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향 게임] Office Lover 공략 chapter.11 - 두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chapter.11 - 두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다음 날 아침, 나는 키타자와의 제안대로 회사에 나왔다.

굉장히 오랜만에 사무실에 출근한 것이었다.

 

"…아…."

 

사원들은 내 일거수일투족을 의식하며 고개를 돌렸다.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

 

서운하고 화가 나서 나도 눈길을 돌렸다.

 

"다들 출근했나?"

 

키타자와 부장은 서류 뭉치를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모든 사원들이 그가 지나갈 때마다 공손하게 인사하며 그를 맞이했고,

그는 사무실을 가로질러 다가오며 사원들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고개를 끄덕여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는 사무실 중앙으로 들어와, 종이 뭉치를 근처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

 

 

 

"좋아, 다들 집합."

 

그의 명령에 모든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한데 모였다.

 

"그게 뭐죠, 부장님?"

"레스트 폴의 최신 디자인."

 

'최신 디자인이라고? 어떻게 저걸 손에 넣은 걸까? 게다가 저걸 왜 우리에게….'

 

문득, 시라이시 씨의 말이 떠올랐다. '진범을 폭로'….

사무실의 직원들은 그 도안을 샅샅이 뒤져 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작업하는 프로젝트랑 똑같잖아요!"

"그래…. '또' 말이지."

 

키타자와 부장의 대답에 사무실 안이 시끄러워졌다.

그들의 주장대로 내가 보기에도 최신 디자인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번에도….

사원들은 나를 향해 경멸어린 시선을 보냈다. 나는 눈을 내리깔고 그들의 차디찬 눈빛을 견뎌 보려고 애를 썼다.

그 때, 예상치 못했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네? 이건 전혀 다른 건데요."

 

'뭐…? 완전히 다르다고?'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음, 이건 내가 알고 있는 우리 프로젝트와는 다른 거야."

"맞아. 저런 초기에 파기된 프로젝트야."

"무슨…?"

 

키타자와는 그렇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

 

"지금부터 설명하지."

 

그 때, 요란한 소리가 났다.

다들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새하얗게 질린 아와무라 씨가 의자를 넘어뜨린 채 서 있었다.

키타자와는 그녀를 무시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야마다, 어때. 내가 결정한 디자인과 다른가?"

"네…에…."

"사에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지?"

"마…맞아요, 다른 거예요."

"아와무라?"

 

그리고 아와무라 씨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내…내가 그랬어요."

"…에…?!"

 

나는 깜짝 놀랐지만 놀란 건 나 한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키타자와를 제외한 디자인실 사원들 모두가 그녀의 얼굴을 경악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내 디자인을 레스트 폴에 빼돌린 사람도 너였지."

 

키타자와가 한 손으로 날카롭게 경쟁사의 발매 팸플릿을 두드려 보였다.

 

"그게 무슨…."

 

그러나 내 목소리보다 사무실에서 울리는 소동이 더 컸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와카코가 소리쳐 되묻자 키타자와는 우리 모두를 마주보며 타이르듯 말했다.

 

"즉 이렇게 된 거다. …나는 예전부터 내 디자인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지."

"아무에게도 노출하지 않았던 디자인들이 외부로 새어 나간 것…."

"그런 범죄 행위의 발신지를 찾는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불편하게 웃었다.

 

 

 

"디자인 부서 말고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없었지. 물론 불행히도 도대체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었어."

"그럴 만한 사람을 찾을 수도 없었고…."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그는 머리를 뒤로 빗어넘기며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범인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는 우리 부서 내 모두에게 각기 다른 디자인을 주면서 그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안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유출된 디자인을 대조해 보면 뻔히 답이 나오지."

 

아와무라 씨는 입술을 깨물며 키타자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당신의 디자인을 전부 본 거라면요?"

 

그 사원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염두에 두듯 쳐다보고 있었다.

 

'…….'

 

"그녀는 이 일과 전적으로 무관하다. 마지막 디자인을 돌린 날짜를 기억하나?"

"네…. 제가 최종안을 받았던 건 불과 3일 전이었어요."

