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향 게임] Office Lover 공략 chapter.10 - 뒤바뀐 디자인 <上>

 

chapter.8 - 뒤바뀐 디자인 <上>

 

 

 

결국 그 날 저녁, 우리는 함께 나누기로 했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 악질 기자와의 사건이 있고 나서, 그와 나는 더 이상 근사한 식사를 할 기분이 아니었고 결국 그대로 헤어졌다.

 

나는 그의 속마음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리나 미치야마에 대한 일이 날 크게 괴롭혔다는 사실이다.

그 기자는 정보를 빼 내기 위해 일부러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생각해 봤자 소용 없어. 점심이라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지겠지.'

 

나는 신선한 공기도 쐬고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도 가질 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건물 입구로 나가자마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왔다.

 

'무슨 일이지?'

 

고함 소리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입구를 울렸고, 나는 걸음을 멈추어 서서 상황을 살폈다.

 

"이봐, 저기 있다!"

 

기자 무리들이 강제로 건물 안을 침범하려 하며 보안 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경비원들은 기자들의 인파에 밀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게 무슨… 내가 목적이었던 거야?!'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며 공포감이 엄습했다.

 

'더는 안 돼…. 여기서 나가야겠어….'

 

나는 당황한 나머지 사무실로 급히 돌아갔다.

 

 

 

"흠…, 그런 일이 있었군…. 우리 손에 놓인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겠어."

 

키타자와 씨와 나는 사장님의 호출을 받아 회의실로 불려 온 상태였다.

우리의 화제는 지금 건물 앞에 몰려 든 언론의 횡포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네가 미안해 할 일이 아니야, 아마네. 하지만 모두 내 잘못이다. 여기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사장님은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자네들에게 별다른 조치는 내리지 않겠네만, 단지 나는 그 기자들이 건물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군."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우리는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난리에 말려들게 해서 미안해."

"아니, 아니에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린…."

"이 일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전 당신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키타자와는 무거운 표정을 지우고 내 손을 잡았다.

 

"고마워, 린. 함께 대책을 강구해 보자.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려고 했다.

 

"린…."

"키타자와 부장님!"

 

절묘한 순간에 방해받은 키타자와는 질렸다는 듯이 한탄을 했다.

 

"미안…. 나중에 얘기하지. 둘이서만 있을 때."

"네, 알겠어요."

 

나는 그가 서둘러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둘이서만'이라는 말은 한 주가 지나도록 실현되지 못했다.

키타자와는 며칠 간 출장을 떠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대책을 함께 논의할 시간은 고사하고 직장에서 얼굴을 볼 수조차 없었다.

 

'그가 보고 싶어….'

 

설상가상으로 언론은 사무실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에 멈추지 않고 내 집 문 앞에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른 척 지나칠 수라도 있었지만, 점점 나는 이 모든 상황이 힘에 부쳐 갔다.

 

 

 

며칠 동안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을까. 나는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기자들은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계속 들이닥쳤고, 참는 데에도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복도를 휘청이며 걸어가면서도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난리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조심해."

 

멍해진 머리로 나는 비틀거리다가 누군가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잠을 좀 설쳐서…."

 

나는 낯선 사람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시하다가 상대방이 서운한 듯 한숨을 내쉬는 것을 듣고 놀랐다.

 

"…자기 애인도 못 알아 볼 정도라면, 정말 마음 고생 심하게 했나 보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는 키타자와를 보았다.

 

"키…키타자와 씨! 죄송해요, 정말 제가 요즘 너무 피곤해서…."

 

그는 손을 뻗어 내 눈꺼풀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지금 네 상태를 보면 알 수 있어. 가엾기도 하지…."

 

나는 그가 정말로 많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몰골로는 아니었어.

피부는 까칠해지고 눈 밑에는 다크써클이 생길 정도로 내 스트레스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다정하게 내 뺨을 어루만졌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널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거야."

"아니에요, 제가 좀 더 의연했더라면…."

 

그의 슬픈 표정에 내 목소리도 떨려 왔다.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실이야. 아무튼, 이제 기자들이 네 집에도 들이닥친다는 말이지?"

"이것부터 해결해야겠어. 나는 내가 곁에 없을 때 그들이 너를 괴롭히는 걸 참을 수가 없어."

 

그는 나를 바짝 끌어당겨 오른쪽으로 잡아 주었다.

 

"이제 나와 함께 살자. 린…."

"…네에?!"

 

나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 몸을 떼어냈다.

그는 침착하게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내 얼굴에서 빗어내렸다.

 

"왜 그러지? 이미 한 번 같이 지낸 적도 있잖아. 기억 나? 사리나 미치야마 때문에 말야."

"네, 그건 그렇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그 뒤에 벌어졌던 일들이 밀려왔다.

 

"자, 내 말 좀 들어 봐. 물론 일이 꼭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겠지."

