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젝트 온라인] 윤 스토리 -28화- 위기의 산장

 

윤：엥? 이게 뭐야? 웬 짐들이….

윤：아, 맞다. 오늘이 그 날이구나.

윤：전에 그 프로. 산장에서 찍는다고 했었지, 아마?

 

(윤이 주저앉아 가방에 있는 것들을 이것저것 빼기 시작했다.)

 

윤：혹시나 했는데…, 대체 뭘 이렇게 많이 넣은 거야.

윤：대충 예비 옷이랑 몸만 가면 되지.

윤：자, 내 짐은 끝!!

 

(어느 새 가방을 다 꾸린 윤이 웃으며 일어났다.)

 

윤：몇 시까지였더라? 산장까진 각각 이동하고 거기서 합류하기로 한 거지?

매니저：지금 출발하면 딱 맞아.

윤：오래간만이라 기대된다. 어서 가자!!

 

 

 

(산 사이로 좁게 난 길을 보고 익숙하단 느낌을 받았다.)

(전에 한 번 왔던 곳이라 그런가 보다.)

 

윤：아, 여기 기억난다.

윤：내가 또 한 번 갔던 길은 잘 기억하지.

윤：이 쪽이야, 이 쪽. 이 쪽으로 좀만 더 들어가면 산장이야.

 

- 우르르르. 쾅! -

 

윤：앗! 깜짝이야. 천둥?

 

 

 

(하늘이 회색이다.)

(아직 비는 오지 않지만, 아무래도 곧 크게 쏟아져 부을 듯한 분위기다.)

 

윤：서두르자. 안 그러면 꼼짝 없이 비 맞고 쫄딱 젖을걸.

 

(앞에 얕은 계곡이 흐르고 있다.)

(이 계곡을 건너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산장이 나온다.)

 

윤：어…?

 

(다리가 끊어져 있다.)

(건너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계곡이 얕아 그냥 건널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조금 추운 계절이다.)

 

윤：어쩌지? 이대로 건너면 꼼짝 없이 감기 걸릴 텐데.

윤：아, 촬영 팀이 먼저 도착했을 테니까 뭔가 방법이 있겠다.

매니저：전화 걸어 볼게.

윤：휴대폰 잘 터져?

윤：와~, 안테나가 한 칸이야. 아슬아슬하게 터지네.

 

- 뚜- 뚜- 

 

 

 

PD：여보세요.

PD：어, 그래 어디야. 왜 이리 안 와.

매니저：아, 여기 산장 앞 계곡인데요.

PD：…워?! 산장? 산장이라니? 그게 대체 어디야?

PD：오늘 촬영은 방송국에서 하는데 갑자기 웬 산장이…, 대체 뭘 어떻게 들었기에 산장까지 간 거야?!

매니저：네?

PD：어디 산장인데? 멀어?

PD：오늘 안에 촬영은 할 수 있는 거야?

매니저：최대한 빨리 돌아가 볼게요.

PD：늦으면 촬영이고 뭐고 없어!

PD：이거, 참. 게스트가 늦장을 부리는 건 또 무슨 경우야.

 

- 찰칵 -

 

윤：이게 무슨 소리야.

윤：이 산장이 아니라…, 방송국 촬영?

매니저：아무래도… 속은 것 같아.

윤：그 황태자식이?

윤：아무리 그 자식이라도 일 가지고 이렇게 더럽게 나올까 싶어서 의심도 안 했는데 더럽게 이런 짓을 벌여?!

윤：어쩌지 지금부터 돌아가도 시간 안에 방송국에 도착할 순….

 

- 우르릉. 쾅! -

 

- 쏴아아아아 -

 

(안 그래도 불안하더니, 결국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윤：윽, 비…!

윤：당장 산을 내려가기엔 좀… 힘들 것 같은데.

윤：건너편 산장으로 가자. 그나마 거기선 비를 피할 수 있을 테니까.

매니저：산장으로 가려면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윤：할 수 없지. 여기서 이렇게 있어 봤자 문제가 해결되진 않잖아.

윤：일단 비를 피하는 게 우선이니 계곡부터 건너자.

 

 

 

(내키진 않지만, 비를 피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매니저：…할 수 없지.

윤：잘 따라와.

매니저：으…, 차가워.

매니저：앗…!!

윤：헉!!

윤：한 눈 팔지 말고 날 꼭 붙잡아.

윤：계곡 물은 쉽게 불어나서 순식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겨우 도착한 산장은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다.)