 

'와카코…!'

 

와카코는 나를 위로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키타자와를 바라보았다.

 

"사흘 전 그녀는 출근하지 않았다. 수정안을 볼래야 볼 수도 없었지."

"하, 하지만 그 디자인을 부서 내에 돌리기 전에 볼 수도 있었을 텐데요."

 

처음에 반론을 제기했던 사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의심했지만, 키타자와는 고개를 저었다.

 

"유감스럽지만 그건 불가능해. 나는 자네들을 시험해 볼 요량으로 자네들 모두에게 일부러 다른 디자인을 내주었으니까."

"하지만…."

 

사원들은 그 말에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하지만…."

 

반론을 제기한 사원이 계속 부정하자 아와무라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시즈키, 이제 됐어."

"아와무라!"

"설마 부실 내 모든 사원들에게 다른 디자인을 돌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긴 생머리를 뒤로 빗어 넘겼다.

 

"……."

"뭐죠? 설마 눈물겨운 사과라도 기대한 건 아니겠지?"

"아니, 의외로 순순히 인정하는군. 혹시라도 끝까지 잡아 뗄 경우를 대비해서 시라이시와 2~3수 앞까지 내다보고 준비했었는데."

"시라이시가 짠 작전을 쓸 기회도 주지 않고 인정해 버리다니, 그가 억울해하겠군."

 

그가 그렇게 비꼬자 아와무라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아무튼, 차라리 잘 됐군요. 나도 이 모든 것에 질려 버린 참이었으니까."

 

아와무라는 그 말을 하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이 일만 잘 성사됐어도 나는 레스트 폴에서 디자이너로서 더 많은 부와 명성을 얻었을 텐데."

"이 회사에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게 기회가 오지 않았으니까."

 

아와무라는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이빨로 깨물었다.

 

"어차피 어느 곳이나 같아…. 레스트 폴에서도 내 디자인을 인정받을 수 없다면…."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키타자와를 노려보았다.

 

"결국 당신을 능가할 수는 없었어. 그럴 바에야 당신의 능력을 이용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지."

 

그 때 문득 나는 아와무라 씨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디자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나를 그녀는 매우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함께 웃었고 여러 디자인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그 기억들이 너무나도 오래 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디자인할 때 마음 속 깊이 행복을 느껴' 라고 말했던 그 때의 아와무라 씨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다.

 

 

 

키타자와는 아와무라를 차가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건 사내 디자인을 경쟁사로 유출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못 돼."

"게다가 더 나쁜 것은, 당신은 스스로 저지른 잘못에 대해 다른 사람의 핑계를 댄다는 거야."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다.

 

"맞아요…."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아와무라 씨는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래…, 내가 아마네를 희생양으로 내몬 것은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해."

"아와무라 씨…."

 

그러니까 지금까지 일어났던 이 모든 일의 주범은 그녀라는 뜻이다.

그녀는 나에 대한 거짓 가십을 잡지에 팔아넘겼고, 내게 디자인 유출 누명을 뒤집어씌웠다.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은 나는 기운이 빠져나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는 레스트 폴에서 여기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

"그래서 나는 키타자와는 물론 솔레이유에도 복수하고 싶었어. 표절 의혹을 씌워서 말야."

"그런 사소한 이유로 이런 짓을 저질렀단 말이지…."

 

키타자와는 감정 없는 말투로 그렇게 대꾸했고, 아와무라가 다시 말했다.

 

"사소한 이유라고, 흥…."

 

그녀는 비웃었다.

 

"그래, 사소한 이유로 보이겠지. 늘 영광에 둘러싸여 주목받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일 거야."

"항상 뒤에서 들러리 밖에는 될 수 없는 사람의 기분을 어떻게 알겠어?"

 

아와무라는 천천히 팔짱을 꼈고, 그녀를 노려보던 키타자와는 시선을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영광에 둘러싸였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네는 정말 순진하군."

"무슨… 뜻이지?"

 

아와무라가 노려보자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내 디자인이 어째서 레스트 폴의 표적이 되었는지 생각한 적 있나?"