"하지만 너도 나와 함께 지내는 게 꼭 싫지만은 않겠지?"

"그래, 맞아요."

 

키타자와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때는 겨우 하룻밤 같이 보냈을 뿐이었지만…. 나는 좋았어."

 

나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너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 말인데…."

"아…."

 

그는 지금 저녁 식사 자리를 청하면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좀 더 일찍 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셔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손에 놓았다.

그것은 그의 집 열쇠였다. 그가 입원해 있는 동안 여러 번 직접 썼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열쇠는 완전히 새 것이었다.

 

"이건…?"

"그래. 지금보다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내가 널 지켜 주고 싶어."

"키타자와 씨…."

 

나는 두 팔로 그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그 모든 두려움과 괴로움은 말끔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와 동거를 시작한 지 몇 주 후, 어느 날 아침.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기자들은 잊을 만하면 찾아와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키타자와 씨의 차를 타고 함께 출퇴근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하면 훨씬 안심이 된다.

 

"안녕하세요."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하면서 동료들에게 인사했다.

 

'…응?'

 

큰 소리로 인사했는데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내 인사를 못 들었나…? 나는 다시 인사하기 위해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가 그런 짓을 하리라고는…."

"하지만 증거가 있잖아."

"확실히 그녀가 온 뒤로 사라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렸던 것 같아."

 

모두들 어떤 종이들을 펼쳐 놓고 웅성웅성 모여 있었다.

그들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안녕하세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안녕."

 

그들은 불안한 눈빛을 교환하더니, 갑자기 뿔뿔이 흩어졌다.

 

'무슨 일이지, 다들?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나?'

 

"……."

"아와무라 씨…."

 

그녀에게 막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그녀는 얼른 눈길을 돌리고 외면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안녕. 무슨 일 있었나?"

"안녕하세요, 부장님."

 

우리는 매일 함께 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지만, 시간을 두어 따로 사무실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무튼 그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물론 매일 집에서도 보는 얼굴이긴 하지만….

 

"아무 일도 아니에요. 문제 없어요."

"그래, 다행이군. 오늘 내 일정은?"

"점심 시간 이후에 클라이언트 미팅이 있으십니다. 그 이후에는…."

 

나는 본능적으로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며 그를 따라 부장실로 향했다.

흘끔 뒤를 바라보자 심상찮은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는 아와무라 씨가 있었다.

 

아무튼 나는 그 때 그 일에 대해 신경을 끄기로 결심했지만,

동료 사원들은 날이 갈 수록 어쩐지 나에게 점점 냉담해져만 갔다.

 

 

 

'내가 뭔가 잘못한 일이 있나…?'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너무나도 불편하고 어색했기에 하루 종일 가시방석이었다.

나는 기분 전환을 위해 점심 시간에 혼자 산책이나 하기로 했지만 껄끄러운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와카코와 함께 새로 생긴 카페에 갈까. 그 집 케이크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그러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야.'

 

나는 반쯤 먹다 남은 케이크에 포크를 찔러 넣었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디저트였지만, 어쩐지 더 이상 먹을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나는 결국 포크를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카페는 점심 시간이라 붐비고 있었고, 특히 내 왼쪽 옆에 앉은 두 여자는 잔뜩 흥분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게 정말이야? 정말 믿을 수 있는 정보야?"

"그렇다니까! 그녀는 분명히 돈 때문에 디자이너한테 접근했던 거라니까."

"당장은 그렇게 밤일로 유혹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출세를 의미하는 건 아닐 텐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별 못 하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지….'

 

"그러니까 이 아마네 린이라는 여자가 말야!"

 

'…나?!'

 

충격을 받은 나는 본능적으로 수다를 떠는 여성들 쪽을 바라보았다.

삼류 패션 잡지가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었고, 그들은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고맙게도, 그들은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대체 뭐라고 쓰여져 있길래….'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가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서 두 여자가 읽고 있던 것과 똑같은 잡지를 발견했다.

메인 기사로 분명 내 이야기임에 틀림 없는, '키타자와 오우미의 연인'에 대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경쟁사인 레스트 폴에게 새 컨셉 디자인을 훔쳐 내 유출시켰다는 이야기와,

그 모든 것이 돈을 노리고 한 일이었다는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소리…. 죄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잖아!'

 

나는 고개를 저으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날 피했던 거야….'

 

나는 책상으로 돌아왔고, 사무실 안에 있는 직원 전체가 날 쳐다보는 눈빛 같은 걸 무시한 채 일을 계속했다.

 

'나는….'

 

그 모든 압박감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여기 있었네, 아마네 양."

"시라이시 씨…?"

 

나는 벌떡 일어났지만, 시라이시 씨의 손에 들린 바로 그 잡지를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시라이시 씨, 그 얘기는…. 저…."

"진정해…, 괜찮아. 일단 따라 와 봐."

 

다른 직원들은 우리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었고,

시라이시 씨는 그들의 눈을 하나하나 노려보았다.