 

윤：으…, 춥다.

 

(밖의 날씨와 젖은 옷 때문에 몸이 으슬으슬 떨려 온다.)

 

매니저：일단 젖은 옷부터 갈아입어야 하는데….

윤：갈아입을 옷은 가져왔지?

윤：근데 비 맞았지, 참. 짐 상태는 어때?

 

(가방을 열자 옷들이 흠뻑 젖어 버린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멀쩡한 옷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윤：윽. 이게 뭐야. 이것 뿐이야?

윤：다 젖었네….

윤：아. 으슬으슬하니 추워지는 게, 이거 위험한데.

매니저：다른 걸 찾아 봐야겠어.

윤：여기 있어. 내가 다녀올게.

 

(윤이 산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뭘 찾았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돌아왔다.)

 

 

 

윤：이거 봐! 작은 담요 하나 찾아왔어!

윤：일단 이걸로라도 몸을 좀 녹이자.

매니저：아, 그런데….

매니저：젖은 옷을 먼저 어떻게든 해야 할 텐데….

 

(설마 이 상황은…?)

 

윤：아, 알겠다. 이 상황.

윤：왜 영화나 드라마, 만화 같은 거 보면 이런 설정 자주 나오잖아.

윤：외딴 곳에 단 둘이 남게 된 둘. 그리고 동사의 위기.

매니저：바로 그 상황이라 곤란하단 말이야.

윤：아니, 뭐 우리가 지금 동사할 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날도 쌀쌀하고 젖은 그대로 있기도 좀….

윤：보통 이럴 땐 일단 젖은 옷을 벗고 서로….

 

(……….)

 

윤：에이, 몰라! 일단 담요나 덮어!

윤：젖은 옷은 벗는 게 좋을걸.

윤：안 그러면 진까 감기 걸리니까. 안 볼 테니까 걱정 마!

 

(내게 담요를 던진 뒤 윤은 구석으로 들어가 몸을 말고 누웠다.)

(기껏 찾은 담요를 내게 주고, 젖은 옷을 입은 채로 바들바들 떨고 있다.)

 

매니저：…….

매니저：저기, 윤. 이리 와.

매니저：거기 그러고 있으면 감기 걸려.

윤：됐어. 괜찮아. 여기 그냥 이러고 있어도….

윤：…엣취!

매니저：그냥 와.

매니저：나도 추워. 같이 덮자.

 

 

 

윤：으으으으으…. 추, 춥긴 하네.

윤：…괜찮아? 나랑 같이 덮어도?

윤：나중에 무르기 없다?!

매니저：이상한 짓 하면 쫓아낼 거야.

윤：그런 건 마음만 먹으면 이미 집에서도 할 수 있거든?

윤：여기까지 와서 이런 상황에 무슨…. 하아아암….

윤：춥다가 몸이 녹으니까…, 졸리다….

 

(얼어 있던 몸이 풀리니 잠이 오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윤：좀만 자자….

매니저：…응….

 

(…….)

 

(………!!)

 

(누가 날 깨우려 하고 있다.)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는다.)

 

윤：매니저!! 일어나! 어서!!

 

(…윤이었어…?)

 

윤：위험하게 됐어.

윤：계곡 물이 계속 불어서 산장까지 덮칠 기세야.

윤：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계곡은 역시 방심하면 안 되나 봐.

 

(윤의 말대로 고작해야 무릎까지 올 정도였던 계곡 물이 한 눈에 보기에도 엄청나게 불어나 있다.)

(계속 불어나는 계곡 물이 산장을 향해 차오르고 있다.)

 

윤：당장 다른 데로 옮겨야 할 것 같아.

윤：위험해도 계곡을 다시 건너가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 날씨에 계곡을 건너기엔 너무 위험하다….)

 

윤：…위험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 그냥 있다간 꼼짝 없이 수장 당할 거야.

매니저：건널 수밖에 없겠네….

윤：매니저.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꼭 지켜 줄 테니까….

윤：내 손 꼭 잡아.

 

 

 

(계곡의 물살이 너무 강하다.)

(조금만 잘못해도 그대로 쓸려나갈 것 같다.)

 

윤：꼭 잡아…, 조금만 더 가면 돼.

윤：매니저, 좀 더 가까이 와. 거기 미끄러운… 어…?!

윤：매니저?!

매니저：…어?!

 

(넓적한 바위 위에 발을 올린 순간, 갑자기 균형을 잃은 몸이 휘청거렸다.)