"…단지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키타자와는 냉소적으로 웃었다.

 

"레스트 폴의 윗분들께서도 디자이너로서 내 가능성을 알고 있지. 그리고 그걸 깨고 싶어 하고 있고."

"……?"

 

키타자와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내 자리에 앉고 싶었다면, 디자이너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직접 높여야 하지 않았나?"

"어째서 다른 사람의 작품으로 명예를 얻고 싶어하는 거지?"

 

"키타자와 씨…."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경쟁자를 제거할 생각만 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인정만을 기다리는 것은 유치한 짓이지."

 

키타자와가 독설을 퍼붓자 아와무라는 고통스러운 듯 입술을 깨물었다.

 

"자네가 한 일은 회사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 뿐만 아니라,"

"이 세계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디자이너를 모욕하는 짓이야."

 

사무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 채 숙연해졌다.

나는 더 이상은 그런 무거운 공기를 참을 수가 없어 그에게 물었다.

 

"키타자와 씨, 그러면 이제 아와무라 씨는 어떻게 되는 거죠?"

 

그는 내 말에 놀란 듯이 고개를 들었지만 다시 냉담한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물론 그에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겠지."

"합당한 조치…?"

"변명의 여지 없이 너는 해고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에 그녀가 빼돌린 디자인들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결국 그렇게…."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와카코를 바라보았다.

 

 

 

"린, 우리 같은 디자이너들에게 있어서 디자인은 생명과 같은 거야. 아니, 생명보다도 소중해."

"그런 걸 경쟁사에 팔아넘기는 짓은, 이 세계에서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야."

 

분노에 가득 찬 와카코의 목소리가 사무실을 메웠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이에 동의했다.

 

"그 뿐만이 아니야. 너는 쓸데없는 이간질로 이 일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인격을 떨어뜨렸어."

"부장으로서 당신을 더 이상 여기에 둘 수는 없다."

 

아와무라 씨는 말없이 나를 바라본 후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래도….'

 

"키타자와 씨…."

 

나는 그에게 말을 걸며 심호흡을 했다.

 

"뭐지?"

"부장님 말씀대로 아와무라 씨가 한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에요."

"하지만 저도…. 모두에게 의심받고 미움받는 괴로움이 어떤지 잘 알아요…."

"……."

 

모두들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나는 하고 싶은 말을 계속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 앞에서 꼭 그녀의 일을 폭로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

 

키타자와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밝히지 않고 조용히 축출해 냈다면, 너는 변함없이 영원히 의심받았을 거야."

"알아요, 제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였다는 걸. 하지만 결국 아와무라 씨도 레스트 폴에 이용당한 것 뿐이잖아요."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내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아와무라는 무너져 내렸다.

 

"……!?"

 

 

 

놀란 나는 아와무라 씨를 내려다 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을 때도, 그녀는 여전히 강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미안해…. 린…. 정말 미안해…."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사그라들었고, 나는 차마 그녀를 계속 내려다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아와무라 씨의 울음 소리만이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그걸로 됐어…."

 

키타자와는 아와무라 씨를 일으켜 사무실 밖으로 이끌고 나갔다.

 

 

 

한 차례 소동이 가신 후,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누군가 내게 커피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며 돌아보니 키타자와가 시큰둥한 표정을 한 채 커피 두 잔을 들고 서 있었다.

 

 

 

"어째서 아와무라를 감싼 거지?"

 

내 옆에 선 그는 함께 창 밖을 응시하며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적어도 저는, 아와무라 씨가 정말로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어요."

"네가 그렇게까지 보호해 주고 싶을 만큼 아와무라하고 친했던가?"

 

그는 심술궂어….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그가 타다 준 커피는 시럽과 우유를 넣은, 내가 딱 좋아하는 조합이었다.

 

"처음 이 부서에 들어왔을 때, 와카코를 제외하면 아와무라 씨가 나를 가장 많이 챙겨 주곤 했어요."

"처음이라 늘 긴장하고 있을 때 언제나 편하게 말을 걸어 줬고….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와 줬어요."

