문화는 없어지기를 바란다. 내가 착불로 물건을 보내 본 적이 없기에 말할 수 있는 패기인지 도덕적 우월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다.

 

 

우리 나라 택배 시스템은 아이러니하다.

고갱님을 위해 사람의 신체발부는 물론 영혼까지 갈아넣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러면서도 내 택배 소중한 줄 알아서 남의 택배에 손 대지 않는 양심적인 정서 덕에, 택배 기사들이 문 앞에 물건을 놓아 두고만 가도 도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용자와 택배 기사 간의 편의가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 착불 요금을 내지 않아 끝까지 택배 기사들의 피땀을 쪽쪽 뽑아 먹는 얌체들도 공존한다.

 

세상은 선한 자와 악한 자들이 뒤섞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선한 사람들을 위해 만든 시스템을 추악한 자들이 악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으레 택배 분야만의 문제겠는가.

쿠팡의 반품 전 선환불 시스템을 이용해 상품을 떼어먹는 반품 거지들도 문제고, 문제 없는 음식에 흠을 뒤집어 씌워 공짜로 먹으려는 배달 거지들도 문제다.

서비스의 고마움을 모르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손을 벌리는 자들만 없으면 분명 스피디하고 공정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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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만 더 이 세상이 도덕적으로 경각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작은 이익은 대수롭지 않게 낼름 낼름 삼키면서, 그보다 더 작은 손해를 볼 것만 같으면 눈이 뒤집히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신세를 지거나 무언가를 빼앗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일수록,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신세를 지고 더 많은 것들을 빼앗으며 산다.

 

베풀며 살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빼앗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