 

- 풍덩! -

 

윤：매니저!! 으, 으악!!

 

(너무 놀란 나머지 윤이 내민 손을 덥석 잡았다.)

(물살이 세서 윤도 계곡으로 끌려 들어와 버렸다.)

 

매니저：꺄아아아악!!

윤：크윽!!

 

(윤이 아슬아슬하게 계곡 한 쪽에 몸을 기댄 채로 날 붙잡았다.)

 

윤：매니저…!!

윤：정신 똑바로 차리고…, 나 절대 놓치지 마! 꼭 잡아!!!

윤：놓으면 안 돼!!!

 

(놓으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힘이 빠져 나간다.)

(물살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며 점점 정신이….)

 

 

 

(…여긴 어디지?)

 

간호사：어머, 일어났네.

 

(병원?!)

 

간호사：다행이야.

간호사：계곡이 넘친다는 소리에 마침 구조대가 출동했었거든. 근처에 다른 야영객들도 있어서 상황을 볼 겸 해서.

간호사：그러다 너희를 발견하고 바로 이송했어.

 

(아….)

(구조 받은 거구나….)

 

 

 

간호사：조금만 더 늦었어도 그대로 쓸려갔을 거야.

매니저：어…, 저만 혼자?!

간호사：아니~, 그럴 리가.

간호사：네 생명의 은인은 저 쪽 다른 병실에 있어.

매니저：생명의 은인….

간호사：그 애…, 윤이지? 요즘 TV에 나오는 연예인 말이야.

간호사：소문이 안 좋았는데 그거 다 헛소리였나 보더라?

간호사：정말 멋지더라.

매니저：괜찮은 애예요.

간호사：계곡에서 자기도 쓸려 내려갈 위기면서 끝까지 널 붙잡고 놓지 않더래.

간호사：그 장면을 내가 봤어야 하는데!! 아~, 나 팬 할까 봐.

매니저：저기…, 윤은 괜찮은가요?

간호사：어…? 아…, 그게….

 

(왠지 대답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이다.)

 

매니저：윤…, 괜찮아요?

간호사：탈진에 저체온증으로 혼수 상태이긴 한데….

매니저：……!!!!!

간호사：너무 걱정하지 마.

간호사：워낙 건강한 체질이라, 크게 문제는 없을 테니까. 일단 너부터 안정을 취하고….

매니저：윤…, 윤은 어디 있나요?

간호사：…….

간호사：건너편 병실이니 가 봐.

 

(벌떡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 달칵 -

 

(병실 밖으로 나서려고 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

(열린 문 틈에서…, 윤의 모습이 보였다.)

 

윤：어? 매니저. 깨어났네.

 

(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매니저：윤…, 윤….

 

(그대로 윤에게 달려들어 와락 안겨 버렸다.)

 

(따뜻하다.)

(살아 있는 윤이다.)

(살아 있고… 숨을 쉬는, 따뜻한 윤이다.)

 

매니저：윤….

윤：어…, 어? 매니저? 울어?

 

(왜 우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안심이 된다.)

 

간호사：야, 윤!!

간호사：이렇게 막 돌아다니면 어떡해!!!

간호사：방금 전까지 정신도 못 차리고 누워만 있던 주제에!!

윤：아, 그게…. 일단 매니저가 괜찮은지 확인하려고….

윤：눈을 뜨고 나니까 매니저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어서….

매니저：다행이다… 다행이야….

 

(다른 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 날 그 순간, 어쩌면 두 번 다시 윤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살아 남았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윤을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윤：어…, 매니저, 울어?!

 

(…그냥 눈물이 흘렀다.)

 

매니저：몰라…, 아무것도 모르겠어. 아무 생각도 안 들긴 한데….

매니저：그냥…, 다행이라는 말만 떠올라.

매니저：살았구나…. 다행이야. 살아 있으니까… 그러니까 다행이야.

윤：어…, 그러니까 일단 우리 산 거 맞으니까….

윤：매니저, 이제 그만 울고….

 

간호사：여자친구가 많이 놀랐었나 보네.

간호사：어쩔 수 없지. 원래 이래선 안 되는 거지만….

간호사：잘 달래 줘.

 

(간호사 언니가 우릴 위해 자리를 피해 주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 씀씀이가 무색하게, 긴장이 풀린 나와 윤은 쏟아지는 졸음에 그대로 사이좋게 손을 맞잡고 잠들어 버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