 

그 시절을 나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친절도 다 거짓이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그녀를 감싸면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키타자와는 미소지었다.

 

"마냥 속기만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아니라니 다행이군."

"애초에 저도 그렇게 착하기만 한 사람도 아니고 말이에요."

 

그는 내 농담 같은 진담에 마음이 풀린 듯 입을 열었다.

 

"아마네, 너는 왜 이 곳에서 일하지?"

 

그는 친절하지만 진지한 말투로 마치 면접을 보듯 내게 말했고, 나는 대답했다.

 

"저는 평소에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옷이나 헤어스타일이 조금 바뀌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주는 인상이 달라지니까요. 어렸을 때는…. 그런 걸 변신이라고…. 일종의 마법과도 같은 거라고 생각해 왔어요."

 

키타자와는 그 말을 듣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법이라고? 정말 너다운 발상이군."

"어렸을 때 생각이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왜 디자이너를 꿈꾸지 않았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처음에는, 디자이너에 대해서 동경하기도 했지만…. 저는 그 정도의 재능은 없었거든요."

 

키타자와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른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재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더 진심으로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디자이너라는 것은 단순히 일로서 성공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고, 나는 그것을 일찍 배웠다.

 

"그래서 저는 그런 옷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 말을 들은 키타자와는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 내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래, 그랬군…."

 

그의 미소는 너무나 멋졌기 때문에 나는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늘 감정을 절제하며 지내 왔기 때문에, 이런 미소도 아주 작은 표현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웃는 얼굴은, 지금 이 순간 온전히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그럼, 너의 그 꿈은 이루어졌군. 실제로 네가 날 지원하고 있으니까…."

 

키타자와는 내 눈을 깊이 바라보았다.

설마…, 또 키스하려고…?

 

 

 

그와 함께 있는 이 공간의 모든 공기가 너무나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키타자와는 내게로 가까이 다가와 내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아…."

 

그 다음, 그는 평상시의 조용한 태도로 되돌아와 말했다.

 

"아마네, 오늘 있었던 일…. 너와 다시 한 번 상의하고 싶어서."

"무슨 일이시죠?"

"내 디자인을 도용한 레스트 폴 팸플릿, 너도 봤지? 너무나도 형편없어 보였다고 생각지 않나?"

"글쎄요, 저는…."

"그래, 그건 완전히 잘못되어 있었어. 네가 곁에 없었기 때문에…. 내가 디자인을 할 이유도 망가져 버린 거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키타자와는 씩 웃었다.

 

"그 때 내 연설 잊었어?"

"국제 어워드 시상식 때의 연설…? 그걸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그건 제 가장 소중한 추억 중 하나인걸요. 잊고 싶어도 못 잊을 정도로…."

 

나는 그 때의 영광을 기억하면서 약간의 향수를 느꼈다.

그 때의 키타자와는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었다.

 

"네가 내 곁에 있고, 네 체온을 느낄 때…. 네 행복을 상상할 때마다 나는 영감을 느껴."

"널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없었어."

"그게 당신의 진심이군요."

"나에게 있어서 네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 말하고 있는 거야."

 

그는 부드럽게 내 손을 잡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내 손가락 끝마다 가볍게 입을 맞추며 따뜻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없는 동안 나는 정말로 내 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어."

"내 앞을 비춰 줄 네가 없는 동안 너무나도 끔찍했어."

"의심스러우면 시라이시에게 물어 봐. 제대로 대답해 줄 걸."

 

그는 약간 멋쩍은 듯 웃었고,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어쨌든 그래서 그렇게 떠나지 말라고 했는데도, 다 소용 없었지. 그런 식으로 도망치고 말야."

"죄송해요…."

"됐어. 내가 너무 비겁했지. 널 난처하게만 만들고, 정작 지키지 못했으니까…."

"그게 무슨…?"

 

그는 내 약지를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이 자리는…. 나를 위해 남겨 둔 곳이야."

"키타자와 씨, 그 말은…."

"이제부터 항상 널 내 곁에 두고 싶어…."

 

달콤하게 속삭이며, 그는 내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몇 년 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