나는 그가 그렇게 화난 표정을 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시라이시 씨는 그들을 향해 금방이라도 뭐라고 한 마디 할 것 같았다.

 

"시라이시 씨…."

 

나는 그가 공연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용히 간청했다.

직원들은 태연한 척 업무에 집중했다.

 

"미안…. 내가 더 잘 알 텐데. 자, 갑시다."

 

그가 결심하듯 말하자 나 또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곧장 회의실로 향했다.

 

 

 

"……."

 

키타자와는 이미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앞에 놓인 잡지를 보고 나는 그 이유를 바로 깨달았다.

시라이시 씨가 거들었다.

 

"나를 믿어.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는 상태가 더 나빴어. 그나마 내가 열심히 진정시킨 게 이 상태야."

 

 

 

"키타자와 씨…."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뭐야?!"

 

그는 여전히 화난 목소리로 대꾸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그 기사는 모두…."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고 외면한다 해도, 나는 상관 없어. 하지만….

키타자와 씨, 당신만큼은 나를 믿어 줬으면 좋겠어….

 

그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네?"

 

나는 그의 말에 오히려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들은 게 맞는 건가?

 

"넌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어.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아."

"그럼… 절 믿어 주시는 거예요?"

 

내 목소리의 망설임보다 키타자와 씨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더 확신에 차 보였다.

 

"고마워요…."

"넌 내 애인이야. 널 믿는 건 당연해."

 

그는 귀를 약간 붉히며 눈길을 돌렸다.

나는 다시금 따뜻함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 진범이 따로 있을 텐데 도대체 누구지?"

"음…? 그러니까…."

 

시라이시 씨의 말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지만, 두 남자는 말없이 눈빛을 교환했다.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먼저 입을 연 것은 시라이시 씨였다.

 

"오우미의 디자인은 실제로 레스트 폴에 유출됐어.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의심하고 있었지."

"그치만 저는…."

"물론 넌 아니라는 걸 알아. 네가 디자인 부서에 들어오기도 훨씬 전부터 유출되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예전부터 내 디자인을 도용한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시라이시 씨의 입술이 일그러지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린, 그 동안 나는 이런 일에 신경 쓰고 있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말려든다면 얘기가 달라져."

"사람들이 널 공격하기 시작한다면, 그거야말로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 뿐이지."

"방법이라구요…?"

 

시라이시 씨가 대신 말을 이었다.

 

"진범을 밝히는 거야."

"진범을…?!"

"어쨌든 이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야.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렇구나…. 두 사람은 이 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던 거야.

 

"알겠어요, 하지만… 저도 뭔가 도울 일이 없을까요?"

"일단, 사람들을 네 편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어."

 

그렇게 말한 키타자와는 일어나며 눈을 불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디자인실의 인원들이 모두 회의실로 불려왔다.

모두들 의심스러운 듯이 키타자와 씨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잡지에 쓰인 기사가 아마네 양에 대해 완전히 날조된 내용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로 이런 가십을 믿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나는 자네들이 성급하게 이런 소문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생각하기를 바란다."

 

키타자와 씨와 시라이시 씨는 그들이 나에게 한 말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거듭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었다.

아직도 나를 향한 수많은 곁눈질과 수상하다는 눈빛들이 그 증거였다.

 

'다 소용 없는 일이야….'

 

그렇게 절망에 굴하고 있을 때쯤….

경직된 분위기를 뚫고 예상치도 못한 지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루머가 다 사실이라면 애초에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잖아요."

"아…?"

 

나는 그 목소리가 들려 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항상 나에게 친절했던 그 명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렇잖아요. 린이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와카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그에 동의하며 언성을 높였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에겐 여러분 말씀들이 굉장히 힘이 돼요."

 

나는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이런 삼류 저질 잡지 내용에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어디에나 거짓말은 있기 마련이니까."

"걱정 마, 그런 쓰레기 같은 루머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런 격려의 말을 듣자 그제야 나를 짓누르던 무게감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자, 그럼 이제…."

 

아와무라 씨의 냉정한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리자 직원들이 문득 숙연해졌다.

그녀는 굉장히 근엄한 태도로 허리에 손을 얹고는….

 

"그럼 이제 다시 일하러 가도 될까요?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아와무라 씨의 엄한 표정에서 튀어나온 의외로 긴장이 탁 풀리는 말에 회의실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다행이다, 사무실 분위기가 예전처럼 되돌아와서. 이걸로 우리들은 다시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회의실을 나서면서 나는 키타자와 씨와 시라이시 씨를 살짝 쳐다보았는데,

두 사람은 아직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는 듯 했다.

 

'내 기분 탓이겠지….'

 

나는 책상에 돌아와 앉으면서 모든 것이 잘 풀렸다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 일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 때만 해도 나는 알지 못했다.

 

 

 

<계속>